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Timeless’ 김민정

‘불에 태우고 겹쳐서’ 한지의 변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현대가 김민정의 개인전 ‘Timeless’를 준비했다. 2017종이, , 그을음: 그후전시 이후 갤러리현대에서 4년 만에 열리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총 30여점의 최근작을 공개한다.
 

▲ 16 Story, 2020, Mixed media on mulberry Hanji paper, 130 x 179cm

한지는 김민정 화업의 출발점이다. 그는 동아시아 회화 예술의 유산인 지필묵의 전통을 서구 추상미술의 조형 어법과 결합한 독창적인 작품을 30여년 동안 발표해왔다.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에서 김민정의 대표 연작 ‘Mountain’ ‘The Street’ ‘Sculpture’ ‘Story’ ‘Timeless’를 비롯해 새로운 연작 ‘The Water’‘Couple’ 30여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철학적 사유

전시 제목인 Timeless끝이 없는’ ‘영원한’ ‘변하지 않는등의 의미를 지녔다. 수천 년의 세월을 견딘 한지의 강인함과 아름다움, 마치 수행하듯 호흡을 가다듬어 한지를 불로 태우는 행위, 그 조각을 섬세하게 배열하는 반복적이고 노동집약적인 수작업 등 김민정의 작품세계를 복합적으로 아우르는 단어다.

나아가 윤회, 음과 양, 비움과 채움 등의 동양철학적 사유와 깨달음을 동시대 미술의 언어로 시각화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한지는 대상이 그려지는 바탕에만 머물지 않는다. 김민정에게 한지는 색색의 물감이자 회화의 대상 그 자체이며 명상과 수행을 위한 무대로 기능한다. 또 종교와 역사를 기록하는 장소이자 인간의 유한성을 극복하며 영원에 이르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운영하는 작은 인쇄소에서 종이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다. 이후 서예와 수채화를 공부하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1991년 르네상스 미술을 향한 동경과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났다.

2017년 이후 4년 만에
최근작 30여점 공개

서양미술의 혁신적 조형 문법이 탄생한 이탈리아에서 김민정은 오히려 자신이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피부와도 같은 재료인 한지로 되돌아갔다. 한지는 동양인 김민정의 문화적 정체성과 예술적 정신의 본류나 다름없다. 그는 한지를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품으로 인식하고 이를 이용한 작업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그 고유의 성질이 돋보이도록 했다.

김민정은 1990년대 먹과 수채 물감의 얼룩과 번짐 효과를 극대화한 일련의 수묵·채색 추상 작품을 발표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작품의 일부를 불로 태워 동아시아 회화 예술의 관례를 폐기하는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2000년대 들어 그는 그림의 지지체인 한지를 매체로 실험하는 콜라주 작업을 본격화했다.
 

▲ 20 The Water, 2020, Mixed media on mulberry Hanji paper, 200 x 140cm

동양화의 기초가 되는 선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한지를 태우기 시작한 그는 종이와 불이 협업해 만드는 자연의 또 다른 선에 매료됐다. 인간의 발명품 중 가장 연약한 종이를 촛불이나 향불로 태워 없애는 파괴적 행위를 행하면서 자연의 힘과 절제의 감각을 깨달았다.

김민정은 이를 창조적 에너지로 전환하며 자신만의 끈끈하고 잔잔한 맛이 나는 태움의 먹선을 창조했다.

김민정은 한지를 태우는 순간의 행위는 종이가 썩어서 사라지는 몇 천년의 시간을 함축한다고 말했다. 한지가 닥나무나 뽕나무 껍질로 만드는 것처럼 먹 또한 나무를 태운 그을음을 아교로 고정해 만든다는 점에서, 그가 구사하는 모든 재료는 자연에서 출발해 자연으로 돌아간다. 재료와 주제, 내용과 형식에 있어 반복과 순환의 개념은 김민정 작품세계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지필묵의 전통+서구 추상미술
수행적인 여정이 곧 제작과정 

그는 태운 한지를 재료로 장인처럼 세심한 수공과 집중의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한다. 작두로 절단하거나 불로 태워 만든 원형과 띠 형상의 한지 조각을 배치하고 색조, 형태, 질감 등을 무수히 변주하며 화면에 부유하는 공간감과 팽팽한 미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얇은 한지가 촘촘하게 맞물려 형성된 입체감은 잡념 없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작가의 손과 그 촉각적 감각을 환기시킨다.

혼돈에서 질서로, 정지에서 움직임으로, 충동에서 절제를 향해 가는 수행적인 여정이 곧 제작 과정인 셈이다. 김민정은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큐레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저 자신이 매우 자유로우면서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영적인 상태에 있기를 바래요. 제게 반복이란 자신을 잃는 것이고, 자신의 내면으로 깊게 들어가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 13 Order and Impulse, 2020, Mixed media on mulberry Hanji paper, 75 x 112cm

이어 이것이 참선이나 명상을 실천하는 방법이죠. 몇 시간이고 반복하면 자신을 둘러싼 현실마저 사라져요. 이 과정을 통해 더욱 맑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런 느낌은 중독성이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미술 언어로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명상과 같은 노동의 결과로 탄생한 개별 작품은 구체적 대상을 보여주지 않지만, 보는 이의 경험과 기억에 따라 안개 낀 산봉우리, 들에 화려하게 핀 꽃, 비 오는 길거리의 우산 등을 상상하게 하는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김민정은?]

1962년 광주 출생.

홍익대 회화과 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브레라국립미술원에서 유학했다.

2015OCI미술관 (Traces)’ 2017년 갤러리현대 종이, , 그을음 : 그후’ 2018년 광주시립미술관 비움과 채움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2015년 장 크리스토프 암만이 기획한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중 카보토 궁에서 열린 개인전 , 그림자, 깊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주목 받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