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나사 풀린’ 전자발찌 실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8.30 14: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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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악마들, 그들에겐 액세서리 족쇄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성범죄 전과로 전자발찌를 찬 40대 남성이 30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범인은 한적한 오전시간 주부가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낸 사이 몰래 침입해 주부를 성폭행하려했고, 반항하자 목숨까지 빼앗았다. 최근 성폭력 전과자가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전자발찌 실효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자발찌는 과연 범죄 예방의 효과가 있는 것일까. 그 실태를 들여다봤다.

서울 광진구의 한 주택가. 아침 9시를 넘긴 시간. 가정주부 이모(37)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골목길을 걸어 나왔다.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혼자 집으로 돌아간 이씨. 얼마 후, 이씨 집에서는 심상치 않은 싸움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웃주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이씨 집에서 흉기를 든 채 뛰쳐나오는 한 남성과 맞닥뜨렸다. 

밤새워 ‘야동’ 본뒤
성폭행 결심…

서울 광진경찰서는 성폭행에 저항하는 여성을 주먹으로 수차례 가격하고 흉기로 목을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서모(42)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씨는 직장에서 대체휴일이던 지난 20일 새벽 3시께 일어나 3시간 가량 자신의 컴퓨터로 음란 동영상과 사진 등을 본 뒤 소주 1병을 마시고 오전 9시쯤 흉기와 청테이프 등을 챙겨 거리로 나섰다.

이후 오전 9시30분께 광진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들어가 가정주부인 이씨의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이씨가 강하게 저항하자 머리, 옆구리 등을 20번 정도 때렸다.

이후 이씨가 현관으로 도망가자 뒤따라가서 흉기로 목을 찔렀다. 이씨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낮 12시40분께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서씨의 잔혹범죄로 4살 5살의 남매는 한순간에 어머니를 잃어버리고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떠안게 돼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전과 12범 출소 10개월 만에 또 사고
성범죄 재범 사례 보니 ‘허점투성이’

서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 두 명을 통학 버스에 배웅해 주러 집을 나서면서 현관문을 잠그지 않은 틈을 노려 집에 들어가 숨어서 기다렸다. 또 범행도구를 미리 준비했던 점을 보아 치밀한 계획 하에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서씨는 지난 2004년 4월 서울의 한 옥탑방에서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7년6월을 복역하고 작년 10월 만기 출소한 뒤 전자발찌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불과 10개월만에 재범하면서 출소자 관리의 허술한 단면이 노출됐다.

그가 범행을 하는 동안 차고 있던 전자발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대낮에 성범죄자를 물색하며 활보했지만 보호관찰소에 감지된 이상 징후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여자가 필요해
마누라 노릇 좀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는 서씨뿐만이 아니다. 지난 2일 울산에서는 미성년자 성폭행으로 전자발찌를 찬 40대 남성이 60대 여성의 집에 들어가 성폭행한 혐의로 붙잡혔고 지난 3월 서울에서는 전자발찌를 부착한 김모(36)씨가 자신을 방송사 PD로 속여 여성과 성관계를 가지려다 실패하자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달 30일 부산에서는 초등학생인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감옥에 다녀온 아버지가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또다시 친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김모(51)씨는 18일 밤 8시께 부산 영도구 자신의 집에서 혼자 TV를 보고 있던 딸(17)의 방에 들어가 “나는 여자가 필요하다, 니가 마누라 노릇해라”면서 딸을 성추행하는 등 모두 4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05년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딸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김씨의 아내는 술에 취하면 행패를 부리는 남편을 견디다 못해 1995년 집을 나갔고 딸보다 2살 많은 아들은 집에 정을 못 붙이고 밖으로 돌았다. 그 틈을 타 김씨는 또 다시 인면수심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수원에서는 성범죄로 6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40대 남성이 전자발찌를 차고 동생의 아내를 성폭행하려다 구속됐다.

곽모씨는 21일 오전 2시께 친동생 부부와 함께 술을 마신 뒤 동생 집으로 함께 들어가 잠을 자려했으나 친동생이 먼저 잠들자 제수인 A씨를 수원시 한 모텔로 유인해 얼굴 등을 때린 뒤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출소한 지 불과 21일 만이었다.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자발찌 착용 중에 성폭행 및 성추행을 한 정모(53)씨를 구속했다. 강간혐의로 2010년 10월 출소한 정씨는 서울 강남의 한 종교시설에서 신도 및 신도의 자녀들과 함께 살아왔다.

