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인터뷰> '국힘 박민영 청년보좌역 VS 민주 서난이 청년 공동선대위원장' 솔직 대담 청년 이야기

“2030은 들러리가 아닙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차철우 기자 = 정치권에 젊은 얼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은 4050세대가 즐비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대통령선거 사무소에는 후드티를 입고 단화를 신은 청년들이 주축이 돼 대선후보를 돕는다. <일요시사>는 양당 선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 정치인들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느 때보다 청년들에 대한 관심이 높은 대선이다. 요즘 MZ세대는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고, 과거보다 미래가 더 암울한 최초의 세대라고 평가받는다. 이런 암담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치개혁에 본인의 미래를 걸고 이번 대선에서 힘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에 호응해 그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고 있고, 선대위에 젊은 피를 여럿 배치해 2030 표심을 자극하는 중이다. 다음은 국민의힘 박민영 청년보좌역과 더불어민주당 서난이 청년 공동선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박] 국민의힘 청년보좌역으로 있는 박민영입니다. 이번 선대위에 청년보좌역으로 추천받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정책본부에서 59초 쇼츠 제작을 비롯해 다양한 정책본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 안녕하세요. 더불어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 선대위원회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난이입니다. 전주시에서는 지역 시의원으로 8년간 활동 중입니다. 


-왜 본인 후보가 당선돼야 하나요?

▲[박] 제가 국민의힘을 선택한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의 지난 5년이 2030세대에게는 최악의 5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문재인정권은 먹고사니즘에 철저히 실패한 정권입니다.

청년 체감 실업률이 27%고, 아예 직업 교육조차 안 받는 니트족이 22%, 은둔 청년도 3.4%입니다. 이건 박근혜정부 때보다 훨씬 늘어난 수치입니다. (문정권 하에서)청년들의 순자산만 35%가 감소했어요. 반면, 집값은 두 배로 올랐죠. 이렇게까지 계층 이동 사다리 자체를 무너뜨린 것이 바로 문정부입니다. 

▲[서] 저희는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얼마나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지 이미 한 번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합니다. 이 후보님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가면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공약 이행률도 96%와 97%에 달합니다. 지금의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사람은 이 후보님뿐입니다. 위기를 돌파해온 경험을 가진 대통령이 지금 이 시대에는 필요합니다. 

-청년들이 선대위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 민주당에선 실제로 청년들이 들러리에 불과할 거예요. 민주당 선대위에선 직함만 위원장 이런 거 주고, 청년들이 선대위 내에서 실질적으로 하는 역할은 없잖아요? 저희는 청년보좌역들이 하고 있는 역할이 굉장히 많아요. 저만 해도, 다양한 권한들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59초 쇼츠 아이템 선정 및 스크립트 작성이 모두 제 선에서 이뤄지고 있어요. 대표님과 본부장님이 결재 정도 해주는 수준에서 바로 업무가 추진되기 때문에, 매우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청년들이 일하고 있죠. AI 윤석열도 마찬가지로 실무자들이 전권을 행사하고 있거든요. 


민감한 것들만 약간의 결재를 거치는 것이지 전반적인 일들은 청년들 선에서 이뤄지고 있어요. 메시지팀 13명의 인원 중에 9명이 청년들이에요. 저희는 이만큼 청년들이 주축이 돼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 국민의힘은 청년들이 청년보좌역 자격으로 회의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보좌역으로서 회의에서 힘 있는 목소리를 내는 데 분명 민주당과 차이가 있을 겁니다. 민주당은 전체회의를 주관하는 본부장 회의에 청년 공동위원장들이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같이 책임을 나누고 권한을 동등하게 나누는 구조에 청년들이 들어가는 거죠. 

넥타이·구두 대신 후드티·단화
여가부 폐지 찬반 극명하게 갈려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공동위원장과 청년들이 직접 의사를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보고하는 형태가 아니라 하고 싶다면 그대로 실행할 수 있어요. 후보께서도 “마음껏 해봐라”며 자율적으로 맡기고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계십니다.

큰 호응을 일으켰던 ‘탈모 공약’도 저희 청년위원장들이 만들었습니다. “이재명은 뽑는 게 아니라 심는 것”이라는 재치 있는 슬로건도 이런 자율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면 나오기 힘들었겠죠.

