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화상채팅의 덫 ‘몸캠피싱’ 실체추적

  • 김설아 sasa1986@ilyosisa.co.kr
  • 등록 2012.08.24 11:31:25
  • 댓글 0개

미녀와 화상채팅…흥분해 바지 벗었다가 ‘헉’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속칭 ‘몸캠피싱’으로 온라인이 떠들썩하다. ‘몸캠’은 알몸으로 하는 화상채팅을 일컫는 말. 최근에는 이 몸캠을 악용해 남성에게 음란행위를 요구한 뒤 동영상을 저장해 돈을 요구하는 신종 공갈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새로운 보이스피싱 방식으로 진화한 몸캠피싱 사기. 남자들의 성적 욕망을 낚는 그 실체를 추적해봤다. 

대학생 A씨는 어느 날 연락이 뜸한 친구들과 안부를 주고받기 위해 인터넷 메신저에 접속했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낯선 남성과 여성이 A씨에게 친구 신청을 해왔다. 이 여성은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랜덤으로 친구를 추가했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A씨에게 접근했다. 마침 외로웠던 A씨는 이 여성과 하루정도 친근하게 대화를 나눴다.

다음 날까지 대화가 이어지자 여성은 “A씨의 얼굴이 보고 싶다”며 화상채팅을 제안했고, A씨는 여성의 제안을 수락했다. PC에 달린 화상카메라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채팅을 나누다 여성은 “몸캠을 해보고 싶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낯선 여성과 채팅
잘못했다간

A씨는 “채팅 사기에 대해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도 ‘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하긴 하지만 손은 어느덧 화상카메라를 내리고 몸을 비추고 있었다”라며 “금전적인 이야기가 오고가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히 여성이 외로워서 이러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고, 외모도 예쁜 여성이 먼저 제안한 몸캠은 호기심과 성적욕망을 자극하기 충분했다”고 털어놨다. 

둘은 서로의 몸을 보면서 성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결국 호기심에 시작한 화상채팅은 각자 옷을 벗는 수위까지 갔다. 이 여성은 자신의 옷을 벗으며 “내가 먼저 벗을 테니까 너도 벗어봐”라며 A씨를 유혹했다. 여성이 옷을 벗는 순서에 따라 하나둘씩 벗다보니 A씨는 어느새 나체상태가 됐다. 급기야 이 여성은 야한 행동을 보여 달라고 졸랐고 A씨는 음란한 행위까지 여성에게 보여줬다.  

그러나 이 모든 장면은 A씨도 모르는 사이 여성의 PC에서 녹화되고 있었다. A씨가 이것이 ‘사기’임을 깨닫는 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초반에 이 여성과 같이 친구 등록을 했던 낯선 남성의 협박이 이어졌다. A씨의 알몸 장면을 녹화했다며 돈을 요구한 것이다.


이 남성은 A씨에게 메일을 보내 “싸이월드, 메일, 네이트온 아이디 등을 모두 알고 있고, 다 캡처했으니 이것을 공개하겠다”며 300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한 사이트의 주소를 문자로 보내왔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자 A씨의 알몸사진 캡처장면과 가족사진, 그리고 신상과 관련된 고향, 집주소, 전화번호, 메신저 친구목록 이름과 전화번호가 쭉 나열돼 있었다.
A씨는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경찰에 갔는데 손쓸 방법이 없다고 했다”며 “하루가 지나자 협박이 더욱 거세졌고, 가족들에게 전화가 오는 등 심각해지더라. 주변사람들에게 무시해달라고 부탁한 뒤 메신저, 싸이월드 등을 모두 해지했는데도 신경이 쓰여서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털어놨다.


미모의 여성 “알몸채팅하자” 접근해 음란행위 유도

동영상 저장 후 협박…“인터넷 유포하겠다” 돈 뜯어

이런 사례는 의외로 많다.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의 방식이 나날이 진화하면서 화상채팅을 통한 몸캠피싱 피해사례가 빈번히 접수되고 있다. A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협박을 당하다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돈을 뜯긴 것은 물론, 지난달에는 한 남자대학생이 협박을 받고도 돈을 주지 않겠다고 버티다 자신의 미니홈피에 동영상이 올려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몸캠피싱 수법은 젊은 여성이 불특정 남성에게 메신저 채팅으로 말을 걸어 “화상채팅을 하면서 서로 몸캠을 하자”고 제안한다. 남성이 이에 응하면 음란행위를 하도록 유도한 뒤 이를 녹화하고, 녹화영상을 빌미로 돋을 뜯어내는 방식이다. 

