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급' 역대 최대 민주당 선대위 해부

사공 많아 산으로 갈라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호의 출항식이 거하게 치러졌다. 최종 대선후보로 당선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출항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준 넥타이를 매고 등장해 ‘융합형 선대위’의 출발을 국민에게 알렸다. 그동안 대립을 이어오던 모든 경선 후보와는 물론, 청와대와도 ‘원팀’이 되겠다는 상징적인 표시였다.

정치권에서는 큰 규모의 선거캠프를 흔히 ‘매머드’에 비유한다. 매머드는 ‘맘모스’로 널리 알려진 고대 동물로, 코끼리보다 키가 1m 이상 크고, 몸무게는 1t 이상 더 나가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괴수다. 

‘융합형’
사세 과시

상상할 수 있는 크기보다 훨씬 큰 규모를 비유할 때, 오래 전 멸종되어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는 동물인 ‘매머드’를 비유에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캠프를 ‘코끼리급’으로 만든 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선대위다.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돔에는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 후보의 선대위 공식 출범식이 이곳에서 열린 것.

최근 경선 흥행몰이에 성공한 국민의힘을 의식한 듯, 이날 출범식에는 경선 경쟁자 5인을 비롯한 499명의 민주당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499명은 제1단계 ‘위드 코로나’ 인원 제한 규칙하에 모일 수 있는 최대 인원이다. 

참석자 중 현역 의원만 169명이었는데 이 정도 숫자의 현역 의원들이 한 사람의 당선을 돕기 위해 일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당시 최대 규모라 일컬어지던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선대위보다 약 50명이나 더 많다.

출범식 오프닝에는 유명 대중가수 HOT가 부른 노래 ‘빛’이 울려 퍼졌다. 이 노래 중간엔 “마주 잡은 두 손으로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가요”라는 가사가 등장했다.

지난 몇 달간 서로를 낙마시키기 위해 칼을 맞댔던 경선 후보들이 하나가 되어 ‘정권 재창출’로 나아가자는 의미였다.

‘원팀’ 참여에 대한 의심을 많이 받아온 이낙연 전 대표와 날선 비판을 지속했던 박용진 의원도 이날 이 후보와 ‘두 손’을 맞잡고 함께 이재명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했다.

이 전 대표는 ‘이 후보를 지지 연설문’을 통해 “민주당에는 민주당만의 내부 문화가 있다. 경쟁할 때는 경쟁해도, 하나 될 때는 하나 됐다”며 “서로 다투더라도 울타리를 넘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며 전진했고 우리는 그런 자랑스러운 문화를 지키고 가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훈·홍영표 등 이낙연 인사 공동위원장
현역 의원 169명 참여…문보다 50명 많아

박 의원 역시 “이재명은 변화를 상징하는 사람이다. 그의 삶과 정치 역정처럼 변화와 개혁의 정당이 돼야 한다”며 “내가 앞장서겠다. 원팀을 넘어 빅팀으로 빅팀을 넘어 윈(win)팀으로 나아가자”고 힘줘 외쳤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경쟁자였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최종 후보의 당선을 도와주는 그림에 민주당원들은 감동했다.

그러나, 비민주당원들의 눈에는 의아했고, 더 나아가 낯 부끄럽기까지 했다. <일요시사>가 취재 중 만난 한 정계 인물은 “참 뻔뻔한 사람들이라 생각했지만, 이런 경우를 여의도에서 한두 번 봐온 게 아니기에 그냥 할리우드 연예 뉴스 보듯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선 기간 각 캠프는 서로 간 주워 담을 수 없는 말들을 너무 많이 뱉어왔다. 게다가 그런 말을 아직 주워 담지 못한 채 ‘이재명 대선호’에 탑승한 인물들이 존재하는 탓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민주당 설훈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설 의원은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재명 후보 구속’을 언급하며 그를 궁지에 몰아넣으려 한 인물이다.

이낙연 캠프의 좌장 역할을 맡아온 설 의원은 경선이 끝난 후에도 무효표 처리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며 “이재명 후보를 민주당 최종 대선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랬던 그가 지난달 15일 이 후보를 만나 악수하고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더니, 얼마 뒤엔 급기야 이재명 대선호의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맡았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설 의원과 함께 이재명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된 그는 경선 기간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 이 후보와 대립각을 세워온 인물이다.

홍 의원은 ‘친문(친 문재인)’ 계파의 핵심 의원으로, 이 후보의 ‘문준용 발언’ 등 갖가지 이슈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던 바 있다. 이런 인물이 다 같이 모여 손을 잡자고 하니, 일반 국민들이 의아해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원팀? 
각 팀?

