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꿈나무마을 보도 이후…"수녀님도 때렸다" 증언 나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신부님(창설자 알로이시오 슈월츠 신부)께서 가난의 상징이라면서 수녀님에게 고무신을 신도록 했다. 하지만 수녀님은 그 고무신으로 우리 발바닥을 사정없이 후려쳤다.”(정경아‧가명) “외부 사람들이 오는 행사가 있으면 수녀님이 ‘집에 가서 계산하자’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잘못한 애들을 기억해놨다가 시설로 돌아가서 때리는 것이다.”(김서희‧가명) “수녀님께 ‘한심하다’ ‘덜 떨어졌다’ ‘호구’ 같은 말을 매일 듣고 자랐다. 뭘 잘못한 것도 없는데 늘 수녀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었다.”(조두영‧가명)

<일요시사>는 지난 10월 아동보육시설인 서울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단독> 매질에 정신병원까지…천주교 산하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고발). 이후 서울 꿈나무마을(2020년 위탁 종료)과 부산 소년의집, 두 시설의 운영 주체인 재단법인 마리아수녀회에 대한 제보가 쏟아졌다. 

엄마 수녀?

<일요시사>는 대면, 전화, 이메일 등의 방법으로 제보자를 만났다. 4~5년 전 시설을 퇴소한 원생부터 이미 시설을 떠난 지 20여년이 흐른 졸업생까지 많은 제보자가 생전 처음 자신의 ‘집’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아동학대의 주체로 일부 수녀를 꼽은 이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초반 부산 소년의집에서 퇴소한 정경아(가명)씨는 아직도 마음에 맺힌 응어리가 풀리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평범한 일상을 지내다가도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오르곤 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문도 모르고 당한 학대의 기억이 정씨의 인생을 송두리째 지배하고 있었다. 


3층 침대, 세면장, 아침 자습, 우유와 식빵, 그리고 고무신. 30명의 아이들이 한 방에서 공동생활을 했다. 아침 6~7시에 일어나 옷을 입고 세면장으로 향했다. 수녀님이 정해준 시간 안에 아침 일과를 마치지 못하면 어김없이 불호령이 떨어졌다.

6명씩 5조로 앉아 줄 노트에 자습을 했다. 수녀님이 미사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30명의 노트가 가지런히 놓여 있어야 했다. 

정씨는 당시 아침으로 딸기잼, 땅콩버터, 햄, 치즈 등을 속으로 한 식빵과 우유가 자주 나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자습을 다 못한 애들, 글씨를 못 쓴 애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우유 한 잔만 주어진 것이다.

그는 “‘우유 마시고 꺼져’라고 했던 그 수녀님의 말투가 기억난다. 12시 점심시간까지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모른다. 정말 서러웠다”고 진저리를 쳤다.

정씨는 살이 찔 틈이 없었다. 먹는 것도 부실했지만 하루 종일 수녀의 눈치를 보느라 온 신경이 곤두서있던 탓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저녁에 잠들 때까지 ‘어떻게 하면 수녀님에게 혼나지 않을까’ 이 문제가 정씨의 지상 과제였다. 

첫 보도 이후 제보 이어져
신체적‧정신적 학대 주장

고무신으로 30대를 때리는데 중간에 피하면 1대부터 다시 시작됐다. 다 맞고 나면 발바닥에 피가 맺혀 걸을 수가 없었다. 머리채를 잡고 빙빙 돌리는 이른바 ‘농악놀이’를 당하면 목이 축축 쳐졌다. 샤워 시간에 벽을 잡으라 한 뒤 대야로 온몸을 때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시설 어디에서도 늘 맞는 소리가 들렸다. 

정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수녀님이 한 아이에게 옷을 벗으라 했다. 말을 잘 안 들었다는 이유였다. 그 아이가 거부하자 가위를 가져와 옷을 사정없이 잘랐다. 팬티, 브래지어 할 것 없이 말 그대로 전부 잘라 버렸다. 침방 한 구석에 알몸 상태로 웅크리고 있던 그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고 말했다.

