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냐 딸이냐’ 미원상사그룹 계열분리 시나리오

장남 따라잡는 장녀…판 뒤집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미원상사그룹 승계구도에 눈길이 간다. 애초 후계 경쟁력을 선점했던 장남에 비해 장녀의 존재감이 비교적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장남 중심의 수직 계열화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지만, 장녀의 등장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 미원상사 본사 ⓒ네이버 지도

미원상사그룹은 기초 화학 소재와 첨단정밀 화학 소재를 다루는 중견 화학사다. 지난 1959년 설립돼 업력만 60년이 넘었다. 창업주는 고 김진박 회장. 이북 출신의 자수성가형 오너로 ‘화학 외길’만 걸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미원상사그룹은 오너 2세 김정돈 회장 중심의 경영 체제다.

중견 화학사
60년 업력

미원상사그룹은 지난 2009년 미원상사를 인적 분할해 미원스페셜케미칼을 설립했다. 2017년에는 다시 미원스페셜케미칼을 신생 법인 미원홀딩스와 존속 법인 미원스페셜티케미칼로 인적 분할하면서 지주사 전환의 기틀을 닦았다. 업계 안팎에선 향후 3세 경영을 위한 포석으로 바라봤다.

김정돈 회장의 장남 김태준씨는 미원홀딩스 지분을 대거 확보하기 시작했다. 분할이 이뤄졌던 그해 12월 태준씨는 모두 8차례에 걸쳐 미원홀딩스 주식 24만9960주를 사들였다. 동시에 태준씨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그룹 계열사 미원화학과 미원상사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태준씨의 미원홀딩스 지분 매입 시기와 맞물리는 만큼, 재원 마련을 위한 매도로 해석됐다. 당시 태준씨가 처분한 주식 단가는 모두 100억원에 육박했다.


태준씨는 이듬해인 2018년에도 미원홀딩스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 그해에만 모두 9차례에 걸쳐 4만6181주를 매수하면서 34만4000주(14.83%)에 안착했다. 현재 태준씨는 미원홀딩스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면서 공고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원홀딩스는 미원상사그룹의 여러 계열사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만큼 태준씨가 미원홀딩스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점은 향후 승계와 연결 지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원홀딩스는 8개 해외 법인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또 상장 계열사인 미원스페셜티케미칼과 동남합성 지분을 각각 31.89%, 40.26% 소유한 최대주주다. 두 계열사는 미원상사그룹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법인으로 평가받는다.

미원스페셜티케미칼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 377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66억원, 순이익은 395억원을 나타냈다. 올해에도 큰 변수가 없다면 호실적은 계속될 전망이다. 반기 누적 기준 별도 매출액은 직전년도에 비해 4.5% 하락한 1870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동기간 3.7% 상승한 267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순이익은 2.4% 줄어든 236억원이었다.

3세 경영 쪽으로 급변하는 승계구도
지주사 전환 앞두고 장남 지분 매입

동남합성은 지난해 별도 기준 1260억원 매출액과 98억원 영업이익, 그리고 17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동남합성 성적표는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점쳐진다. 반기 누적 기준 별도 매출액은 직전년도 대비 1.9% 하락한 620억원에 그쳤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3%, 78.1% 증가한 72억원, 63억원을 보였다.


다만 그룹 내에서 태준씨 홀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태준씨는 미원홀딩스의 최대주주지만, 미원홀딩스의 2대 주주인 미원상사와의 지분 차가 0.5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원상사에서는 태준씨와 같은 오너 2세 장녀가 우회적으로 존재감을 기르고 있다. 장녀 김소영씨는 미성종합물산이라는 회사를 통해 미원상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간접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미성종합물산의 최초 미원상사 지분 보유 시기는 2002년이다. 당시 미성종합물산은 7700주(0.55%)를 보유하는 데 그쳤다. 2003년에는 이마저도 전량 매도했다. 얼마 동안 지분 변동은 없었지만 2006년부터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미성종합물산은 2006년부터 미원상사 주식 1만1000주(0.52%)를 장내 매수했다. 이때부터 미성종합물산은 매년 추가 매수와 매도, 유상증자 등을 거쳐 2014년에 2만1547주(2.4%)를 확보했다. 이어 2015년과 2016년에도 추가 매입을 통해 모두 4만200주(4.6%)에 이르렀다.
 

