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대한민국은 지금…> 다이빙 국가대표 우하람·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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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1.05.18 15:19:28
  • 호수 13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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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만들어가는 두 다이버

[JSA뉴스] 1904년 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다이빙은 올림픽 역사와 함께해왔다. 도쿄올림픽에선 남녀 합계 모두 8개의 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 다이빙 국가대표 우하람과 김수지에게 지난 1년간의 여정과 올림픽, 그리고 다이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9 광주 세계선수권에서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 종목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우하람은 비록 1년 연기되긴 했지만, 드디어 개최될 도쿄올림픽과 그에 앞서 예정된 다이빙 월드컵을 앞두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20년, 우하람은 이렇게 돌아봤다.

처음엔 당황
오히려 기회

"올림픽이 처음 연기됐을 때는 당황스러웠는데, 오히려 1년을 더 준비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좀 더 훈련에 임했던 것 같다. 선수촌 퇴촌 후에 다들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아서 문을 연 다이빙장이 없었다. 그래서 소속팀 체육관에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지상 훈련 위주로 훈련을 진행했다."

올림픽 연기로 인해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은 지난해 3월 대표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퇴촌을 통보했다. 원래 계획은 선수들에게 약 5주간의 휴식을 준 뒤 방역을 마치고 재입촌과 훈련 재개를 하는 것이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입촌 일정은 계속 늦춰지다 결국 5월 중순 무기한 연기됐다.

4개월 만에 다이빙대로 돌아온 우하람은 그로부터 4개월 후인 지난해 11월13∼15일 치러진 2021년 다이빙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 모두 1위에 올라 국가대표 자리를 이어갔다. 이어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자신이 따낸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 올림픽 출전권을 통해 올림픽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우하람은 리우올림픽 10m 플랫폼에서 한국 다이빙 사상 최초로 올림픽 결선에 진출하는 역사를 썼다. 당시 18세의 나이로 다이빙 종목에 홀로 출전했지만, 총 28명이 출전한 예선에서 438.45점으로 11위, 준결선에서는 453.85점으로 18명 중 12위에 올라 12명이 출전하는 결선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결선 최종 순위는 11위였지만, 한국 다이빙 역사에는 새로운 장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다이빙 종목이 야외에서 진행됐던 리우올림픽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강풍 때문에 여러 선수들이 고전했고, 야외 다이빙이 처음인 우하람 선수도 스프링보드에서는 24위로 예선 탈락의 아쉬움을 겪었다.

[우] 출전 가능한 모든 세부종목 참가
2019 세계선수권 역대 최고 성적

우하람이 다이빙을 처음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인 2005년. 국내에 본격적인 다이빙 지상훈련장이 완공된 것은 2010년(김천 지상훈련장). 다이빙 대표팀이 다이빙풀과 지상 훈련장이 갖춰진 진천선수촌 수영장에 들어간 것이 2011년 12월, 그리고 다이빙 대표팀에 트레이너가 생긴 것이 2014년이었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족한 환경에서 다이빙을 시작했다.

우하람은 그래도 다이빙이 좋았다.

"처음에는 매력이라기보다는 초등학교 때 재미로 시작했다.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 것 같았고, 다이빙하는 것이 즐거웠다. 좋아해서 다이빙에 빠졌던 것 같다. 다이빙은 지상 훈련도 중요한데 전국적으로 다이빙 전용 지상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이 이제 많이 생겼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조금 열악해진 상황이지만, 시설이나 실력은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좋아졌다."


정해진 기술
더 완벽하게

2013년 바르셀로나 세계선수권부터 본격적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우하람의 출전 기록을 보면 기본 3개 종목부터 시작해 최대 5개 종목(세계선수권의 경우 개인전 3개 - 1m, 3m 스프링보드, 10m 플랫폼 - 싱크로 2개 - 3m 스프링보드, 10m 플랫폼)까지, 출전 가능한 거의 모든 세부종목에 참가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우 2016 남자 3m 스프링보드 금메달리스트인 중국의 차오 위안을 포함해 많은 선수들이 많아야 대회당 최대 3개 종목 정도를 뛰는 것과 비교해 보면 상당한 숫자다. 

다이빙은 기계체조와는 달리 이전에 없던 창의적인 기술이 나오는 종목이 아니다. 정해진 기술을 누가 더 완벽하게 구사하느냐의 경쟁이다. 따라서 정상급 선수들의 경쟁은 대회에서 누가 더 완벽하게 하느냐, 누가 실수가 없느냐, 누가 컨디션이 좋으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하람은 개인전 1m 스프링보드 동메달, 10m 플랫폼 동메달을 따냈다. 김영남과 한 조로 출전한 싱크로나이즈드에서는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 모두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광주에서 열린 2019 세계선수권에서는 출전하는 종목마다 한국 남자 다이빙 역대 최고 성적을 냈고, 1m와 3m 스프링보드에서는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인 4위, 10m 플랫폼에서 6위, 10m 싱크로나이즈드에서도 6위를 기록했다. 이 결과로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은 도쿄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더 멀다. 어렸을 때 다이빙을 시작하면서 꿈꿨던 것들을 아직 이루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3m 스프링보드, 10m 플랫폼 개인전 출전 자격을 획득한 우하람은 목표로 하고 있는 싱크로나이즈드도 남아 있다. 싱크로나이즈드에서 우하람과 한 조를 이루는 선수는 라이벌이자 동반자라 할 수 있는 김영남이다. 