민주당은 이번 선대위를 ‘융합형 선대위’라 명명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인사들이 ‘융합’해 ‘원팀’을 구성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4년 전 문재인 선대위 때 나온 ‘용광로 선대위’와도 뜻이 유사하다. 이름뿐 아니라, 모든 면이 그때의 선대위와 흡사하다.

민주당 전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대립했던 모든 경선 후보가 ‘원팀’이 되어 최종 후보를 지켜주고 있으며, 각 후보 캠프 인력 대부분이 선대위에 합류해 힘을 보태고 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선대위 내에 이재명 계파가 소수라는 것.

2017년 대선에 처음 도전할 당시부터 이 후보를 도왔던 정성호 의원과 그를 필두로 구성된 이른바 ‘7인회(정성호·김병욱·김영진·임종성·김남국·문진석·이규민)’는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될 수 있으나, ‘이해찬계’ ‘박원순계’ ‘민평련계’ 등 민주당 주류인 그 외의 계파들은 엄밀히 말해 애시당초 이 후보와 결을 달리해왔던 이들이다.

반면, 2017년 ‘용광로 선대위’에는 친문 의원들이 절대 다수였다.

15인의 공동선대위원장 중 김진표·박병석·김부겸·이종걸 등 4명과 총광본부장을 맡은 송영길 의원, 공보팀에서 일한 민병두·박광온 의원 등 비문(비 문재인)계 인사도 선대위에 제법 참여했었다.

하지만, 공식 인사만 430여명이었던 ‘용광로 선대위’에는 문 대통령과 정치적 역경을 함께 겪어온 의원이 대다수였고, 그가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친문 인사들이 캠프의 중심에 자리 잡은 후, 비문 인사를 영입해 외연을 확장해나가는 양상을 띤 것이다. 이재명의 ‘융합형 선대위’에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어딘가 찝찝한 이유를 여기서 찾곤 한다.

선대위 중심에 진짜 ‘이재명계’ 의원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브레인
총집합

이 같은 ‘불편한 동거’를 할 때는 캠프 ‘브레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장이 역할을 잘해야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듯, ‘브레인’ 역할을 하는 선대위 인물들이 제몫을 다해야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선대위의 가장 중요한 요직에 포진된 인물들이 바로 이 ‘브레인’ 역할을 해야 한다.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요직은 총괄·상황·공보·비서실, 총 네 개다.

‘융합형 선대위’의 총괄선대본부장에는 캠프의 총괄직을 맡았던 5선의 조정식 의원이 임명됐다. 총괄은 말 그대로 전체를 보고 선대위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므로, 무게감 있는 의원이 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민주당 안에는 4~5선급의 무게감 있는 의원 자체가 희귀하고, 조 의원보다 선거 경험이 많은 의원은 없다. 비록 전통 ‘이재명계’가 아닌 이해찬 전 대표의 최측근 출신이나, 이 후보와 비교적 관계가 좋은 ‘이해찬계’이고, 이 후보 전국지지 모임인 ‘민주평화광장’의 공동 대표이니, 조 의원만큼 적임자가 없다는 게 민주당 측 분위기다.

상황실장직에는 김영진·조응천·진성준·고민정 의원이 포진됐다. 이 중 재선의 김영진 의원이 상황실의 리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7인회’에 소속된 이 후보의 최측근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김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도 이재명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으며 매끄럽게 캠프를 운영해왔고, 이 후보와 많은 소통을 하고 있으며, 민주당 경선 초반엔 이낙연 전 대표의 ‘탄핵 찬성 의혹’을 제기해 이재명 캠프의 간판 공격수로 등극한 바 있다.

그는 이 후보의 의중을 가장 빠르게 파악하는 인물로 당내에서 정평이 나있기도 하다.

또 다른 주요직인 공보단 수석대변인에는 고용진·박찬대·오영훈·조승래 총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주목해야할 인물은 재선의 고용진 의원.

‘한 지붕 대가족’ 복심 역할론 부각
총괄·상황·공보·비서실 요직은?

민주당 수석대변인이기도 한 고 의원은 이재명 캠프에서 일하며 ‘이 후보 지키기’에 온 힘을 다해온 인물이다. 그는 대장동 이슈 등 각종 공세에 대항해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내며 이 후보를 보호해왔다. 그는 이번 선대위에서도 같은 역할을 부여받았다. 

비서실에는 총 8명의 이름이 올라왔다. 비서실장에 박홍근·최인호, 부실장에 천준호·허종식·정진상·강희용, 정무조정실장엔 강훈식, 수행실장엔 한준호다.

