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화상채팅의 덫 ‘몸캠피싱’ 실체추적

  • 김설아 sasa1986@ilyosisa.co.kr
  • 등록 2012.08.24 11: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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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화상채팅…흥분해 바지 벗었다가 ‘헉’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속칭 ‘몸캠피싱’으로 온라인이 떠들썩하다. ‘몸캠’은 알몸으로 하는 화상채팅을 일컫는 말. 최근에는 이 몸캠을 악용해 남성에게 음란행위를 요구한 뒤 동영상을 저장해 돈을 요구하는 신종 공갈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새로운 보이스피싱 방식으로 진화한 몸캠피싱 사기. 남자들의 성적 욕망을 낚는 그 실체를 추적해봤다. 

대학생 A씨는 어느 날 연락이 뜸한 친구들과 안부를 주고받기 위해 인터넷 메신저에 접속했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낯선 남성과 여성이 A씨에게 친구 신청을 해왔다. 이 여성은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랜덤으로 친구를 추가했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A씨에게 접근했다. 마침 외로웠던 A씨는 이 여성과 하루정도 친근하게 대화를 나눴다.

다음 날까지 대화가 이어지자 여성은 “A씨의 얼굴이 보고 싶다”며 화상채팅을 제안했고, A씨는 여성의 제안을 수락했다. PC에 달린 화상카메라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채팅을 나누다 여성은 “몸캠을 해보고 싶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낯선 여성과 채팅
잘못했다간

A씨는 “채팅 사기에 대해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도 ‘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하긴 하지만 손은 어느덧 화상카메라를 내리고 몸을 비추고 있었다”라며 “금전적인 이야기가 오고가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히 여성이 외로워서 이러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고, 외모도 예쁜 여성이 먼저 제안한 몸캠은 호기심과 성적욕망을 자극하기 충분했다”고 털어놨다. 

둘은 서로의 몸을 보면서 성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결국 호기심에 시작한 화상채팅은 각자 옷을 벗는 수위까지 갔다. 이 여성은 자신의 옷을 벗으며 “내가 먼저 벗을 테니까 너도 벗어봐”라며 A씨를 유혹했다. 여성이 옷을 벗는 순서에 따라 하나둘씩 벗다보니 A씨는 어느새 나체상태가 됐다. 급기야 이 여성은 야한 행동을 보여 달라고 졸랐고 A씨는 음란한 행위까지 여성에게 보여줬다.  

그러나 이 모든 장면은 A씨도 모르는 사이 여성의 PC에서 녹화되고 있었다. A씨가 이것이 ‘사기’임을 깨닫는 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초반에 이 여성과 같이 친구 등록을 했던 낯선 남성의 협박이 이어졌다. A씨의 알몸 장면을 녹화했다며 돈을 요구한 것이다.

이 남성은 A씨에게 메일을 보내 “싸이월드, 메일, 네이트온 아이디 등을 모두 알고 있고, 다 캡처했으니 이것을 공개하겠다”며 300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한 사이트의 주소를 문자로 보내왔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자 A씨의 알몸사진 캡처장면과 가족사진, 그리고 신상과 관련된 고향, 집주소, 전화번호, 메신저 친구목록 이름과 전화번호가 쭉 나열돼 있었다.
A씨는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경찰에 갔는데 손쓸 방법이 없다고 했다”며 “하루가 지나자 협박이 더욱 거세졌고, 가족들에게 전화가 오는 등 심각해지더라. 주변사람들에게 무시해달라고 부탁한 뒤 메신저, 싸이월드 등을 모두 해지했는데도 신경이 쓰여서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털어놨다.


미모의 여성 “알몸채팅하자” 접근해 음란행위 유도

동영상 저장 후 협박…“인터넷 유포하겠다” 돈 뜯어

이런 사례는 의외로 많다.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의 방식이 나날이 진화하면서 화상채팅을 통한 몸캠피싱 피해사례가 빈번히 접수되고 있다. A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협박을 당하다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돈을 뜯긴 것은 물론, 지난달에는 한 남자대학생이 협박을 받고도 돈을 주지 않겠다고 버티다 자신의 미니홈피에 동영상이 올려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몸캠피싱 수법은 젊은 여성이 불특정 남성에게 메신저 채팅으로 말을 걸어 “화상채팅을 하면서 서로 몸캠을 하자”고 제안한다. 남성이 이에 응하면 음란행위를 하도록 유도한 뒤 이를 녹화하고, 녹화영상을 빌미로 돋을 뜯어내는 방식이다. 

