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먹는 약을…’ 반려동물 의약품의 비밀

노인 치매약을 개한테 처방?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A씨의 강아지는 노쇠해 인지장애가 생겨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을 동물병원으로부터 받았다. A씨는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가족 같은 강아지가 고통받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진료를 받았다.
 

동물병원에서는 강아지의 경우 반려견 전용 치매약이 없다며, 사람 약을 먹여 예방해야 한다고 사용을 권했다. A씨는 반려동물에게 동물용 의약품이 아니라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지만, 전문가가 말하니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가정반려동물백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약 1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2년간 반려동물 치료를 위해 사용한 치료비는 가구당 평균 47만원이다. 또 반려가구 중 71%가 반려동물의 치료비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동물용 한계
인체용 사용

A씨는 동물병원에서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했다고 해 약 성분을 알고 싶어 진료기록부와 처방전을 요구했지만 동물병원은 일부 동물 의약품에 한해서만 진료기록부와 처방전 발급이 가능하다며 발급을 거부했다.

인체용 의약품의 처방전 발급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A씨는 약 성분이라도 알려달라며 통화를 요청했지만 동물 병원은 짧은 문자로 약의 성분만을 알려왔다. 


A씨의 경우 다행히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했다고 사전에 알려 성분을 알게 됐다. 하지만 실제 사용된 의약품이 인체용인지 동물용인지에 대해서는 수의사가 성분만 알려 줬기 때문에 보호자는 스스로 찾아보지 않는 한 알 길이 없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동물병원은 2020년 기준 전국 4604개(반려동물병원, 농장동물, 혼합진료 포함)이고, 동물 약국은 6163개다. 이에 따라 수의사협회와 약사회에서도 인체용 의약품 사용과 처방전 발급에 대해 서로를 견제하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수의사협회는 반려동물에게 인체용 의약품 사용은 약사법에 근거가 있으며, 개별적인 승인절차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의사가 진료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현재 나온 약들 중 동물용 의약품으로 치료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의사협회 관계자는 “동물용 의약품의 종류가 많지 않아,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나뉘어 있는 인체용, 동물용의 구분보다 성분이 더욱 중요하다”고 전했다. 처방전의 경우는 사람과 의료체계가 달라 수의사가 발급하는 처방전은 동물용 의약품 중 처방 대상이 아니면 발급하지 않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실제 처방전은 의사, 치과의사를 제외한 사람이 발급하면 불법이다. 처방전은 약을 사기 위한 서류기 때문에 만약 수의사가 보호자에게 임의로 처방전을 제공하게 되면 약물 오·남용의 우려가 있어 그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진료기록부·처방전 요구 거절
일부 동물용 의약품 한해서만 발급 가능

우리나라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산업동물(돼지, 소, 닭 등)과 반려동물이 구분돼있지 않다. 산업동물의 경우 약을 대량으로 사용하는데 수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 약품 도매상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 수의사의 인체용 의약품 처방에 대해서도 명시된 조항이며 수의사의 의약품 사용은 약사법 제정부터 허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동물용 항생제, 마취제 등에 한해 수의사가 진단하고 보호자가 임의로 살 수 없는 것에 따라 처방전이 발급된다. 반려동물 자체에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행위는 현재 법률상으로 위법은 아니다.
 

▲ 수의사 ⓒpixabay

그러나 현재 수의사법에서는 진료기록부 등에 대한 사항이 규정돼있거나 의무적이지 않아 수의사들이 보호자들에게 열람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협회 관계자는 반려동물에 대한 전반적인 의료시스템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진료기록부를 공개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인체용 의약품 역시 인체에 맞게 개발된 것이지만 성분을 따지고, 강아지의 무게, 크기 등에 따라 소분에서 밀리그램을 조절해 사용해왔고,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상이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허가사항에는 동물에게 인체용 의약품을 투여해도 된다는 규정이 없지만, 동물에게 사용하면 안 된다는 규정도 없기 때문에 진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괜찮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체용 의약품과 처방전을 두고 약사들과 수의사들은 대립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약사 역시 사람 의료 체계가 익숙하기 때문에 동물 체계에는 익숙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제3자가 볼 때 이해관계에 있다는 것” 대해 어느 정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동물 관련 전문가는 거의 수의사가 유일하며, 규제가 필요한 항생제와 관련해 약사 입장에서는 마음대로 팔던 것에 대해 제한이 생기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상 같으면 
약발도 같다?

법적으로는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약품을 약국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약사들의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동물병원에서는 출납 대장 같은 기록도 있고 절차가 있기 때문에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함에 문제가 없다고도 했다.

협회 측은 법이 모든 사항을 세부적으로 담을 수 없으며, 인체용 의약품이 사람으로 한정돼있어도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괜찮다는 입장이다. 동물병원에서는 인체용 전문 의약품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진료비와 관련해서 각 항목을 따로 청구하거나 전체를 합쳐서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수의사협회 측은 의료체계 자체가 사람에 준하도록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행위는 치료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양한 요법이 있어서 동물용, 인체용 의약품이라 해서 된다와 안 된다를 구분하는 별도 규제가 없어 우려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관련 제도 자체가 얽혀 있기 때문에 동물 약품은 별도의 법안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수의사협회와 다른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의약품 법을 따로 두고 있지 않고 약사법 내의 동물용 의약품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동물에 사용하는 인체용 의약품에 대한 규정 역시 별도로 마련돼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 전까지는 제한이 없었던 인체용 의약품 사용이 2000년 7월 의약분업 시행 이후 수의사들이 인체용 의약품을 구입하지 못했다. 수의사들이 약사법 21조 수정을 국회에 청원해 약사법에 근거 동물병원 개설 수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약사로부터 구매가 가능해졌다.


