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 네이처리퍼블릭 빨간줄 성적표

약발 안 통하는 암울한 현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든든한 소방수가 될 거란 기대는 이미 사라졌다. 세간의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무리하게 복귀한 것 치고는 보여준 게 영 시원찮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는 화장품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1993년 화장품 사업과 인연을 맺은 정 대표는 2003년 설립한 더페이스샵을 앞세워 로드숍 화장품 시장을 공략했고, 더페이스샵은 출범 2년 만에 업계 선두로 등극했다. ‘정 대표가 있었기에 더페이스샵이 업계 1위로 올라섰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그의 사업 수완은 독보적이었다.

잘나갔던
옛 기억

정 대표는 덩치가 커진 더페이스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2005년 사모펀드에 더페이스샵 지분 70%, 2009년 LG생활건강에 나머지 지분을 넘기면서 2000억원대 현금을 확보했다.

다음 행선지 역시 동종업계였다. 정 대표는 2010년 네이처리퍼블릭(옛 장우화장품)을 인수해 또 한 번 로드숍 화장품 시장을 노크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수딩젤’ ‘아쿠아 수분크림’ 등 히트상품의 활약에 힘입어 정 대표가 인수한 지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하기에 이르렀다. 정 대표의 트렌드를 읽는 능력에 대한 찬사가 뒤따른 건 당연했다.


하지만 정 대표와 네이처리퍼블릭의 성공신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정 대표의 은밀한 사생활이 네이처리퍼블릭의 탄탄대로에 걸림돌로 작용한 양상이다.

정 대표는 2015년 7월 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고등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심은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정 대표가 잘못을 뉘우친 점 등을 고려해 1심보다 4개월 줄어든 징역 8개월을 확정했다.

왕년의 미다스…지금은 마이너스
오너 비리 직격탄에 한숨만 푹푹

원정도박이 정 대표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면, 복역 중 터진 ‘정운호 게이트’는 정 대표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결정적 계기였다. 정운호 게이트는 정 대표가 판사 및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에게 구명과 관련해 로비를 벌인 초대형 법조 비리 사건이다.

최유정 변호사, 홍만표 전 검사장, 김수천 전 부장판사 등 법조계 인사들이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됐다.

결과적으로 정운호 게이트는 정 대표의 옥살이를 3년6개월 연장시켰다. 2017년 12월 대법원 3부는 특경법상 횡령 및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 전 대표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6년 6월 재판에 넘겨진 이래 1년6개월 만에 나온 확정 판결이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정 대표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경영진에서 이탈한 직후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오너리스크의 영향이라고 봐도 무방한 심각한 실적 하향세가 표면화된 것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4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2.7% 증가한 2552억원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4억8800만원이던 영업이익은 238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막 내린
성공신화

그러나 순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 대표의 징역형이 확정된 2015년에 네이처리퍼블릭은 완연한 실적 하향세로 돌아섰다. 전년 대비 매출은 300억원가량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75억원 감소했고, 2014년 9.3%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1년 새 3.6%p 낮아졌다. 상장 준비작업에 제동이 걸린 것도 이 무렵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4년 2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네이처리퍼블릭은 2016년 95억6300억원 영업손실로 돌아섰고 ▲2017년 16억8000만원 ▲2018년 190억원 ▲2019년 128억원 등 매년 적자를 거듭했다. 옥살이하는 정 대표를 대신해 김창호 대표(2016년 6월), 호종환 대표(2016년 12월), 곽석간 대표(2019년 1월) 등이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반전을 꾀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이 과정에서 야심차게 시작했던 해외 사업마저 표류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2년 미국 하와이와 일본 ▲2013년 홍콩 ▲2014년 중국 ▲2015년 미국 본토 등에 순차적으로 법인을 설립했지만 투자의 결실을 맺는 데 실패했다. 오너 공백기에 해외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게 미진한 성과로 되돌아왔다는 게 동종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키우고
망치고

공교롭게도 정 대표가 복역하던 시기에 표면화된 네이처리퍼블릭의 실적 악화는 정 대표의 경영 복귀를 정당화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위기 탈출을 위해서라도 정 대표의 현장 복귀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지난해 3월 네이처리퍼블릭은 주주총회를 열고 정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정 대표가 4년4개월에 걸친 옥살이를 끝낸 지 불과 3개월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네이처리퍼블릭은 극약처방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 대표의 경영 노하우가 경영 정상화의 밑거름이 될 거란 논리였다. 물론 정 대표의 경영 복귀는 정 대표가 75.37%(604만6663주)에 달하는 네이처리퍼블릭 지분을 쥐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선에 복귀한 정 대표는 곧바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해외사업 정리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 자본잠식 상태인 홍콩, 중국, 미국 등 4개 법인을 철수하고 중국 법인은 1곳으로 통합하는 등 고강도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또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한 손소독제와 마스크도 사업 영역에 포함시켰다.

일련의 과정은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정 대표의 원대한 포부와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했다. 복귀 첫해 성적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매출 1384억원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무려 전년 대비 27.1% 감소한 규모다. 또한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2015년(매출 2848억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약발 안 통하는 암울한 현실
혹시 했는데 역시 끝없이 추락

수익성도 예년보다 더 악화됐다. 203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 규모는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던 2018년(영업손실 190억원)을 뛰어넘었다.

수년간 지속된 네이처리퍼블릭의 적자 행진은 해를 넘기도록 이어지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올해 1분기 기준 영업손실은 4억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적자 규모를 10억원가량 줄였다는 긍정적이지만, 흑자 전환은 끝내 실패했다.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회사 재정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거듭된 적자로 인해 빚에 의존하는 경향이 한층 심각해진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네이처리퍼블릭의 총자산은 495억원으로, 전년 동기(684억원) 대비 27.5% 줄었다. 295억원이던 총자본이 1년 새 1/15 수준인 18억8700만원으로 급감한 게 결정적이었다. 총자본이 납입자본금(40억1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 반면 총부채는 90억원 가까이 늘어난 476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자본의 급감과 총부채의 급증이 맞물리면서 재정건전성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017년 64%에 불과했던 네이처리퍼블릭의 부채비율은 2019년 128.2%까지 뛰어 오르더니, 지난해에는 무려 1601.5%를 찍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해 1분기에는 2524.5%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통상적인 부채비율 적정 수준(200% 이하)과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귀환했지만
달라진 현실

재무상태가 악화되는 과정에서 차입금에 기대는 경향은 한층 뚜렷해졌다. 2019년 28억8200만원이던 총차입금은 올해 1분기 기준 6배가량 늘어난 182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차임금의존도(적정 수준 30% 이하)는 4.4%에서 36.7%로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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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