본격적인 대량 매입이 실시된 시기는 2017년부터다. 그해 미성종합물산은 2만4594주를, 이듬해인 2018년에는 2만527주를 매입했다. 매입 주식 수가 2만주를 넘은 건 이때가 처음이다.

2018년까지 8만5321주(11.01%)를 확보한 미성종합물산은 무상증자와 매수 등을 통해 지난해 70만6698주(13.98%)까지 치솟을 수 있었다.

눈길이 가는 건 해당 시기에 미성종합물산 주주가 변경됐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주요 주주는 그룹 계열사 미성통상과 김정돈 회장의 모친 윤봉화씨로 각각 21.3%, 20%를 보유한 상태였다.

우회 지배
장녀 등장

하지만 2017년부터 소영씨와 특수관계인이 98.7%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어 소영씨의 남편인 강신우씨가 지난해 미성종합물산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미성종합물산은 올해에도 미원상사 주식을 계속해서 사들였다. 지난 1월 7차례에 걸쳐 4551주를 취득한 데 이어 2월과 3월, 5월과 6월, 8월과 9월, 그리고 지난달에 모두 4만2710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지난달까지 모두 4만7261주를 매입한 미성종합물산은 최종 75만3959주(15.17%) 보유에 등극하면서 김정돈 회장(18.51%) 다음으로 미원상사의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사실상 미성종합물산 최대주주인 소영씨가 간접적으로 미원상사에 대한 지배력을 기를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소영씨의 지배력이 닿아 있는 미원상사와 미원홀딩스의 최대주주인 태준씨 사이의 미원홀딩스에 대한 지분 차가 0.55%로 좁혀지게 됐다. 다만 미원상사는 미원홀딩스 지분 취득 목적에 대해 ‘경영 참여’가 아닌 ‘투자’라고 공시했다.


태준씨의 미원홀딩스가 미원상사에서 어느 정도 지분을 갖고 있다면 그의 존재감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원홀딩스는 미원상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태준씨 역시 1주의 미원상사 주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 앞서 태준씨는 지난 2017년 미원상사 지분 전량을 처분한 바 있다.

소영씨가 미성종합물산을 통해 미원상사에 지배력을 확대하면서 계열분리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성종합물산이 미원상사 최대주주로 자리를 잡는다면 향후 지배 구조가 ‘소영씨→미원종합물산→미원상사→이하 계열사’와 ‘태준씨→미원홀딩스→이하 계열사’로 구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원상사는 지난해 별도 기준 2376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19억원, 325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63.6%, 59% 상승한 수치다.

올해 역시 기대할만하다는 평가다. 미원상사의 반기 누적 기준 별도 매출액은 137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3.6%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동기 대비 각각 45.3%, 46.7% 증가한 217억원, 215억원을 나타냈다.
 

▲ 미성종합물산 ⓒ네이버 지도

소영씨의 존재감이 선명해지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후계 경쟁력을 선점한 인물은 사실 태준씨라는 반대 해석도 있다. 1983년생인 태준씨는 최근 동남합성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현재 태준씨는 동남합성 상근직을 수행하면서 회사 전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외에도 태준씨는 미원에스씨 경영지원팀장을 맡고 있다. 그는 LG화학 고무·특수수지 사업부를 거쳐 미원에스씨 충주공장 생산팀장 등을 거친 바 있다.


존재감
누가 더?

반면 1980년생인 소영씨는 미원상사그룹 내에서 따로 직을 맡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영씨의 남편이 지난해 2월 미성종합물산 사내이사로 취임한 것 외에는 그룹 내 업무와 특별한 연결고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두 오너 3세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회사의 존재감도 차이를 보인다. 미원상사가 투자 외에 경영 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한 관계사는 동남합성과 태광정밀화학, 아시아첨가제, 계동청운, 비드테크 등이다.

