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탈모인이 만든 탈모샴푸’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승승장구했던 TS트릴리온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수익성이 악화된 것도 모자라, 재정건전성마저 의심받는 형국이다.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게 급선무지만,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2018년 3월 장기영 탈모닷컴(현 TS트릴리온) 대표는 당해 매출 1000억원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수년 째 이어진 괄목할만한 성장세가 반영된 자신감의 표현이었고, 시장에서는 그의 발언을 허황된 소견쯤으로 넘겨듣지 않았다. 기능성 헤어케어 제품인 ‘TS샴푸’를 앞세워 매년 두 배씩 매출을 키워 온 회사의 약진이 남달랐던 덕분이다.
수익성 바닥
그렇다면 장 대표가 제시한 목표는 달성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4년여가 흐른 시점까지도 현실화되지 못한 모양새다.
TS트릴리온은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173억원, 영업손실 14억73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5.6% 급증했지만, 영업손실은 6.2배가량 확대됐다. 매출원가가 두 배 이상 치솟은 상태에서, 광고선전비 지출을 75.4% 늘린 게 수익성 악화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TS트릴리온은 2019년 손흥민, 2020년 김연아, 지난해 지드래곤 등 매년 유명인사를 광고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예년에 비해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2년 연속 적자를 배제할 수 없게 된 분위기다. 2019년 48억600만원이었던 TS트릴리온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이듬해 36억6100만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76억4000만원 손실로 전환됐다.
수익성이 뒷걸음질 친 가운데 재무상태에서 적신호마저 감지된 형국이다. 올해 1분기 기준 TS트릴리온의 총자산은 687억원으로, 전년 동기(413억원) 대비 47.5% 증가한 수치다. 212억원에 불과했던 총부채가 1년 사이 609억원으로 불어난 게 결정적이었다.
반면 지난해 1분기 기준 201억원이었던 총자본은 78억1200만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1분기에 71억1800만원의 순손실이 쌓인 여파였다. 올해 들어 석 달 만에 2021회계연도 순손실(68억2700만원) 규모를 넘어섰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한다. 급기야 지난해 1분기 기준 50억원이었던 이익잉여금은 80억원대 결손금으로 전환되기에 이르렀다.
‘탈모인 희망’ 어쩌다…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
다만 올해 1분기 순손실 규모는 전환사채 평가에 따른 손실분 72억원이 반영된 장부상 착시현상이라는 걸 감안해야 한다. 전환사채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발생할 뿐, 실질적인 현금 유출은 없다.
부채의 증가와 자본의 감소가 맞물리면서,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779.4%로 높아졌다. 지난해(340.1%)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통상 시장에서는 부채비율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급증한 차입금이 부채 규모를 키운 양상이다.
지난해 1분기 기준 168억원에 불과했던 TS트릴리온의 총차입금은 올해 1분기 기준 445억원으로 확대됐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단기차입금 222억원 ▲유동성 장기차입금 15억원 ▲유동성 리스부채 1억3700만원 ▲사채 77억원 ▲장기차입금 129억원 등이다.
차입금이 크게 불어난 건 물류창고 건립을 위해 외부 자금을 끌어들인 탓이다. TS트릴리온은 지난해 4월 물류창고 건립을 목적으로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동 소재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했는데, 이를 위해 자기자본의 1.7배에 달하는 260억원을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전환사채를 발행해 외부 자금 12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4일 TS트릴리온은 25억원 규모의 금액을 추가 차입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자기자본(149억원) 대비 16.8% 수준이다. 원자재 등 가격 상승에 따른 유동성 자금 확보가 회사 측이 밝힌 이유다.
그나마 지난 4월 결정된 기발행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에 따른 총자본 확충 효과에 힘입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건 긍정적인 요소다. 올해 1분기 기준 TS트릴리온은 총자본이 납입자본금(92억6800만원)을 밑도는 ‘부분자본잠식’ 상태였지만, 120억원 규모의 2회차 전환사채 중 42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에 전환권이 행사됐다.
한계 봉착?
한편 시장에서는 창업주인 장 대표가 작금의 재무적 불안요소를 어떻게 해소할지 주목하고 있다. 장 대표는 2007년 탈모닷컴이 출범한 이래 경영을 총괄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기준 TS트릴리온 지분 61.2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