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급' 역대 최대 민주당 선대위 해부

사공 많아 산으로 갈라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호의 출항식이 거하게 치러졌다. 최종 대선후보로 당선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출항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준 넥타이를 매고 등장해 ‘융합형 선대위’의 출발을 국민에게 알렸다. 그동안 대립을 이어오던 모든 경선 후보와는 물론, 청와대와도 ‘원팀’이 되겠다는 상징적인 표시였다.

정치권에서는 큰 규모의 선거캠프를 흔히 ‘매머드’에 비유한다. 매머드는 ‘맘모스’로 널리 알려진 고대 동물로, 코끼리보다 키가 1m 이상 크고, 몸무게는 1t 이상 더 나가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괴수다. 

‘융합형’
사세 과시

상상할 수 있는 크기보다 훨씬 큰 규모를 비유할 때, 오래 전 멸종되어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는 동물인 ‘매머드’를 비유에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캠프를 ‘코끼리급’으로 만든 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선대위다.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돔에는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 후보의 선대위 공식 출범식이 이곳에서 열린 것.

최근 경선 흥행몰이에 성공한 국민의힘을 의식한 듯, 이날 출범식에는 경선 경쟁자 5인을 비롯한 499명의 민주당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499명은 제1단계 ‘위드 코로나’ 인원 제한 규칙하에 모일 수 있는 최대 인원이다. 


참석자 중 현역 의원만 169명이었는데 이 정도 숫자의 현역 의원들이 한 사람의 당선을 돕기 위해 일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당시 최대 규모라 일컬어지던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선대위보다 약 50명이나 더 많다.

출범식 오프닝에는 유명 대중가수 HOT가 부른 노래 ‘빛’이 울려 퍼졌다. 이 노래 중간엔 “마주 잡은 두 손으로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가요”라는 가사가 등장했다.

지난 몇 달간 서로를 낙마시키기 위해 칼을 맞댔던 경선 후보들이 하나가 되어 ‘정권 재창출’로 나아가자는 의미였다.

‘원팀’ 참여에 대한 의심을 많이 받아온 이낙연 전 대표와 날선 비판을 지속했던 박용진 의원도 이날 이 후보와 ‘두 손’을 맞잡고 함께 이재명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했다.

이 전 대표는 ‘이 후보를 지지 연설문’을 통해 “민주당에는 민주당만의 내부 문화가 있다. 경쟁할 때는 경쟁해도, 하나 될 때는 하나 됐다”며 “서로 다투더라도 울타리를 넘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며 전진했고 우리는 그런 자랑스러운 문화를 지키고 가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훈·홍영표 등 이낙연 인사 공동위원장
현역 의원 169명 참여…문보다 50명 많아


박 의원 역시 “이재명은 변화를 상징하는 사람이다. 그의 삶과 정치 역정처럼 변화와 개혁의 정당이 돼야 한다”며 “내가 앞장서겠다. 원팀을 넘어 빅팀으로 빅팀을 넘어 윈(win)팀으로 나아가자”고 힘줘 외쳤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경쟁자였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최종 후보의 당선을 도와주는 그림에 민주당원들은 감동했다.

그러나, 비민주당원들의 눈에는 의아했고, 더 나아가 낯 부끄럽기까지 했다. <일요시사>가 취재 중 만난 한 정계 인물은 “참 뻔뻔한 사람들이라 생각했지만, 이런 경우를 여의도에서 한두 번 봐온 게 아니기에 그냥 할리우드 연예 뉴스 보듯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선 기간 각 캠프는 서로 간 주워 담을 수 없는 말들을 너무 많이 뱉어왔다. 게다가 그런 말을 아직 주워 담지 못한 채 ‘이재명 대선호’에 탑승한 인물들이 존재하는 탓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민주당 설훈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설 의원은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재명 후보 구속’을 언급하며 그를 궁지에 몰아넣으려 한 인물이다.

이낙연 캠프의 좌장 역할을 맡아온 설 의원은 경선이 끝난 후에도 무효표 처리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며 “이재명 후보를 민주당 최종 대선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랬던 그가 지난달 15일 이 후보를 만나 악수하고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더니, 얼마 뒤엔 급기야 이재명 대선호의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맡았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설 의원과 함께 이재명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된 그는 경선 기간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 이 후보와 대립각을 세워온 인물이다.

홍 의원은 ‘친문(친 문재인)’ 계파의 핵심 의원으로, 이 후보의 ‘문준용 발언’ 등 갖가지 이슈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던 바 있다. 이런 인물이 다 같이 모여 손을 잡자고 하니, 일반 국민들이 의아해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원팀? 
각 팀?

