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꽃 여행 ②강릉 선교장과 경포가시연습지

이 여름, 꽃놀이에 진심입니다~

‘하늘이 우릴 향해 열려 있는’ 여름이다. 쪽빛 하늘을 이고 강릉으로 달려간다. 다음 순서로 ‘바다에 풍덩’을 상상했다면 죄송하다. 올여름은 ‘꽃밭에 퐁당’하려 한다. 선교장에 피어오른 탐스러운 연꽃과 능소화, 경포가시연습지에 수줍게 고개 내민 가시연이 강릉의 여름을 활짝 꽃 피우고 있다.

강릉 선교장(국가민속문화재 5호)은 조선 시대 사대부 살림집이다. 오래전 경포호는 지금보다 규모가 훨씬 커서 선교장 인근까지 이르렀다. 배를 타고 건너다닌다 해 이 동네를 배다리마을(船橋里)이라 불렀고, 선교장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집주인은 세종대왕의 형인 효령대군의 11대손 이내번이다. ‘조선 시대 한양 밖의 가장 큰 한옥’이라 불릴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는데, 처음부터 이런 규모는 아니었다. 1700년대 이내번이 지은 안채로 시작해서 대를 이어 점차 증축했다.

국가민속문화재

선교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연지와 짝을 이룬 활래정을 만난다. 1816년 건립한 활래정은 온돌방과 누마루로 구성된다. 반은 땅 위에, 반은 연못 위에 있는 ‘ㄱ 자형’ 구조다. 전면 돌출된 누마루를 연못에 설치한 돌기둥이 받치는 형태다. 연못과 정자의 합은 언제나 고혹적이지만, 연꽃이 만발하는 여름날이 절정이다. 못 가득 피어오른 연꽃과 연잎이 돌기둥을 가려, 활래정이 연지에 떠 있는 듯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활래정은 밖에서 바라보는 것만큼 안에서 내다보는 정취 또한 훌륭하다. 벽이 없이 사방을 창호로 두른 덕에 문만 열면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현재 관람객은 내부 출입이 불가하나, 창호를 열어둬 밖에서나마 그 운치를 엿볼 수 있다. 네모난 문 사이로 한국화 한 폭이 살아 숨 쉰다.

활래정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편액과 주련이다. 이는 손님을 환대하고 교류하던 선교장의 가풍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당대 관동팔경과 금강산 유람을 나선 소인묵객은 종종 선교장에서 묵어갔다. 활래정 옆 월하문이 이를 증명한다. 월하문 기둥에 ‘조숙지변수 승고월하문(鳥宿池邊樹 僧鼓月下門)’이라고 적혔는데, 이곳을 지나는 나그네는 늦은 밤이어도 망설이지 말고 문을 두드리라는 뜻이다. 선교장에 묵은 손님들이 보답으로 남긴 시와 서화를 활래정뿐 아니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추사 김정희가 남긴 현판 ‘홍엽산거(紅葉山居)’는 현재 선교장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선교장의 사랑채 열화당에도 손님들의 특별한 선물이 남아 있다. 1815년 건립한 열화당은 선교장 바깥주인의 거처이자 손님맞이 중심 공간으로, ‘이곳에 모여 정담과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뜻을 담았다. 열화당에는 전통 한옥과 어울리지 않는 서양식 차양이 눈에 띈다. 선교장에 머무른 러시아 공사가 환대에 대한 답례로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문화해설사가 열화당 앞마당 꽃나무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에 양반 집 마당에나 심을 수 있었다는 능소화다. 선교장에 머무른 충청도 선비가 다시 강릉에 오면 능소화를 가져오겠다고 했고, 실제 이 나무를 선물했다고 한다. 그 정성에 감복한 선교장 주인이 앞마당에 심어 잘 가꿨단다. 한여름 화려하게 꽃 피운 능소화가 열화당 풍경을 더욱 고귀하게 만든다. 선교장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이고,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연중무휴)다.

선교장에 피어오른 탐스러운 연꽃
경포가시연습지에 수줍게 가시연

선교장 인근 경포가시연습지도 여름 꽃놀이 명소다. 경포호 주변 습지를 복원한 뒤, 가시연(멸종 위기 야생 생물 2급)이 다시 꽃 피우고 있다. 가시연은 풀 전체에 가시가 있고, 꽃은 일반 연꽃보다 짙은 자줏빛을 띤다. 흔히 볼 수 없어 더 특별한 꽃구경이다.

