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외국인학교 수상한 사무실 추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4.12 09:06:42
  • 호수 13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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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이사장 회사가 학교 건물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학교는 범죄로부터 학생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타 시설에 비해 외부인 출입에 더 엄격하다. 하지만 경기수원외국인학교에선 외부인이 자유롭게 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외부인은 사무실이 학교 건물에 있어 출퇴근을 했을 뿐이다. 

경기수원외국인학교(이하 수원외국인학교)는 2006년 9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투자해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에 개교했다. 경기도가 100억원, 지식경제부가 50억원 등 모두 150억원의 건축비를 지원했고, 수원시는 100억원의 터 3만3000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총 250억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됐다.

250억원
혈세 투입

수원외국인학교는 유치원 1학급, 초등학교 5학급, 중학교 3학급, 고등학교 4학급 등 모두 13개 학급(학생 정원 260명)으로 이뤄졌다. 도서관, 체육관(수영장), 강당 등 각종 편의시설과 64실 규모의 기숙사가 설치됐고 초·중·고교 전 과정 13개 학급에 520명의 외국인 학생을 수용하며 200명 중 25%는 내국인에게 할당된다.

장기적으로 이 학교의 학생 정원을 500명으로 늘리고 교육 언어도 영어는 물론 독일어, 일본어까지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히면서 수원 인근 거주 외국인들에게 큰 기대를 품게 했다.

그러던 중 2011년 수원외국인학교에서 교비 불법 전용 문제가 불거졌다. 설립자였던 P씨가 수원외국인학교 교비 136억원을 빼돌려 대전외국인학교 공사대금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나 형사 처벌을 받았다.


경기도와 수원시는 P씨에게서 운영권을 돌려받고자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2019년 10월, 법원의 조정 결정이 내려졌는데 P씨가 교비 30억여원을 학교에 변제하고 미국에 주소지를 둔 비영리법인 ‘효산국제교육재단’에 운영권을 넘기라는 내용이었다.

시민단체는 “효산국제교육재단 이사진이 P씨와 함께 대전외국인학교를 운영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학교 운영권을 넘기지 말아야 된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은 “효산교육재단이 결격사유도 없을 뿐더러 인가를 하지 않으면 학교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법원 결정에 따라 효산국제교육재단에 운영권을 넘겼다. 

2020년 1월 수원시와 효산국제교육재단이 맺은 운영 협약서에는 “효산국제교육재단은 학교 건축물과 토지를 어떤 경우에도 담보물로 제공하거나 임대, 매각, 기타 처분을 할 수 없다”며 “효산국제교육재단이 법령 또는 협약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본 협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임대계약서도 없이 무상 사용
외부인 출입…솜방망이 처벌

그런데 효산국제교육재단이 운영하는 수원외국인학교에 한 중소기업 사무실이 입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8월 에이치앤드씨는 취업 포털사이트에 채용공고를 올렸다. 부동산 임대 및 개발업과 무역업이 주력 사업인 에이치앤드씨의 주소지는 수원외국인학교와 동일했다. 

모집 분야는 사업기획이며 세부 업무 내용으로 보유 부동산 매각, 필요 부동산 매입, 건물 신축과 관련된 업무 소개 등이었다. 이외에도 대관 업무와 민원 신청인 법무 업무도 있었다. 학교와는 전혀 무관한 업무들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11월, 수원 시민 A씨가 에이치앤드씨 위장 사무실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 수면 위로 드러났다. A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에이치앤드씨의 거짓 구인공고를 확인해달라”는 민원을 접수했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이하 경기지청)은 “해당 기업은 수원시를 소재지로 해 채용공고 당시인 8월24일부터 10월23일까지 실제 근무장소가 수원시였음을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결국 지난달 3일 A씨는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에 “에이치앤드씨가 취업 포털사이트를 통해 수원외국인학교 주소로 특정하고 구인모집 광고를 했다. 학교 건물을 기업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에이치앤드씨 본사 사무실이 평택으로 돼있지만 식당이었으며 거짓 장소로 확인됐다. 비슷한 기간 안양, 군포 등을 근무지라고 한 뒤 채용 공고하는 내용이 있어 현장을 확인했으나, 사무실로 이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민원을 넣었다.

이어 “수원외국인학교 내에서 부동산 매매하는 기업이 학교 시설물을 사무실로 사용하는 것이 적법한 것이냐”고 물었다. 

교육청 적발
고작 ‘주의’만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은 “학교시설 사용 허가는 교육 목적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학교의 장이 결정할 사항이다. 해당 학교를 방문해 해당 기업이 행정적 처리 없이 학교시설을 이용하고 해당 기업 직원이 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또 “법인의 모든 재산의 관리책임은 이사장에게, 학교장은 교육용 기본재산과 학교용 보통재산의 운용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해당 기업이 수원외국인학교장의 허가 등 행정적 처리 없이 학교 재산(시설)을 사용한 사실과 관련해 학교 재산(시설)에 대한 관련자의 업무 소홀이 인정되기에 이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고 앞으로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도록 조치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수원교육청에 따르면, 해당 기업이 이용한 건물은 학생 출입이 없는 별도의 건물로, 해당 기업의 물건은 모두 반출된 상태고 직원들 또한 더 이상 학교를 출입하지 않고 있다.

