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 ‘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 (42)

인간은 인간답게, 가족은 가족답게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물질만능시대에는 가족보다 돈이 먼저
형제자매지간에도 맹목적 우애는 없다

“감사합니다. 이제 천 사장이 오리발을 내밀지 않겠지요. 정말 천 사장 그 사람 나쁜 사람이야.”
배 사장은 마치 자기 자신에게나 말하듯 혼잣말을 하면서 분을 삭이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몇 번이고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효율을 높이다

그로부터 몇 달 뒤에 배 사장으로부터 전화연락이 왔다.
“아, 이사님. 일찍이 전화를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저도 바쁘다보니 전화 드리지 못했네요. 그래 어떻게 되었습니까?”

나는 결과가 궁금하여 성급하게 물었다.
“법무사를 찾아가 상의를 한 후 곧바로 소장을 작성하여 물품매매대금 청구소송을 했어요. 재판장님이 증인을 세우라고 하기에 그 부인을 증인으로 세웠습니다. 그러자 피고인 천 사장은 증인인 그 부인을 찾아가 회유를 하다가 마땅치 않자 내가 잘 알고 지내는 거래처 사장을 시켜 합의를 요청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의 집사람과 상의한 끝에 합의를 보기로 하고, 5000만원 중에 1000만 원을 탕감해주고 4000만원을 받고 소송을 취하해 주었습니다.”
“아, 그래요. 잘하셨네요. 그래도 전액을 받지 못해 서운하지 않습니까?”
“저도 처음에는 끝까지 해보려고 했는데 막상 재판을 해보니 이것저것 물어보고 서류를 가져오라, 증인을 세우라는 등 우리 같이 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재판을 하기가 너무나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려 다른 일을 볼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지난번에 이사님께서 해주신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생각나기도 해서 차라리 일부금액을 탕감해 주고, 모자란 돈은 열심히 일하여 벌어 채우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지요, 다툼이 있는 재판을 하기란 쉽지가 않지요. 어쨌든 아쉽지만 잘 되었네요. 수고 많이 하셨어요.”
“이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시간 나시면 저희 사무실에 꼭 들러주세요. 맛있는 식사라도 한번 모시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들르지요. 열심히 사업해서 성공 하십시오.”

배 사장은 수화기를 놓을 때까지 연신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가족이란 아무런 조건 없이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기에 더 없이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황금만능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에서는 가족 간의 우애보다 돈을 더 소중히 여기는 잘못된 경향도 있다.
비록 형제자매지간이라고 해도 맹목적인 우애를 기대해서만은 아니 된다. 내가 먼저 가족 간의 우애를 지키고 가꾸어야만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나눌 수가 있는 것이다. 내 이익만을 위해 다른 형제에게 고의적인 피해를 가한 후 나 몰라라 한다면 그것은 이미 가족의 연과 정을 끊자는 것과 다름없다.


‘인간은 인간다워야 하고 가족은 가족다워야 한다’는 말처럼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족 구성원으로 가치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본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설날이 지났건만 겨울이 다시 찾아온 것 같이 매서운 추위가 기성을 부리며 물러 갈 기색 없이 오가는 사람들의 코트 깃을 더욱 세우게 했다.
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외출을 삼가고 주로 내근을 하였다. 그날도 회사 내에서 직원들이 올려 준 보고서를 검토하며 한창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여직원이 노크를 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면서 말했다.
“저, 이사님, 손님이 찾아 오셨는데요.”
손님이라는 말에 하던 일을 멈추고 여직원을 바라보았다. 누가 연락도 없이 찾아왔을까? 조금 의아스러워하며 눈길을 보내는데, 여직원 뒤에서 누군가 한손을 높이 쳐들고 활짝 웃고 있었다.
“어이, 임 이사! 날세. 잘 계셨는감?”
장난기 섞인 음성의 주인공은 오랜 지기인 진학철 사장이었다. 그는 나와 동갑내기로 오래전에 D 신용정보회사에서 함께 임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친구였다. 진 사장은 일찌감치 직장생활에 비전이 없다며, 퇴직 후 건설업에 뛰어들어 빌라를 지어 분양하며 제법 고수익을 내고 있었다.

한동안 가끔 만나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인생사를 나누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통 만나지 못한 터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고 다가가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아니, 이게 누구신가? 진 사장 아닌가? 오랜만이야. 얼굴색이 좋은데?”
“좋기는 뭐가 좋아. 임 이사 자네야말로 잘나간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무슨 소리! 봉급쟁이가 다 그렇지 뭐.”
“요즘은 봉급이라도 제때 잘 받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족하지 않은가?”
“자자, 자리에 앉아 얘기하세.”
그렇게 서로 반가워하는 사이 여직원이 차를 내왔다. 우리는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로 오랜만에 만난 우정의 해후를 즐겼다.
“그래, 경기가 워낙 어렵다고 하던데, 자네 사업은 괜찮은가?” “말도 말게. 요즘 잘나가는 회사가 있다면 사기꾼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어렵다고 하면 누가 믿기나 하겠는가?”
친구는 나의 염려에 어림없다는 투로 손사래를 치며 한마디 하고는 생각보다 실물경기가 더 어렵다고 하며 죽는 시늉을 했다.
“에이, 남들 보기는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 같은 회사는 건설 건자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구멍가게라네. 더구나 요즘 같이 부동산 경기가 최악일 때는 굶어죽기 십상인걸. 직원들 봉급주기도 힘들어 정말 죽을 맛이야.”
“경기가 나아져야 할 텐데 모두가 걱정이지. 그건 그렇고… 늘 바쁜 자네가 연락도 없이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왔는가?”

수 없는 초조함

“사실 건설협회 세미나에 왔다가 자네가 근방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냥 갈 수가 없어 왔다네. 어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던가? 하하하.”
그렇게 웃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하던 진 사장이 자꾸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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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