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기다리는 선수들> -대한민국 여자 체조 여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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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10.19 10:07:00
  • 호수 12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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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어…타고난 ‘체조 DNA’

▲ 딸 여서정에게 메달 걸어주는 여홍철

[JSA뉴스]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 주어진 1년 동안 선수들은 어떻게 자신을 관리할까. 이번 주인공은 대한민국 여자 체조 여서정이다.

여서정은 ‘체조 DNA’를 타고난 선수다. 1996 애틀랜타올림픽에서 한국 올림픽 체조 역사상 최초로 은메달을 차지한 여홍철과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여자 체조 단체전 동메달리스트 김채은(김윤지)의 딸이라는 점만으로도 여서정이 체조계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주변의 시선

하지만 여서정을 단순히 누군가의 딸로 규정한다면 큰 실수다. 한국 여자 체조의 현재이자 미래, 여서정의 다음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서정이 여자 기계체조 도마 부문에서 1위에 오르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한국 여자 체조계에서 32년 만에 나온 아시안게임 금메달일 뿐만 아니라, 여자 도마 부문에서는 최초로 금메달을 차지하며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이었다.

여서정은 최종 성적을 확인한 뒤 울음을 터뜨렸고, 당시 한국 방송사를 통해 딸의 경기를 중계하던 여홍철도 기쁨과 대견함에 눈물을 보였다.


여홍철도 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기계체조 도마 부문 금메달을 차지하며 아시안게임 2연패의 기록을 남긴 전직 체조선수다. 게다가 여홍철이 1996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목에 걸었던 남자 도마 은메달은 한국 체조계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도마 금
끊임없는 노력과 훌륭한 성적

여홍철을 빼고는 한국 체조의 역사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여홍철과 또 한 명의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김채은(개명 전 김윤지)이 만나 결혼을 하고 딸을 낳았으니, 여서정에게 ‘누구의 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여서정 스스로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선 “되게 싫었다”며 편견을 겪었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열심히 했고, 못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릴 때 엄마가 체조 심판이었다. ‘엄마 때문에 됐네’하는 소리가 막 들리는 거다. 결국 엄마가 심판을 안 봤다.”

여서정은 끊임없는 노력과 훌륭한 성적을 토대로 한국 여자 체조의 미래로서 진가를 인정받게 되었다. 아시안게임 데뷔 무대였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도마 금메달에 이어 2019년 FIG 종목별 월드컵에서도 여자 도마 금메달을 거머쥐며 실력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 여서정

2019년에는 코리아컵 제주 국제체조대회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 ‘여서정’을 성공시키며 국제체조연맹(FIG)의 공식 승인을 받기도 했다. 이로써 여서정은 여자 선수로서는 한국 최초로, 남자 선수들까지 포함하면 4번째로 FIG의 기술 승인을 받게 됐다.


이처럼 최근 국제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다가오는 도쿄올림픽까지 순항할 듯했지만,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인해 올림픽이 1년 연기되고 말았다. 진천선수촌 역시 폐쇄됨에 따라 여서정은 집에 머무르면서 개인 훈련을 이어가는 한편 온라인으로 학교 수업도 따라가고 있다. 

여홍철도 이루지 못한 올림픽 금
착지 불안정 등 부족한 부분 보완

코치진의 지도를 받으며 훈련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진천선수촌이 다시 열리기를 기다렸지만, 벌써 5달째 대표팀 재소집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가 8월에는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다시 빨라지면서 선수촌 개방 계획도 다시 불투명해졌다. 여서정도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특히 기계체조는 전신운동이라서 몸 관리를 잘 해야 한다. 한 살 더 나이를 먹는 만큼 그에 따라 몸의 컨디션을 올리기 위한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히려 기술 ‘여서정’을 더 완벽히 구사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도 할 수 있다. 난도 6.2의 어려운 기술인만큼 아직까지는 착지가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내년 대회까지 남은 1년 동안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시간으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뚝 설까

아시안게임, FIG 종목별 월드컵 금메달에 이어 한국 여자 체조 역사상 최초의 메달까지 노리고 있는 여서정. 아버지 여홍철이 끝내 이루지 못한 올림픽 금메달의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누구의 딸’이 아닌 여서정, 그 자체로 더욱 우뚝 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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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