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상장 노리는 유니콘기업 대해부

누가 뭐래도 갈 길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코로나19 후폭풍이 경제 전반을 관통하면서도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인 유니콘이 그렇다. 상장 추진 움직임이 하나둘 포착되는 가운데 누가 먼저 신호탄을 쏘아 올릴지 관심이 모인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0일 기준 국내 유니콘 기업은 모두 13곳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유니콘 기업에 대해 공식 통계를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 유니콘 기업은 ▲쿠팡 ▲크래프톤 ▲옐로모바일 ▲비바리퍼블리카 ▲위메프 ▲무신사 ▲지피클럽 ▲엘앤피코스메틱 ▲에이프로젠 ▲야놀자 ▲티몬 ▲쏘카 등을 비롯해 기업명 공개를 원치 않은 곳까지 모두 13곳이었다.

국내 13곳
20곳 제외

이 외에 기업 가치가 1조원을 뛰어넘은 이력은 있지만 상장이나 인수합병으로 집계에서 제외된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더블유게임즈 ▲잇츠한불 ▲CJ게임즈 ▲우아한형제들 등까지 포함하면 국내 유니콘 기업은 모두 20개에 달한다.

이들을 향한 관심은 뜨겁다. 상장이 기대되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서서히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곳부터 일찌감치 상장 주간사를 선정한 경우도 있다. 반면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위축된 기업도 있다.

차량 공유 업체 쏘카는 기업공개(IPO)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유니콘 기업으로 꼽힌다. 쏘카는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을 상장 주간사로 선정했다. 대표 주간사는 미래에셋대우다. 삼성증권은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쏘카는 지난달 입찰제안요청서를 국내 증권사에 발송하며 상장 궤도에 오른 바 있다.


쏘카는 국내 1위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2566억원으로 직전년도에 비해 60% 이상 성장했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16% 늘어난 715억원을, 순손실은 2배 가까이 불어난 809억원을 기록했다.
 

▲ ⓒ쏘카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쏘카는 최초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014년부터 지난 2019년까지 꾸준히 적자를 냈다. 그 이유로 테슬라 요건으로 알려진 ‘이익 미실현 기업 특례상장’을 활용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적자 상태의 기업이더라도 성장성이 있다면 코스닥 상장을 허용해주는 제도다.

이커머스 기업 티몬도 상장 주간사를 선정한 상태다. 티몬은 지난해 4월 미래에셋대우를 대표 주간사로 삼아 올해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티몬은 지난해 11월25일, 신임 재무부문장 부사장으로 전인천 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하며 상장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전인천 부사장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기업공개에서 역할을 수행했던 경력 때문이다.

몸집 불려 도약 상장 준비 바짝
상장 주간사 선정 분위기 달구기

티몬의 상장 추진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티몬은 지난 2017년에도 상장을 추진한 바 있지만 영업적자로 무산됐다. 이후 티몬은 실적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티몬은 지난해 연결기준 1786억원의 매출액에 769억원의 영업손실과 118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실적을 집계한 결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월 단위 흑자전환(1억6000만원)에 성공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티몬이 자본잠식 상태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티몬의 지난 2019년 연결기준 자본총계는 –5505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티몬은 국내 토종 사모펀드(PEF)로부터 교환사채에 4000억원 투자 유치로 우려를 잠재우는 분위기다.

교환사채는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인정돼 재무구조 개선에 효과적이다.

동종 업체인 쿠팡에서는 상장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SBS CNBC에 따르면 쿠팡은 나스닥 상장을 위해 세금 구조 개편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차량 공유 업체 우버의 최고기술책임자를 지낸 투안 팸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이사를 역임한 케빈 워시 등을 영입한 것도 상장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 ⓒ쿠팡

지난 2019년 쿠팡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7조1530억원으로 직전년도 4조3545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7205억원과 7232억원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발생한 영업손실 등이 1조원대인 점을 미뤄봤을 때 큰 폭으로 개선된 수치다.

다만 올해 영업손실 폭이 다시 1조원대로 늘어나면서 누적적자는 약 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쿠팡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진 나스닥의 경우,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성장 가능성만 입증한다면 상장이 가능하다. 쿠팡은 지난해 8월 뉴욕에서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실시한 기업설명회를 통해 약 15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사 선정
다각도 해법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는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야놀자는 지난해 11월20일, 기업공개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야놀자는 상장 대표 주간사로 미래에셋대우를, 공동 주간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했다.

야놀자의 기업 공개 추진은 국내 유니콘 스타트업 가운데 첫 사례인 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야놀자를 ‘IPO 대어’로 표현했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야놀자는 국내외 숙박부터 레저, 교통 등 여가 관련 서비스 전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야놀자는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사세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야놀자의 성장 속도는 가시적이다. 최근 3년간(2017~2019) 연결기준 매출액은 545억원, 1212억원, 2449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영업이익은 116억원, 167억원, 100억원으로 나타났고 순이익은 132억원, 203억원, 189억원으로 나타났다.
 

