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질반질’ 하나제약 새파란 금수저 정체

4살짜리 꼬마 부모 잘 만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하나제약 오너 3세들이 차례차례 회사 지분을 증여받았다. 눈길이 가는 건 이들이 모두 미성년자라는 점. 지분가치만 수십억원이다. 그런데 돌연 하나제약은 이들에 대한 지분 증여를 취소했다.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 하나제약 본사 ⓒ하나제약

하나제약은 마취제와 마약성 진통제를 주력으로 하는 중견 제약사다. 아네폴주사와 바스캄주사 등으로 유명하다. 하나제약은 ‘알짜 회사’로도 알려져 있는데 매년 개선된 성적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하나제약의 매출액은 1393억원, 1528억원, 1663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19억원, 335억원, 335억원을 보였다. 순이익은 243억원, 261억원, 283억원으로 계속 늘었다.

마취·진통제
알짜 제약사

하나제약 지배구조는 단순하다. 계열사가 한 곳도 없다. 창업주는 조경일 명예회장으로 조세포탈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아 경영 일선서 물러났다.

현재 하나제약은 전문 경영인 체제다. 지난해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위해 영입한 이윤하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선 상태다.

반면 하나제약 주요 주주는 오너 일가다. 조경일 명예회장 자녀들을 필두로 대부분 회사 지분을 갖고 있다.


최대주주는 장남 조동훈 부사장(25.23%)이다. 그는 지난 2006년 하나제약 서울종병팀에 입사했다. 2010년부터는 경영본부장을 맡은 데 이어 2015년부터 현재까지 하나제약 서울사무소 부사장을 맡고 있다.

조동훈 부사장은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다만 조경일 명예회장이 불명예 퇴진을 맞은 만큼, 숨고르기가 진행 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어 조 부사장의 쌍둥이 누나인 조예림 이사(11.43%)와 조혜림 전 이사(9.88%)가 뒤를 잇는다.

조예림 이사는 지난 2002년 하나제약 마케팅부에 입사했다. 2006년부터 개발부서 활동한 뒤, 2018년 글로벌사업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품 수출 등에 관여하고 있으며 하나제약 등기이사기도 하다.

오너 2세 승계 숨고르기…지분 확보
장남 조동훈 부사장 등 주요 요직에

조혜림 전 이사는 지난 2006년 하나제약에 입사했다. 그는 2015년까지 경리부서 근무한 뒤 2016년 자금부로 이동하면서 하나제약 자금관리를 맡았다. 그해 등기임원으로도 이름을 올리면서 입지를 다졌지만, 지난해 6월 돌연 모든 직에서 물러났다. 다만 하나제약 3대주주로 공고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친인척들의 지분까지 더하면 모두 58%를 넘는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절반 이상을 넘는 국내 제약사가 흔치 않은 만큼, 상당히 공고한 지배력을 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너 3세에게도 지분이 있다. 눈길이 가는 건 이들이 모두 미성년자라는 점이다. 11년생 주주는 하나제약 주식 12만8552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조예림 이사의 자녀로 추정된다. 공시된 주소지가 조예림 이사와 같고, 조동훈 부사장의 조카로 분류돼있기 때문이다.
 

▲ 하나제약 상신공장 ⓒ하나제약

지분은 0.79%로 규모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하나제약 경영을 이끌고 있는 이윤하 대표의 지분(0.06%)을 감안했을 때, 무게감이 다르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오너 3세들에게도 눈길이 간다. 조혜림 전 이사는 09년생과 11년생 주주와 같은 주소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역시 조동훈 부사장을 기준으로 조카로 분류된다. 성씨가 조씨가 아닌 점도 조혜림 전 이사의 자녀라는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 이들의 지분은 각각 12만8552주로 앞선 경우와 동일하다.

조씨 아이들
수십억 쥐어

최근 또 다른 오너 3세로 보이는 이들이 하나제약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13년생, 16년생에 불과했다. 이들은 조혜림 전 이사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26일 조혜림 전 이사는 이들에게 각각 11만3400주(0.7%), 6만4800주(0.4%)를 증여했다. 

