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위드 코로나' 시대

지겨운 전염병 평생 달고 사나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코로나19(이하 코로나)의 ‘생존력’은 현재도 끈질기다. 이런 상황에 이제는 코로나와 함께 ‘공존하자’는 말이 나온다. 현재로선 코로나 종식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탓이다. 

서울에서 술집을 운영 중인 A씨의 가게 매출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1/3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간신히 월세를 냈을 만큼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앞으로가 걱정이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탓에 정부가 영업제한 시간을 저녁 9시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A씨는 “단순 운영시간 제한이 아니라 새로운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모두가
스트레스

또 다른 자영업자 B씨도 코로나 여파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코로나 이전 저녁 장사 때엔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현재는 영업제한 때문에 손님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처럼 코로나는 발생 초기부터 많은 생활에 피해를 양산했다.

2년이 다 돼 가지만 코로나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월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뒤 그 수는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코로나 종식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졌다.

코로나는 국내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등 대책을 강구해 돌파구 마련에 나섰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7월7일에는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의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된 시점이다. 현재 확진자 수 1000명과 2000명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


결국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카드를 꺼내들었다. 4단계 적용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5일 확진자 수는 2155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꼽힌다. 국내 신규 확진자 10명 중 9명에게서 델타 변이가 확인된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인도에서 발생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중 하나로 전파력이 뛰어나고 극심한 증상을 유발한다고 전해진다. 바이러스 배출량도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최대 300배 이상 많이 발산한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졌다. 피로감이 커지면서 이제는 새로운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일각에선 영국과 싱가포르처럼 코로나와 함께 삶을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가 제시됐다. 위드 코로나란 코로나를 ‘독감’처럼 관리하는 방역 체계를 뜻한다. 

치명률을 낮추는 방역체계를 도입해 코로나와 공존하는 방식이다. 위드 코로나는 거리두기 등의 통제를 줄이고 중증환자를 집중관리 하는 게 골자다. 

거리두기 효과 더 이상 없어
새로운 대책 마련 필요 시점


일부 국가는 일찍이 위드 코로나를 도입했다. 위드 코로나를 도입한 국가는 영국과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다만 영국은 현재도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누적 확진자 수는 650만명(8월25일 기준)이고 일일 확진자 수도 2만~3만명 정도로 상당히 많은 편이다.

많은 수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지난달 19일 ‘자유의 날(프리덤 데이)’을 선언했다. 봉쇄 조치 대부분이 해제되면서 밀집시설에도 인원이 100% 수용이 허용됐다. 

영국은 위드 코로나를 도입하기 위해 반년 동안 점진적 이행 기간을 두며 위드 코로나에 공을 들였다. 그 과정은 ▲학교 개방 ▲실외 모임 일부 허용 ▲실내 모임 일부 허용 ▲제한 해제로 총 4단계를 거쳤다. 

영국도 제한 해제 시행이 쉽지만은 않았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라는 변수 발생과 지속적으로 확진자가 늘어서다. 한때 제한 해제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확진자 수보다는 코로나의 치명률과 백신 예방 효과에 주목했다. 사실상 코로나 종식이 불가능해진 점을 인식했다고 해석된다. 사실상 코로나와 공존하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위드 코로나 도입이 한 달이 지난 현재 영국 경제는 코로나 초기 때보다 점차 나아지는 모양새다. 소비가 활발해졌고, 시민들도 다양한 활동을 즐기기 시작했다.

IMF(국제통화기금)도 영국의 성장률을 7%대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3%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양상이다. 영국이 위드 코로나가 가능했던 이유는 백신 접종 시작과 동시에 종식이 불가하다는 점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영국에 이어 싱가포르도 코로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뉴 노멀 정책’을 선언했다. 뉴 노멀 정책이란 코로나 이후 새로운 일상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는 “정상적 생활로 돌아가는 ‘뉴 노멀’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싱가포르는 확진자 수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

하늘에 
달렸다?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영국보다는 다소 소극적인 위드 코로나 시행 모습을 보인다. 거리두기 시행도 연장했다. 다만 싱가포르는 현 정책 이행을 고수할 예정이다. 