두 선수는 개인전에서는 항상 국내 1, 2위를 다투지만 싱크로나이즈드에서는 함께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019 세계선수권에서 입상과 올림픽 출전 자격 획득을 동시에 노렸지만, 10m 플랫폼에서 6위, 3m 스프링보드에서 10위에 오르며 메달 획득에는 실패한 바 있다.

우하람은 도쿄올림픽이 끝나면 바로 3년 후 개최되는 2024 파리올림픽에 대한 생각도 이미 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것이고, 다음 파리올림픽에서도 아직 전성기 나이이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김] 14세때 올림픽 첫 경험
2019 세계선수권 새 역사


김수지는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1m 스프링보드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다이빙 최초의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됐다. 2021 FINA 다이빙 월드컵 여자 3m 스프링보드 예선 18위를 기록하며 도쿄올림픽 출전을 확정, 런던 2012 이후 9년만의 올림픽 출전을 예약했다.

2012 런던올림픽 당시 14세의 중학생이자 한국 선수단 최연소 선수였던 김수지는 첫 올림픽에 대해 이렇게 기억했다.

"그때는 올림픽이 그렇게 큰 시합인지 체감하지도 못했고, 출전하기 힘든 시합인지도 몰랐다. 긴장이 되기는 했는데 너무 멍했다. 계속 그렇게 뛰다가 4차 시기에 구경하러 오신 아티스틱 스위밍 대표팀 언니들이 ‘한국 파이팅!’하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심장이 뛰었다. 이미 많이 늦었을 때였지만 정신을 차렸다."

14세 때 경험한 첫 올림픽은 여자 10m 플랫폼 종목 26위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올림픽 이후 잠시 국제대회에서 주춤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1m 스프링보드와 3m 싱크로나이즈드 모두 4위에 오르며 다시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비인기 종목
한계 넘는다

2018 아시안게임 1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을 획득,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시상대에 올랐던 김수지는 서서히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2일차인 7월13일 목에 걸었던 여자 1m 스프링보드 동메달은 한국 다이빙 최초의 세계선수권 메달이자 2011년의 박태환 선수 이후 8년 만에 나온 세계수영선수권 메달이었다.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동메달이었다. '최초'라는 수식어나 홈에서의 메달 획득으로 큰 관심을 얻게 된 것에 대해 김수지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다이빙이 비인기 종목이라 다들 관심이 별로 없다. 다이빙이라고 하면 스쿠버 다이빙으로 아시는 분들이 많은 정도로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도 이렇게 응원을 해 주시는데, 이를 부담으로 느끼면 그건 너무 죄송스러운 일인 것 같다. 더 봐주시고 더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한국 다이빙 최초의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됐다는 기쁨은 있었지만, 김수지에게 2019 세계수영선수권은 주종목인 3m 스프링보드에서 상위 12명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하지 못한 점에서는 아쉬웠던 대회였다.

남자 다이빙에서 '최초'를 만들어가고 있는 우하람과 마찬가지로, 김수지도 초등학교 1학년 때 방과 후 수업으로 다이빙을 처음 접했다.

"시작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내가 가만히 있지 못하는 학생이어서 방과 후 수영으로 에너지를 풀어보라는 담임 선생님의 권유가 시작이었다. 그냥 수영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이빙 수업이었다. 전혀 모르고 시작했지만, 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칭찬도 많이 받아서 흥미를 느꼈고, 그렇게 선수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중학교 2학년 때인 14세 때부터 시작된 대표팀 생활과 첫 올림픽 출전, 아시안게임 등을 거치며 점점 더 발전하고 있는 다이빙 환경을 실감하고 있다. 다이빙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시청자들이 다이빙 경기를 볼 때, 그 매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무엇일까.

"일반 시청자분들이 저희 경기를 보시면 몇 바퀴를 도는지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제일 편한 방법은 입수할 때 물이 어느 정도 튀는가, 봤을 때 ‘우와!’하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인가를 보면 될 것 같다."

두 번의 연기 끝에 지난 1일 막을 올린 2021 FINA 다이빙 월드컵.

김수지 선수는 한국 다이빙 대표팀의 일원으로 여자 3m 싱크로나이즈드와 3m 스프링보드에 출전했다. 첫날 열린 3m 싱크로나이즈드 종목에서는 조은비와 팀을 이뤄 예선에서 16개팀 중 11위를 기록, 상위 12팀이 진출하는 결선까지 올라갔고, 최종 순위 12위를 기록했다.

지난 3일 열린 여자 3m 스프링보드 경기에서는 예선 272.10점을 획득, 전체 48명 중 18위에 올라 올림픽 출전권 확보와 함께 준결선에 진출했다. 9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가야할 길 
아직 멀었다"

"너무 간절하고 진짜 나가고 싶다. 모든 대표팀 선수들이 다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노력을 해야 설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회 없이 시합하려고 한다. 일단 출전만 하게 된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고, 그 행복을 가지고 더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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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