증여 결과 조혜림 전 이사의 하나제약 지분은 177만8011주서 159만9811주로 줄었다. 10.98%였던 지분율 역시 9.88%로 감소했다.

하나제약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들의 지분 증여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언뜻 조혜림 전 이사의 자녀로 추정되지만 그렇지 않다. 우선 성(姓)이 조씨다. 대부분 부친의 성씨를 따르는 만큼 조동훈 부사장에 눈길이 간다. 또 이들의 공시된 주소지는 조혜림 전 이사와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주소지가 조동훈 부사장과 일치하는 것은 또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조예림 이사와 조경일 명예회장 부부의 주소지와 동일하다. 물음표가 따르지만 부동산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어느 정도 내용이 압축된다.

조예림 이사와 조경일 명예회장 부부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다만 동과 호수가 다르다. 공시서 주소는 읍, 면, 동까지만 기재하도록 돼있다. 결국 공시로만 따져본다면 이들의 주소지는 겉보기에 모두 같은 것이다.

서로서로
한입씩∼

조동훈 부사장은 조예림 이사 등과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다가 최근 이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3일 공시만 보더라도 조동훈 부사장의 소재지는 조예림 이사 등과 같았다.


결국 자녀로 추정되는 이들의 공시 주소지가 변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조동훈 부사장의 자녀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 역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오너 3세로 추정되는 이들의 지분을 단순히 합해보면 모두 56만3856주다. 지분 가치만 127억원이 넘는다. 단순 지분율만 보더라도 모두 2.84%로 창업주 조경일 명예회장보다 높다.
 

▲ 바스탐 주사 ⓒ하나제약

하나제약은 매년 배당을 늘리고 있다. 매해 실적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제약의 지난해 배당액은 72억3600만원이었다. 전년 배당액에 비해 60% 정도 증가했다. 배당성향 역시 17.2%서 25.6%로 확대됐다.

지난해 1주당 현금배당금은 460원이었다. 오너 3세들이 그해 오늘날의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다면 모두 127억원을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하나제약 최대주주인 조동훈 부사장은 과거 ‘신흥 주식부자’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18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뒤 지분 가치가 1000억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지분가치 최소 14억부터 29억까지  
미성년 3세 증여하려다 돌연 취소


명맥은 계속되는 듯하다. 조동훈 부사장의 하나제약 보유 지분은 408만6826주다. 그의 쌍둥이 누나들도 마찬가지다. 조예림 이사와 조혜림 전 이사의 보유 지분은 각각 185만2079주, 159만9811주다. 

경영 일선서 물러난 조경일 명예회장과 그의 부인도 각각 52만5466주, 74만1159주를 보유하고 있다. 눈길이 가는 건 최근 하나제약서 주식 증여를 취소했다는 것. 조혜림 이사로부터 11만3400주, 6만4800주를 증여 받은 13년생, 16년생 미성년자가 그렇다.

하나제약 공시에 따르면 지난 7월 20일 이들에 대한 증여가 취소됐다. 반대로 조혜림 이사는 다시 17만8200주를 다시 돌려받게 됐다.

하나제약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주주 개개인의 사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특별한 내용을 전달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나제약은 지난 1분기 별도 기준 417억원의 매출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19억원 증가한 수치다. 다만 영업이익과 순손실이 같은 기간 11억원, 8억원 하락한 69억원, 55억원이었다.

사 측은 연구개발 투자 확대로 영입이익이 감소했다는 입장이다. 하나제약 연구개발비 비중은 지난 1분기 6.6%로 전년 동기에 4.1%보다 증가했다.

갑자기 취소
도대체 왜?

하나제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긴급의약품 요청으로 해외 수출을 늘리고 있다. 마취제와 항생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훈풍을 탄 셈이다. 실제로 지난 4월 마취나 수술에 사용되는 근이완제 ‘아트라주’와 강심제(심장 박동 강화 약물) ‘하나도부타민염산염주사’, 마약류의약품 마취진정제 ‘바스캄주’ 등을 룩셈부르크에 긴급 수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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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