경포대와 인접한 경포가시연습지 방문자센터에서 탐방을 시작하자. 경포호와 경포습지 사이 산책로를 따라 가시연발원지에 이른다. 나룻배체험장, 연꽃정원으로 산책을 이어가며 꽃놀이를 즐긴다. 연꽃정원은 드넓은 연밭 사이로 덱 산책로를 조성했다. 꽃길을 걸으며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경포가시연습지 연꽃정원에서 산책로를 따라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까지 갈 수 있다. 조선 중기 대표 여성 시인 허난설헌과 그의 동생이자 〈홍길동전〉을 쓴 허균을 기리는 공원이다. 허난설헌이 태어난 곳으로 전하는 강릉 초당동 고택(강원도 문화재자료 59호)과 허균·허난설헌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허균·허난설헌기념관 등이 자리한다. 야외에는 허난설헌 동상과 허씨5문장 비석이 있고, 주변에 솔숲이 우거져 산책하기 좋다.

경포가시연습지에서 멀지 않은 순포습지도 복원했다. 순포는 강릉 대표 석호 중 하나였으나, 농경지 개간과 대형 산불에 따른 토사 유출 등으로 상당 부분이 육상생태계로 전이돼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에 2010년대 들어 복원 사업을 진행했다. 습지와 함께 이곳의 깃대종인 순채 서식지도 복원했다. 순채는 멸종 위기 야생 생물 2급으로, 순포라는 지명 유래와 관계가 깊다. 순채가 많이 자라는 지역이라 하여 이 일대를 순포라고 불렀다.


습지를 따라 탐방로를 조성했다. 경포가시연습지에 비해 사람이 적어 한적하게 자연을 감상하기 좋다. 해당화, 애기부들, 어리연 등 계절별로 다양한 꽃과 식물이 함께한다. 습지에 찾아오는 새를 살펴볼 수 있도록 조류관찰대도 마련했다.

순포습지

강문해변은 바다가 배경이 되고, 반지와 이젤, 액자 등으로 꾸며진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있어 매력적이다. 경포해변보다 한산한 편이었는데, 포토존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사람이 늘었다. 해변을 따라 전망 좋은 카페와 음식점도 많다. 강문해변과 경포해변을 잇는 아치형 인도교 강문솟대다리가 명물이다. 밤에는 화려한 조명이 다리를 빛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강릉 선교장→경포가시연습지→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강문해변→순포습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강릉 선교장→경포가시연습지→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강문해변→순포습지 
둘째 날: 영진해변→주문진수산시장→아들바위공원→BTS버스정류장(방탄소년단 앨범 재킷 사진 촬영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강릉 선교장 knsgj.net
- 강릉생태관광 www.gnecotour.com
- 강릉 관광 www.gn.go.kr/tour/index.do

문의 전화
- 강릉 선교장 033)648-5303
- 경포가시연습지 방문자센터 033)640-4450
- 경포관광안내센터 033)640-4531 

대중교통
[버스] 서울-강릉,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0~32회(06:32~22:20) 운행, 약 2시간20분~2시간5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2회(06:00~23:0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강릉시외·고속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02번 일반버스 이용, 선교장 정류장 하차, 선교장까지 도보 1분. 강릉시외·고속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02번 일반버스 이용, 경포대·참소리박물관 정류장 하차, 경포가시연습지까지 도보 6분.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강릉시외버스터미널 033)643-6092 강릉고속버스터미널 033)641-3184 강릉시버스정보시스템 bis.gn.go.kr
[기차] 청량리역-강릉역, KTX 하루 14~21회(05:32~22:32)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강릉역 건너편 정류장에서 202번 일반버스 이용, 선교장 정류장 하차, 선교장까지 도보 1분. 강릉역 건너편 정류장에서 202번 일반버스 이용, 경포대·참소리박물관 정류장 하차, 경포가시연습지까지 도보 6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강릉시버스정보시스템 bis.gn.go.kr

자가운전
강릉 선교장: 서울양양고속도로→양양 JC에서 속초·강릉 방면 오른쪽→동해고속도로→북강릉 IC→강릉·사천 방면 오른쪽→동해대로→죽헌교차로에서 왼쪽→율곡로→운정길 방면 좌회전→선교장 
경포가시연습지: 서울양양고속도로→양양 JC에서 속초·강릉 방면 오른쪽→동해고속도로→북강릉 IC→강릉·사천 방면 오른쪽→동해대로→죽헌교차로에서 왼쪽→율곡로→경포교차로에서 경포 방면 왼쪽→경포가시연습지

숙박 정보
- 강릉오죽한옥마을(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강릉시 죽헌길, 033) 655-1117 
- Y&G비즈니스호텔&펜션(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강릉시 경포로475번길, 033)644-3344 
- 수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강릉시 창해로, 033)644-1239

식당 정보
- 오월에초당9(쇠고기멸치국수): 강릉시 난설헌로, 033)651-0187
- 밥은먹고다니냐(꼬막밥): 강릉시 난설헌로, 033)651-5767
- 카페 폴앤메리(수제 버거): 강릉시 창해로350번길, 033)653-2354 

주변 볼거리
강릉 오죽헌, 경포해변, 경포대,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 경포아쿠아리움, 강릉솔향수목원, 안목해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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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