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골육상쟁 서막 막전막후

누나의 선공…형까지 가세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최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전운이 드리운 형국이다. 조영래 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성년후견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앞서 조 회장이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넘긴 지분 전량에 대해 자발적 결정이었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취지다. 경영권 다툼이 선명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조 이사장은 최근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성년후견이란 고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성인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다. 조 이사장이 이를 제기한 배경은 ‘지분 양도’였다.

3남매 연합
분쟁 불붙나

조 회장은 지난해 경영 일선서 물러난 바 있다. 이후 장남 조현식 부회장과 차남 조현범 사장이 각각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이끌면서 형제 경영을 이어왔다.

2세 경영은 궤도에 올랐지만 누가 조 회장의 뒤를 잇게 될지는 미지수였다. 그룹 내에서 이들의 역할이 일정하게 주어졌고, 지주사 지분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구조는 조 회장 23.59%, 조 부회장 19.32%, 조 사장 19.31% 순이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차남 조 사장에게 지분을 전량 넘겨주면서 곧 지분구조에 변동이 발생했다. 지난 6월26일 조 회장은 보유 주식 전량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조 사장에게 전량 매각했다. 장남이 아닌 차남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조 회장 지분을 모두 넘겨받은 조 사장은 단번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가 됐다. 조 사장 지분은 42.9%로 껑충 뛰면서 형인 조 부회장(19.32%)을 훌쩍 앞섰다. 조 사장은 보유 주식을 담보로 2200억원을 대출 받아 매입 자금을 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에도 경영권 분쟁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갑작스럽게 지분 구도가 변화한 것에 대한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 6월30일 “대주주 간 주식거래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형제경영 체제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또 조 부회장과 조 사장 지위에 당장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일축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장녀 조 이사장이 돌연 전면으로 나서며 반전이 시작됐다. 조 이사장은 조 사장의 지분 양도가 자발적인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로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장녀 조희경, 조양래 회장 성년후견 신청
형제간 경영다툼 가능성↑ 장남에 달렸다

조 이사장 측은 지난달 30일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성년후견은 법정후견과 임의후견으로 나뉜다. 이 중 법정후견은 다시 정신적 제약 정도와 후견 범위에 따라 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으로 재분류된다.


조 이사장 측은 “(조 회장이)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분이 놀라고 당혹스러워했다”며 “이런 결정들이 건강한 정신 상태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린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됐다”고 주장했다.

또 “조 회장이 지난 6월 급작스럽게 조 사장에게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전부를 2400억원에 매각했는데, 그 직전까지 그런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며 “조 회장은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으며, 사후에도 지속 가능한 재단 운영 방안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장 측의 설명대로라면, 조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은 조 사장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형국이다. 동시에 승계 자체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 ▲▲ (사진 왼쪽부터)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 ⓒ한국테크놀로지

조 이사장 측은 이어 “대기업 승계 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회사와 사회의 이익을 위해 이뤄져야 할 것이며 기업 총수의 노령과 판단능력 부족을 이용해 밀실서 몰래 이뤄지는 관행이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룹 측은 조 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이사장의 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지정된 후견인은 조 회장과 조 사장의 블록딜을 무효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후견인 지정이 곧바로 기존 거래를 무효화하지는 않지만 가족 간 소송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회장의 건강 상태 등은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 성년후견심판 청구가 접수되면 법원은 의사 감정을 통해 당사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이후 진술을 받는 절차 등을 거쳐 후견인 지정 여부를 가리게 된다.

법원이 조 회장의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됐다고 판단할 경우 한정후견인이 선임된다. 다만 조 회장 본인이나 배우자, 4촌 이내 친족 등이 항고 또는 재항고를 할 수 있다. 해당 절차가 진행된다면 후견인 업무는 정지된다.

법원에 의해 선임된 후견인은 재산과 신상 등을 보호하는 대리인 역할을 한다. 앞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는 성년후견 개시를 청구, 신 총괄회장에 대한 한정후견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자발적 결정
아닐 수도

이른바 장녀의 반격으로 눈길은 남매들에게 향한다. 장남 조 부회장은 조 이사장의 성년후견신청에 대해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조 부회장 측이 공식 의사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성년후견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녀 조희원씨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조씨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10.82%를 보유 중이다. 다만 조씨는 앞서 제기된 경영권 다툼 가능성에 대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장녀의 후견인 신청으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4남매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지난 7월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전날보다 3400원(29.96%) 상승한 1만47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입장이 난처해진 쪽은 조 사장이다. 조 사장은 부친으로부터 지분을 물려받고, 사실상 후계 경쟁력을 선점했지만 신경 쓸 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장녀 조 이사장의 반격으로 조 사장의 리스크가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당장 해결해야하는 사안은 법적 문제다.
 

