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패장’ 황교안 복귀 속사정

혼자 중얼대는 ‘백의종군’ 타령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보수 야당을 이끌었던 황교안 전 대표가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다만 입지는 예전 같지 않다. 오늘날 야당의 방향성은 황 전 대표 시절과 상이하다. 비대위가 외연 확장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발 디딜 자리가 비좁다는 해석이다. 총선에서 완패해 별다른 명분 없이 복귀한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총선 참패에 따른 책임을 진다며 물러난 지 329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돌아왔다. 황 전 대표는 지난 10일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며 야만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돌연

황 전 대표의 정계 복귀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그는 8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정안 처리를 비판하며 정치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듬해 2월에는 대담집 <나는 죄인입니다>에서 “총선 이후 참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고백한 데 이어, 그 다음 달에는 이육사 시인의 <초인>을 인용해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전했다.

황 전 대표는 정치인 출신이 아닌 검사 출신이다. 정치 경력이 전무했지만 보수 야당의 대표를 지냈다. 계기는 박근혜정부 국무총리를 지내면서부터다.


탄핵 정국 당시 그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하며 TK(대구·경북)와 친박계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이어 범야권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에서 상위권 지지율을 기록하며 입지를 다졌다.

야당은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로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다. 당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돌입하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했다. 이후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당권 경쟁이 시작됐다. 범야권 차기 대권주자로 언급됐던 황 전 대표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4·15 책임 대표직 내려놓고 은퇴
비집을 틈이…예전 같지 않은 입지

김 비대위원장은 황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를 막아섰다. 황 전 대표의 출마는 친박(친 박근혜)·탄핵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당에 대한 기여가 낮다는 점과 보수 정치 통합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황 전 대표는 한국당에 입당했고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다.

황 전 대표는 취임 이후 정부·여당에 첨예한 각을 세웠다. 단식과 삭발도 꺼리지 않았다. 다만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했다.

황 전 대표가 이끌었던 미래통합당은 지난해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완패했다. 미래통합당은 103석을 확보한 데 반해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의 거대 여당이 됐다. 본인이 출마한 정치 1번지 종로에서도 민주당 이낙연 대표에게 58.38%대 39.97%로 패배했다.

그래서일까. 정치권 안팎에선 황 전 대표가 정계에 복귀하더라도 입지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룡 여당을 만든 총선 패장이 명분도 없이 4·7 재보선 한 달 전, 대선 1년 전인 선거철에 복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쪽에서는 황 전 대표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삭발식 갖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국민의힘은 4·15 총선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접어들면서 외연 확장에 나섰다. 당명을 교체하고, 진보 성향 의제인 한국형 기본소득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당헌·당규에 반영했다. 오늘날 당 정체성이 황 전 대표 시절과 거리가 있다고 보는 배경 중 하나다.

황 전 대표는 미래통합당 대표 시절 광주민주화운동을 ‘1980년대 무슨 사태’로 언급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른바 ‘5·18 망언’을 내뱉은 소속 의원들에 대한 징계에도 소극적이었다.

이와 달리 오늘날 국민의힘은 전향적 자세로 전환한지 오래다. 김 비대위원장은 광주 민주화운동 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공식 입장문을 통해 “우리 당은 단 한 순간도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폄훼하거나 가벼이 생각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과 황 전 대표 사이에 ‘반문’이라는 교집합이 있다고 본다. 다만 완벽한 고리라고는 볼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연확장 야당 강경보수 품을까
“복귀 명분 찾기 어렵다” 비판도

황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 집회 활동을 통해 반문(반 문재인) 연대를 결성했다. 그 중심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있었다. 전 목사는 황 전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할 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전 목사를 중심으로 한 지난해 8·15 광화문 집회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의 진원으로 떠오르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전 목사와의 관계를 끊어내고자 했다. 국민의힘은 당 대변인 명의 공식 논평을 통해 전 목사를 비판하면서 서로 관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황 전 대표가 강경보수 인사로 분류되는 점 역시 그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다가오는 4월 재보선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성원 기자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최종 경선을 살펴보면, 100% 시민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나경원 전 의원을 꺾었다. 앞선 예비 경선에서는 나 전 의원이 우위를 점했지만, 그의 강경보수 이미지가 시민들에게 거부감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황 전 대표의 이전과 다른 존재감 역시 걸림돌로 작용한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 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범야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황 전 총리의 지지율은 3.1%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29.8%)과 무소속 홍준표 의원(9.6%), 유승민 전 의원(5.7%)에 이은 4위다.

부담


이번 설문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해 유·무선 전화면접(20%·11%) 및 무선ARS(69%), 성·연령·지역별 할당 무작위 추출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4.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다. 보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한길리서치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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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