경찰은 이같은 몸캠피싱 사기가 중국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 피해자의 PC를 통해 파악한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추적해 보니 소재지가 중국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중국에 근거를 둔 일당이 중국동포나 탈북여성을 고용, 채팅으로 남성을 유인케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이 같은 수법으로 남성 수십명한테서 돈을 뜯어낸 중국동포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자매, 모자, 친구관계인 이들은 중국에서 고용한 K(31?여)씨를 인터넷 VPN(가상 IP생성 프로그램)을 통해 모 사이트 화상채팅에 접속, 나체쇼와 낯 뜨거운 성행위를 유도한 장면을 녹화한 후 이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 현금을 입금 받아 내는 등 1인당 50만~100만원씩 모두 45명에게 2400만원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또 입금사실을 확인한 뒤 약속한 동영상 파일을 삭제하는 대신 추가로 돈을 더 요구하기도 했다.

“알몸 보여줘”
찍었으니 돈 내놔!

이들의 범행은 한국에서 취업비자로 일하면서 입금된 돈을 인출해 중국에 있는 아들에게 보냈다가 해당 계좌를 추적한 경찰에 덜미를 붙잡혔다.

일선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 메신저피싱 사기가 과거와 다르게 특정인을 대상으로 치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그 방법도 단순히 돈을 빌려달라는 과거의 방법과 다르게 상대방의 약점 등을 이용한 협박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런 범죄의 경우 IP주소가 중국 등 외국일 확률이 높고, 메신저 아이디를 추적해 봐도 대부분 해킹된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어 범인을 검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이후에도 유사 피해를 봤다며 경찰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고 꼬집었다.

돈 뜯기고
신고도 못하고

피해자들이 자신이 저질렀던 몸캠 행위가 떳떳지 못하다고 여겨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하거나 조사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경우 언제, 어떤 식으로 피해가 발생했는지 알 수 없어 경찰이 범인을 추적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과거에 몸캠피싱 사기를 당했다는 한 남성은 “너무 억울해서 항의라도 했다간 ‘가족이나 직장에 알리겠다’는 협박에 시달리게 된다. 물론 정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겠지만 부적절한 행동이 외부로 알려지면 사회적 위신이 깎이는 데다 떳떳하지 못한 건 나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망신을 각오하지 않는 한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피해자 역시 “사기인걸 알고 제2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신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가도 혹시 나한테는 어떤 처벌이 있는 건지, 그냥 내가 바보였다고 잊어버려야 하는 건지 갈등의 기로에 선다”며 “결국 똥 밟았다는 셈 치고 돈 보내준 뒤 조용히 끝내는 게 나를 위해서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십만원을 털린 한 남성이 전화상담만 받고 직접 조사를 받지는 않더라”며 “남자형사가 조사할 테니 오라고 해도 안 왔다”고 전했다.

서울시내 또 다른 경찰서 관계자는 “상대방과 합의를 했다면 채팅에서 음란행위를 하는 것만으로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다만 인터넷상의 이런 행위가 범죄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돈 안 주고 버티다 자신의 미니홈피에 동영상 올려 지기도
중국 근거지 조직적 범행…일탈 꿈꾸는 당신의 지갑 노린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왜 채팅창 속 몸캠녀에게 잘 넘어가는 것일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정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 “뭐에 홀린 것 같다”고 말한다. 몸캠녀에 걸리는 이유 중 하나가 일당들은 자연스런 분위기를 만들고, 경계심을 늦추는 나름대로 완벽한 상황을 조성하기 때문인 것은 맞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몸캠녀에게 걸려드는 큰 요인은 피해자 스스로 원인 인자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성욕과 억압에서 벗어나고픈 욕망, 호기심 등이다.

평범하고 순진한 남성이라도 누구나 이성에 대한 환상이 있고 이런 유혹이 왔을 경우 정상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기 힘들어진다. 여성보다 성욕이 강해 범죄에 쉽게 속는 남자들이 어떤 관점에서는 ‘약자’로 간주되는 이유이다.

전문가들은 “남성은 자신의 성적 능력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상대의 유혹을 자신의 매력에 반해서 그러는 것으로 착각한다. 특히 낯설고 예쁜 여성과의 채팅은 남성의 강한 본능을 자극해 이성을 마비시키고 쉽게 ‘이브의 유혹’에 넘어가게 한다”고 지적했다.

왜 몸캠녀의
유혹에 걸려들까?

남자들의 성적 욕망을 낚는 채팅사기는 과거부터 사회문제화 되어 왔다. 비교적 간단한 수법이지만 여전히 당하는 남성들이 많다. 이 경우 스스로 타깃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낯선 여성이 채팅으로 접근하면 아예 응하지 않고, 솔깃한 제안을 하더라도 ‘의심’부터 하고보는 것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

오늘도 교묘하게 진화한 보이스피싱의 몸캠녀들은 은밀한 일탈을 꿈꾸는 남성들을 향해 유혹의 날갯짓을 하며, 인터넷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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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