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법인이 본사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긴밀한 거래 관계를 구축한 것도 모자라, 매년 거액의 자금이 본사에 귀속되는 형국이다. 직원 처우 문제에 인색함으로 일관하는 모습과 확연히 대비된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최근 9년에 걸쳐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4년 2636억원이었던 매출은 2년 후 3000억원대를 돌파했고, 2019년 4000억원 달성에 이어 지난해(개별 기준)에는 5122억원으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긴밀한 고리
반면 수익성은 최근 들어 하락세가 확연하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은 239억원으로, 전년(251억원) 대비 5.0% 하락했고, 2019년(348억원)과 비교하면 100억원 넘게 줄었다. 매출 상승과 영업이익 하락이 맞물린 탓에 영업이익률은 ▲2019년 7.9% ▲2020년 5.1% ▲지난해 4.7%% 등 매년 낮아졌다.
지난해의 경우 매출원가의 압박으로, 판관비 지출을 전년 대비 204억원 줄인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매출원가(3749억원)는 전년 대비 435억원 늘었는데, 이는 매출 상승분(218억원)을 두 배가량 뛰어넘는 수치였다.
공교롭게도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최근 겪는 매출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문제는 사노피(본사) 입장에서 보면 별다른 악재가 아니다. 국내 법인의 원가부담이 높아질수록 본사 및 해외법인이 수익을 남기는 사업모델이 구축된 덕분이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지난해 말 기준 ▲본사 ▲사노피파스퇴르 ▲오펠라헬스케어 ▲ Sanofi Mature IP ▲젠자임 ▲사노피-아벤티스 싱가포르 법인 ▲사노피-아벤티스 헬스케어 등과 특수관계인으로 연결돼있다. 이들과는 사업상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주로 물품을 매입하는 위치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2020년 2310억원, 지난해 2573억원을 상품 매입 명목으로 특수 관계인들에게 지급했다. 매출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9.7%, 지난해 68.6%에 이른다. 특히 사노피-아벤티스 싱가포르 법인으로 흘러간 비용은 2020년 2272억원, 지난해 2511억원 등 최근 2년간 5000억원에 육박했다.
상품 매입비용의 큰 줄기가 싱가포르 법인으로 연결된다면, 지급수수료 명목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주로 프랑스 본사를 향한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2020년 37억원, 지난해 19억원을 지급수수료 명목으로 특수관계인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본사로 흘러간 금액이 2020년 29억원, 지난해 17억5100만원이었다.
밖으로 유출되는 자금
본사만 배불리는 구조
현금배당 역시 본사 및 특수 관계인에게 자금이 흘러가는 또 하나의 통로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2019년 327억원 ▲2020년 500억원 ▲지난해 150억원 등 최근 3년간 887억원을 현금배당했다.
해당 기간 배당성향은 ▲2019년 157% ▲2020년 295% ▲지난해 76% 등이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배당성향이 100%를 초과했는데, 이는 당해 순이익보다 현금배당으로 빠져나간 금액이 컸음을 의미한다. 수천억원대 매출이 발생했을지언정, 사실상 수익이랄 게 없었던 셈이다.
물론 상법상 배당 가능한 이익 범위 내에서 배당을 집행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수 없다. 게다가 지난해 말 기준 미처분이익잉여금은 718억원에 달할 만큼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재무구조는 건실한 축이다.
다만 배당의 수혜를 본사 및 특수 관계인이 온전히 누린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최대주주는 지분 67.5%를 보유한 본사이고, 나머지 지분 32.5%를 본사의 휘하에 있는 젠자임과 Sanofi Mature IP가 각각 22.5%, 10%씩 나눠갖는 구조다.
이처럼 본사 및 특수 관계인과 긴밀한 금전적 교류를 거듭해온 것과 달리,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정작 국내 직원 처우에 인색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 7일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노동조합은 단체행동을 표면화했다.
앞서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노동쟁의 조정중지에 따른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97%의 찬성을 얻어낸 바 있다.
노조가 집회를 결정한 건 임금단체교섭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이유 때문이다. 노조 측은 최소 4.5% 인상율을 내세운 반면 사측은 글로벌 임금 가이드라인 지침을 이유로 1.5% 인상을 고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물가상승률과 기본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해 연봉 인상안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이자, GSK 등 동종업계와 비교해 매출총이익 대비 급여 비중이 낮은 수준이라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강약약강
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성장에 따른 합리적이고 합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 건 자명한 일임에도 사측은 글로벌 임금 가이드만 내세우고 있다”며 “본사 이익을 높이기 위한 창구로 회사를 활용하는 이 와중에, 경영진은 직원 처우에 대한 고민을 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