▲ 한국테크놀로지 본사 ⓒ한국테크놀로지

조 사장은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바 있다. 조 사장은 협력업체에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 원씩 6억여원을 챙긴 혐의와 계열사 자금 2억여원을 정기적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조 사장은 지난 4월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배임수재 및 횡령금액 전부를 반환해 피해자들이 선처를 구하고 있다”며 “더는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벌금형을 넘는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조 부사장은 지난 6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직서 물러났다. 사측은 일신상의 이유라고 전했지만, 재판 결과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조 사장과 검찰은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조 사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서 징역 4년의 실형과 함께 추징금 6억1500만원을 명령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흔들리는
조 사장?

검찰은 “조 사장은 대기업 사주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 직원들로부터 자금을 마련해 빼돌리고 차명계좌를 이용해 수익을 숨기는 등 장기간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다”며 “원심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는 등 형이 너무 가벼워 항소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1억원 이상 배임수재 혐의에 가벌성이 있는 경우, 형량이 징역 3년서 5년 사이”라며 “조 사장에 대해 충분한 가벌성이 있는데, 원심은 조 사장이 자백했다는 이유로 배임수재 양형 기준 최하한인 징역 3년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 적절한 사안인지 심리해달라”고 밝혔다.

반면 조 사장 측은 형이 무겁다고 주장했다. 조 사장 측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다시는 이 같은 잘못 저지르지 않도록 뉘우치고 있다”며 “이 사건으로 발생한 피해를 모두 갚아 피해자들이 조 사장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한국타이어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겁다”고 반박했다.

조 사장 역시 최후진술서 “어리석은 욕심과 안일한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다”며 “분별없는 행동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는지 뼈저리게 느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마음가짐을 바로 해 경영인으로서 주변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내달 9일에 열린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조 부회장의 입지는 좌우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것이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

조 사장이 넘어야 할 산은 하나 더 있다. 지난해 3월 교체한 사명과 관련해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기존 한국타이어서 사명을 변경했다. 당시 이를 주도한 인물은 조 사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은 타이어 산업에만 머물지 않는 혁신 기술기업을 표방하며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당시 사측은 “이번 사명 변경은 미래 산업 생태계의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개별 계열사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를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 개척에 도전하는 파괴적 혁신을 지속하게 해줄 초석을 다지기 위해 추진된다”며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자동차 전장 사업체 ‘한국테크놀로지’가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소송을 낸 것이다.

한국테크놀로지는 가처분신청을 통해 “상호 사용으로 영업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 가처분신청을 결정했다”며 “특히 조 사장의 배임·횡령 사건이 발생한 이후 피해가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한국테크놀로지 측의 손을 들어줬다.

“동생에 지분 넘긴 부친 결정
자발적 결정인지 판단 필요”

당시 재판부는 “‘한국테크놀로지 주식회사’ 또는 ‘HANKOOK TECHNOLOGY GROUP CO. LTD.’를 상호로 사용해서 안 된다“며 “자동차 부품류 제조·판매업이나 자동차 부품류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소유·지배하는 지주사의 영업 표지로 사용하거나 영업과 관련된 간판, 거래서류, 선전광고물, 사업계획서, 명함, 책자, 인터넷 홈페이지 및 게시물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구체적인 사용금지 조치도 담았다.

재판부는 “채권자 코스닥 상장사 한국테크놀로지가 이미 8년 전부터 이 상호로 영업을 하고 있고, 특히 자동차 전장사업 부문에 진출해 해당 분야서 상호를 사용한 것도 2년 5개월 이상 광범위하게 사용된 만큼 주지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 ⓒ한국타이어

이어 “상호가 상당히 유사해 오인, 혼동 가능성이 있고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소정의 부정경쟁행위 요건으로서의 혼동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당시 판결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상호사용금지 소송서 승소한 첫 사례였다. 최악의 경우,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간판을 다시 바꿔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또 사명 변경 사업을 조 부사장이 이끌었던 만큼 리스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영권 분쟁이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여러 시나리오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 무게가 실리는 가능성은 남매 간 연합전이다.

조 이사장과 조 부회장, 그리고 조씨 등 3남매의 한국테크놀리지그룹 지분 합은 모두 30.97%다. 다만 조 사장 지분 42.9%와 큰 차이가 있다. 일각에선 6.24%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지원이 있다 하더라도 조 사장과의 지분 격차는 상당하다.

1972년생인 조 사장은 1998년 한국타이어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광고홍보팀장을 거치면서 4년 만에 임원으로 올랐다.

조 부사장은 마케팅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부사장, 경영기획본부장, 경영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COO(최고운영책임자)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 등극했다. 조 사장은 200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씨와 결혼해 이른바 ‘MB 사위’로 불린다.

그룹은 지주회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정점으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한국네트웍스, 한국카앤라이프 등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당겨진 방아쇠
진흙탕 싸움?

주력 계열사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다. 올해 성적표는 낙관하기 어렵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은 12.5% 감소한 1조4357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24.6% 감소한 1060억원을 나타냈다. 순이익 역시 20.7% 하락한 976억원에 그쳤다. 2분기 실적은 장담하기 어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가 업계 전반에 드러나는 시기가 2분기로 점쳐지면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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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