여러 나라에서 위드 코로나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보이자 우리 정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위드 코로나 준비와 검토가 공개적으로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위드 코로나를 준비 중”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방식을 도입하면 경제 회복과 거리두기에 따른 비용 절감 등이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정치권에서도 위드 코로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코로나에 대한 방역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내년 예산이 위드 코로나 전환에 맞게 충분한 확장 편성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찬성하는 기조를 드러낸 이유는 현재 대책만으로는 사회·경제적 피해를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 도입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위드 코로나 도입 검토가 더 빨리 이뤄졌어야 했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치명률이 독감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중증환자와 입원 환자 중심으로 (치료하는 방향으로)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리 중증환자 대응 위주로 돌입했어야 한다”며 “거리두기를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방역을 새로운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존 방식이 단순히 확진자 수를 집계해 이와 연계한 방역을 할 수밖에 없는 만큼 위드 코로나 도입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효과도 지난해에 비해 줄었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의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 지난해에는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면 이동량이 줄었지만 올해는 그에 따른 변화가 없었다.

공존 가능성
관건은 백신


또 이동량 변화가 생겨도 확진자 수 증가와 크게 관련이 있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코로나에 대한 위기감에 따라 국민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한 셈이다. 여러 문제를 동시에 고려하고 일상생활로 복귀의 필요성이 대두된 대목이다. 

반면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위·중증환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약육강식 동물의 왕국’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인 거리두기마저 포기하면서 생기는 리스크를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짧은 기간 안에 방역체계를 바꾼다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이다. 

정부의 위드 코로나 채택으로 인해 방역이 완화된다는 메시지가 곡해돼 자칫 국민에게 ‘종식’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드 코로나를 채택한 나라도 최근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었다. 위드 코로나 도입은 현재 상황을 반영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위드 코로나 도입 여부를 떠나 전문가들이 중요다고 여기는 점은 백신 접종률이다. 방역당국도 ‘1차 접종 완료율 70%’를 기점으로 위드 코로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도 바짝 긴장한 상태다. 추석을 앞두고 대규모 이동이 불가피해서다. 1, 2차 접종을 합쳐 1500만명이 추석 전까지 백신을 맞도록 한다는 게 목표다.

18세부터 49세의 경우 접종일자를 다음 달 초·중순으로 앞당길 수 있도록 조정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고령층도 접종을 신청하면 즉각 백신을 맞도록 권고 중이다. 

그러나 전 국민의 70% 이상이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한다고 해도 집단면역 형성이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백신 접종이 델타 바이러스를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된 까닭이다. 

정부 국민 70% 완료되면 예정
전문가는 시기상조 의견 다수

델타 바이러스의 감염 재생산 지수는 1인당 5~9 사이로 추정된다. 이런 탓에 전문가들은 접종률 1차 접종률 70%로는 집단면역 형성이 불가하다고 전망했다.

미국 등의 국가는 이미 국민 다수가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위급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언제든지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심지어 ‘부스터샷’ (3차 접종)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대비되는 상황으로 정부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딘 편이다. 백신 계약 잔량이 많은데도 국내 도입 속도도 느리다. 현재 전체 국민 중 2차 접종 완료 비율은 30%(8월25일 기준)도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도 빚어진 바 있다. 앞으로도 언제든지 백신 수급이 꼬일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 역시 갈 길이 멀다. 중증화 진행률과 치명률을 낮춰주는 치료제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재까지 국내 기업이 개발한 코로나 치료제는 조건부 허가를 획득한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가 유일하다.

결국 위드 코로나 도입은 대다수가 백신 접종을 완료함과 동시에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이 선행된 이후에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백신과 치료제가 충분히 보급된 다음에 위드 코로나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위드 코로나를 도입하면 경제 위기는 단기간에 극복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같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코로나 초기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섣부르게 위드 코로나를 공론화하면 다시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 모델 
구축 필요

영국과 싱가포르의 서로 다른 ‘위드 코로나’ 모델이나 비슷한 각 나라의 상황에 맞는 모델을 추구하는 게 현재 추세다. 일각에서는 위드 코로나 도입을 위해서는 국내에 맞는 현실적인 모델을 구축한 뒤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 동의도 필요하다. 한 의료 전문가는 “대책 마련이 완료된 뒤 위드 코로나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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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