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코디 1세대 ‘STCO’ 저무는 신화

제자리 맴돌다 뒷걸음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에스티오가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공개했다. 제자리걸음은 고사하고, 혹시나 했던 4분기조차 심각한 뒷걸음질이 연출된 상황. 수익성이 바닥을 치면서 그나마 양호했던 재정건전성에 부정적인 요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STCO 매장

2003년 2월 출범한 ‘에스티오’는 남성 의류 및 아이템을 유통하는 회사다. ‘남성 포멀 SPA’ 브랜드인 ‘STCO’를 전개 중이며,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67.73%(846만7430주)를 보유한 김흥수 대표다.

잘나가더니…

에스티오는 출범과 함께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오랫동안 남성 패션업계에 몸담았던 김 대표의 노하우가 가미된 덕분이었다. LG패션 남성복팀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던 김 대표는 과거 TNGT 기획 및 론칭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김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STCO는 저렴한 가격과 세련된 디자인을 내세워 20~30대 남성들의 반향을 이끌어냈다. STCO의 활약에 힘입어 에스티오는 출범 2년만에 매출 100억원을 넘겼고, 2010년에는 900억원대 매출 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성장세가 계속 될거란 기대와 달리, 에스티오는 10년 간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매년 900억원대 안팎의 매출에 머무를 뿐, 외형적 성장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급기야 최근에는 급격한 내리막으로 돌아서기에 이르렀다.


지난달 8일 에스티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684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이는 전년(851억원) 대비 19.6% 감소한 수치다. 회사 측은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 코로나19의 여파를 꼽았다.

수익성 악화는 한층 두드러진다. 2019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54억원, 영업이익률 6.3%를 기록했던 에스티오는 지난해 1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 전환은 2013년(영업손실 35억원) 이후 7년 만이다.

지난해 4분기 수익성이 더욱 나빠졌던 게 뼈아팠다. 통상 패션업종은 4분기 실적이 한해 농사를 좌우한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 상장 패션기업은 3분기까지 적자이거나 수익성이 저조하더라도, 4분기에 흑자로 전환하거나 적자폭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하지만 에스티오의 지난해 4분기 성적표는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흑자는커녕 영업손실만 13억원에 달했다. 3분기까지 1억8400억원이던 누적 영업이익이 연말 기준 적자로 전환된 배경이다.

지난해부터 수익성 악화의 늪
현상 유지조차 버거운 현실

에스티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동절기 매출이 감소했고, 매출원가 및 고정비용이 꾸준히 발생하면서 적자 전환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저조해진 수익성으로 인해 회사의 기초체력은 한층 약해졌다.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재정건전성에 흠집이 발견된 것이다.


에스티오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총자산(총자본+총부채)은 661억원. 자본 감소폭이 부채 증가폭을 앞지르면서, 총자산은 전년(682억원) 대비 20억원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총자본은 전년(351억원) 대비 13.1% 줄어든 304억원으로 잠정 공시된 상태다.

총자본의 감소는 대규모 순손실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2019년 연결기준 순이익 33억원을 기록했던 에스티오는 지난해 27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이는 총자본의 구성요소인 이익잉여금을 축소시킨 배경이 됐다.
 

▲ 김흥수 STCO 대표

실제로 2019년 300억원이던 에스티오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기준 270억원대 수준으로 감소가 예상된다. 회사 측은 유·무형자산에 대한 손상차손 51억원이 반영되면서 순손실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부채가 늘고 자본이 줄면서, 양호했던 에스티오의 부채비율(총부채/총자본)은 크게 뛰어올랐다. 에스티오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전년(94.1%) 대비 23.0%p 증가한 117.1%를 나타냈다.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으로 빚에 대한 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추기란 사실상 힘들어졌다. 2019년 기준 228억원이던 에스티오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에 275억원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차입금 규모가 한층 커지면서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하는 차입금의존도는 같은 기간 33.5%에서 37.2%로 뛰어올랐다.

차입금 항목에서 눈여겨볼 특징은, 단기성 차입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에스티오의 단기성 차입금은 총 171억원.

단기차입금(145억원)과 유동성리스부채(26억원)가 여기에 해당된다. 총차입금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이 60%를 초과한다. 4분기에 차입금 일부를 상환했거나 리파이낸싱이 이뤄졌더라도 총차입금이 큰 폭으로 감소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빛바랜 영광

이런 가운데 순차입금(리스부채를 제외한 총차입금-현금성자산) 역시 증가 추세다. 2018년 말 73억원 수준이던 에스티오의 순차입금은 이듬해 149억원 수준으로 확대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에는 163억원으로 불어났다. 당장 보유한 현금으로 빚을 갚아도 채무가 160억원 이상 남아있다는 뜻이다. 덕분에 2018년 22.0%였던 순차입금비율은 지난해 3분기에 49.83%로 올랐다. 통상 순차입금비율은 2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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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