정씨와 비슷한 시기 소년의집에서 퇴소한 김서희(가명)씨의 기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음식에 벌레를 섞어주며 먹으라고 강요했던 일, 6명씩 만든 조별로 차별을 받았던 일, 외부 행사에서 잘못을 하면 ‘집에 가서 계산하자’는 수녀의 말에 몇 시간 동안 덜덜 떨었던 일 등 김씨는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조두영(가명)씨의 사정은 좀 더 심각했다. 정씨와 김씨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시설을 떠난 조씨는 삶에 대한 미련이 희미했다. 마음에 남은 건 분노뿐이었다. 신체적‧정신적으로 자신을 학대한 보육교사와 수녀에 대한 증오가 삶의 원동력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죽이고 싶다’ ‘복수하고 싶다’는 말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기절할 때까지 맞은 적도 있다는 조씨의 고백은 담담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정말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줄넘기 줄로 목을 맸다 실패한 기억을 이야기 할 때도, 누워있는 자신의 얼굴을 짓밟은 수녀에 대해 말할 때도 조씨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자신이 맞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보고 외면했던 수녀에 대해 말할 때는 끝내 울먹였다. 

조씨는 “여느 때처럼 방안에서 맞고 있는데, 수녀님이 문을 열었다. 눈빛으로 도와달라고 했는데 다시 문을 닫더라. 하지 말라고, 때리지 말라고 말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털어놨다. 저항의 대가는 가혹한 폭행으로 이어졌기에 그는 죽은 듯이 맞았다고 했다.

조용히 지내지 않으면 다른 시설로 보낸다는 말이 족쇄였다. 

조씨는 “1년에 한 번씩 수녀님하고 보육교사가 바뀐다. 모든 보육교사와 수녀님이 나빴던 건 아니다. 내가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체념한 듯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 당한 폭행으로 신체 일부에 영구적 손상을 입은 조씨는 자신의 꿈도 포기한 지 오래다. 다쳤을 당시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해 망가진 신체는 조씨의 꿈을 잡아먹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우울감, 망가진 몸은 스스로에 대한 학대로 이어졌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조씨는 자해를 했다. 샤프로 배를 찌르고, 발톱을 뽑고, 몸을 깨물고, 종이를 구겨 손가락을 찌르는 등 통증을 느껴야만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토로했다.

사과 바랐지만
싸늘한 반응만

실제 출신지 확인을 위해 조씨가 챙겨온 주민등록 초본은 잔뜩 구겨진 상태였다. 취재진이 인사와 함께 건넨 명함도 인터뷰 말미엔 너덜너덜해졌다.  


아동학대를 주장하는 이들이 바란 건 대단한 게 아니었다. 꿈나무마을, 소년의집에서 일어난 아동학대를 인정하고, 진정으로 사과하길 바랐다. 정씨는 몇 년 전 마리아수녀회를 찾아가 한 수녀에게 ‘그때 자신을, 우리들을 왜 그렇게 때렸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했다.

하지만 수녀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정씨는 “수녀님들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씨 역시 최근 시설을 찾아 수녀에게 과거에 대한 기억을 털어놨다. 긴 시간 동안 혼자 꽁꽁 싸매고 있던 기억의 봉인을 풀어헤친 것이다. 조씨는 “내 말을 다 들은 수녀님은 마치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듯이 웃었다. 이후 전화를 걸어온 보육교사들은 ‘고소만은 하지 말아 달라’ ‘난 그런 적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는 말만 했다”고 허탈해 했다. 

앞서 마리아수녀회 측은 <일요시사> 첫 보도 이후 입장문을 내놨다.

그들은 “수녀회가 1964년 이후 약 58년 동안 세상에 태어나 ‘엄마 수녀’의 품과 손의 온기로 성장한 ‘우리 아이들’과의 천륜을 지키고자 한다”며 “자식이 부모에게 돌을 던지려는 감정을 부추기며 오히려 예리한 칼을 쥐어주는 그릇된 조력자들을 향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꿈나무마을에서 생활했던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그리고 지금 꿈나무마을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위해 거짓 제보로 인한 어떠한 오해나 편견, 상처들이 증폭되는 행위를 자제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일요시사>가 만난 제보자들은 ‘그릇된 조력자’ ‘거짓 제보’라는 입장문 속 표현에 크게 상처 입었다.

“그저 시설에서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조씨) “언젠간 이 문제가 세상에 알려질 것이라 생각해 오랫동안 기다렸다. 그런데 수녀님은 우리 이야기를 모두 거짓이라 생각하는 듯하다.”(김씨) “지훈이의 이야기를 보고 놀란 건 30년 전에 있었던 일이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수녀님들은 그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정씨)

악마 수녀?

마리아수녀회 측은 수녀의 아동학대 의혹에 대해 “기자님도, 저희도 분명한 사실 확인이 있어야 한다”면서 “저희는 지난 60여년간 우리의 자녀들을 세상의 차가운 시선과 상처로부터 보호하고자 했던 엄마 수녀의 역할을 해왔고 그 역할에 충실하려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에겐 충분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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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