-정치권에서 청년 정치인 정치 참여에 대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박]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청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아직까지도 부족한 것 같아요. 선거철에 반짝할 것이 아니라 실제 정부를 구성할 때에도 지금만큼 청년들을 대우해줬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윤 후보님이 모든 부처에 청년 보좌역을 배치하겠다고 하셨어요. 사실 이게 어려운 과정은 아닙니다. 각 장관급에, 그리고 총리실에 청년 보좌역을 배치한다면 청년들이 지금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서] 정치권의 벽이 높다는 점이에요. 정치 안에서도 공천이나 경제적 여건에 따라 후보가 되는 과정이 까다로워요. 이런 게 해소돼서 다양한 청년들이 정치를 대변하는 현장에 갈 수 있도록 민주당뿐 아니라 모든 정당이 노력해야 해요. 그래야 “청년은 들러리”라는 소리가 안 나올 겁니다.

-젠더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뭐라고 보시나요?

▲[박] 젠더 갈등과 먹고사니즘의 관계를 주목해야 한다고 봐요. 사실 먹고살기 힘들어지면 누군가를 탓하기 마련이거든요? 우리 사회에 여유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누군가를 탓하게 됐고, 그 연장선상에서 남녀가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물질적인 풍요가 젊은 세대에게 돌아가지 못했고, 그것이 원인이 돼 젠더 갈등이 증폭됐다고 생각해요. 

▲[서] 잘못된 성 역할 교육 탓입니다. ‘남자는 이래야해’ ‘여자는 조신해야 해, 다소곳해야 해’ 등 사회적 관습이 만든 페혜죠. 지금 사회와는 맞지 않은 요구입니다. 요즘 사회에서는 남성이 연약해도 되고 여성이 강해도 됩니다. 여기서 오는 괴리가 지금의 갈등을 만들어냈어요. 이대남(20대 남성)이 느끼는 체감적인 차별, 그리고 이대녀(20대 여성)가 느끼는 체감적인 차별이 갈등 요소의 본질이에요.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의견은?


▲[박] 여성가족부는 젠더 갈등의 화약고라고 생각합니다. 젠더 갈등에는 기구한 역사가 있습니다. 여가부 폐지는 (젠더 갈등 해소의)상징적인 시작이 될 수 있죠.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해서  젠더 갈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여성 정책의 기조를 만들고, 국무회의에 참여해서 의견을 내고, 법안 발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을 기반으로 업무 집행을 해온 것이 여가부거든요.

‘한국 남성들은 잠재적 성 범죄자’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교육에 그 내용들을 반영하고, 각종 여성 단체들을 후원해서 그들을 중심으로 ‘피해 호소인’이라는 괴랄한 용어까지 만들어서 자기의 진영만을 보호해온 게 지금의 여가부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사라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여성가족부는 기본적으로 특임부처 입니다. 특정한 임무를 부여한 부처고, 이것은 늘상 있어야 하는 부처가 아니에요. 임무를 다하면 사라지는 게 맞아요. 여가부를 만들 때는 시대적인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에 만든 것이고, 지금은 그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에 과반 이상의 국민들이 여가부를 폐지에 동의하고 있는 거죠.

현재로선 부처 단위로 존재할 만큼 우리나라의 성평등 문제가 심각하지가 않고, 득보다 실이 많은 여가부가 성평등을 해결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서] 여가부 폐지는 너무 섣부른 판단입니다. 오히려 조금 더 성의 있게 내세웠다면 어느 정도 찬성했겠지만, 지금 국민의힘의 ‘여가부 해체’ 주장에는 대한 정확한 분석이 결여돼있어요. 꼭 박근혜정부의 ‘해경 해체’ 주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문제를 정확히 짚고, 그다음 구조조정 등의 방법을 거친 후 해체를 논의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런데, SNS에 무턱대고 ‘여가부 폐지’라는 슬로건을 올리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에요. 여가부가 성차별을 어떻게 조장했는지, 어떤 행보나 정책이 젠더 갈등을 부추겼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우리 후보님 단점은요…”
당선 가능성? 90% VS 100%

원래 여가부는 한 부모 가정 보육, 성차별, 위안부 피해자 어르신 등에 대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단체입니다. 사회에 꼭 필요한 일들을 수행하고 있는 부처를 설명 없이 폐지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돼요. 여가부 예산은 1조3000억원입니다. 중앙부처 치고는 예산을 그렇게 많이 쓰고 있지도 않죠. 윤 후보께서 우리 사회가 여가부로부터 어떤 효과나 효능감을 느끼고 있는지 조금 더 공부해 보셨으면 해요.

