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대한민국은 지금…> 다이빙 국가대표 우하람·김수지

  • JSA뉴스 jsanews@jsanews.co.kr
  • 등록 2021.05.18 15:19:28
  • 호수 1323호
  • 댓글 0개

'최초' 만들어가는 두 다이버

[JSA뉴스] 1904년 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다이빙은 올림픽 역사와 함께해왔다. 도쿄올림픽에선 남녀 합계 모두 8개의 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 다이빙 국가대표 우하람과 김수지에게 지난 1년간의 여정과 올림픽, 그리고 다이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9 광주 세계선수권에서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 종목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우하람은 비록 1년 연기되긴 했지만, 드디어 개최될 도쿄올림픽과 그에 앞서 예정된 다이빙 월드컵을 앞두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20년, 우하람은 이렇게 돌아봤다.

처음엔 당황
오히려 기회

"올림픽이 처음 연기됐을 때는 당황스러웠는데, 오히려 1년을 더 준비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좀 더 훈련에 임했던 것 같다. 선수촌 퇴촌 후에 다들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아서 문을 연 다이빙장이 없었다. 그래서 소속팀 체육관에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지상 훈련 위주로 훈련을 진행했다."

올림픽 연기로 인해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은 지난해 3월 대표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퇴촌을 통보했다. 원래 계획은 선수들에게 약 5주간의 휴식을 준 뒤 방역을 마치고 재입촌과 훈련 재개를 하는 것이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입촌 일정은 계속 늦춰지다 결국 5월 중순 무기한 연기됐다.

4개월 만에 다이빙대로 돌아온 우하람은 그로부터 4개월 후인 지난해 11월13∼15일 치러진 2021년 다이빙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 모두 1위에 올라 국가대표 자리를 이어갔다. 이어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자신이 따낸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 올림픽 출전권을 통해 올림픽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우하람은 리우올림픽 10m 플랫폼에서 한국 다이빙 사상 최초로 올림픽 결선에 진출하는 역사를 썼다. 당시 18세의 나이로 다이빙 종목에 홀로 출전했지만, 총 28명이 출전한 예선에서 438.45점으로 11위, 준결선에서는 453.85점으로 18명 중 12위에 올라 12명이 출전하는 결선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결선 최종 순위는 11위였지만, 한국 다이빙 역사에는 새로운 장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다이빙 종목이 야외에서 진행됐던 리우올림픽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강풍 때문에 여러 선수들이 고전했고, 야외 다이빙이 처음인 우하람 선수도 스프링보드에서는 24위로 예선 탈락의 아쉬움을 겪었다.

[우] 출전 가능한 모든 세부종목 참가
2019 세계선수권 역대 최고 성적

우하람이 다이빙을 처음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인 2005년. 국내에 본격적인 다이빙 지상훈련장이 완공된 것은 2010년(김천 지상훈련장). 다이빙 대표팀이 다이빙풀과 지상 훈련장이 갖춰진 진천선수촌 수영장에 들어간 것이 2011년 12월, 그리고 다이빙 대표팀에 트레이너가 생긴 것이 2014년이었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족한 환경에서 다이빙을 시작했다.

우하람은 그래도 다이빙이 좋았다.

"처음에는 매력이라기보다는 초등학교 때 재미로 시작했다.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 것 같았고, 다이빙하는 것이 즐거웠다. 좋아해서 다이빙에 빠졌던 것 같다. 다이빙은 지상 훈련도 중요한데 전국적으로 다이빙 전용 지상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이 이제 많이 생겼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조금 열악해진 상황이지만, 시설이나 실력은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좋아졌다."


정해진 기술
더 완벽하게

2013년 바르셀로나 세계선수권부터 본격적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우하람의 출전 기록을 보면 기본 3개 종목부터 시작해 최대 5개 종목(세계선수권의 경우 개인전 3개 - 1m, 3m 스프링보드, 10m 플랫폼 - 싱크로 2개 - 3m 스프링보드, 10m 플랫폼)까지, 출전 가능한 거의 모든 세부종목에 참가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우 2016 남자 3m 스프링보드 금메달리스트인 중국의 차오 위안을 포함해 많은 선수들이 많아야 대회당 최대 3개 종목 정도를 뛰는 것과 비교해 보면 상당한 숫자다. 

다이빙은 기계체조와는 달리 이전에 없던 창의적인 기술이 나오는 종목이 아니다. 정해진 기술을 누가 더 완벽하게 구사하느냐의 경쟁이다. 따라서 정상급 선수들의 경쟁은 대회에서 누가 더 완벽하게 하느냐, 누가 실수가 없느냐, 누가 컨디션이 좋으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하람은 개인전 1m 스프링보드 동메달, 10m 플랫폼 동메달을 따냈다. 김영남과 한 조로 출전한 싱크로나이즈드에서는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 모두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광주에서 열린 2019 세계선수권에서는 출전하는 종목마다 한국 남자 다이빙 역대 최고 성적을 냈고, 1m와 3m 스프링보드에서는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인 4위, 10m 플랫폼에서 6위, 10m 싱크로나이즈드에서도 6위를 기록했다. 이 결과로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은 도쿄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더 멀다. 어렸을 때 다이빙을 시작하면서 꿈꿨던 것들을 아직 이루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3m 스프링보드, 10m 플랫폼 개인전 출전 자격을 획득한 우하람은 목표로 하고 있는 싱크로나이즈드도 남아 있다. 싱크로나이즈드에서 우하람과 한 조를 이루는 선수는 라이벌이자 동반자라 할 수 있는 김영남이다. 

