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10년 방랑사

‘파랑→주황→빨강’ 돌고 돌아 반대편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야권 단일화 후보 여부와 관계없이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다. 그간 안 대표의 정치 행보를 보면 그렇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박성원 기자

오는 4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누가 야권의 선수가 되느냐에 이목이 집중됐다.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도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일각에선 선거 이후를 주목한다. 특히 안 대표의 행보를 두고 그렇다.

앞으로
어떻게?

안 대표는 지난 16일 단일화 협의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깜짝 합당’을 발표했다. 이날 안 대표는 야권 대통합을 언급하며 “서울시장이 되어, 국민의당 당원 동지들의 뜻을 얻은 뒤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단일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대통합을 위한 합당은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안 대표의 합당 발언을 보수층 표심 확보를 위한 전략이라 보는 비판이 있었다. 국민의힘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지난 16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안 대표의 국민의힘 합당에 대해 “고정지지층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입당이나 합당은 절대 없다고 단호히 거부했던 그가 여론조사를 앞두고 합당을, 그것도 지금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서울시장 본선에서 이기면 그때 하겠다고 했다”면서 “정말 속셈이 보인다”고 질타했다.


당원들의 뜻을 모은다는 점도 만일을 위한 조건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일각에선 ‘또 간을 본다’ ‘철새가 또 왔다’며 안 대표의 합당 선언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안 대표의 지난 10년간 정치 행보에서 비롯된 비판인 것으로 해석된다.

질질 끌다 합당 선언 야권통합 강조
‘믿지 못한다’ 미심쩍은 분위기 왜?

안 대표가 존재감을 드러낸 시기는 지난 2009년이다. 그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릎팍도사>에 출연, 16.6%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강연 등에 나서며 대중과 소통했다. 특히 청춘콘서트를 통해 인지도를 확실히 굳혔다. 이른바 ‘안풍’의 서막이 열린 시기다.

안 대표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시기는 지난 2011년 9월 서울시장 재보선이었다. 그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설이 제기되자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당시 그는 출마설을 일축했지만 정치권은 크게 술렁였다.
 

▲ 손잡는 오세훈(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변수로 급부상한 그였지만 고민도 많았다. 당시 안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집권세력이 역사를 거스르고 있다”며 “출마하면 야권 단일화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계 입문을 강하게 부정했던 기존의 입장에 변화가 있었던 만큼, 출마설이 기정사실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어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이른바 ‘아름다운 양보’를 하며 한발 물러섰다. 결국 당시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안 대표의 표를 끌어안으며 정몽준 후보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다. 

안 대표의 복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2012년 18대 대선에 출마했다. 당시 판세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3자 구도였다. 안 대표는 무소속이었다. 


최대 변수
정치 신인

그는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안 대표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 돌연 대선일에 미국으로 떠났다.

안 대표는 이듬해인 2013년 서울 노원구병 재보선에 당선되며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당시 득표율은 60.46%. 그의 영향력은 현재진행형이었다.

안 대표는 2014년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과 합당,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하지만 그해 열린 7월 재보선에서 참패하며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2016년 총선을 앞둔 안 대표는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던 전·현직 의원들이 ‘탈당 러시’를 이어가며 국민의당으로 입당한 바 있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선 ‘철새따라 철새들이 날아간다’는 비판이 있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하지만 2016년 총선에서 안 대표의 국민의당은 호남을 중심으로 38석을 일궈내는 기염을 토해냈다. 거대 양당의 틈에서 제3지대 구축에 성공한 셈이다.

2017년 출마한 대선에서 안 대표는 3위로 낙선했다. 이후 국민의당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2018년 바른정당과 합당,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안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3위로 낙선하게 되며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나오고
들어오고

낙선 후 독일로 출국하며 한동안 정치와 거리를 두다가 지난해 1월,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기존에 몸 담았던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오늘날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돌아온 안 대표는 지난해 총선에서 지지율 6.8%로 의석 3석을 차지했다. 현재 국민의당은 원내 4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안 대표는 여러 차례 소속이 바뀌었다. 살펴보면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탈당→2016년 국민의당→합당→2018년 바른미래당→탈당→2020년 국민의당’의 행보를 보였다. 정치권에서 ‘갈지자 정치인’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안 대표는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 등 굵직굵직한 선거에 출마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성원 기자

그래서인지 안 대표에 대한 평은 갈린다. 거대 양당이 아닌 제3지대 안착은 쉽지 않은 만큼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시도였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반면 창당과 탈당, 합당을 반복하면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해석도 있다.

