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 ‘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 (39)

기회는 단 한번 뿐, 신중을 기하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필요한 정보만 확보한 후 최종 결과 통보하라
사람을 설득할 땐 문서보다는 구두가 부담 덜해

다음 날 아침이었다.
출근해서 자리에 채 앉기도 전에 팩스 벨소리가 요란히 울리고 있었다. 배 사장이 보내주기로 한 주민등록등본과 사업자등록증이 팩스로 들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조사 직원들이 출근하기를 기다렸다가 일을 매끄럽게 잘 처리하는 강 대리를 조용히 불렀다. 

“강 대리, 여기 적힌 유 사장 부인이 현재 어디에 살고 있는지 실거주지를 조사해보게. 다만 어떤 경우라도 부인이 눈치 채서는 안 되네.”

눈치 채지 못하게

강 대리에게 주민등록등본 사본을 건네주며, 부인의 현재 실거주지를 조사해보라고 지시했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그 부인이 절대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었다. 잘못하면 괜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염려해서였다.

“그런데 이사님, 남편인 유 사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 유 사장은 교통사고를 당해 이미 사망했다는 거야. 이 등본은 과거에 발급받은 것이니 무시해도 되네. 아, 그리고 되도록이면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 하도록 하게.”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강 대리가 민첩하게 자료들을 챙겨서는 이내 사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며칠 후, 강 대리는 예상보다 빨리 조사를 해서 내게 달려왔다. 그의 말인즉, 유 사장 부인이 남편 사망 후 거주지를 인천에서 수원으로 옮겨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했다.

나는 수화기를 들어 배 사장에게 거주지를 알려주려다 말고 그만두었다. 사사건건 불필요한 것까지 알려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 사장에게 부인을 찾았다고 할 경우, 금방이라도 천 사장을 찾아가서 분풀이로 쓸데없는 말을 해서 일을 그르칠까 불안해서였다. 해서 필요한 정보를 확보해 놓고 최종 결과에 대해 통보해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건은 다른 건과 달리 유일한 증인은 죽은 이의 부인뿐이었다. 그 부인에게서 필요한 정보와 증거를 찾아야 하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잘못하면 의뢰인 배 사장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도리어 일을 망쳐 영영 기회를 잃을 수도 있었다.

나는 좀 더 신중을 기하기 위해 부하 직원대신 내가 직접 마무리하는 게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게 결론을 짓고 조만간 기회를 봐서 유 사장 미망인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며칠 후, 수원 시청에 일을 보러 가게 되었다.
나는 가는 길에 배 사장의 문제도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사실확인서를 간단히 작성했다. 죽은 유 사장의 부인을 만나서 자신의 남편이 친구인 천 사장의 부탁을 받고 호산상사업체의 사업자대표를 명의신탁 해 준 것으로써, 실질적인 업체주인은 천  사장임을 확인한다는 일종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입증 할 서류였다.

그 부인을 만나 이해를 시키고 설득 한 후에 부인의 서명날인만 받으면 되도록 준비한 것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사실에 증언은 해주면서도 무언가 서류로 남길 일은 부담을 갖고 서명해 주지 않으려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만약 모든 사실에 대해 인정은 하지만 확인서 작성을 거부할 경우를 대비해 대화를 녹음할 휴대용 녹음기도 준비를 했다. 준비를 끝낸 나는 부인이 거주하고 있는 소재지를 파악한 강 대리를 데리고 함께 수원으로 출발했다.


수원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수원시청으로 가서 회사업무를 본 후 유 사장의 부인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로 찾아갔다. 달랑 2동 뿐인 작은 아파트였다. 나는 아파트 입구에 서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했다. 기회는 단 한번 뿐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약간의 불안과 긴장감이 돌았다. 함께 온 강 대리에게는 밑에서 대기하라고 하고 혼자 올라갔다. 괜히 낯선 사내들이 둘이나 갑자기 찾아가면 불안해서 경계를 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 집은 15층 아파트의 9층에 있었다. 다행히 계단식이 아닌 복도식 아파트였다. 계단식은 약간 폐쇄적인 느낌이 들어 낮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일어나지만, 반면에 복도식은 확 트여 방문자를 목격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나마 경계심이 덜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화를 위해 미리 준비해간 녹음기를 작동시킨 후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딩동.
맑은 초인종소리가 울리고,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누군가 현관문 앞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세요?”
현관 가까이 젊은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현관문 옆에 붙어있는 방범창살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부엌창문을 ‘톡톡’하고 두드린 후 현관 쪽으로 머리를 붙이며 대답했다.

“예, 안녕하세요. 사모님! 드릴 말씀이 있어 찾아왔는데요. 괜찮으시다면 말씀 좀 나눴으면 합니다.”
나는 경계를 사지 않기 위해 되도록이면 최대한 부드러운 말로 대화를 청했다. 그녀는 낯선 사람의 방문에 놀랐던지 경계와 의아심을 품은 목소리로 반문했다.
“아니 왜? 누구신데 그러신데요. 무슨 일로 그러세요?”
“사모님, 현관문은 열어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죄송하지만 부엌 창문 쪽에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혹시 불안감을 가지고 그녀가 대화를 거부할까 염려해서 방범창살이 있는 안전한 곳에서 대화를 하자고 유도를 했다.

“아니 무슨 일로 그러지…”하는 혼잣말이 들렸다. 인기척은 현관 쪽에서 거실을 거쳐 부엌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부인은 창문을 열지 않은 채 다시 되물었다.
“누구신데, 무슨 할 말이 있다고 그러세요?”
“아예, 그럼 창문을 열지 않아도 좋으니까 제 말씀을 들어보시죠.”
“말씀해보세요.”

그녀가 귀를 기울이며 무슨 말인가 들으려고 창문 가까이 바짝 다가서는 것 같았다. 나는 일단 그녀에게 말이 먹혀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한층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
“저, 사모님께서는 인천에 있는 호산상사 대표였던 유 사장님의 사모님 되시죠?”
“그분은 왜요? 지금 집에 안계세요.”

경계심과 의심 사이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그분과 현재 호산상사 대표인 천 사장과의 관계 때문에 여쭤보고자 찾아뵈었습니다.”
“아니 왜 그러시나?”
의아한 듯 중얼거리더니 그제야 부엌 창문이 조금 열렸다.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인은 간신히 서로 얼굴만 보일정도로 창문을 열고선 한걸음 뒤로 물러나 겸손한 자세로 서있는 나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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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