두 선수는 개인전에서는 항상 국내 1, 2위를 다투지만 싱크로나이즈드에서는 함께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019 세계선수권에서 입상과 올림픽 출전 자격 획득을 동시에 노렸지만, 10m 플랫폼에서 6위, 3m 스프링보드에서 10위에 오르며 메달 획득에는 실패한 바 있다.

우하람은 도쿄올림픽이 끝나면 바로 3년 후 개최되는 2024 파리올림픽에 대한 생각도 이미 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것이고, 다음 파리올림픽에서도 아직 전성기 나이이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김] 14세때 올림픽 첫 경험
2019 세계선수권 새 역사


김수지는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1m 스프링보드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다이빙 최초의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됐다. 2021 FINA 다이빙 월드컵 여자 3m 스프링보드 예선 18위를 기록하며 도쿄올림픽 출전을 확정, 런던 2012 이후 9년만의 올림픽 출전을 예약했다.

2012 런던올림픽 당시 14세의 중학생이자 한국 선수단 최연소 선수였던 김수지는 첫 올림픽에 대해 이렇게 기억했다.

"그때는 올림픽이 그렇게 큰 시합인지 체감하지도 못했고, 출전하기 힘든 시합인지도 몰랐다. 긴장이 되기는 했는데 너무 멍했다. 계속 그렇게 뛰다가 4차 시기에 구경하러 오신 아티스틱 스위밍 대표팀 언니들이 ‘한국 파이팅!’하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심장이 뛰었다. 이미 많이 늦었을 때였지만 정신을 차렸다."

14세 때 경험한 첫 올림픽은 여자 10m 플랫폼 종목 26위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올림픽 이후 잠시 국제대회에서 주춤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1m 스프링보드와 3m 싱크로나이즈드 모두 4위에 오르며 다시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비인기 종목
한계 넘는다

2018 아시안게임 1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을 획득,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시상대에 올랐던 김수지는 서서히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2일차인 7월13일 목에 걸었던 여자 1m 스프링보드 동메달은 한국 다이빙 최초의 세계선수권 메달이자 2011년의 박태환 선수 이후 8년 만에 나온 세계수영선수권 메달이었다.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동메달이었다. '최초'라는 수식어나 홈에서의 메달 획득으로 큰 관심을 얻게 된 것에 대해 김수지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다이빙이 비인기 종목이라 다들 관심이 별로 없다. 다이빙이라고 하면 스쿠버 다이빙으로 아시는 분들이 많은 정도로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도 이렇게 응원을 해 주시는데, 이를 부담으로 느끼면 그건 너무 죄송스러운 일인 것 같다. 더 봐주시고 더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한국 다이빙 최초의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됐다는 기쁨은 있었지만, 김수지에게 2019 세계수영선수권은 주종목인 3m 스프링보드에서 상위 12명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하지 못한 점에서는 아쉬웠던 대회였다.

남자 다이빙에서 '최초'를 만들어가고 있는 우하람과 마찬가지로, 김수지도 초등학교 1학년 때 방과 후 수업으로 다이빙을 처음 접했다.

"시작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내가 가만히 있지 못하는 학생이어서 방과 후 수영으로 에너지를 풀어보라는 담임 선생님의 권유가 시작이었다. 그냥 수영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이빙 수업이었다. 전혀 모르고 시작했지만, 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칭찬도 많이 받아서 흥미를 느꼈고, 그렇게 선수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중학교 2학년 때인 14세 때부터 시작된 대표팀 생활과 첫 올림픽 출전, 아시안게임 등을 거치며 점점 더 발전하고 있는 다이빙 환경을 실감하고 있다. 다이빙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시청자들이 다이빙 경기를 볼 때, 그 매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무엇일까.

"일반 시청자분들이 저희 경기를 보시면 몇 바퀴를 도는지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제일 편한 방법은 입수할 때 물이 어느 정도 튀는가, 봤을 때 ‘우와!’하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인가를 보면 될 것 같다."

두 번의 연기 끝에 지난 1일 막을 올린 2021 FINA 다이빙 월드컵.

김수지 선수는 한국 다이빙 대표팀의 일원으로 여자 3m 싱크로나이즈드와 3m 스프링보드에 출전했다. 첫날 열린 3m 싱크로나이즈드 종목에서는 조은비와 팀을 이뤄 예선에서 16개팀 중 11위를 기록, 상위 12팀이 진출하는 결선까지 올라갔고, 최종 순위 12위를 기록했다.

지난 3일 열린 여자 3m 스프링보드 경기에서는 예선 272.10점을 획득, 전체 48명 중 18위에 올라 올림픽 출전권 확보와 함께 준결선에 진출했다. 9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가야할 길 
아직 멀었다"

"너무 간절하고 진짜 나가고 싶다. 모든 대표팀 선수들이 다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노력을 해야 설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회 없이 시합하려고 한다. 일단 출전만 하게 된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고, 그 행복을 가지고 더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것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