▲ ⓒ토스

‘배틀그라운드’ ‘테라’ 등으로 유명한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오는 5월을 상장 시점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달 초 크래프톤은 통합법인 체제를 꾸렸다. 업계 안팎에선 이를 두고 상장을 대비한 조직개편으로 해석했다.

기존 펍지주식회사와 펍지랩스, 펍지웍스를 흡수 합병해 경영을 일원화하는 방식이다. 또 독립스튜디오 체제 역시 피닉스와 딜루젼스튜디오의 결합으로 라이징윙스가 새롭게 구축됐다. 이 같은 방식으로 크래프톤은 펍지 스튜디오, 블루홀스튜디오, 라이징윙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 등 사업부별 독립 스튜디오를 갖추게 됐다.

지난 2019년 크래프톤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874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592억원, 2788억원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올해 최대 실적을 내놓을 전망이다. 크래프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2370억원으로 지난해 수치에 근접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6813억원, 5149억원으로 지난 2019년 실적을 뛰어넘었다.

IPO 대어
내년에는?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국내 유일의 핀테크 유니콘으로 평가받는다.


중기부는 지난해 12월10일 유니콘 기업 조사 발표에서 비바리퍼블리카 등 7개 사가 상장을 계획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지난해 5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2~3년 내 한국을 비롯해 홍콩·미국 시장에서 비바리퍼블리카를 상장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2019년까지 적자를 봤다. 최근 3년간(2017~2019) 비바리퍼블리카의 별도기준 매출액을 살펴보면 205억원, 548억원, 1187억원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다만 영업손실도 동시에 불어났다. 같은 기간 391억원, 444억원, 1154억원 등이었다. 순손실도 마찬가지로 동기간 390억원, 444억원, 1244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 ⓒ에이프로젠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며 제2의 셀트리온으로 불린 에이프로젠은 상장을 매듭짓지 못했다. 김재섭 에이프로젠 대표이사는 에이프로젠을 비롯해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에이프로젠KIC, 에이프로젠H&G 등의 3사 합병 통한 우회상장을 계획한 바 있다. 에이프로젠KIC와 에이프로젠H&G는 각각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다.

에이프로젠 측은 증권신고서를 여러 차례 수정했음에도 결국 금융감독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 대표이사는 지난해 9월 에이프로젠 상장이 무산된 이후 사과문을 게재하면서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겠다”며 상장 재추진의 뜻을 접지 않았다. 기존 합병 외에도 에이프로젠의 직상장도 고려해보겠다는 점도 덧붙였다.

에이프로젠은 지난해 적자 폭이 더 늘어났을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94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472억원, 58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년도에 비해 200억원, 400억원씩 불어난 수치다.

‘꿀광 마스크’로 대박을 친 화장품 기업 지피클럽에서도 상장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피클럽은 전례 없는 성장 속도로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인재 영입·법인 일원화 작업
재무상태 악화…퇴출 위기도

지난 2017년 별도기준 49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던 지피클럽은 이듬해인 2018년 5137억원으로 그야말로 ‘폭풍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2억원에서 2038억원으로, 순이익은 53억원에서 1589억원으로 가시적인 수치였다.

다만 지난 2019년 실적은 2018년에 비해 모두 감소했다. 매출액은 4486억원으로 12.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016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순이익 역시 807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티몬, 쿠팡과 함께 국내 대표 이커머스 업체로 꼽히는 위메프는 이들과 달리 상장 계획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위메프 역시 동종 업계와 마찬가지로 매년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9년 위메프의 별도기준 매출액은 4653억원으로 직전년도에 비해 8.3%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90억원에서 757억원으로, 순손실은 441억원에서 808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을 운영하는 엘앤피코스메틱은 지난 2019년 상장 관련 작업을 중단한 바 있다. 회사 실적 하락과 함께 화장품 시장 경기 부진으로 제 값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엘앤피코스메틱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직전년도에 비해 43.2% 감소한 1781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548억원에서 -155억원으로 돌아섰다. 순이익 또한 동기간 444억원에서 -238억원으로 주저앉았다.

다만 권오섭 회장이 상장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상장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1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던 옐로모바일은 연이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3년 연속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은 데 이어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2월14일, 국세청의 신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법인세 등 15억5000만원을 체납한 까닭이었다.

위기 봉착
퇴출 가능성?

앞서 옐로모바일은 서울시가 밝힌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도 기록됐다. 법인지방소득세 등 모두 4억3100만원이 체납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옐로모바일이 유니콘 기업 명단에서 퇴출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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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