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신동 김대섭, 다시 날아오르다

1998년 고교 2학년 때 아마추어 신분으로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오픈을 제패하고 2001년 대학 2학년 때 또 한 번 한국오픈을 제패하며 ‘골프 천재’로 불리던 김대섭을 그 무렵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여드름도 가시지 않은 풋풋했던 그를 만난 후 7년이 지난 지금, 그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결혼을 해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었고 2년간 우승이 없어 와신상담하며 보낸 시절이 있었다. 그런 그가 올해 3년 만에 우승컵을 안으며 다시 한 번 세간의 스포트라이트 받고 있다.


지금이야 한국남자프로골프를 주름잡는 선수들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의 젊은 프로들이지만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최광수, 강욱순, 신용진 등 30대 중·후반이 주를 이루던 시절이었다.
이 무렵 등장한 무서운 10대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김대섭이었다. 앳된 얼굴에 체격도 호리호리한 소년의 모습이었지만 ‘한국오픈’처럼 큰 무대에서 기라성 같은 선배 프로들과의 대결에서도 당당하게 경기를 펼쳤기에 많은 골프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1998년 한국오픈에서 한국 남자골프 사상 최연소 우승자가 된 김대섭은 2001년 대학 2학년 때 다시 한국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그 대회에서 프로 전향을 선언했다. 당시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하면 ‘군 면제’라는 특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프로무대를 선택했다.
“그때부터 한참 동안 주변에서 프로전향을 후회하지 않냐고 물어 올 때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고집스럽게 말해왔었는데 사실 요즘은 그때의 선택을 조금은 후회하고 있다. 아내와 아이가 있는 지금 군대를 가야하는 상황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김대섭 프로는 그 당시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아마추어가 1년 이내 프로전향을 하면 프로테스트를 면제한다’는 조항에 끌려 프로로 전향했다고 한다.
2002년 프로로 전향한 김대섭은 시즌 첫 대회인 SK텔레콤오픈에서 4위에 오르며 성공적으로 데뷔전을 치른 뒤 포카리스웨트 오픈에서도 공동 2위에 올라 프로무대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또한 9월에는 국내 대회 중 최고 상금이 걸린 메이저대회인 삼성증권배 한국프로골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프로데뷔 11개월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02년 김대섭은 총상금 1억7616만원을 벌어 상금순위 2위에 올랐고 그해 KPGA 최우수 신인에게 주어지는 명출상도 받았다. 다음해인 2003년에도 프로 2년차 징크스 없이 포카리스웨트 오픈에서 대회 최소타 타이기록인 19언더파 269타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우승 1회, 준우승 2회를 기록하며 상금순위 5위에 올랐다
2004년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2005년 3번의 준우승 끝에 동부화재 프로미배 PGA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한 번 그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이때 그에게 미PGA로 진출하라는 권유가 쏟아졌고 현재 소속사인 스포티즌의 노력으로 SK텔레콤과 2년간 후원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김대섭은 2005년 12월 같은 대학(성균관대)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오던 왕윤나 씨와 결혼을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결혼 후 김대섭의 골프는 하향세를 나타내기 시작해 2008년 9월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결혼이 김대섭의 골프가 쇠퇴한 원인’이라는 억지스런 주변의 시선을 받았다.
“결혼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말을 듣게 되면서 아내에게 너무 미안했고 주변의 그런 시선에 아내와 저, 둘 다 상처를 많이 받았다.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인생을 아무 굴곡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없을 텐데 제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일인 결혼이 오해를 샀다는 사실에 괴롭기도 했다.”
김대섭은 올해 3년 만에 우승을 거두며 상금순위 3위에 올라 한국프로골프대상 시상식에서 ‘감동상’을 수상했다. 이 자리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이제 두 돌을 넘긴 아들 ‘단이’가 함께했다.
“3년 간 왜 그렇게 골프가 안 됐냐고 묻는다면 어떤 시합 하나가 계기가 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2006년 솔모로 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잘 가다가 마지막 날 스코어를 잘못 적어서 실격까지 당했다. 그 일 이후 자신감도 많이 떨어지고 생각도 부정적으로 변했다. ‘안 된다 안 된다’는 생각을 하니 진짜 안 되더라. 그러다보니 드라이버샷부터 시작해 골프가 망가졌다.”
2008년 상반기에 특별히 감이 좋거나 하진 않았는데 몇몇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마음이 놓였었다는 김대섭 프로. 그 여세를 이어가고 싶었던 김대섭은 후반기 시작하기 전 2달간의 휴식기에 아내가 컴퓨터에서 찾아주는 스윙을 보면서 감을 많이 익혔다고 한다. 후반기 시작한 후 3번째 시합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좋은 성적이 계속 이어졌다.
“이번 우승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역시 아내였다. 그동안 금전적으로나 심적으로 힘들었다. 아내는 성격이 저랑 정반대다. 저는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아내는 시원시원하고 활발한 성격이다. 골프가 잘 안 될 때,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나가서 운동하라는 소리도 안 하고 제가 하는 대로 지켜봐줘서 고마웠다.”

고교 2년때·대학 2년때 한국오픈 제패, ‘골프천재’ 등극
큰 무대에서의 기라성 같은 선배 프로들과 대결 ‘위풍당당’


지난 한 해 가장 아쉬웠던 대회로 상반기 때 있었던 토마토저축은행배 대회를 꼽은 김대섭 프로. 김형성 프로가 우승을 차지했던 그 대회에서 그는 초반에 역전도 했고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결국 2위를 차지했지만 기폭제 역할을 했던 대회로 기억했다.
후반기 때 KEB인비테이셔널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감각을 회복한 그는 이후 서너 개의 큰 시합에서 우승권에 들면서 한 번 정도 더 우승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가졌지만 2008년은 그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던 소중한 한 해였다.
한편 SK텔레콤과의 계약이 끝난 후 후원사를 찾지 못했던 김대섭 프로는 대학교 2~3학년 때 도움을 주었던 삼화저축은행 회장과의 인연으로 올해 삼화저축은행과 후원계약을 맺기도 했다.
“저는 ‘초심으로 돌아가자’라는 교훈을 얻었다. 지금 제게 닥친 가장 큰 과제는 군대 문제인데 군대 다녀오고 나서는 정말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일에 임할 생각이다. 일본이나 미국무대로의 진출도 생각하고 있다. 군대는 이르면 올해 갈 것 같다. 안 되다가 잘되니까 욕심이 생겨 조금 더 하다 갈까, 아니면 빨리 다녀올까, 이 생각 저 생각 들어서 고민 중이다.”
김대섭 프로는 2009년에 또 한 아이를 얻게 된다. 아내가 둘째를 임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와 두 아이를 생각하면 마냥 행복해지고 의욕이 생긴다는 김대섭. 아직 많지 않은 나이지만 ‘좋은 아빠’의 모습이 느껴지는 그를 보는 마음이 흐뭇해진다.


김대섭 프로필
▲ 1981년 6월 30일생
▲ 2001년 프로입문
▲ 스포티즌 소속
▲ 계약: 삼화저축은행
▲ 173cm/65kg
▲ 1998년 한국오픈 우승
▲ 2001년 한국오픈 우승
▲ 2002년 삼성증권배 제45회 한국프로골프 선수권 대회 우승
▲ 2003년 포카리스웨트 오픈 골프 선수권 대회 우승
▲ 2005년 동부화재 프로미배 제48회 PGA 선수권 대회 우승
▲ 2008년 한-중투어 KEB인비테이셔널Ⅱ 대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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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