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신동 김대섭, 다시 날아오르다

1998년 고교 2학년 때 아마추어 신분으로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오픈을 제패하고 2001년 대학 2학년 때 또 한 번 한국오픈을 제패하며 ‘골프 천재’로 불리던 김대섭을 그 무렵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여드름도 가시지 않은 풋풋했던 그를 만난 후 7년이 지난 지금, 그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결혼을 해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었고 2년간 우승이 없어 와신상담하며 보낸 시절이 있었다. 그런 그가 올해 3년 만에 우승컵을 안으며 다시 한 번 세간의 스포트라이트 받고 있다.


지금이야 한국남자프로골프를 주름잡는 선수들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의 젊은 프로들이지만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최광수, 강욱순, 신용진 등 30대 중·후반이 주를 이루던 시절이었다.
이 무렵 등장한 무서운 10대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김대섭이었다. 앳된 얼굴에 체격도 호리호리한 소년의 모습이었지만 ‘한국오픈’처럼 큰 무대에서 기라성 같은 선배 프로들과의 대결에서도 당당하게 경기를 펼쳤기에 많은 골프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1998년 한국오픈에서 한국 남자골프 사상 최연소 우승자가 된 김대섭은 2001년 대학 2학년 때 다시 한국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그 대회에서 프로 전향을 선언했다. 당시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하면 ‘군 면제’라는 특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프로무대를 선택했다.
“그때부터 한참 동안 주변에서 프로전향을 후회하지 않냐고 물어 올 때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고집스럽게 말해왔었는데 사실 요즘은 그때의 선택을 조금은 후회하고 있다. 아내와 아이가 있는 지금 군대를 가야하는 상황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김대섭 프로는 그 당시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아마추어가 1년 이내 프로전향을 하면 프로테스트를 면제한다’는 조항에 끌려 프로로 전향했다고 한다.
2002년 프로로 전향한 김대섭은 시즌 첫 대회인 SK텔레콤오픈에서 4위에 오르며 성공적으로 데뷔전을 치른 뒤 포카리스웨트 오픈에서도 공동 2위에 올라 프로무대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또한 9월에는 국내 대회 중 최고 상금이 걸린 메이저대회인 삼성증권배 한국프로골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프로데뷔 11개월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02년 김대섭은 총상금 1억7616만원을 벌어 상금순위 2위에 올랐고 그해 KPGA 최우수 신인에게 주어지는 명출상도 받았다. 다음해인 2003년에도 프로 2년차 징크스 없이 포카리스웨트 오픈에서 대회 최소타 타이기록인 19언더파 269타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우승 1회, 준우승 2회를 기록하며 상금순위 5위에 올랐다
2004년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2005년 3번의 준우승 끝에 동부화재 프로미배 PGA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한 번 그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이때 그에게 미PGA로 진출하라는 권유가 쏟아졌고 현재 소속사인 스포티즌의 노력으로 SK텔레콤과 2년간 후원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김대섭은 2005년 12월 같은 대학(성균관대)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오던 왕윤나 씨와 결혼을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결혼 후 김대섭의 골프는 하향세를 나타내기 시작해 2008년 9월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결혼이 김대섭의 골프가 쇠퇴한 원인’이라는 억지스런 주변의 시선을 받았다.
“결혼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말을 듣게 되면서 아내에게 너무 미안했고 주변의 그런 시선에 아내와 저, 둘 다 상처를 많이 받았다.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인생을 아무 굴곡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없을 텐데 제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일인 결혼이 오해를 샀다는 사실에 괴롭기도 했다.”
김대섭은 올해 3년 만에 우승을 거두며 상금순위 3위에 올라 한국프로골프대상 시상식에서 ‘감동상’을 수상했다. 이 자리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이제 두 돌을 넘긴 아들 ‘단이’가 함께했다.
“3년 간 왜 그렇게 골프가 안 됐냐고 묻는다면 어떤 시합 하나가 계기가 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2006년 솔모로 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잘 가다가 마지막 날 스코어를 잘못 적어서 실격까지 당했다. 그 일 이후 자신감도 많이 떨어지고 생각도 부정적으로 변했다. ‘안 된다 안 된다’는 생각을 하니 진짜 안 되더라. 그러다보니 드라이버샷부터 시작해 골프가 망가졌다.”
2008년 상반기에 특별히 감이 좋거나 하진 않았는데 몇몇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마음이 놓였었다는 김대섭 프로. 그 여세를 이어가고 싶었던 김대섭은 후반기 시작하기 전 2달간의 휴식기에 아내가 컴퓨터에서 찾아주는 스윙을 보면서 감을 많이 익혔다고 한다. 후반기 시작한 후 3번째 시합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좋은 성적이 계속 이어졌다.
“이번 우승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역시 아내였다. 그동안 금전적으로나 심적으로 힘들었다. 아내는 성격이 저랑 정반대다. 저는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아내는 시원시원하고 활발한 성격이다. 골프가 잘 안 될 때,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나가서 운동하라는 소리도 안 하고 제가 하는 대로 지켜봐줘서 고마웠다.”

고교 2년때·대학 2년때 한국오픈 제패, ‘골프천재’ 등극
큰 무대에서의 기라성 같은 선배 프로들과 대결 ‘위풍당당’


지난 한 해 가장 아쉬웠던 대회로 상반기 때 있었던 토마토저축은행배 대회를 꼽은 김대섭 프로. 김형성 프로가 우승을 차지했던 그 대회에서 그는 초반에 역전도 했고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결국 2위를 차지했지만 기폭제 역할을 했던 대회로 기억했다.
후반기 때 KEB인비테이셔널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감각을 회복한 그는 이후 서너 개의 큰 시합에서 우승권에 들면서 한 번 정도 더 우승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가졌지만 2008년은 그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던 소중한 한 해였다.
한편 SK텔레콤과의 계약이 끝난 후 후원사를 찾지 못했던 김대섭 프로는 대학교 2~3학년 때 도움을 주었던 삼화저축은행 회장과의 인연으로 올해 삼화저축은행과 후원계약을 맺기도 했다.
“저는 ‘초심으로 돌아가자’라는 교훈을 얻었다. 지금 제게 닥친 가장 큰 과제는 군대 문제인데 군대 다녀오고 나서는 정말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일에 임할 생각이다. 일본이나 미국무대로의 진출도 생각하고 있다. 군대는 이르면 올해 갈 것 같다. 안 되다가 잘되니까 욕심이 생겨 조금 더 하다 갈까, 아니면 빨리 다녀올까, 이 생각 저 생각 들어서 고민 중이다.”
김대섭 프로는 2009년에 또 한 아이를 얻게 된다. 아내가 둘째를 임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와 두 아이를 생각하면 마냥 행복해지고 의욕이 생긴다는 김대섭. 아직 많지 않은 나이지만 ‘좋은 아빠’의 모습이 느껴지는 그를 보는 마음이 흐뭇해진다.


김대섭 프로필
▲ 1981년 6월 30일생
▲ 2001년 프로입문
▲ 스포티즌 소속
▲ 계약: 삼화저축은행
▲ 173cm/65kg
▲ 1998년 한국오픈 우승
▲ 2001년 한국오픈 우승
▲ 2002년 삼성증권배 제45회 한국프로골프 선수권 대회 우승
▲ 2003년 포카리스웨트 오픈 골프 선수권 대회 우승
▲ 2005년 동부화재 프로미배 제48회 PGA 선수권 대회 우승
▲ 2008년 한-중투어 KEB인비테이셔널Ⅱ 대회 우승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