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 금수저 남매 ‘클래시스’ 정체

태어나보니 수백억 부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국내 상장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 중 최고 주식 부자는 누구일까.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떠올리기 쉽지만 주인공은 중소기업 ‘클래시스’다. 회사 대표 자녀들은 모두 10대임에도 불구하고 700억원을 상회하는 주식을 갖고 있다. 자연스레 이들에게 눈길이 간다.
 

▲ 클래시스 본사 ⓒ클래시스

클래시스는 미용·의료기기 전문 기업이다. 병원 시술용과 에스테틱용 미용 의료기기를 다루고 있다. 주로 리프팅, 탄력 개선, 지방 분해 등에 효과가 있다. 주력 제품은 ‘슈링크’로 국내외서 인지도가 높다. 자체적으로 화장품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클래시스는 초기 벤처기업으로 시작했지만, 10여년 만에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이어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미용·의료기기
화장품도 제조

창업주는 정성재 대표다. 피부과전문의 출신인 그는 지난 2007년 회사를 설립했다. 정 대표는 한양대 의대를 졸업, ‘닥터자르트’라는 화장품 업체를 일군 바 있다. 클래시스의 업력은 그리 길지 않지만 최근 들어 국내 기업 가운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왜일까?

국내 상장사 주식(평가액)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성년자가 다름 아닌 정 대표의 자녀들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정 대표 자녀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들은 2004년생, 2006년생으로 16세, 14세에 불과하다. 반면 쥐고 있는 주식 가치는 7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들보다 한 단계 아래에 있는 또 다른 미성년자와는 170억원 넘게 차이가 난다. 상당한 규모다.


클래시스는 오너 일가가 공고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회사 지분율만 모두 84.82%다. 최대주주는 정 대표(50.97%)에 이어 부인 이연주씨(16.85%), 그리고 아들과 딸이 각각 8.5%(549만7307주)를 소유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서 측정한 자녀들의 주식 평가액은 714억6500만원이었다. 자녀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클래시스 주가는 상승세를 보인다. 지난 2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각각 731억1418만원으로 모두 1462억원을 상회한다.

두 자녀 외에도 정 대표와 이연주씨가 보유한 주식 가치도 상당하다. 이들은 각각 3298만3847주와 1090만1162주를 쥐고 있다. 종가로 환산 시 4386억8516만원과 1449억8545만원이다. 여기에 자녀 보유 지분을 얹게 되면 모두 7300억원에 육박한다.

대표 14·16세 자녀 715억 주식 보유 
오너 일가 주식 가치 7000억 훌쩍 넘어

정 대표의 두 자녀는 언제부터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을까.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이들은 각각 10%(10만주)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클래시스는 상장하기 전으로 정 대표 일가서 100%에 가까운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클래시스는 지난 2017년 12월 기업인수목적회사 ‘케이티비기업인수목적2호’와 합병하며 코스닥에 변경 상장했다. 합병 이후 케이티비기업인수목적2호 최대주주가 클래시스 최대주주인 정 대표로 바뀌었다. 우회상장을 택한 셈이다.


당시 두 남매는 주식을 증여받으면서 현재의 지분을 갖게 됐다. 이후 특별한 변동은 없다. 정 대표 부부 역시 마찬가지다.
 

클래시스 실적 대부분은 의료기기로부터 비롯된다. 클래시스 전체 매출액서 의료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97%가량이다. 나머지는 화장품과 개인용 미용기기에서 채워진다.

일례로 지난해 연결 기준 클래시스 매출액은 811억원이었다. 의료기기에서만 783억원, 나머지 27억원은 화장품 및 개인용 미용기기였다.

회사 주력 매출처인 의료기기는 사업보고서 상에 ‘클래시스’ 브랜드와 ‘클루덤’ 브랜드로 따로 게재된다. 실적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클래시스 브랜드가 의료기기로부터 비롯된 매출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클루덤 브랜드는 한 자릿수다.

실적 매년
상승세

회사는 지난 2016년부터 주력 제품을 양분화해 국내 및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병원에 납품하는 제품은 클래시스라는 브랜드를, 에스테틱샵에는 클루덤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지난 3년간(2016∼2019년) 회사 성적표는 매년 개선됐다. 특히 지난해 성장은 가시적이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348억원, 474억원서 지난해 811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은 108억원서 174억원, 417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순이익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51억원서 148억원으로 흑자 전환된 후 333억원으로 크게 올랐다.

