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 오너 3세 마지막 승계 퍼즐

후계자에 주어진 선물과 숙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제일약품 3세는 후계 구도에서 공고한 위치를 선점한 지 오래다. 다만 승계 마침표를 완전히 찍지는 못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직 최대주주가 되지 못한 점을 비롯해 수익 구조 개선에 대한 언급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제일약품 본사 ⓒ제일약품

제일약품은 지난 1959년 설립된 중견 제약사다. 최근에는 화이자 관련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데, 제일약품이 도입해 판매하는 의약품 상당수가 화이자 상품이다.

중견 제약
승계 준비

제일약품은 3세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주인공은 한상철 제일약품 부사장. 그는 창업주 고 한원석 회장의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의 장남이다.

한 부사장은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한국화이자 제약, 한국오츠카 제약 등 다국적 제약사에서 근무했고, 지난 2007년 제일약품 마케팅 이사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한 부사장은 지난 2015년 1월 경영기획실 전무이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후계 구도에 불을 지폈다.


승계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때는 지난 2017년 6월로 당시 제일약품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주사 전환은 제일약품 창립 5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간 제일약품은 특별한 계열사 없이 단일 지배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제일약품은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법인 사명을 ‘제일파마홀딩스’로 교체하고 지주사 역할을 맡게 했다. 신설법인 ‘제일약품’은 사업부문을 담당하게 됐다. 제일파마홀딩스와 제일약품은 각각 변경상장과 재상장 절차를 거치며 시장에 안착했다.

동시에 한 부사장의 존재감이 뚜렷해졌다. 한 부사장은 제일파마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제일약품 부사장직도 유지하게 됐다. 사실상 3세 경영인으로서의 시작을 알린 것과 다르지 않았다.

제일약품은 기존에 없던 계열사도 품게 됐다. 이미 회사는 지주사 전환에 앞서 지난 2016년부터 분사를 통해 제일앤파트너스(판매대행), 제일헬스사이언스(의약품 제조), 제일에이치앤비(화장품) 등을 설립한 바 있다. 각 사업 부문을 전문화·세분화한 것으로, 당시 업계 안팎에선 이를 지주사 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창립 58년 만에 지주사 파격 전환
지주사 사장에, 주력사 부사장으로

제일파마홀딩스는 제일약품 지분을 공개 매수했고, 최종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제일파마홀딩스→제일약품 및 계열사’로 이어지게 됐다. 한 부사장의 3세 경영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승계가 완전히 끝맺은 것은 아니었다. 정리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지분 문제가 거론됐다. 한 부사장은 제일약품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파마홀딩스의 최대주주가 아니다. 한승수 회장이 5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 부사장의 지분은 9.68%로 상당한 격차다. 한 부사장의 동생 한상우 제일약품 개발본부 이사(2.86%)와 한승수 회장의 동생 한응수씨(1.88%)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한 부사장은 제일파마홀딩스뿐만 아니라 제일약품에서도 압도적인 지분을 쥐고 있지 않다. 제일약품 최대주주는 제일파마홀딩스로 49.71%의 지분이 있다. 한 부사장의 몫은 0.61%에 불과하다. 오히려 한응수씨가 6.32%로 개인 기준 최대주주다. 한승수 회장에게도 3%의 지분이 있다.

결국 한 부사장이 후계자로 온전히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지분 확보가 동반돼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가 ‘오너 일가→제일파마홀딩스→제일약품 및 계열사’인 만큼 제일파마홀딩스 지분 취득이 승계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첫걸음으로 판단된다.
 

▲ 제일약품 본사 ⓒ네이버 지도`

첫 번째 방법은 장내 매수다. 제일파마홀딩스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확보해야 하는 자금이 만만치 않다.

일례로 제일파마홀딩스 최대주주인 한승수 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2270억원이 넘는다(25일 종가 기준). 반면 한 부사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380억원이다. 당장 최대주주까지 다다르는 데는 무리가 있다.

반대로 한 부사장이 한승수 회장으로부터 보유 주식을 물려받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증여세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자금을 어디서 어떻게 끌어 모을 수 있느냐에 따라 완전한 승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관건은
지분?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로 배당이 꼽힌다. 한 부사장은 제일파마홀딩스와 제일약품을 비롯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3년간(2017~2019) 제일파마홀딩스 배당액은 2억원, 10억원, 10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제일약품도 7억원, 8억원, 10억원 등으로 비슷했다. 한 부사장은 제일약품 계열사 제일헬스사이언스 지분을 12.03%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제일헬스사이언스에서는 따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자금 확보 수단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한 부사장이 고가 아파트를 증여받은 점이 언급됐다. 부동산을 통해 자금 마련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스카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승수 회장은 서초구 반포동 소재 고급 아파트를 한 부사장에게 증여했다. 당시 아파트 가치는 42억원가량이었다.

