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윤회 : CYCLICALITY 에스텔 차

별자리와 디올(Dior)의 결합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부산 해운대구 소재 갤러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에스텔 차의 개인전 ‘윤회 : CYCLICALITY’전을 준비했다. 에스텔 차는 빈티지 디올 재킷에 자신의 별자리 회화를 결합, 웨어러블 아트를 전개하며 미국에서 주목받은 신예다. 

에스텔 차는 이번 전시를 통해 ‘eee’ 신작을 포함, 주요 소재로 다뤘던 별자리에서 더 확장된 의미의 회화 연작을 새롭게 선보였다. 전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인 ‘삶과 죽음’에 대해 보다 심도 있고 철학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이번 전시에는 평면 회화를 비롯한 웨어러블 아트, 설치,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60여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어디서 와서

블랙, 그레이, 레드 색상의 크리스찬 디올 재킷 뒷면에 초현실주의 회화가 걸렸다. 노마딕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이 과감한 프로젝트는 에스텔 차가 한 공간에 멈춰 있는 회화에 지속 가능성과 이동성을 부여한 실험의 결과물이다.

고대 사람은 인간의 삶과 죽음에 별자리의 움직임이 연관돼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또 사후세계의 일면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에스텔 차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별자리의 상징물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영원을 갈망하면서도 순간의 쾌락에 사로잡히는 인간의 모순을 나타낸다. 

패션계에서 매년 버려지는 재고품과 빈티지 재킷의 뒷면을 사각 형태로 커팅한 뒤 자신의 회화를 벨크로로 부착한 웨어러블 아트를 전개하는 행보에는 작가만의 위트와 아이러니가 담겨있다. 


디올은 1950년대 뉴룩으로 불린 혁신적 실루엣의 여성 패션을 선보였다. 남성과 동등한 커리어를 가진 힘 있는 여성 슈트 라인을 최초로 적용시키기도 했다. 에스텔 차가 작품을 부착할 의상으로 굳이 하나의 브랜드를 선택한 것은 디올의 강렬하면서도 당당하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아트로 주목
삶과 죽음 철학적 접근

디올은 코르셋과 롱드레스에서 여성의 몸을 자유롭게 해방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에스텔 차는 한때 패션업계에 몸담으며 아주 미세한 하자로 폐기처분되는 수많은 의류를 보고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시키고자 했다.

실제 그는 패션과 순수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가치의 재창조를 구현, 세탁은 물론 작품 교체도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1전시실 작품은 별자리와 점성술에 담긴 인간의 염원과 욕구, 두려움의 감정과 모순적 행위를 보여준다. 2전시실에는 삶과 죽음을 넘어 육체적인 것을 떠났을 때의 본질, 동양 철학, 종교적 윤회, 순환 등을 다룬 작품이 놓여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전면에 보이는 ‘기’ 연작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120호 캔버스 4점을 이어놓은 연작은 다양한 색채의 1전시실 작품과 대조되는 모노톤 컬러로, 보이지 않는 힘을 표현했다. 바람처럼 볼 수 없지만 느낄 수 있고 존재하는 기류, 즉 에너지를 시각화했다. 

작품의 소재로 말을 택한 것은 힘과 역동성을 겸비한 동물 중 인간과 가장 오랜 시간 함께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움직임에 이름과 의미가 붙은 유일한 동물이기도 하다. 에스텔 차는 어려서부터 유난히 말을 좋아해 이제는 보지 않고도 그릴 수 있다고 한다.


말은 혼자 시간을 보내는 동물이다. 에스텔 차는 말을 연구하면서 사회에 모여 함께 섞이고 움직이지만 각자 흩어져 개인적 삶을 영위하는 인간의 활동이 말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작품은 넝쿨 속에 앉아 몰래 말의 에너지를 지켜보는 시선으로 표현됐다.

말을 소재로 한 작품
6번의 생을 반복하다

관람객은 전시장 바닥에 비치된 방석에 앉아 작가가 의도한 비율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젯소로 거대한 말무리를 형상화하고 물감을 뿌려 땀방울을 표현했다. 목탄과 오일 스틱으로 명암과 라인을 잡고 손끝에 재료를 묻혀 거칠고 강력한 텍스처를 남겼다. 캔버스 센터에 배치된 원의 형태는 비슷한 기류끼리 응집된 것을 표현하는 동시에 에너지의 순환을 드러낸다. 

기 연작과 함께 전시된 ‘육마도’와 ‘인연’ 시리즈에도 말이 등장한다. 육마도는 말이 6번 생을 반복하는 것으로, 육도윤회(선악에 의해 윤회하는 6가지 세계)를 의미한다. 자아, 육체, 영혼이 합한 모습을 그려내며 인류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칠하지 않고 비워둔 캔버스의 부분, 회화의 밑작업에 주로 쓰이는 젯소를 적극 사용해 여러 겹 덧칠하는 행위, 작품의 처음과 마지막을 알 수 없게 환원되고 순환하는 화면에는 생에 대한 작가의 고찰이 느껴진다. 인연 연작에서는 두 마리의 말이 서로 마주하거나 얽히고설킨 모습을 통해 다양한 인간관계를 그려내고 있다.

다색, 다면, 다차원적 자아를 말로 형상화한 ‘자화상’ 드로잉도 심플하지만 진지하다. 

어디로 가나

소울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물질과 존재, 육체와 정신, 삶과 죽음, 소통과 의미, 시작과 끝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설득력 있게 전하는 에스텔 차의 행보가 자못 기대된다”고 전했다. 전시는 다음 달 12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에스텔 차는?>

에스텔 차는 현재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디지털게임디자인 과정을 밟고 있다.


미국 보스턴의 예술대학 SMFA와 터프츠대학교에서 각각 순수미술과 철학을 전공하고,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와 미술사를 부전공했다.

패션스쿨 파슨스 파리 분교와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단기과정으로 패션디자인도 공부한 바 있다. 

미국, 스위스, 영국에서 7회의 단체전에 참여했고, ‘eee’라는 개인 브랜드를 통해 웨어러블 아트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파인아트에 대한 쉬운 접근성, 효율적 구소 속 예술에 대한 고민과 함께 최근에는 순수회화 작업에도 몰두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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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