시장 반응도 궤를 같이 했다. 2017년 초 종가는 1900원대 후반이었지만 그해 말에는 최고 4500원대까지 상승했다. 다만 2018년에는 오름세가 지속되지 못했다. 최고 7000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연말에는 4000원대 초반으로 장을 마감했다.

급격한 실적 상승이 있던 지난해는 눈여겨볼만했다. 3월까지는 큰 변동이 없었지만 그 다음 달부터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해 말에는 최고 1만7000원대까지 상승하기도 했지만 1만4000원 선으로 수렴했다.

올해 2분기 실적은 다소 감소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145억원으로 32.3% 하락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 각각 33.4%, 38.1% 감소한 63억원, 47억원이었다.

증권가
매수 의견


반면 해당 분기 보고서가 공시된 이후 증권가에서는 매수 의견을 내놨다. 목표 주가는 앞자리까지 바뀐 2만1000원이었다.

한화투자증권 김동하 애널리스트는 클래시스 실적 부진 원인을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수출 감소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낮아진 눈높이에는 부합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이어 하반기 매출액은 2% 상승한 442억원, 영업이익은 3% 증가한 253억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서 보수적 의견을 내놓는 상상인증권서도 매수의견을 내놨다. 예상대로 하락했지만 국내를 시작으로 매출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목표가는 1만9000원이었다.

클래시스는 2개 종속회사를 두고 있다. 2017년 처음 설립한 법인들이다. 클래시스가 영위하는 사업인 화장품, 개인용 미용기기 브랜드 ‘스케덤’을 담당한다. 

이들은 모두 비상장사로 해외에 위치해 있다. 한 곳은 미국 뉴욕에 설립돼 미국 온라인 시장서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다른 곳은 중국 상하이 소재 법인이다. 주요 품목은 리프팅 밴드와 리프팅 패치 등이다.

계열사 실적은 본사 실적에 비하면 초라하다. 앞서 언급됐듯 클래시스서 화장품 및 개인용 미용기기가 차지하는 실적은 한 자릿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들은 적자서 시작해 흑자로 전환된 상태다.


매년 실적 개선, 지난해 가파른 상승
관련 업계서 대장급, 한때 시총 1조

최근 3년간(2017∼2019) 뉴욕과 상하이 법인 순이익은 -2200만원, -1200만원으로 시작해 4107만원, 236만원으로 올라선 뒤 지난해 3000만원, 8300만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클래시스는 계열사에 담보를 서주는 등 특별한 자금 거래를 맺고 있지 않다. 내부적으로만 거래 관계를 맺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클래시스는 뉴욕 법인으로부터 1억5700만원, 3억3100만원, 4억7700만원의 매출을 냈다. 상하이 법인서도 820만원, 3900만원, 3200만원어치 제품을 팔았다.

클래시스는 상장 이후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성향은 업계 평균 이상이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회사는 매해 4억8400만원, 8억6800만원, 29억6100만원을 배당했다.
 

▲ 클래시스 슈링크 ⓒ클래시스

같은 기간 배당성향(기업서 벌어들인 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비율)은 5.6%, 5.8%서 지난해 8.9%까지 올랐다.

회사는 관련 업계 가운데 시가 총액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지난 2일 기준 클래시스 시총은 8606억원이었다. 올해 5월까지만 하더라도 1조원대에 있었지만 몸집이 다소 줄어든 모양새다. 공고한 지배력 덕분에 오너 일가서 보유한 몫은 7300억원에 달한다.

국내외
법인 설립

클래시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기업설명회(IR)를 연이어 개최하고 있다. 올해 2월 설명회를 시작으로 5월과 6월, 그리고 지난달까지 진행했다. 회사는 기업가치 및 투자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국내 기관 투자자부터 해외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클래시스는 현재 6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아시아와 중동, 유럽, 북미, 남미 등에 이어 아프리카까지 경로를 넓혔다. 회사는 제품 개발부터 서비스 출시까지 자체적으로 가능한 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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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