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 ‘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 (39)

기회는 단 한번 뿐, 신중을 기하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필요한 정보만 확보한 후 최종 결과 통보하라
사람을 설득할 땐 문서보다는 구두가 부담 덜해

다음 날 아침이었다.
출근해서 자리에 채 앉기도 전에 팩스 벨소리가 요란히 울리고 있었다. 배 사장이 보내주기로 한 주민등록등본과 사업자등록증이 팩스로 들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조사 직원들이 출근하기를 기다렸다가 일을 매끄럽게 잘 처리하는 강 대리를 조용히 불렀다. 

“강 대리, 여기 적힌 유 사장 부인이 현재 어디에 살고 있는지 실거주지를 조사해보게. 다만 어떤 경우라도 부인이 눈치 채서는 안 되네.”

눈치 채지 못하게

강 대리에게 주민등록등본 사본을 건네주며, 부인의 현재 실거주지를 조사해보라고 지시했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그 부인이 절대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었다. 잘못하면 괜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염려해서였다.

“그런데 이사님, 남편인 유 사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 유 사장은 교통사고를 당해 이미 사망했다는 거야. 이 등본은 과거에 발급받은 것이니 무시해도 되네. 아, 그리고 되도록이면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 하도록 하게.”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강 대리가 민첩하게 자료들을 챙겨서는 이내 사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며칠 후, 강 대리는 예상보다 빨리 조사를 해서 내게 달려왔다. 그의 말인즉, 유 사장 부인이 남편 사망 후 거주지를 인천에서 수원으로 옮겨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했다.

나는 수화기를 들어 배 사장에게 거주지를 알려주려다 말고 그만두었다. 사사건건 불필요한 것까지 알려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 사장에게 부인을 찾았다고 할 경우, 금방이라도 천 사장을 찾아가서 분풀이로 쓸데없는 말을 해서 일을 그르칠까 불안해서였다. 해서 필요한 정보를 확보해 놓고 최종 결과에 대해 통보해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건은 다른 건과 달리 유일한 증인은 죽은 이의 부인뿐이었다. 그 부인에게서 필요한 정보와 증거를 찾아야 하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잘못하면 의뢰인 배 사장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도리어 일을 망쳐 영영 기회를 잃을 수도 있었다.

나는 좀 더 신중을 기하기 위해 부하 직원대신 내가 직접 마무리하는 게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게 결론을 짓고 조만간 기회를 봐서 유 사장 미망인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며칠 후, 수원 시청에 일을 보러 가게 되었다.
나는 가는 길에 배 사장의 문제도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사실확인서를 간단히 작성했다. 죽은 유 사장의 부인을 만나서 자신의 남편이 친구인 천 사장의 부탁을 받고 호산상사업체의 사업자대표를 명의신탁 해 준 것으로써, 실질적인 업체주인은 천  사장임을 확인한다는 일종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입증 할 서류였다.

그 부인을 만나 이해를 시키고 설득 한 후에 부인의 서명날인만 받으면 되도록 준비한 것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사실에 증언은 해주면서도 무언가 서류로 남길 일은 부담을 갖고 서명해 주지 않으려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만약 모든 사실에 대해 인정은 하지만 확인서 작성을 거부할 경우를 대비해 대화를 녹음할 휴대용 녹음기도 준비를 했다. 준비를 끝낸 나는 부인이 거주하고 있는 소재지를 파악한 강 대리를 데리고 함께 수원으로 출발했다.


수원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수원시청으로 가서 회사업무를 본 후 유 사장의 부인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로 찾아갔다. 달랑 2동 뿐인 작은 아파트였다. 나는 아파트 입구에 서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했다. 기회는 단 한번 뿐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약간의 불안과 긴장감이 돌았다. 함께 온 강 대리에게는 밑에서 대기하라고 하고 혼자 올라갔다. 괜히 낯선 사내들이 둘이나 갑자기 찾아가면 불안해서 경계를 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 집은 15층 아파트의 9층에 있었다. 다행히 계단식이 아닌 복도식 아파트였다. 계단식은 약간 폐쇄적인 느낌이 들어 낮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일어나지만, 반면에 복도식은 확 트여 방문자를 목격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나마 경계심이 덜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화를 위해 미리 준비해간 녹음기를 작동시킨 후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딩동.
맑은 초인종소리가 울리고,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누군가 현관문 앞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세요?”
현관 가까이 젊은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현관문 옆에 붙어있는 방범창살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부엌창문을 ‘톡톡’하고 두드린 후 현관 쪽으로 머리를 붙이며 대답했다.

“예, 안녕하세요. 사모님! 드릴 말씀이 있어 찾아왔는데요. 괜찮으시다면 말씀 좀 나눴으면 합니다.”
나는 경계를 사지 않기 위해 되도록이면 최대한 부드러운 말로 대화를 청했다. 그녀는 낯선 사람의 방문에 놀랐던지 경계와 의아심을 품은 목소리로 반문했다.
“아니 왜? 누구신데 그러신데요. 무슨 일로 그러세요?”
“사모님, 현관문은 열어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죄송하지만 부엌 창문 쪽에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혹시 불안감을 가지고 그녀가 대화를 거부할까 염려해서 방범창살이 있는 안전한 곳에서 대화를 하자고 유도를 했다.

“아니 무슨 일로 그러지…”하는 혼잣말이 들렸다. 인기척은 현관 쪽에서 거실을 거쳐 부엌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부인은 창문을 열지 않은 채 다시 되물었다.
“누구신데, 무슨 할 말이 있다고 그러세요?”
“아예, 그럼 창문을 열지 않아도 좋으니까 제 말씀을 들어보시죠.”
“말씀해보세요.”

그녀가 귀를 기울이며 무슨 말인가 들으려고 창문 가까이 바짝 다가서는 것 같았다. 나는 일단 그녀에게 말이 먹혀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한층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
“저, 사모님께서는 인천에 있는 호산상사 대표였던 유 사장님의 사모님 되시죠?”
“그분은 왜요? 지금 집에 안계세요.”

경계심과 의심 사이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그분과 현재 호산상사 대표인 천 사장과의 관계 때문에 여쭤보고자 찾아뵈었습니다.”
“아니 왜 그러시나?”
의아한 듯 중얼거리더니 그제야 부엌 창문이 조금 열렸다.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인은 간신히 서로 얼굴만 보일정도로 창문을 열고선 한걸음 뒤로 물러나 겸손한 자세로 서있는 나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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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군 간부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수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모 대령 및 총괄인 이모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