-가족 리스크가 유독 심한 대선인데도, 지지율에는 크게 영향이 없어 보입니다. 

▲[박] (민주당 측에서)리스크라고 광고를 해놨는데, (대중들이)들어보니까 리스크가 아니라 생각해서 그런 거죠. 기업 죽이기식으로 거의 쓰레기 주식을 만들어놨는데, 막상 열어보니까 ‘그 정돈 아니던데?’라는 생각을 하신 것 같아요. 이런 사건이 결정적이지 않을 만큼 네거티브 소재가 형편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김건희씨 리스크는 사라진 것 같고요.

김혜경씨는 본인이 굉장히 떳떳하게 살아온 것처럼 이야기했으나, 막상 사실이 드러나니 가관이었죠. 불법 갑질에, 의전에… 조국 사태 때와 같다고 생각해요. 본인을 고평가하고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포장해왔지만 막상 까보니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가 실망으로 변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게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자신들의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는 거요.

▲[서] 이 후보의 리스크는 과거에 이미 다 나온 내용들이에요. 그래서 지지율 변동에 크게 영향이 없던 것이죠. 최근 이슈의 경우 많은 실망감을 준 것이 사실이었지만, 그만큼 가짜 뉴스가 많았단 것도 사실입니다. 무분별한 흑색선전에 피로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이제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김건희씨의 경우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였는지 의문입니다. 경력을 부풀린 게 위조라고 정확히 얘기해주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기자회견에서 말한 모든 건 윤 후보에게 미안하다는 것 뿐이었어요. 국민의힘이 늘 공정을 이야기하는데 김씨부터 공정해야 하고 오히려 그 부분을 국민의힘에서 확실히 지적해야 합니다. 

-후보의 단점을 하나 꼽자면?

▲[박] 굳이 하나 꼽자면 요즘 살짝 업 되신 점이 있어요. 토론을 거치면서 자신감도 붙고 하다 보니까 조금 상기되신 것 같아요. 그래도 이런 네거티브 같은 건 뒤에서 저희가 대응할 수 있으니까 앞에서는 최대한 포지티브하고 정돈된 모습을 보여주시면 훨씬 더 안정세 있게 선거를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 말을 좀 길게 한다는 점입니다. 요즘 청년들은 말 길게 하는 사람을 싫어하잖아요? 그래도 요즘엔 굉장히 많이 고치셨어요. 최근에는 할 말만 딱 하십니다. 때때로 아쉬움을 표현하시지만 국민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원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몇 %라고 보시나요?

▲[박] 변수가 없다면, 90% 이상이라고 봅니다.

▲[서] 저희는 100%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유권자들에게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박] 유권자 여러분 저희 후보님은 한 말은 지키십니다. 그리고 “본인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면 절대 공식입장이 아니다”라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계십니다. 이전의 검찰총장 같은 모습이지요. 표가 되면 친중을 했다가 반중을 할 수 있고, 표가 되면 선별적 복지를 했다가 보편적 복지를 할 수 있는, 표가 되면 가족이 될 수 있다가 아니게 될 수 있는 그런 후보랑은 차원이 다른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믿고 맡겨주세요.

▲[서] 유권자 여러분 박근혜정부 시즌2를 다시 경험하면 안됩니다. 이번 선거는 다음 세대에게도, 한국 사회가 나아가는 역할에서도 중요한 5년을 맡기는 선거입니다. 이번 선거는 많은 유권자에게 심적으로 고통을 주는 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는 여러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현명한 판단으로 유능한 후보 이재명을 뽑아주세요. 국가 위기 속에서 이 위기를 잘 돌파해 나갈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절실히 고민해 주시길 바랍니다. 


<ingyun@ilyosisa.co.kr>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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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