미원상사는 동남합성 지분 9.33%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태준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미원홀딩스에서는 40.26%의 지분을 쥐고 있다. 미원상사가 아시아첨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35%이지만 최대주주에 미치지 못한다.

태광정밀화학과 비드테크에서는 20%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계동청운에서만 100% 지분이 있다.

반면 미원홀딩스는 8개 해외법인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미원스페셜티케미칼과 동남합성에서도 최대주주 지위를 쥐고 있는 상태다.

미원상사그룹에 계열 분리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재 그룹을 주무르고 있는 김정돈 회장은 동생 김정만 대표와 형제 경영 중인 듯하지만 사실상 계열분리와 다름없는 절차를 밟은 바 있기 때문이다.

그룹 모태인 미원상사는 지난 2011년 분사를 통해 미원화학을 설립한 바 있다. 당시 미원화학 최대주주는 지분율 18.7%를 차지한 김정돈 회장이었다. 김정만 대표는 0.16%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정돈 회장은 우회적으로 미원화학 최대주주에 이르게 된다.

김정돈 회장은 지난 2011년 주식 매도와 액면 분할을 통해 최초 39만2000주를 보유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매도와 증여를 번갈아 단행하면서 그해에만 19만주를 처분, 20만주로 내려왔다.

김정돈 회장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세 차례 증여와 두 차례 매도를 통해 오늘날 10만2200주를 보유하게 됐다. 당초 18.7%의 지분은 4.65%로 줄어들었다.

김정만 대표는 초기 750주로 시작했지만 2011년 액면분할을 통해 3750주로 올라섰다. 다만 2014년 보유 주식을 전량 증여하면서 소유하고 있는 주식 수는 0이 됐다. 하지만 김정만 대표는 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확보했다.

장녀 법인, 새로운 축 형성 가능성
계열분리 발생해도 그룹 이탈 없다?

김정만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미성통상은 최초 미원화학 지분 1만6578주(3.62%)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김정돈 회장(18.17%)에 비해 초라한 수치였지만 김정돈 회장이 주식 정리에 나설 때 반대로 지분 확보에 돌입했다.

미성통상은 2011년 주식분할을 통해 8만2890주를 확보하면서 본격적으로 장내 매수에 들어갔다. 미성통상이 보유한 미원화학 주식 수는 2012년 9만8550주(4.25%), 2013년 18만360주(7.73%)로 크게 늘었다.

미성통상은 2014년 미원화학 주식을 54만2939주(23.13%)로 크게 늘렸는데, 해당 시기는 미성통상이 김정돈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자리를 잡았을 때다. 미성통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지분 매입에 나섰다.
 

2015년부터 매년 61만5255주(26.26%), 63만404주(28.42%) 등으로 늘어났고, 64만2079주(29.32%)까지 지분을 확보했다.

미원화학은 미원상사그룹 내에서 미원상사, 미원홀딩스, 미원스페셜티케미칼, 동남합성과 같은 상장 계열사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154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직전년도에 비해 79.1%, 83.2% 증가한 154억원과 135억원으로 나타났다.

호실적은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반기 누적 기준 별도 매출액은 직전년도 동기 대비 8.2% 상승한 806억원이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같은 기간에 비해 35.8%, 39.6% 상승한 98억원과 86억원이었다.

종합해보면 지배 구조가 ‘김정돈 회장→미원화학’에서 ‘김정만 대표→미성통상→미원화학’으로 변동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김정만 대표의 미성통상과 미원화학이 미원상사그룹에서 완전히 이탈한 것은 아니다.

미원화학은 최근까지도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김정돈 회장에서 미성통상으로 변경됐지만 김정돈 회장의 미원화학에 대한 영향력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김정돈 회장은 현재까지 미원화학에서 4.6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리돼도
여전히 한몸

겉보기에는 사실상 계열분리로 해석되지만 각자 지분을 유지하면서 그룹의 전체적인 틀은 유지되는 셈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때 태준씨의 미원홀딩스와 소영씨가 미성종합물산을 통해 지배력을 우회 확보하고 있는 미원상사를 중심으로 계열 분리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그룹 이탈과 같은 큰 변동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