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먹는 약을…’ 반려동물 의약품의 비밀

노인 치매약을 개한테 처방?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A씨의 강아지는 노쇠해 인지장애가 생겨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을 동물병원으로부터 받았다. A씨는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가족 같은 강아지가 고통받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진료를 받았다.
 

동물병원에서는 강아지의 경우 반려견 전용 치매약이 없다며, 사람 약을 먹여 예방해야 한다고 사용을 권했다. A씨는 반려동물에게 동물용 의약품이 아니라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지만, 전문가가 말하니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가정반려동물백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약 1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2년간 반려동물 치료를 위해 사용한 치료비는 가구당 평균 47만원이다. 또 반려가구 중 71%가 반려동물의 치료비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동물용 한계
인체용 사용

A씨는 동물병원에서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했다고 해 약 성분을 알고 싶어 진료기록부와 처방전을 요구했지만 동물병원은 일부 동물 의약품에 한해서만 진료기록부와 처방전 발급이 가능하다며 발급을 거부했다.

인체용 의약품의 처방전 발급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A씨는 약 성분이라도 알려달라며 통화를 요청했지만 동물 병원은 짧은 문자로 약의 성분만을 알려왔다. 


A씨의 경우 다행히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했다고 사전에 알려 성분을 알게 됐다. 하지만 실제 사용된 의약품이 인체용인지 동물용인지에 대해서는 수의사가 성분만 알려 줬기 때문에 보호자는 스스로 찾아보지 않는 한 알 길이 없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동물병원은 2020년 기준 전국 4604개(반려동물병원, 농장동물, 혼합진료 포함)이고, 동물 약국은 6163개다. 이에 따라 수의사협회와 약사회에서도 인체용 의약품 사용과 처방전 발급에 대해 서로를 견제하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수의사협회는 반려동물에게 인체용 의약품 사용은 약사법에 근거가 있으며, 개별적인 승인절차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의사가 진료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현재 나온 약들 중 동물용 의약품으로 치료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의사협회 관계자는 “동물용 의약품의 종류가 많지 않아,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나뉘어 있는 인체용, 동물용의 구분보다 성분이 더욱 중요하다”고 전했다. 처방전의 경우는 사람과 의료체계가 달라 수의사가 발급하는 처방전은 동물용 의약품 중 처방 대상이 아니면 발급하지 않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실제 처방전은 의사, 치과의사를 제외한 사람이 발급하면 불법이다. 처방전은 약을 사기 위한 서류기 때문에 만약 수의사가 보호자에게 임의로 처방전을 제공하게 되면 약물 오·남용의 우려가 있어 그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진료기록부·처방전 요구 거절
일부 동물용 의약품 한해서만 발급 가능

우리나라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산업동물(돼지, 소, 닭 등)과 반려동물이 구분돼있지 않다. 산업동물의 경우 약을 대량으로 사용하는데 수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 약품 도매상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 수의사의 인체용 의약품 처방에 대해서도 명시된 조항이며 수의사의 의약품 사용은 약사법 제정부터 허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동물용 항생제, 마취제 등에 한해 수의사가 진단하고 보호자가 임의로 살 수 없는 것에 따라 처방전이 발급된다. 반려동물 자체에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행위는 현재 법률상으로 위법은 아니다.
 

▲ 수의사 ⓒpixabay

그러나 현재 수의사법에서는 진료기록부 등에 대한 사항이 규정돼있거나 의무적이지 않아 수의사들이 보호자들에게 열람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협회 관계자는 반려동물에 대한 전반적인 의료시스템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진료기록부를 공개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인체용 의약품 역시 인체에 맞게 개발된 것이지만 성분을 따지고, 강아지의 무게, 크기 등에 따라 소분에서 밀리그램을 조절해 사용해왔고,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상이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허가사항에는 동물에게 인체용 의약품을 투여해도 된다는 규정이 없지만, 동물에게 사용하면 안 된다는 규정도 없기 때문에 진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괜찮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체용 의약품과 처방전을 두고 약사들과 수의사들은 대립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약사 역시 사람 의료 체계가 익숙하기 때문에 동물 체계에는 익숙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제3자가 볼 때 이해관계에 있다는 것” 대해 어느 정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동물 관련 전문가는 거의 수의사가 유일하며, 규제가 필요한 항생제와 관련해 약사 입장에서는 마음대로 팔던 것에 대해 제한이 생기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상 같으면 
약발도 같다?

법적으로는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약품을 약국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약사들의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동물병원에서는 출납 대장 같은 기록도 있고 절차가 있기 때문에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함에 문제가 없다고도 했다.

협회 측은 법이 모든 사항을 세부적으로 담을 수 없으며, 인체용 의약품이 사람으로 한정돼있어도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괜찮다는 입장이다. 동물병원에서는 인체용 전문 의약품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진료비와 관련해서 각 항목을 따로 청구하거나 전체를 합쳐서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수의사협회 측은 의료체계 자체가 사람에 준하도록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행위는 치료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양한 요법이 있어서 동물용, 인체용 의약품이라 해서 된다와 안 된다를 구분하는 별도 규제가 없어 우려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관련 제도 자체가 얽혀 있기 때문에 동물 약품은 별도의 법안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수의사협회와 다른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의약품 법을 따로 두고 있지 않고 약사법 내의 동물용 의약품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동물에 사용하는 인체용 의약품에 대한 규정 역시 별도로 마련돼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 전까지는 제한이 없었던 인체용 의약품 사용이 2000년 7월 의약분업 시행 이후 수의사들이 인체용 의약품을 구입하지 못했다. 수의사들이 약사법 21조 수정을 국회에 청원해 약사법에 근거 동물병원 개설 수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약사로부터 구매가 가능해졌다.


