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김창숙 그림유치원 원장

“TV는 바보상자가 아닙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과거 유치원은 초등학교 진학을 위한 준비 단계로 여겨졌다. 한글을 가르쳐주고 영어 알파벳을 읽게 해주는 정도면 충분했다. 하지만 유아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유치원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그림유치원의 김창숙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유치원은 아이의 첫 학교라고.

코로나19 사태가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교육현장은 초토화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 학교에 나가는 대신 비대면으로 진행된 수업은 질적인 면에서 아이와 학부모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돌봄과 교육이 병행돼야 하는 유치원도 코로나19의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나마 유아교육의 경우 사교육의 비중이 낮아 교육 격차가 크게 나지 않는다는 점이 위안이었다. 

남다른 교육

코로나19는 4차혁명시대에 맞춰 교육현장도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불러 일으켰다. 비대면, 온라인, 원격수업 등 코로나19 시대에 부각된 부분들을 현장에 안착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그림유치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비교적 느긋한 편이다.

온라인 수업을 오프라인 수업과 동일한 수준으로 무리 없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오후 그림유치원에서 김창숙 원장을 만났다.


“LG 유플러스에 ‘아이들 나라’라는 콘텐츠가 있어요. 아이들이 영상을 통해 놀면서 학습할 수 있도록 제작했더라고요. 저는 그걸 보면서 저런 콘텐츠를 실제 교육현장에 접목하면 어떨까 고민했어요. 이탈리아 국제센터를 방문했을 때도 미디어놀이 문화를 통한 교육이 활성화된 것에 상당히 놀랐어요. 이것을 우리 유치원에 적용시켜 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코로나19에도 안정적 운영
온라인 수업에 대한 준비

그림유치원은 각 교실에 스마트 영역을 운영하고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 패드, 빔 프로젝터, 실물화상기, 웹캠 등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수업이 이뤄지는 곳이다. 여기에 IPTV가 교수 매체로 더해졌다. TV를 바보상자로 여겼던 이전과 달리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도구로 보고 유아교육에 접목시켰다. 

효과는 극적이었다. 아이들은 스마트 기기를 통한 놀이학습에 빠져들었다. 쏟아지는 정보 중에서 양질의 것을 선별하는 능력을 키워나갔고, 스스로가 프로젝트의 개발자이자 참여자가 됐다.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지루한 수업이 아니라 하루가 다르고 매일이 신선한 ‘체험’이 이어졌다. 

“스마트 기기를 단순히 보는 데 사용하는 게 아니라 활용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교실이 교사가 수업을 하고 아이들이 듣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실험을 하는 실험실처럼 된 거죠. 그러자 아이들이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를 품더라고요. 아이들이 행복해하고 몰입하니까 자연스럽게 교육의 효과도 올라갔습니다.”

그림유치원의 학습 과정은 탐구와 발견, 놀이를 통한 존경, 책무, 공동체의 원칙에 기반을 둔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의 배경 위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아이들이 유능하고 강인한 존재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들의 잠재된 가능성과 그들의 권리를 지지하며 구성교육이 바탕이 된 아동중심의 교육을 지향하고 있는 것.

그러면서도 인성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유아기 때부터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며 기계와 친숙해진다고 해서 인간적인 부분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연과 기계의 관계,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고, 놀이를 통해 모두 어우러지는 게 진정한 스마트교육이라고 역설했다. 


“만 5세반 아이들에게 집에서 망가진 전화기나 선풍기 같은 걸 가져오게 해서 분해하는 수업을 한 적이 있어요. 다 분해한 후에 아이들에게 ‘어떤 느낌이 드냐’고 물으면 전부 다른 대답을 해요. ‘미로 같아요, 보물섬을 찾아가는 길 같아요, 미래도시 같아요’ 이렇게요. 그리고 다시 그 분해한 것들을 합쳐서 새로운 로봇을 만들었죠.”

아이들이 망가진 기계를 분해하고 재조립해 만든 로봇은 그림유치원 한편에 놓여있다. 일명 ‘가위바위보 로봇’이다. 유치원에 처음 온 아이들이 낯선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엄마를 찾을 때 이 로봇과 가위바위보를 하게 한다. 아이가 이기면 사탕을 주는 시스템이다. 죽어있던 기계가 아이들의 손을 거쳐 살아있는 로봇으로 다시 태어나 유치원의 일원이 됐다.

“아이들이 기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은 거죠. 저는 유아기 때부터 아이들이 기계와 친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의료계나 법조계 등 어디에든 AI가 많아지겠죠? 어릴 때부터 기계에 친숙했던 아이들은 기계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 거예요. 영유아기 때부터 기계를 통한 놀이학습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죠.”

기계와 친숙해지는 아이들
“인간으로서 저력 키워야”

그림유치원의 목표는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으로서 저력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유아교육을 위해서는 부모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과거와 달리 부모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의 몫으로 여겨졌던 육아에 대한 책임감이 ‘부모’로 바뀌는 추세다.

“영유아기의 아이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어요. 부모의 선택을 아이들이 따르는 방식이죠.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 해야 하는 것을 반드시 잘 알고 있어야 해요. 아이의 기질이나 발달과정 등을 아는 게 굉장히 중요하죠. 도덕성 발달 시기, 사회성 발달 시기 등 아이들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미술을 전공한 김창숙 원장은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쳤다. 그러다 미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인간의 성장, 특히 아이들의 전인적 교육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그때부터 유아교육을 다시 공부해 석·박사 과정을 거쳤다.

유아교육을 배울수록 중요성을 느꼈고, 좋은 교육을 해야겠다는 의지도 생겼다. 

또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 많이 시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유치원 무상급식 정책을 꼽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5월 유치원 무상급식 추진을 공식화했다. 김 원장은 이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아이들에 대한 급식 제공이 사립유치원의 현실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현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전했다.

전인적 교육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맞이하게 될 때까지 배움의 과정에 있습니다. 그러니 배움은 즐거워야 합니다. 배움은 유아와 유아, 유아와 교사, 교사와 교사, 부모와 부모, 교사와 부모의 관계 속에서 이뤄지고 우리들은 모두 배움의 관계에 기초한 동반자입니다. 교육공동체로서 존중과 협력이 바탕이 되어 집단지성을 이루고 새로운 지식의 생성을 만들어가는 것이  높은 수준의 창의성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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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