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재벌’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노욕

놓지 않은 명예직…감투에 눈멀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정창선 회장의 임기 연장으로 종결됐다. 화합차원에서 단독 후보를 추대했던 기존 관행이 이번에도 이어졌지만, 예년과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혼탁했던 선거 과정으로 인해 회원 간 갈등이 극에 달했고, 이를 봉합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의 욕심이 부른 촌극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중흥건설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이 광주상공회의소(광주상의)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광주상의는 지난 18일 임시총회를 열고, 단독 출마한 정 회장을 추대형식으로 선출했다. 정 회장은 인사말에서 “3년 임기 동안 광주 전남이 더는 낙후된 도시가 아닌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지역이 되도록 지역 현안과 해결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무리수
선거 과정

24대 광주상의 회장 선거는 단독 출마한 정 회장이 무난하게 연임하는 그림으로 끝났지만, 선출을 닷새 남겨 놓은 시점까지만 해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정 회장 이외에도 양진석 호원 회장이 지난 13일 광주상의 회장 입후보자로 등록한 덕분이었다. 양 회장이 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17일 후보에서 사퇴하지 않았다면, 광주상의는 15년 만에 경선을 거쳐야 하는 입장이었다.

앞서 2006년 19대 회장 선거에는 마형렬 남양건설 회장과 이원태 금호산업 대표이사가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고, 이 대표를 11표 차로 따돌린 마 회장이 임기 3년의 19대 회장에 당선된 바 있다. 이후 광주상의는 회원 화합 차원에서 단독 후보를 추대해왔다.

다만 정 회장의 연임으로 일단락된 이번 선거는 ‘돈 선거’ 논란이라는 꼬리표를 남겼다. 무엇보다 회비 납입액에 따라 선거권수에 차등을 두는 ‘차등투표’ 방식이 잡음을 촉발시켰다.


광주상의 의원선거에 적용되는 차등투표제는 납입한 회비금액이 50만원 이하면 선거권수 1표를 주고 ▲500만원 이하 10표 ▲2000만원 이하 20표 ▲4000만원 이하 30표 ▲7000만원 이하 40표 ▲9800만원 초과 시 48표가 주어진다. 여기에 특별회비를 납부하면 회비 100만원당 1표씩을 더 준다.

광주상의 회장 임기 연장
안 한다더니…완장 욕심?

납입회비에 따라 회원사는 최대 50표의 선거권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셈이다.

납입회비에 따라 선거권수를 차등 분배하는 방식은 사실상 50표의 선거권수를 갖는 46개 업체들이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하게 되는 폐단을 낳았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회비를 성실하게 납부해온 회원사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다.

▲ 정원주 중흥건설그룹 부회장

혼탁했던 선거 과정은 정 회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게 만들었다. 이는 정 회장의 과거 발언에서 촉발된 것이다.

정 회장은 23대 광주상의 회장에 취임할 당시만 해도 연임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지만, 24대 회장 선거를 앞둔 지난해부터 연임 의욕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 무렵 경선을 대비해 그룹 차원에서 선거권 확보를 위한 작업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정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중흥건설그룹 부회장이 아버지의 연임을 위해 직접 나섰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불만 많다”
회원사는?


게다가 23대 회장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정 회장의 욕심은 연임을 비판적으로 보게 하는 이유로 작용했다.

이번 회장 선거에서 맞붙을 뻔했던 정 회장과 양 회장은, 직전 선거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연출했던 전례가 있다.

당시 두 사람 모두 선거 직전까지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양측은 광주상의 의원들이 진행한 사전투표에서 승리한 후보가 단독 출마하기로 합의했다. 사전투표 결과는 양 회장의 우세로 결론났다. 그러나 정 회장은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선거 직전 양 회장의 출마 포기에 힘입어 회장으로 선출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두 번째 맞대결은 선출 직전까지 치열한 구도로 전개됐다. 양 회장은 상의를 2000여 회원사들이 참여하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 활성화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24대 회장 선거 완주 의지를 표명했다.

▲ 광주상공회의소 ⓒ카카오맵

이런 가운데 양측은 회비 납부 마감을 앞둔 시점에서 볼썽사나운 광경을 연출했다. 앞서 광주상의는 지난달 25일 오후 6시까지 회비를 납부할 경우 차기 회장선거에 대한 선출 권한이 있는 의원·특별의원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 자격을 부여키로 했다.

불신과 혼탁
씁쓸한 뒷맛

하지만 최종 마감 시간을 앞두고 정 회장 측 일부 회원사들이 미납된 상의회비와 특별회비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자리이탈’ 논란이 일면서 회원들 간 고성이 오가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선거관리위원회 회원들이 1시간 이상 격론 끝에 “오후 6시 기준, 광주상의 현관을 통과한 모든 회원들을 대상으로 미납회비와 추가회비를 받겠다”고 결정했지만, 양 후보 측 회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정 회장은 지난 17일 양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고 나서야 사실상 연임을 확정할 수 있었다.

양 회장은 “불신과 혼탁 선거로 타락한 광주상의의 대외적 위신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후보를 사퇴한다”며 “특별회비 납부와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은 상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겠다는 충정으로 이해하지만, 광주상의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천신만고 끝에 연임에 성공했지만, 혼탁했던 선거 과정으로 인해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연임과 별개로 광주상의를 대표할만한 인물인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는 형국이다. 특히 도덕성에 대한 잡음을 떨쳐내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자리 보존했지만 이미지 추락
떨쳐내기 힘든 도덕성 잡음

정 회장은 23대 광주상의 회장에 선출된 직후 상근부회장에 최종만 전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을 임명한 것으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최 상근부회장은 2011년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 재직 때 순천 신대지구 개발과정에서 편의제공 명목으로 중흥건설 관계자로부터 13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벌금 3000만원이 선고됐다.

▲ 중흥건설 본사 ⓒ카카오맵

2016년 2심에서는 징역 8개월에 선고유예하고 벌금 1500만원이 선고돼 형이 확정됐다.

통상 광주상의 상근부회장은 회장이 지명해 임시의원총회에서 임명 절차를 밟기 때문에 정 회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이 최 상근부회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비판받았던 이유다.

자리 놓고 
돈싸움?

광주상의 한 회원은 “상의 회장 자리를 놓고 돈싸움으로 전락하는 폐단은 이제는 막아야 한다”며 “최고 경제단체로서 상의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이에 걸맞은 선거제도 개선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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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