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발끈 묶은 최재형 “대한민국 1번지 되찾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풀린 신발끈을 다시 묶기 위해서는 걸음을 잠시 멈춰야 한다. 무릎을 굽히고 한 다리로 다른 다리를 지탱하며 느슨해진 신발끈을 조이고 나면 나아가는 걸음에 힘이 붙는다. 정치 입문 후 잠시 멈춰 섰던 ‘정치신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다시 신발끈을 조였다. 이번에는 종로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덜컥 대선에 도전했다. 현 정부의 감사원장을 뒤로하고 야당의 대선 예비 후보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달린 4개월이었다. 결과는 실패. 정치신인이라는 핸디캡은 ‘정치신인 치고 선전했다’는 말로 돌아왔다.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그는 다시 4개월 만에 종로에 섰다. 

감시자에서

국민의힘은 다음 달 9일,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전략공천했다. 최 전 원장은 지난해 7월 감사원장 사퇴 후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7개월 만에 대선 예비후보를 거쳐 국회의원 후보로 결정됐다.

그는 문재인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정권심판’ 선거의 러닝메이트로 함께 뛴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종로의 상징성은 ‘정치 1번지’라는 말로 정리된다. 종로는 민심의 바로미터로도 여겨진다. 실제 종로의 대통령 지지율, 정당 지지율은 전국 평균, 서울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야 어느 한쪽에 표를 몰아주는 텃밭 역할을 한 적도 없다.


윤보선·이명박·노무현 등 종로를 터전으로 삼았던 전직 대통령이 3명이나 될 만큼 그 무게감도 엄청나다. 

여야 모두 종로 선거에 나설 ‘선수’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당장 직전 선거인 21대 총선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로 이낙연 전 국무총리,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황교안 전 당 대표가 나섰다. 21대 총선 최고 ‘빅 매치’로 불린 종로 선거는 이 전 총리의 승리로 끝났다.

이번 보궐선거는 이 전 총리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서면서 의원직을 내려놓은 결과다.

대선 경선 컷오프 이후
전략공천으로 중앙무대에

최 전 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당에서 대한민국의 새 시대를 열어갈 러닝메이트로서 역할을 부여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중앙당 요청의 의미와 종로 주민의 바람을 가슴 깊이 새기고 3월9일 반드시 승리해 새로운 변화의 한 축으로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국민께 대한민국과 국민 행복을 위해 누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 선택을 받는다는 점에서 대선 예비후보나 국회의원 후보나 마찬가지”라며 “다만 대선 경선 때는 보수의 정치철학과 지향을 갖고 있는 후보끼리 더 나은 대한민국에 대한 비전을 놓고 경쟁했다면, 이번 종로 보궐선거는 정치적 신념이 완전히 다른 후보끼리 종로의 새로운 변화와 과거의 지속 간의 경쟁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당’연한 것이 다시 ‘당’연하게 되는 ‘종로’라는 의미의 ‘당당한 종로’를 캐치프레이즈로 잡았다.


최 전 원장은 “문정부 5년이 ‘대한민국의 잃어버린 5년’이었듯이 종로구 또한 민주당 정치인이 국회의원과 지자체를 차지하고 주민 삶에 관여하면서 ‘잃어버린 10년’의 시간을 보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로 주민은 장사도 안되고 아이들 학교도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등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고 말한다. 정말 종로가 대한민국 1번지가 맞느냐고 서글픔과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주민도 많다”며 “대한민국이 새 시대를 열어야 하듯 종로도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전 원장은 낙후된 교육 여건과 각종 규제, 도시재생사업 등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해지면서 많은 주민이 종로를 떠났다고 진단했다. 교육환경과 공공교통체계 개선, 주택 재개발·재건축 정상화, 담장 없는 주민 행복 터전 등을 공약 첫 머리에 내세운 이유다.

결국 이런 부분이 해결돼야 ‘대한민국 1번지’라는 종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청년세대의 미래와 관련된 개혁 과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전 원장은 “문정부 5년 동안 청년세대는 철저히 외면받았다. 이들에게 일자리 기회를 열어줄 노동개혁은 외면됐고, 조국 사태 등으로 드러난 ‘아빠 찬스’가 난무하는 대입제도 개선도 실패했다. 청년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국민연금 개혁은 아예 손도 대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보궐선거 당선자는 선거 다음날부터 바로 임기가 시작된다. 최 전 원장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 그의 역할은 ‘감시자’에서 ‘입법자’로 바뀐다. 그는 “(당선되면)오랜 시간 계속된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과 소외계층을 위한 법·제도적, 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무너진 국가 경제 기초체력을 보완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최 전 원장은 문정부 5년 동안 선심 정책과 방만 재정 운용으로 국가채무가 400조원 이상 늘어나는 등 ‘나랏빚 1000조원 시대’가 도래했고 이 부담을 차기 정부로 넘겼다고 비판했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도약을 위해서는 국가 경제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후보와 러닝메이트
“잃어버린 10년 개혁하겠다”

종로 보궐선거는 대선과 맞물려 또 민주당의 후보 무공천으로 표심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가 이 전 총리의 사퇴에서 비롯된 만큼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은 선거가 끝나는 날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7일 윤 후보,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진행한 종로구 동묘앞 합동유세에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뜨거운 민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국민이 청년의 미래를 빼앗고 국가 개혁과제는 외면한 문재인정부 시즌2를 원하지 않는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그림자가 어린 ‘일단 빚내서 털어먹자’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가와 기업, 근로자와 가정 등 공동체의 모든 영역이 자기다운 제 모습을 찾고 각자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보수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최 전 원장은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 모두가 자기다움을 되찾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입법자로

여전히 여의도의 정치 문법이 낯설고 가끔 그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정치신인’ 최 전 원장은 ‘정치인 최재형’에 대한 평가는 종로 주민과 국민이 현명하게 판단해 주실 것이라고 밝혔다. 소외계층의 현실과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정치인, 정치 이익보다 국민 행복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행동하는 정치인으로 남고 싶다면서 그는 신발끈을 다시 묶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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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