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문]
‘공무원의 장점은 내가 잘리지 않는 것, 단점은 저 사람도 잘리지 않는 것’ 일반인 패널을 소개하는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해당 방송에 출연해 ‘최연소 7급 공무원’으로 화제가 된 A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A씨가 생전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였다는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방송 중 공개된 A씨의 업무분장표에 과중한 업무가 몰아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사망 원인을 밝히지 않았고, 서울시 또한 의혹에 대해 부인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수직적인 공직 사회에서 특히 두드러집니다.
울릉군청에서 근무하던 C씨는 직장 내 청소 문제로 부당함을 느껴 상부에 건의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C씨를 따돌렸다고 주장합니다. C씨는 “가해자가 저를 다그치고 협박성 발언도 많이 했다”며 퇴직 후에 극단적 선택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사실이 인정되어도 피해자 구제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진도군 장애인생활이동센터에서 근무한 박씨는 사내 왕따를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도 인권센터에 피해 사실을 알렸고, 센터에서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박씨는 오히려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으며 끝내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박씨는 ‘5인 미만 사업장은 너무 열악하고, 나라가 가해를 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전했습니다. <일요시사>는 장애인생활이동센터 측에 연락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박씨는 피해 사실을 바탕으로 국가인권센터에 진정서를 넣었지만, 결과는 전부 ‘각하 및 기각’이었습니다.
박씨의 변호사는 인권위원회법이 기본적으로 국가기관 대상이고, 법인이나 개인이 차별행위를 했을 때만 관여를 하게 돼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흘렀지만 그 효과는 미미합니다.
직장갑질 119는 “여전히 3명 중 1명꼴로 괴롭힘을 경험하고 있고 이것을 신고해 공식적으로 처리하는 경우보다는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사람 중 21.5%가 회사를 그만뒀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규모가 작은 회사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내부 처리 절차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많고, 그렇다 보니 직장인들이 결국 퇴사라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현재에도 피해자 보호를 위해 여러 조치가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해당 법의 인지도가 낮아 정부 기관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총괄: 배승환
기획: 강운지
촬영: 배승환/김미나
구성/편집: 김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