해당 부동산을 판매하거나 담보로 걸어둔다면 필요한 자금을 준비할 수 있다. 다만 제일파마홀딩스 지분을 직접 사들일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제일파마홀딩스 최대주주인 한승수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고 부담해야 할 증여세에 비해서도 부족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자금력의 귀추가 주목되는 만큼, 한 부사장의 수증은 쉽게 간과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한 부사장이 제일파마홀딩스 최대주주에 등극하더라도 경영 능력 입증이 승계를 위해 요구되는 또 다른 절차라고 말한다. 단순한 지분 취득만으로 승계를 끝마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3년간(2017~2019) 제일약품 별도 기준 매출액은 3715억원, 6270억원, 6714억원으로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9억원, 73억원 등으로 올라섰지만 지난해 3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순이익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동기간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가 -105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다만 올해는 흑자 전환을 점쳐볼 수 있다. 제일약품의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액은 5184억원이었다. 직전년도 대비 2.8%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0.4%, 96.3% 수직상승한 109억원, 66억원으로 나타났다.

▲ 케펜텍 ⓒ제일헬스사이언스

제일약품은 이전까지 자회사가 따로 없어 연결 기준이 아닌 별도 기준으로 재무제표가 작성됐다. 하지만 지난 5월 연구개발 전문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를 100% 자회사로 품었다. 제일약품 실적은 크게 기울지 않는 추세지만 업계의 평가는 갈린다. 회사의 수익구조 때문이다.

실적 회복
그래도…


제일약품은 창립 초기부터 외국 의약품 수입 판매에 집중했다. 이 같은 사업적 특성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제일약품 전체 매출에서 상품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높다. 제일약품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전체 매출 가운데 상품 비중이 77.08%를 차지했다.

쉽게 말해 남의 제품을 팔아 대부분의 매출을 채우고 있는 셈이다.

반면 전체 매출에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2.8%에 불과했다. 이는 화이자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리피토(25.01%)보다 낮은 수치다. 화이자에서 생산하고 있는 리리카는 제일약품 매출의 9.22%일 정도로 높다.

이외에도 화이자에서 제조하는 쎄레브렉스(7.07%), 란스톤 LFDF(4.97%), 뉴론틴(3.6%), 액토스(3.11%), 카듀엣(3.04%), 덱실란트디알(2.92%), 네시나(2.88%) 등이 제일약품의 실적을 좌우하고 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제일약품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제품 비중은 22%에 그친 반면 상품은 77.6%로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화이자의 리피토 매출 비중이 24.5%로 가장 높았고, 그 외 상품 매출 순위는 다르지 않았다.

애초 제일약품은 상품 매출보다 제품 매출 비중이 더 높았다. 역전이 발생한 건 지난 2004년부터다. 제품 매출이 더디게 늘었던 반면 상품 매출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상품 매출은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매출 가운데 평균 53%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2012년부터 그 비중이 60% 가까이 증가했고, 매년 늘어나면서 최근 3년간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중뿐만 아니라 상품 매출액은 제품 매출액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제품 매출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11년 2068억원이었다. 나머지 사업연도에서 제품 매출액이 2000억원을 넘은 적은 없다.

최대주주까지 머나먼 길 ‘어떻게?’
수익구조 거론…신약개발로 화룡점정?

반대로 상품 매출액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1000억원대 초반에서 후반으로 차츰 증가하다가 이후 앞자리가 바뀔 정도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물론 외국 의약품 수입 판매가 제일약품의 외적 성장을 견인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제일약품은 상품 판매를 통해 실적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는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하는 데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도 ‘다국적 제약사 판매대행’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세포 독성 항암제 공장 ⓒ제일약품

그래서인지 한 부사장은 신약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부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시행해 제일약품의 신약 개발 지원 및 연구개발 역량을 높일 것”이라며 “글로벌기업으로 가기 위한 내실을 다져나가는 해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제일약품은 신약과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5억원을 출자해 설립해 100% 자회사로 두고 있는 연구개발 전문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회사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곳은 한 부사장의 동생 한상우 이사가 개발부 이사로 근무 중인 곳이기도 하다.

제일약품 내 연구개발 조직은 크게 개발본부(운영 전반 관리)와 중앙연구소(신약후보물질 발굴 및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 합성공정 연구), 그리고 제제기술연구소(제제개발 연구)로 나뉜다.

연구 인력은 지난해 88명에서 94명으로 늘었다. 또 신약개발 업무 총괄담당을 위해 중앙연구소장을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힘을 불어넣고 있다. 연구개발 비용은 전체 매출의 4% 내외에서 책정된다.

현재 회사는 총 12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뇌졸중·항암제·신경병성 통증·당뇨·역류성식도염·망막질환·파킨슨·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등이다.

이 중 자체 개발 중인 신약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1개와 당뇨 치료제 4개다. 특히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는 임상 3상을 국내에서 진행 중이다. 당뇨 치료제 1개의 경우, 국내에 임상 1상을 신청한 상태이고 나머지는 비임상 단계를 밟고 있다.

결국은 
실적으로

제일약품은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준비하기 위해 신약개발 능력 및 신약 파이프라인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인식하고 있다”며 “혁신 신약 및 개량 신약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회사의 역량을 집중,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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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