수의사의 인체용 의약품 사용에 대한 법률 조항은 진료목적으로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조항 외에 별도의 법률 조항이나 규정이 미국처럼 존재하지 않아 사용 원칙 없이 관리 없는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또 인체용 의약품 대장이 있긴 하지만 의약품이 어디서 생산됐고, 어디에 사용됐는지 등의 통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라 
괜찮다?

동물에게는 동물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쓸 만한 약이 없을 때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약에 대한 수요가 발생해야 동물용 의약품 개발이 활성화될 텐데,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해 수요가 없어 동물용 의약품과 관련해 개발하는 경우가 적다는 것. 

약사회 관계자는 “수의사들이 동물용 의약품이 부족하다고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개발이 필요한 경우는 적극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와 정부 등에 건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동물병원의 수의사는 동물용 의약품을 사용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동물용 의약품을 먼저 사용하고 나서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또 농림축산검역본부 등과 같은 관련 부처 역시 손을 놓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pixabay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할 때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 일시적으로라도 겸용을 허가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와 약사 그리고 정부의 합의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관리 부서에서 내놓는 조항과 법끼리 충돌하거나 겹치는 부분이 있다 보니 서로 안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만약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한다면 겸용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겸용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만약 사용해야 한다면 그런 방식을 일시적으로라도 인체용과 동물용을 겸용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시선이다.

이 약사회 관계자는 “인체용과 동물용을 반드시 나눠 생각해야 한다”며 “반대로 생각해보면 동물용 의약품을 성분이 같다는 이유로 사람에게 사용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의사 vs 약사 밥그릇 전쟁
‘네 탓’법 충돌로 혼란 상태

만약 그런 경우라면 동물용과 인체용을 구분 짓지 않아도 될 것이며 수의사협회의 의학적으로는 성분이 중요하다는 견해에 대해 반박했다. 수의사는 동물용 의약품 사용을 우선시하고 만약 관련 약이 없다면 육성을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처방전과 관련해서도 처방 대상 의약품인데 처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결국 서로의 이익 문제로 연결된다. 누군가의 권한을 확대하고 축소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서로 합의해 이익과 관련한 부분에서도 협의해야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역시 반려동물에게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 외에 진료기록부 관련해서도 법 체계가 미미한 점이 있다며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은 동물 진료기록부 발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 ⓒpixabay

동물 의료 분쟁이 잦은 이유는 현행법상 동물을 진료할 경우 사람과 달리 병원 측에서 진료기록을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어렵게 공개된 기록도 주요 정보가 빠진 경우가 많아 책임을 가릴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사람의 의료체계는 환자가 요구하면 진료기록을 공개하지만, 동물 진료기록은 공개 의무가 없어 보호자와의 갈등을 야기한다”며 “반려동물 관련 의료분쟁을 줄이기 위해 진료부 발급을 의무화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결국 두 집단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적 여론이 다수다. 서로 이익만 생각하면 해결될 수 있는 사항이 아무것도 없다는 지적이다.

“용도 구분?
성분이 중요”

반려동물에게 인체용 의약품사용을 하려면 수의사는 더욱 철저한 관리와 충분한 사전고지가 필요하며, 약사는 의약품 사용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반려동물 약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정부 역시 반려동물과 관련된 산업의 규모가 커진 만큼 법 조항과 의약품 승인 등에 대해 더욱 철저한 감시, 세부적인 사항, 동물용 의약품 관련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커지는 반려동물 산업

개 가구에 고양이 신탁까지

펫코노미(Pet과 economy 합성어)라는 말이 등장했을 정도로 늘어난 반려동물 수만큼 관련 산업규모도 확대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연관 산업의 규모는 2022년 4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반려동물 시장 확대와 4차 산업혁명의 발달로 반려동물 산업에도 첨단 기술을 적용한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는 펫테크의 발전규모도 커졌다.

펫테크는 반려동물 관련 제품과 서비스에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결합된 형태를 일컫는다.

또 반려동물의 음식 사업도 확대됐다.

시장 규모 2022년 4조 돌파 전망
첨단기술 적용 제품·서비스 등장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반려동물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돼, 유기농 재료를 활용한 반려동물들의 사료, 간식 등이 프리미엄으로 나온다.

동원, 하림 등에서도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를 내걸고 신사업으로 펫푸드 시장에 진출했다. 

반려동물의 가구 브랜드도 호황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최적화된 환경에 대해 보호자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에게 최적화된 가구를 구매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펫신탁까지 출시했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가족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더 이상 반려동물을 돌볼 수 없게 됐을 경우 반려인이 양육에 필요한 금액을 설정하는 신탁계약이다. 반려동물 산업은 2027년 6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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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