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 '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41)

씨는 뿌린대로 거둔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괜한 과욕으로 본전도 못 찾을 수 있다
우정과 의리도 이해타산에 따라 변한다

“들어오세요. 어떤 분인지 몰라서요.”
“예, 감사합니다.”
나는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둔 채 받침대로 고정시켜놓았다. 그녀가 거실로 들어오라는 것을 사양하고 신발장 앞에 선 채로 확인서를 받고자 했다. 여성 혼자 있는 집에 들어갔다가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였다.

“확인서 내용을 보셔도 아시겠지만 달리 오해할 내용은 없을 겁니다.”
“그러네요. 잠시 만요.”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아무런 피해를 입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금방 방안으로 들어가서는 볼펜과 도장을 가지고 나왔다.
“어디에 서명날인하면 되죠?”

증거사본은 필수

내가 주민등록번호와 성명 등 공란으로 남겨놓은 곳을 가리키자 그녀는 자필로 서명하고 날인해 주었다. 나는 그녀가 지켜보는 가운데 다시 한 번 확인서 내용을 살펴본 후 정중히 말했다.

“어찌되었건 감사합니다. 그러나 혹 법정에서 천 사장이 사모님께서 작성해주신 이 확인서마저 인정치 않을 경우에는, 부득이 사모님께서 증인으로 나와 증언해 주실 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되도록이면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지만 말입니다. 제 말 뜻을 이해하시겠죠?”


“어쩔 수 없지요. 그 사람들이 그렇게 나쁜 마음을 먹는 다면 저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없지요.”
그녀는 확인서까지 작성해준 마당에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는 듯 입술을 앙다물며 말했다. 그래서 나는 번복하지 못하도록 아예 다짐을 해뒀다.

 “사모님께서 그러실 이유가 없겠지만, 만약에 나중에 말을 번복하시면 위증이 될 수도 있고, 잘못하면 천 사장으로부터 무고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음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그런 걱정일랑 마세요. 우리 시동생이랑 제 오빠도 알고 있으니…. 다시는 이런 문제로 절 찾아오지 않았으면 해요.”
“알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배 사장님께서 천 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해서 승소판결을 받으면, 그 판결문 사본을 가져다 드리라고 하겠습니다. 그 사본을 보관하고 계시다가 누군가 혹 저희와 같은 문제로 찾아오면 보여주면 될 것입니다. 판결문이 사모님께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 줄 것이니까요.”
“그러면 고맙죠. 안녕히 가세요.”

내가 되돌아보니 그녀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걸어가는 나를 잠시 현관 앞에서 지켜보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아파트를 내려오면서 곰곰 생각해보니 우정도 의리도 결국은 이해타산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배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원하는 대로 일이 잘 되었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시간이 나는 대로 사무실로 와서 사실 확인서를 찾아가라고 했다.
그는 마치 잃어버렸던 소중한 돈을 되찾기라도 한 양 좋아하며 수일 내로  들리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배 사장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이사님! 그 부인이 순순히 확인서를 작성해 주었습니까?”
배 사장은 내가 건네준 확인서를 받아보고선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피운 채 신기한 듯 물었다.

“진실에 호소하다보면 그 부인도 거부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천 사장이 친구인 죽은 남편을 이용만 하고 버린 배신감과, 배 사장님 역시 천 사장에게 당했다는 점이 서로 동변상련처럼 공감대 형성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런 말이 있잖습니까. ‘씨는 뿌린 대로 거둔다’고 평소 주변사람들에게 덕을 쌓으면 보은이 돌아오고, 악행을 저지르거나 원한을 쌓게 되면 그 대가를 받는 게 어쩌면 당연한 법칙 아니겠습니까. 자신의 처신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사님 말씀대로 저도 씨를 잘 뿌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배 사장은 미수금을 해결하기위한 최종적인 방안을 나에게 부탁했다.  
“받지 못한 미수금이 정확히 얼마나 됩니까?”
“아예,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대략 5000만원 정도 될 겁니다.”

적당히 합의하라

“금액이 상당하네요. 제 의견은 두 가지로 볼 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가압류를 하는 방법으로 먼저 상대방의 재산을 조사해봐야 합니다. 유체동산보다는 부동산이나 은행예탁금이 있다면 좋겠지만, 있다고 해도 빠른 시일 내에 밝혀내기가 만만찮으니 실효성이 없지요. 두 번째는 청구소송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가압류를 먼저 하지 않고 소송부터 진행할 경우에는 상대방이 재산을 면탈하기 위해 빼돌리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야 됩니다. 만약 재산을 빼돌릴 것으로 판단될 때에는 반드시 가압류부터 먼저하고 소송을 진행해야 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소송을 진행하여 배 사장님 측이 이겼을 경우에 경매대금에서 배당받아 회수만족을 취하면 됩니다. 네 번째는 가압류나 소송을 진행할 경우 그쪽에서 합의를 제안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송에서 패배할 것이 뻔한데, 굳이 변호사 비용과 소송 비용까지 물어줘 가면서 끝까지 싸움을 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럴 경우에는 사장님도 적당히 합의에 응하는 것도 한 방법임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원래 채권·채무라는 것은 노름판과 같아서 본전을 뽑아내려고 하다가 집안을 망치는 수가 있습니다. 괜한 과욕을 부려 원금과 이자까지 전부 받아내려는 욕심을 부리다가는 원금마저 날려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뭐 그렇다고 꼭 합의를 보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참고적으로 이런 점도 감안하라는 뜻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선택은 배 사장님 몫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이사님 말씀을 참고하여 변호사를 선임하든지 하여 진행 하도록 하겠습니다.”
“참, 배 사장님! 제가 그 부인과 대화한 녹음테이프는 일단 제가 보관하고 있을 테니, 후일 그 분이 사실 확인서를 부인하거나 딴소리를 할 경우에 말씀하시면 증거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으로선 그 부인이 모든 사실을 인정해 주었으니 녹취록을 작성해 둘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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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