그 연유로 안 대표는 정계 복귀와 출마 때마다 정치권으로부터 공세를 받았다. 2018년 서울시장에 출마할 때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으로부터 “탈당과 창당의 연속인 그의 행보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 국민의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바른미래당이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창당, 탈당, 합당…쳇바퀴처럼∼
대선 D-1년, 어디서 시작할까?

이어 “진정성이 아니라 본인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행보”라며 “그 속에 국민은 없었기 때문에 현재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안 대표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10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안 대표는) 새정치를 하겠다고 지난 10년 동안 계속해서 갈지자 행보를 했다”며 “이런 후보는 서울시민 돌봄 문제에 관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할 것이란 생각을 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을 맡길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늘날 안 대표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당장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곳은 국민의힘이다. 다만 이 역시 확신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안 대표는 지난 2020년 1월 귀국 당시 “보수통합에 관심이 없다”며 보수진영과 선을 그은 바 있다. 또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도 “투쟁하는 중도정당을 만들겠다. 기존 정당의 관성도 앞장서서 파괴하겠다”며 통합설을 일축했다.

일각에선 안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국민의힘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할까?
말까?

차기 대선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반문(반 문재인) 정서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퍼져 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안 대표 역시 ‘문재인정권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만큼,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합당에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이미 서울시장 여론조사 등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확인한 만큼, 대선 출마를 위한 세력 규합 등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숨 가빴던 ‘오-안’단일화, 희생 프레임 속셈은?

범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치열한 단일화 경쟁을 벌였다. 안 후보가 지난 19일 국민의힘의 요구를 전격 수용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오 후보 역시 안 후보 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의 양보는 단일화 시점을 하루라도 더 앞당기려는 자구책으로 읽힌다. 지난한 단일화 논쟁은 야권에게도 안 후보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물론 오 후보와 안 후보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각자 양보한 것은 아니다. 오 후보자는 애초 안 후보자의 양보에 대해 ‘희생 프레임’을 가져가 놓고,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안 후보가 교묘하게 ‘새 제안’을 내놓고 있다고 해석했다.

오 후보는 “안 후보가 어떤 안을 받아들인다는 것인지를 분명히 하면 좋겠다”며 “안 후보와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의 의견이 다르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여론의 반응도 엇갈렸다. 수차례 반복되는 번복으로 피로감을 줬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어쨌건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로 양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과정은 험난했다. 초기에는 야권 모두 이구동성으로 조속한 단일화를 외쳤지만, 협상 테이블에서는 평행선을 달렸다. 특히 안 후보와 김 위원장의 갈등은 최고점을 찍었다.

안 후보는 오 후보와 여론조사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팽팽한 기 싸움은 늦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두 후보 측은 적합도와 경쟁력 문항을 두고 샅바싸움을 벌였다. 단일화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양측 모두 도장을 찍지 못했다. 곧 단일화 무산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단일화에 대한 기대는 있었다.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이 내놓은 안을 일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하지만 양당은 전화 여론조사 방식에서 큰 이견을 보였다. 국민의당은 ‘100% 무선전화 여론조사’를 역으로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펄쩍 뛰었다.

여론조사 방법 두고 평행선
안철수 수용 자세로 출발

국민의힘은 ‘유선전화 사용자 10% 포함 여론조사’를 관철시키고자 했다. 인구의 25%가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만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조사 대상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국민의당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물러서지 않았다. 사실, 유선전화 사용자는 상대적으로 고령층에 속한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중에서는 고령층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중도를 표방하는 안 후보보다 보수진영의 오 후보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유선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앞섰다. 반면 100% 무선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승리하는 그림이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은 비등비등하다. 굳이 핸디캡을 자처할 이유가 없다. 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양측은 막판 합의를 성사시키려했지만 때는 늦은 뒤였다. 애초 공표했던 여론조사 기간은 이틀이었다. 또한 여론조사 결과가 후보 등록기한 전에 발표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결국 물리적인 시간 부족으로 단일화는 좌초됐다.

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단일화 협상 결렬 이후 “두 후보가 여론조사를 하고 단일후보를 선출하기로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고 털어놨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도 “여론조사를 시행하고 내일 단일후보를 결정하는 건 물리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렵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단일화 협상은 계속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은 이튿날 재조명됐다.

두 후보가 각각 후보등록을 마치는 모습에서였다. 이들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각자 후보등록을 마친 상태다.

한편 범야권 서울시장 단일화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두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지난 11일 나타났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를 받아 지난 8일부터 이틀 동안 조사한 범야권 단일화 선호 후보에 따르면 오 후보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응답이 38.4%, 안 후보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응답이 38.3%로 조사됐다.

양자 가상 대결에서는 범야권 단일 후보가 누가 되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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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