수의사의 인체용 의약품 사용에 대한 법률 조항은 진료목적으로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조항 외에 별도의 법률 조항이나 규정이 미국처럼 존재하지 않아 사용 원칙 없이 관리 없는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또 인체용 의약품 대장이 있긴 하지만 의약품이 어디서 생산됐고, 어디에 사용됐는지 등의 통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라 
괜찮다?

동물에게는 동물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쓸 만한 약이 없을 때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약에 대한 수요가 발생해야 동물용 의약품 개발이 활성화될 텐데,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해 수요가 없어 동물용 의약품과 관련해 개발하는 경우가 적다는 것. 

약사회 관계자는 “수의사들이 동물용 의약품이 부족하다고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개발이 필요한 경우는 적극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와 정부 등에 건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동물병원의 수의사는 동물용 의약품을 사용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동물용 의약품을 먼저 사용하고 나서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또 농림축산검역본부 등과 같은 관련 부처 역시 손을 놓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pixabay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할 때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 일시적으로라도 겸용을 허가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와 약사 그리고 정부의 합의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관리 부서에서 내놓는 조항과 법끼리 충돌하거나 겹치는 부분이 있다 보니 서로 안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만약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한다면 겸용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겸용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만약 사용해야 한다면 그런 방식을 일시적으로라도 인체용과 동물용을 겸용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시선이다.

이 약사회 관계자는 “인체용과 동물용을 반드시 나눠 생각해야 한다”며 “반대로 생각해보면 동물용 의약품을 성분이 같다는 이유로 사람에게 사용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의사 vs 약사 밥그릇 전쟁
‘네 탓’법 충돌로 혼란 상태

만약 그런 경우라면 동물용과 인체용을 구분 짓지 않아도 될 것이며 수의사협회의 의학적으로는 성분이 중요하다는 견해에 대해 반박했다. 수의사는 동물용 의약품 사용을 우선시하고 만약 관련 약이 없다면 육성을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처방전과 관련해서도 처방 대상 의약품인데 처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결국 서로의 이익 문제로 연결된다. 누군가의 권한을 확대하고 축소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서로 합의해 이익과 관련한 부분에서도 협의해야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역시 반려동물에게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 외에 진료기록부 관련해서도 법 체계가 미미한 점이 있다며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은 동물 진료기록부 발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 ⓒpixabay

동물 의료 분쟁이 잦은 이유는 현행법상 동물을 진료할 경우 사람과 달리 병원 측에서 진료기록을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어렵게 공개된 기록도 주요 정보가 빠진 경우가 많아 책임을 가릴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사람의 의료체계는 환자가 요구하면 진료기록을 공개하지만, 동물 진료기록은 공개 의무가 없어 보호자와의 갈등을 야기한다”며 “반려동물 관련 의료분쟁을 줄이기 위해 진료부 발급을 의무화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결국 두 집단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적 여론이 다수다. 서로 이익만 생각하면 해결될 수 있는 사항이 아무것도 없다는 지적이다.

“용도 구분?
성분이 중요”

반려동물에게 인체용 의약품사용을 하려면 수의사는 더욱 철저한 관리와 충분한 사전고지가 필요하며, 약사는 의약품 사용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반려동물 약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정부 역시 반려동물과 관련된 산업의 규모가 커진 만큼 법 조항과 의약품 승인 등에 대해 더욱 철저한 감시, 세부적인 사항, 동물용 의약품 관련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커지는 반려동물 산업

개 가구에 고양이 신탁까지

펫코노미(Pet과 economy 합성어)라는 말이 등장했을 정도로 늘어난 반려동물 수만큼 관련 산업규모도 확대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연관 산업의 규모는 2022년 4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반려동물 시장 확대와 4차 산업혁명의 발달로 반려동물 산업에도 첨단 기술을 적용한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는 펫테크의 발전규모도 커졌다.

펫테크는 반려동물 관련 제품과 서비스에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결합된 형태를 일컫는다.

또 반려동물의 음식 사업도 확대됐다.

시장 규모 2022년 4조 돌파 전망
첨단기술 적용 제품·서비스 등장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반려동물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돼, 유기농 재료를 활용한 반려동물들의 사료, 간식 등이 프리미엄으로 나온다.

동원, 하림 등에서도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를 내걸고 신사업으로 펫푸드 시장에 진출했다. 

반려동물의 가구 브랜드도 호황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최적화된 환경에 대해 보호자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에게 최적화된 가구를 구매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펫신탁까지 출시했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가족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더 이상 반려동물을 돌볼 수 없게 됐을 경우 반려인이 양육에 필요한 금액을 설정하는 신탁계약이다. 반려동물 산업은 2027년 6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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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