민주당은 이번 선대위를 ‘융합형 선대위’라 명명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인사들이 ‘융합’해 ‘원팀’을 구성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4년 전 문재인 선대위 때 나온 ‘용광로 선대위’와도 뜻이 유사하다. 이름뿐 아니라, 모든 면이 그때의 선대위와 흡사하다.

민주당 전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대립했던 모든 경선 후보가 ‘원팀’이 되어 최종 후보를 지켜주고 있으며, 각 후보 캠프 인력 대부분이 선대위에 합류해 힘을 보태고 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선대위 내에 이재명 계파가 소수라는 것.

2017년 대선에 처음 도전할 당시부터 이 후보를 도왔던 정성호 의원과 그를 필두로 구성된 이른바 ‘7인회(정성호·김병욱·김영진·임종성·김남국·문진석·이규민)’는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될 수 있으나, ‘이해찬계’ ‘박원순계’ ‘민평련계’ 등 민주당 주류인 그 외의 계파들은 엄밀히 말해 애시당초 이 후보와 결을 달리해왔던 이들이다.

반면, 2017년 ‘용광로 선대위’에는 친문 의원들이 절대 다수였다.

15인의 공동선대위원장 중 김진표·박병석·김부겸·이종걸 등 4명과 총광본부장을 맡은 송영길 의원, 공보팀에서 일한 민병두·박광온 의원 등 비문(비 문재인)계 인사도 선대위에 제법 참여했었다.

하지만, 공식 인사만 430여명이었던 ‘용광로 선대위’에는 문 대통령과 정치적 역경을 함께 겪어온 의원이 대다수였고, 그가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친문 인사들이 캠프의 중심에 자리 잡은 후, 비문 인사를 영입해 외연을 확장해나가는 양상을 띤 것이다. 이재명의 ‘융합형 선대위’에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어딘가 찝찝한 이유를 여기서 찾곤 한다.


선대위 중심에 진짜 ‘이재명계’ 의원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브레인
총집합

이 같은 ‘불편한 동거’를 할 때는 캠프 ‘브레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장이 역할을 잘해야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듯, ‘브레인’ 역할을 하는 선대위 인물들이 제몫을 다해야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선대위의 가장 중요한 요직에 포진된 인물들이 바로 이 ‘브레인’ 역할을 해야 한다.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요직은 총괄·상황·공보·비서실, 총 네 개다.

‘융합형 선대위’의 총괄선대본부장에는 캠프의 총괄직을 맡았던 5선의 조정식 의원이 임명됐다. 총괄은 말 그대로 전체를 보고 선대위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므로, 무게감 있는 의원이 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민주당 안에는 4~5선급의 무게감 있는 의원 자체가 희귀하고, 조 의원보다 선거 경험이 많은 의원은 없다. 비록 전통 ‘이재명계’가 아닌 이해찬 전 대표의 최측근 출신이나, 이 후보와 비교적 관계가 좋은 ‘이해찬계’이고, 이 후보 전국지지 모임인 ‘민주평화광장’의 공동 대표이니, 조 의원만큼 적임자가 없다는 게 민주당 측 분위기다.

상황실장직에는 김영진·조응천·진성준·고민정 의원이 포진됐다. 이 중 재선의 김영진 의원이 상황실의 리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7인회’에 소속된 이 후보의 최측근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김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도 이재명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으며 매끄럽게 캠프를 운영해왔고, 이 후보와 많은 소통을 하고 있으며, 민주당 경선 초반엔 이낙연 전 대표의 ‘탄핵 찬성 의혹’을 제기해 이재명 캠프의 간판 공격수로 등극한 바 있다.

그는 이 후보의 의중을 가장 빠르게 파악하는 인물로 당내에서 정평이 나있기도 하다.

또 다른 주요직인 공보단 수석대변인에는 고용진·박찬대·오영훈·조승래 총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주목해야할 인물은 재선의 고용진 의원.

‘한 지붕 대가족’ 복심 역할론 부각
총괄·상황·공보·비서실 요직은?

민주당 수석대변인이기도 한 고 의원은 이재명 캠프에서 일하며 ‘이 후보 지키기’에 온 힘을 다해온 인물이다. 그는 대장동 이슈 등 각종 공세에 대항해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내며 이 후보를 보호해왔다. 그는 이번 선대위에서도 같은 역할을 부여받았다. 

비서실에는 총 8명의 이름이 올라왔다. 비서실장에 박홍근·최인호, 부실장에 천준호·허종식·정진상·강희용, 정무조정실장엔 강훈식, 수행실장엔 한준호다.

