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문]
최근 두 가지 이슈가 한국을 뒤흔들었다.
첫 번째는 한강 실종 대학생 고 손정민군 사건이다.
사건 이후 경찰의 여러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고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프로그램에서 이를 상세히 다뤘음에도 아직도 친구 A씨와 관련해 온갖 음모론과 허위사실들이 난무하고 있다.
다음으로 웹 예능 ‘머니게임’에 대해 반응이 뜨거웠다.
상금 5억원을 두고 벌어지는 출연진들의 다툼과 배신을 보고, 사람들은 환호하며 댓글 창에 열을 올렸다.
‘고 손정민군 사건’과 ‘머니게임’, 서로 아무 관계도 없을 것 같은 이 둘은 하나의 큰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일종의 ‘길티 플레져’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길티 플레져란 말 그대로 ‘죄책감을 동반하는 쾌감’을 뜻한다.
다시 말해, 사회 통념상 바람직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것을 몰래 탐닉하며 기쁨을 얻는 심리이다.
우리는 유치하거나 못 만든 영화, 만화 등을 일부러 찾아보거나 건강에 타격을 줄 것이 뻔한 음식을 사 먹으면서 길티 플레져를 느낀다.
문제는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며 길티 플레져를 느끼는 사람도 많다는 점이다.
의도적으로 실제 인물을 모욕하거나, 악플을 다는 행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앞서 언급한 고 손정민군 사건과 ‘머니게임’의 댓글 창에서는 열광을 넘어 광기에 가까운 반응을 볼 수 있었다.
도를 넘은 루머에 시달린 친구 A씨는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며 이민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길티 플레져는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약간의 죄책감만 극복하면 손쉽게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의 고통을 즐기고 심지어 직접 고통을 주기까지 하는 모습은 미디어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시간을 들여 양질의 쾌감을 추구하기보다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며 즉각적인 만족감을 누리는 것이다.
애초에 ‘플레져(Pleasure)’라는 단어에는 부도덕한 쾌감을 합리화하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양심의 가책, 즉 ‘길티(Guilty)’는 짜릿함을 더해줄 뿐이다.
다른 어느 때보다 미디어가 발달한 요즘, 누군가의 고통은 다른 사람의 즐거움으로 쉽게 소비된다.
당사자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잔인한 말을 쏟아내는 당신.
흉측하다며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더 많이, 더 심하게’를 원하는 당신.
‘길티 플레져’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짓밟고 있는 것은 아닐까?
총괄: 배승환
기획&내레이션: 강운지
구성&편집: 김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