정씨는 이곳에서 2월 초 함께 사는 이모(10)양을 성추행하고 김모(47·여)씨를 수차례 성폭행했다. 정씨의 발해는 전자발찌가 채워져 있었지만 그의 범행은 다른 신도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처럼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 전과자가 출소 후 다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자발찌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피부착자의 위치와 이동경로를 24시간 추적할 수 있어 재범을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마음먹고 저지르는 범죄에는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위치추적 기능 뿐인
전자발찌의 한계

전자발찌는 성폭력범에 대한 위치추적과 보호관찰관의 밀착 지도감독을 통해 재범을 억제하는 제도로 2008년 9월 도입됐다. 현재 성폭력과 살인전과로 1030명이 전자발찌를 차고 있고 이 가운데 약 60%가 성범죄 전과자들이다.

전자발찌 착용자들은 위치추적 중앙 관제센터에서 24시간 위치와 이동경로가 추적된다. 이는 전과자를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들어 재범률을 떨어트리는데 제법 도움이 되는 듯 보였다.

실제 성폭행 사범의 경우 전자발찌 도입 전 3년간 재범률이 14.8%였지만 도입 후 재범률은 1.67%로 90% 가까이 감소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성과는 있어 보이지만 위와 같은 사건들을 놓고 보면 분명히 한계도 존재한다.

먼저 ‘준수사항 위반 경보’다. 이는 전자발찌를 강제로 훼손하거나 초등학교 주변 같은 출입제한 구역에 들어갈 경우에만 관제센터에 경보가 울릴 뿐 평소에는 이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 정도만 파악할 수 있는 정도여서 구멍이 있다.


거주지 주변에서 범행…위치추적뿐인 무용지물
범죄자 '인권' 보다 “강력한 법적 장치 시급”

전문가들은 “전자발찌가 전과자를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만 발찌의 기본 기능이 대상자의 위치 추적에 그쳐 범행 여부를 파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 “위치 추적을 아무리 정확하게 한다고 한들, 실제 범행을 막지 못한다면 전자발찌는 장식품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대낮이나 자신의 주거지 근처에서 범행을 저지를 경우 무용지물이 되는 것도 전자발찌의 헛점이다.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 전과자가 이동을 할 경우 위치추적이 되면서 예방할 수 있지만 거주지에 함께 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거나 거주지 주변에서 대상자를 탐색할 경우 사전에 범죄를 인지할 방법이 없다.

이에 시민단체 등에서는 일부 범죄에 적나라하게 노출된 전자발찌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제기해 왔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전자발찌에 카메라가 달린 것이 아니어서 이동경로 이외에 행동을 파악할 수는 없다”며 “전자발찌는 재범을 막는 보완재기 때문에 완벽히 범죄를 막기는 쉽지는 않지만 효능을 보완해 더욱 억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절단이 어렵고 와이파이 기능을 장착해 위치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전자발찌를 올해 말까지 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 미워하지 말자?


그렇다면 실질적인 대안은 없는 것일까. 한 네티즌은 전자발찌에 ‘전기충격’의 기능을 넣으면 어떨까 라는 의견을 제시해 많은 네티즌들의 추천을 받고 있다.

글쓴이는 전자발찌의 전기충격을 가하는 방법을 두 가지로 나누고 “일정 수준 이상의 흥분에 오르면 심박수가 오르는데 이를 안정시키기 위한 일시적인 통증 이라는 1차적 방법과 원하는 사람에게 리모콘을 판매하여 이를 누를 경우 전기 충격기 수준의 쇼크가 오도록 하는 것이다”라며 “물론 전자발찌는 전과자들에게만 한정된다는 점에서 초범들에게는 효과가 없겠지만 잡히면 저 정도 수준의 전자발찌를 해야한다는 점에서 예방효과도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천 명이 넘는 착용자들의 전자발찌에 충격기능을 넣는 막대한 비용부담과 인권침해요소가 많을뿐더러, 관리인력 측면에서도 실현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남은 방법은 재범 위험이 있는 성범죄 전과자들을 좀 더 면밀히 감시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반인륜적 범죄자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어설픈 생각보다는 보호관찰을 높이고 화학적 거세방안을 도입하는 등 보다 효과적이고 강력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이제 접을 때가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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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