선대위의 비서들은 후보의 일정 담당, 후보의 대외 메시지 파악 등 가장 가까이서 후보를 돕는 일을 수행한다. 정계에서는 비서가 ‘핵심 중의 핵심’이라는 평가가 파다하다.

매일 후보와 소통하는 일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업무의 특성상, 비서들의 ‘상하 관계’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대신 ‘후보와의 친밀도’가 비서 간의 직급을 나누는 척도로 사용된다. 비서는 후보와 친밀할수록, 선대위 내에서 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비서실 8인 중 가장 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아무래도 부실장직의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이다. 이 후보가 공식석상에서 “나의 최측근”이라고 언급하기도 한 그는 이 후보의 정치 인생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오고 있다. 

정 전 실장은 1995년 성남시민모임 시절부터 약 25년간 이 후보의 곁에 있었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 일했을 때는 정책실장을, 이 후보가 경선 주자로 뛸 때는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직을 수행했다.

그야말로 이재명의 복심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문재인에게 양정철이 있었다면, 현재 이재명에겐 정진상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민주당 측 사람들은 이번 선대위 구성원 중 정 전 실장이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측근
비서 8인

이외에도 이 후보의 측근으로는 경기·성남 라인의 김용 전 성남시의원, 김현지 전 경기도 비서관, 김남준 전 대변인 등이 있다. 김용 전 의원과 김현지 전 비서관, 김남준 대변인 모두 선대위 실무진에 포함돼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뛰어들었고, 이들 또한 선대위의 ‘브레인’으로서 일할 예정이다. ‘한 지붕 아래 대가족’인 민주당의 선대위에서 ‘브레인’ 역할을 맡은 이재명의 복심들의 어깨는 매우 무거워졌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17년 문의 복심들 각양각색 말로 

4년 전 출범했던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도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일컬어지는 인물이 다수 포진됐었다.

그중 언론에서 가장 많이 회자됐던 핵심 3인방은 김경수·양정철·임종석이다.

문재인 후보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만든 3인방의 현재는 어떨까?

화려한 앞날을 맞이할 줄 알았던 3인의 현재는 각양각색의 길을 걷고 있다.

우선 가장 비참한 상황을 맞이한 인물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다.

그는 지난 7월26일 교도소에 수감돼 아직까지도 형을 살고 있다. 그의 죄목은 불법 여론조작.

김 전 지사는 ‘댓글 조작’ 혐의를 받아 오랜 시간 재판을 받아왔다.

문제가 된 것은 ‘킹크랩’이라는 댓글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인데, 사법부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업로드를 ‘여론조작’의 일환으로 인정했고, 김 전 지사가 이것을 주도한 사람이라 판단했다.

김 전 지사는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1심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된 그는 77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지난 7월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해 청원교도소에 재수감된 상태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해외로 떠났다.

이때 문 대통령은 그를 끝까지 만류하며 청와대 입성을 제안했으나 “문정부의 요직을 맡지 않겠다”는 양 원장의 뜻은 매우 확고했던 바 있다.

양 전 원장은 2017년 대선 후에 뉴질랜드, 일본 등 여러 나라를 떠돌며 한동안 정계와 거리를 둔 뒤, 2019년 4·15 총선에 돌아와 민주당을 위해 잠시 일했다.

이후 또 다시 정계를 떠난 그는 아직까지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3인방 중 임종석 비서실장만 유일하게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는 2017년 문 대통령의 비서실장직에 임명되며 약 2년간 대통령 최측근으로 일했고, 2018년에는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아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바 있다.

지난해 외교안보특별보좌관직으로 직함을 바꿔 아직까지 문 대통령의 곁에서 일하고 있다.


<기사 속 기사> 선대위 출범식 이재명 ‘박정희’ 언급, 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입에서 이례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칭찬 아닌 칭찬이 나왔다. 언론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선대위 출범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며 “이재명정부는 탈탄소 시대를 질주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밝혔다.

골자는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의지였으나, 많은 언론이 그 앞에 부연설명에 더욱 집중했다.

언론은 “박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가 대한민국 산업화의 밑거름이 되어 국가적 부흥을 이끌었다”는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에 이 후보가 사실상 동의한 것이 아니냐고 해석했다.

박 대통령은 독재자였고, 동시에 국가 경제 부흥을 이끈 인물이다. 이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는 늘 양극단으로 나뉜다. 평가의 양 끝에는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있다.

이 후보는 비판하는 극단에서 박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칭찬한 것이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문재인 정권이 갖고 있는 기본 노선에서 이탈한 것”이라며 “보수의 프레임을 끌고 왔다는 것은 소득주도 성장론(문 정권의 핵심 경제정책)자체가 사실은 실패했다는 걸 자인한 것”이라며 이 후보의 발언을 평가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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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