선대위의 비서들은 후보의 일정 담당, 후보의 대외 메시지 파악 등 가장 가까이서 후보를 돕는 일을 수행한다. 정계에서는 비서가 ‘핵심 중의 핵심’이라는 평가가 파다하다.

매일 후보와 소통하는 일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업무의 특성상, 비서들의 ‘상하 관계’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대신 ‘후보와의 친밀도’가 비서 간의 직급을 나누는 척도로 사용된다. 비서는 후보와 친밀할수록, 선대위 내에서 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비서실 8인 중 가장 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아무래도 부실장직의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이다. 이 후보가 공식석상에서 “나의 최측근”이라고 언급하기도 한 그는 이 후보의 정치 인생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오고 있다. 

정 전 실장은 1995년 성남시민모임 시절부터 약 25년간 이 후보의 곁에 있었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 일했을 때는 정책실장을, 이 후보가 경선 주자로 뛸 때는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직을 수행했다.

그야말로 이재명의 복심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문재인에게 양정철이 있었다면, 현재 이재명에겐 정진상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민주당 측 사람들은 이번 선대위 구성원 중 정 전 실장이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측근
비서 8인

이외에도 이 후보의 측근으로는 경기·성남 라인의 김용 전 성남시의원, 김현지 전 경기도 비서관, 김남준 전 대변인 등이 있다. 김용 전 의원과 김현지 전 비서관, 김남준 대변인 모두 선대위 실무진에 포함돼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뛰어들었고, 이들 또한 선대위의 ‘브레인’으로서 일할 예정이다. ‘한 지붕 아래 대가족’인 민주당의 선대위에서 ‘브레인’ 역할을 맡은 이재명의 복심들의 어깨는 매우 무거워졌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17년 문의 복심들 각양각색 말로 

4년 전 출범했던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도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일컬어지는 인물이 다수 포진됐었다.

그중 언론에서 가장 많이 회자됐던 핵심 3인방은 김경수·양정철·임종석이다.

문재인 후보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만든 3인방의 현재는 어떨까?

화려한 앞날을 맞이할 줄 알았던 3인의 현재는 각양각색의 길을 걷고 있다.

우선 가장 비참한 상황을 맞이한 인물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다.

그는 지난 7월26일 교도소에 수감돼 아직까지도 형을 살고 있다. 그의 죄목은 불법 여론조작.

김 전 지사는 ‘댓글 조작’ 혐의를 받아 오랜 시간 재판을 받아왔다.

문제가 된 것은 ‘킹크랩’이라는 댓글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인데, 사법부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업로드를 ‘여론조작’의 일환으로 인정했고, 김 전 지사가 이것을 주도한 사람이라 판단했다.

김 전 지사는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1심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된 그는 77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지난 7월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해 청원교도소에 재수감된 상태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해외로 떠났다.

이때 문 대통령은 그를 끝까지 만류하며 청와대 입성을 제안했으나 “문정부의 요직을 맡지 않겠다”는 양 원장의 뜻은 매우 확고했던 바 있다.

양 전 원장은 2017년 대선 후에 뉴질랜드, 일본 등 여러 나라를 떠돌며 한동안 정계와 거리를 둔 뒤, 2019년 4·15 총선에 돌아와 민주당을 위해 잠시 일했다.

이후 또 다시 정계를 떠난 그는 아직까지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3인방 중 임종석 비서실장만 유일하게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는 2017년 문 대통령의 비서실장직에 임명되며 약 2년간 대통령 최측근으로 일했고, 2018년에는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아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바 있다.

지난해 외교안보특별보좌관직으로 직함을 바꿔 아직까지 문 대통령의 곁에서 일하고 있다.


<기사 속 기사> 선대위 출범식 이재명 ‘박정희’ 언급, 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입에서 이례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칭찬 아닌 칭찬이 나왔다. 언론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선대위 출범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며 “이재명정부는 탈탄소 시대를 질주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밝혔다.

골자는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의지였으나, 많은 언론이 그 앞에 부연설명에 더욱 집중했다.

언론은 “박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가 대한민국 산업화의 밑거름이 되어 국가적 부흥을 이끌었다”는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에 이 후보가 사실상 동의한 것이 아니냐고 해석했다.

박 대통령은 독재자였고, 동시에 국가 경제 부흥을 이끈 인물이다. 이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는 늘 양극단으로 나뉜다. 평가의 양 끝에는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있다.

이 후보는 비판하는 극단에서 박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칭찬한 것이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문재인 정권이 갖고 있는 기본 노선에서 이탈한 것”이라며 “보수의 프레임을 끌고 왔다는 것은 소득주도 성장론(문 정권의 핵심 경제정책)자체가 사실은 실패했다는 걸 자인한 것”이라며 이 후보의 발언을 평가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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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