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집.
선생이 가구를 들어 옮기던 중, 아이가 다가옵니다.
선생은 아이가 오는 걸 확인하고도 매트를 들어 올렸고 중심을 잃은 아이는 넘어지며 가구에 입을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아이가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지만, 선생은 아이를 달랠 생각도 없이 하던 일을 할 뿐입니다.
아이가 사고를 당한 건 오전 11시경, 하지만 선생이 아이의 엄마 A씨에게 전화를 건 시간은 오후 12시30분이 넘어서였습니다.
‘아이의 상태가 양호하고, 잠을 자고 일어나 사과까지 먹었다’는 선생의 말에 A씨 부부는 안심하고 아이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아버지인 B씨는 아이를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3시30분경 하원 한 아이의 옷에는 피가 묻어있었고 입을 열어보니 치아의 균형이 뒤틀려 있었고, 입술이 심하게 찢어져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A씨 부부는 아이를 즉시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의사가 내린 진단은 ‘치아 함입’으로 아동 치아 사고 중 최악으로 꼽히는 사례였습니다.
충격을 받은 아이의 아빠 B씨는 어린이집에 CCTV를 요구했고, 확인 결과 다친 아이를 무려 5시간이나 방치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집 측의 대응은 어딘가 이상했습니다.
아이의 짐을 찾으러 간 B씨는 원장에게 "지금까지 다녔던 보육료를 정산해달라"는 말을 들은 것입니다.
A씨 부부는 이 사건을 서대문구청에 고발했습니다.
그러나 어린이집 측이 받은 제재는 과태료 100만원, 심지어 사건을 담당했던 여성가족과와 아동청소년과에서 어떠한 중간보고도 받지 못했습니다
또 더 충격적인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B씨가 사건을 공론화한 이후 한 학부모가 ‘자신도 비슷한 사례로 고통받았다’며 연락을 해 온 겁니다.
심지어 해당 건은 보육원의 아동학대 사례였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서대문구청 아동복지과는 "시정명령이랑 과태료 처분을 내렸으며 현재 아동학대 수사 중인 사건임으로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처분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아동을 보호해야 할 어린이집에서, 피 흘리는 25개월 아이를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징벌해야 할 공공기관은 정작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이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결국 A씨 부부는 어린이집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B씨는 현 상황에 대해 씁쓸한 심경을 밝혔습니다.
총괄: 배승환
취재&기획: 강운지
촬영&구성&편집: 김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