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 바나나의 품종은 전 세계 바나나 교역량의 95%를 차지하는 ‘캐번디시 바나나’다.
캐번디시는 씨앗에서 자라지 않고 나무 밑동을 잘라내면 거기에서 새로운 줄기가 자라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즉 앞선 개체의 유전자를 똑같이 물려받은 ‘클론’인 셈이다.
문제는 모든 캐번디시가 같은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한 번 전염병이 퍼지면 ‘집단폐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바로 그 상황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TR4(Tropical Race 4)’라고 불리는 곰팡이는 바나나의 잎사귀를 노랗게 만들고 끝내 말라 죽게 한다.
또한 30년간 토양을 오염 시켜 새로운 바나나를 심지 못하게 만든다.
90년대에 아시아에서 발생한 후 현재 아프리카와 중남미까지 도달해 바나나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사실 바나나의 위기는 처음이 아니다.
현재 농가를 위협하는 TR4는 ‘변종 파나마병’으로 그 이전에 ‘TR1’이라는 ‘원조 파나마병’이 있었다.
50년대 이 원조 파나마병에 의해 당시 널리 재배되던 바나나 품종인 ‘그로 미셸(Gros Michel)’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그로 미셸은 과일 가게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현재의 캐번디시가 대체하게 된 것이다.
전 세계 연간 바나나 수출량은 2000만톤 이상, 따라서 캐번디시의 멸종은 바나나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수많은 사람의 삶이 달린 중대한 문제다.
일각에서는 이 사태를 ‘바나나겟돈’이라고까지 부른다.
현재 연구진들은 TR4 포자를 죽이는 방법을 고안하거나 번디시를 대체할 또 다른 품종을 찾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와 달리, TR4는 백신도 치료제도 없어 ‘물리적 차단’만이 유일한 예방 방법이다.
총괄: 배승환
기획: 강운지
구성&편집: 김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