경찰은 이같은 몸캠피싱 사기가 중국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 피해자의 PC를 통해 파악한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추적해 보니 소재지가 중국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중국에 근거를 둔 일당이 중국동포나 탈북여성을 고용, 채팅으로 남성을 유인케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이 같은 수법으로 남성 수십명한테서 돈을 뜯어낸 중국동포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자매, 모자, 친구관계인 이들은 중국에서 고용한 K(31?여)씨를 인터넷 VPN(가상 IP생성 프로그램)을 통해 모 사이트 화상채팅에 접속, 나체쇼와 낯 뜨거운 성행위를 유도한 장면을 녹화한 후 이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 현금을 입금 받아 내는 등 1인당 50만~100만원씩 모두 45명에게 2400만원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또 입금사실을 확인한 뒤 약속한 동영상 파일을 삭제하는 대신 추가로 돈을 더 요구하기도 했다.

“알몸 보여줘”
찍었으니 돈 내놔!


이들의 범행은 한국에서 취업비자로 일하면서 입금된 돈을 인출해 중국에 있는 아들에게 보냈다가 해당 계좌를 추적한 경찰에 덜미를 붙잡혔다.

일선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 메신저피싱 사기가 과거와 다르게 특정인을 대상으로 치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그 방법도 단순히 돈을 빌려달라는 과거의 방법과 다르게 상대방의 약점 등을 이용한 협박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런 범죄의 경우 IP주소가 중국 등 외국일 확률이 높고, 메신저 아이디를 추적해 봐도 대부분 해킹된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어 범인을 검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이후에도 유사 피해를 봤다며 경찰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고 꼬집었다.

돈 뜯기고
신고도 못하고

피해자들이 자신이 저질렀던 몸캠 행위가 떳떳지 못하다고 여겨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하거나 조사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경우 언제, 어떤 식으로 피해가 발생했는지 알 수 없어 경찰이 범인을 추적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과거에 몸캠피싱 사기를 당했다는 한 남성은 “너무 억울해서 항의라도 했다간 ‘가족이나 직장에 알리겠다’는 협박에 시달리게 된다. 물론 정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겠지만 부적절한 행동이 외부로 알려지면 사회적 위신이 깎이는 데다 떳떳하지 못한 건 나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망신을 각오하지 않는 한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피해자 역시 “사기인걸 알고 제2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신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가도 혹시 나한테는 어떤 처벌이 있는 건지, 그냥 내가 바보였다고 잊어버려야 하는 건지 갈등의 기로에 선다”며 “결국 똥 밟았다는 셈 치고 돈 보내준 뒤 조용히 끝내는 게 나를 위해서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십만원을 털린 한 남성이 전화상담만 받고 직접 조사를 받지는 않더라”며 “남자형사가 조사할 테니 오라고 해도 안 왔다”고 전했다.

서울시내 또 다른 경찰서 관계자는 “상대방과 합의를 했다면 채팅에서 음란행위를 하는 것만으로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다만 인터넷상의 이런 행위가 범죄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돈 안 주고 버티다 자신의 미니홈피에 동영상 올려 지기도
중국 근거지 조직적 범행…일탈 꿈꾸는 당신의 지갑 노린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왜 채팅창 속 몸캠녀에게 잘 넘어가는 것일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정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 “뭐에 홀린 것 같다”고 말한다. 몸캠녀에 걸리는 이유 중 하나가 일당들은 자연스런 분위기를 만들고, 경계심을 늦추는 나름대로 완벽한 상황을 조성하기 때문인 것은 맞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몸캠녀에게 걸려드는 큰 요인은 피해자 스스로 원인 인자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성욕과 억압에서 벗어나고픈 욕망, 호기심 등이다.

평범하고 순진한 남성이라도 누구나 이성에 대한 환상이 있고 이런 유혹이 왔을 경우 정상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기 힘들어진다. 여성보다 성욕이 강해 범죄에 쉽게 속는 남자들이 어떤 관점에서는 ‘약자’로 간주되는 이유이다.

전문가들은 “남성은 자신의 성적 능력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상대의 유혹을 자신의 매력에 반해서 그러는 것으로 착각한다. 특히 낯설고 예쁜 여성과의 채팅은 남성의 강한 본능을 자극해 이성을 마비시키고 쉽게 ‘이브의 유혹’에 넘어가게 한다”고 지적했다.


왜 몸캠녀의
유혹에 걸려들까?

남자들의 성적 욕망을 낚는 채팅사기는 과거부터 사회문제화 되어 왔다. 비교적 간단한 수법이지만 여전히 당하는 남성들이 많다. 이 경우 스스로 타깃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낯선 여성이 채팅으로 접근하면 아예 응하지 않고, 솔깃한 제안을 하더라도 ‘의심’부터 하고보는 것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

오늘도 교묘하게 진화한 보이스피싱의 몸캠녀들은 은밀한 일탈을 꿈꾸는 남성들을 향해 유혹의 날갯짓을 하며, 인터넷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거리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