‘사퇴? 퇴출?’ 이준석 시한부 시나리오

선거용 추잉껌? 단물 다 빠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대표를 빼먹을 대로 다 빼먹은 모양새다. 사상 초유의 당 대표 징계 여부가 곧 결판을 앞두고 있다. 이 대표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왜인지 답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듯하다. 이젠 본인의 살길을 찾아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굵직한 두 선거 전부터 이 대표의 위기는 수차례 있었다. 취임 직후 한 달 만에 리더십 위기가 찾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지지율이 급락하자, 당의 분란을 일으키며 이른바 ‘책임 사퇴론’이 가해지기도 했다.

성상납
진실은?

지금까지는 사퇴설이 제기돼도 잘 버텼다. 이 대표 흔들기는 대선이 끝난 뒤에도 끊임없이 계속됐다. ‘대선·지선 승리 대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지는 반대로 좁아져만 간다. 

이 대표는 잘 버텨왔다. 당내 중진 의원들에게 쉽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며 내홍과 결합을 반복했고, 어느덧 취임 1년을 넘겼다. 그는 1주년 기자간담회서 전시에만 몰두해 평시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흔드는 세력을 겨냥한 듯 본격적인 자기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평소 리더십을 평가받을 시험대에 올랐다면, 최근 들어서는 자신의 정치 운명에 위기를 맞은 모양새다. 그동안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세력이 이 대표를 흔들던 리더십 논란과는 결이 다르다.


그동안 끊임없이 사퇴설이 나왔으나 이 대표는 이를 무시해왔다. 그러나 지방선거에 앞서 제기된 성상납 의혹이치명적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성상납 의혹은 이 대표가 2013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 시절 대전에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와 장모 이사로부터 성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 측에서 성상납 의혹을 제기하자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철근 정무실장이 제보자와 만나 증거인멸을 지시했다. 

윤리위는 가세연 측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전체회의를 열고 이 대표의 윤리위 회부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현직 당 대표가 징계 안건으로 윤리위에 정식 회부된 사례는 역사상 처음이다.

관건은 성상납 자체에 대한 의혹보다는 증거인멸교사 여부로 성상납 의혹은 공소시효가 끝나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 다만 증거인멸교사 사안에 대해 충분히 소명하지 못할 경우 이 윤리위의 중징계는 불가피해 보인다.

윤리위는 지난 22일, 증거인멸교사 의혹을 받는 김 실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5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소명을 들었다. 그 결과 윤리위는 김 실장의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절대 안 물러난다” 버티기
잘리면 윤정부 동력도 타격

이 대표는 윤리위가 열리는 동안 윤리위에 출석하겠다고 의사를 표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가 출석 의사를 밝혔음에도 윤리위 측에서 올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전달했다고 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실장 징계를 시작으로 이 대표도 사실상 징계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나 심의, 의결은 이 대표의 소명을 들은 뒤 내달 7일에 나올 예정이다. 

윤리위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고 ▲제명 4가지로 구성돼있다.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는다면 대표직을 유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경우 향후 정치적 행보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윤리위 결정이 연기되자 이 대표는 “2주 뒤에 뭐가 달라지겠느냐. 당 혼란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리위가 확신에 차서 정치적 후폭풍을 감내하려는 게 없다. 애매하게 이 대표를 흔든다”고 성토했다. 이 대표가 한 단계 낮은 수준인 경고를 받아, 대표직을 유지한다고 해도 정치적 타격은 배제할 수 없다.

경고 자체가 이 대표의 의혹을 인정한다는 결정이기 때문에 리더십에 흠집이 난다.  

일각에서는 윤리위의 징계 연기를 두고 이 대표 스스로 정리할 시간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실장의 징계 절차가 개시된 이상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징계 수위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윤리위가 징계 결정을 2주 뒤로 미루면서 보름의 시간은 확보했으나 이 대표의 속내는 여전히 복잡해 보인다. 주어진 선택지가 많지 않은 데다 자진 사퇴 혹은 최악의 경우 퇴출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버텼는데…

이 대표 측은 아직까진 애써 참고 있는 중이다. 최근 그는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듯 이미 로마 전쟁의 영웅인 스키피오에 자신을 빗대어 표현한 바 있다. 젊은 전쟁 영웅 스키피오는 한니발이 이끄는 카르타고를 꺾고, 포에니 전쟁서 승리했지만 정치싸움에 패배해 물러났다.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날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가 정치권 안팎으로 횡행하고 있다. 평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대선·지선에서 승리한 당 대표라는 타이틀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로 언급될 만큼 정치적 몸집이 커졌다. 사퇴로 인한 후폭풍은 오롯이 이 대표에게 돌아간다.