초·중등 교육법 제60조2(외국인학교) 및 ‘외국인학교 및 외국인유치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 제5조(설립 자격)에 의거해 수원외국인학교 운영권이 있는 효산국제교육재단은 비영리외국법인으로 수원외국인학교 운영과 관련해 수원시와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은 학교 운영 관련 검토가 요구되기에 필요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수원시에 통보하는 작업을 마쳤다. 당해 법인이 학교 재산(시설)을 임대계약서 작성 등 행정적인 처리 없이 기업이 무상으로 사용하게 한 사실 등 접수내역을 전달한 것이다.

등기와 다른
실제 사무실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은 해당 기업과 효산국제교육재단 이사장의 연관성을 파악할 수 없어 해당 기업에 대한 조치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해당 기업의 사무실 사용 시기와 해당 조치를 묻는 질문에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시설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을 적발하고 ‘주의’ 촉구를 했다. 사무실 사용 기간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경인미래신문>에 따르면 수원시도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시가 재발 방지를 위해 수원외국인학교에 ‘엄중 경고’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앤드씨는 어떻게 학교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었을까.

이를 위해서는 에이치앤드씨 연혁을 살펴봐야 한다. 에치앤드씨의 시작은 2003년 샘메디칼로 시작했다가 1년 뒤 2004년 씨에스메디케어로 사명을 변경했다. 5년 뒤 씨에스메디케어 대표이사로 이모씨가 취임하는데, 수원외국인학교 운영을 맡는 효산국제교육재단 이사장과 동일인으로 추정된다. 

효산국제교육재단 홈페이지에 이사장 사진과 함께 인사말이 나와 있다. 이씨 밑에서 일했다고 밝힌 A씨에게 효산국제교육재단 이사장 사진을 보여주자 “씨에스메디케어 회장이었던 그 사람이 맞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고용노동부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기업 대표이사를 제외한 근로자 5명이 학교에서 근무했다는 내용과 함께 이씨가 효산교육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학교 건물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근로자 5명 학교로 출퇴근
“별관 사무실 비어서 사용”


<일요시사>가 입수한 녹취록에는 이씨와 관련해 ”에이치앤드씨 전임 대표가 수원외국인학교 이사장이었다. 해당 인물이 이사장이었던 시절 학교에 별관 사무실이 비어있어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언급한 내용이 담겼다.

이어 “해당 주소가 학교다 보니 부동산 등기등본부에 등록하지 않고 평택 사무실로 기재한 뒤 실제 근무는 별관 사무실에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씨가 운영한 씨에스메디케어는 이상한 회사였다. 업무 내용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연수원 관리인 모집, 조경관리, 집사 등 갖은 업무를 직원들에게 시켰다”며 “그뿐 아니라 연장, 휴일수당은 정상적으로 지급하지도 않았다. 모집공고에 표기돼있었는데, 수당에 대해선 면접 때 꼼수를 제안했다”고 이씨가 운영한 회사에 대해 폭로했다.  

이어 “이씨는 ‘실질적으로 야근과 주말 근무도 있다. 주 40시간 이상 초과근무하게 되면 세금을 더 내게 되니 그 나머지 금액은 현금으로 지불할 테니 증거를 남기지 말자’고 말했다. 그 말만 믿고 야근했는데 현금으로 지불하지 않았다”며 “나 말고도 다른 직원들도 초과근무를 거절하면 이씨 말 한마디에 해고를 당했다. 또 연중무휴 근무는 자연스럽게 강요되고 하루만 쉬어도 퇴직 사유가 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는 에이치앤드씨(당시 씨에스메디케어)와 부당 해고와 임금체불건으로 법정 다툼을 벌였다. A씨는 부당해고에 관한 보상으로 280여만원을, 임금체불에 관한 보상으로 100여만원을 회사로부터 받았다. 

에이치앤드씨 사무실은 2004년부터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내에서만 움직였다. 2016년 5월부터 만안구 안양로 모 빌딩 지하에 자리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기자가 해당 주소지를 직접 찾아가 에이치앤드씨에 대해 묻자 해당 건물 관리 경비원은 “이 건물에서 이사간 지 1년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에이치앤드씨가 사용했던 지하 1층은 다른 회사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1년 전
이사 갔다”

현재는 에이치앤드씨 군포지점으로 이름을 바꾼 뒤 주소까지 변경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포지점 주소로 찾아갔지만 회사 간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외국인학교 측은 “해당 내용에 답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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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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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