이준석 친위대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출발한 혁신위원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이 대표는 이번 지선에서 금배지를 달았던 최재형 의원을 필두로 총 15명 규모의 혁신위를 띄웠다. 부위원장인 조해진 의원을 제외하고, 현역 의원으로만 구성됐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혁신위를 토대로 당의 세력 확장에 몰두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 내부서도 즉시 당내 세력을 다지기 위한 목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선거에서 이긴 정당이 혁신위를 발족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혁신위는 이 대표 본인의 리스크 및 사조직 논란 속에 늦게 출범됐다. 위원회 인선이 마무리됐지만, 이 대표가 사퇴한다면 반대 세력에 부딪혀 혁신위 활동도 함께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차기 행보를 고려했을 때 당내 기반을 다지기 위해선 당내 입지가 좁은 이 대표로선 혁신위의 영향력을 키우는 게 필수 과제다. 실제로 당내서 이준석계라고 할만한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 금배지도 달아보지 못한 그가 사퇴하면서 혁신위마저 동력을 잃을 경우 다음 행보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당권 도전 외에도 원내 진입을 노리고 있는 만큼 조기에 불명예로 물러나게 되면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내 기반이 사라진 뒤 원외서 세를 모으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 이 대표 사퇴 시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과 함께 비대위 체제 전환까지 거론된다. 

자의? 타의?
선택의 시간


이 대표가 사퇴할 경우 1년 임기의 당 대표는 힘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탓에 차라리 월말까지 비대위 체제로 세를 정비한 뒤, 전당대회를 열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임기 2년의 새로운 당 대표가 탄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가 오히려 윤석열정부의 힘을 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국민의힘도 잃을 게 많은 만큼 득이 될 게 없는 장사인 셈이다.

이 대표는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정당을 이끌고 있다. 취임 전 14만명에 불과했던 당원 수는 이 대표 취임 이후 80만명까지 증가했다. 원외 확장에 지대한 공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부동층이 많은 청년층 특성상 국민의힘 지지에 힘을 실어줄지는 미지수다.

이는 윤리위가 징계에 대해 신속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계속 연기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이 대표가 대표직을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남은 기간 본인의 살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최후의 보루는 당 대표 권한으로 윤리위를 해산시키거나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징계안을 재논의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친윤(친 윤석열) 혹은 윤핵관 세력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적인 길은 자진 탈당 후 창당을 택할 수도 있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창당설이 흘러 나온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역시 창당 가능성을 점쳤다. 박 전 원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총선을 앞두고 필연적으로 얘기되는 이 대표의 창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쫓겨난 뒤 불복하고 창당?
오히려 당내 혼란만 가중

창당을 하게 된다면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손잡을 수 있다. 앞서 이 대표와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바른정당을 함께 창당하는 등 이력을 갖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계 은퇴를 번복한 뒤 경기도지사에 나섰다가 경선서 고배를 마셨던 바 있다. 

경선 탈락 후 북콘서트를 여는 등 정치 재기를 위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유 전 의원 역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면 이 대표가 필요하다. 

유 전 의원 역시 이 대표처럼 청년층에게 인기 있는 정치인이다. 두 인물이 손을 잡는다면 반윤석열 구도를 형성해나갈 수 있고, 이 대표 본인이 원하는 대로 개혁 보수 이미지를 짙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 대표가 나간다면 당장은 한시름 덜 수 있다. 윤핵관 세력이 당을 안정시키기 용이한 까닭이다. 문제는 당 이미지인데 신선하고 젊은 피가 사라지는 것이다. 다시 꼰대 보수 정당으로 회귀할 수 있는 탓에 이 대표가 확장해 놓은 중도층까지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친윤계와 친안철수계의 당권 잡기 싸움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히려 당내 주도권 싸움이 더 심화될 수 있는 셈이다. 현재는 장제원 의원이 안철수 의원을 밀고 있는 모양새지만, 안 의원 역시 국민의힘 내에서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상황이다. 

유승민과
손잡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를 물러나게 하는 것 자체가 망국적”이라며 “윤정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민의힘에 대한 자해 행위”라고 우려했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나가라고 사실상 종용하는 수준이다. 몰아내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위치가 애매한 사람들의 몸부림”이라고 비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제아 이준석?

 

위기를 맞고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와도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20일 비공개 회의 과정에서 배현진 의원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두 인물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 몫인 최고위원 인선을 두고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최근에는 대놓고 갈등을 드러냈다.

배 의원이 지난 23일, 이 대표를 향해 손을 건넸으나 이 대표가 매몰차게 거절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몫의 최고위원 추천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의 갈등까지 이어진다.

안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국민의당 김윤 전 서울시당위원장,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을 추천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불가라는 입장이 뚜렷하다.

이런 탓에 권성동 원내대표가 중재에 나섰으나 현재 지도부의 의견이 엇갈리는 탓에 해결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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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