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한미반도체 2세는 지금…

한솥밥 먹다 너 한 입 나 한 입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한미반도체는 일찍이 승계를 매듭지었다. 1남4녀 중 막내아들이 경영권을 쥐었다. 누나들은 잠시 한미반도체서 근무했을 뿐, 현재는 특별한 직을 맡고 있지 않다. 다만 별도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이들은 더 철저히 각자의 길을 걷는 듯하다. 왜일까.
 

▲ 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는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창업주는 곽노권 회장.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시장서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성공시켰다. 성장을 거듭한 끝에 세계 각지에 300여개 고객사를 두고 있다. 특히 회사는 비전플레이스먼트(반도체 후공정서 칩을 절단하고 검사하는 작업) 분야에선 적수가 없다.

40주년
국산화

한미반도체는 2세 경영에 돌입한지 오래다. 곽 회장은 슬하에 1남4녀를 뒀다. 경영권은 막내아들 곽동신 부회장에게 돌아갔다. 1974년생으로 24세에 한미반도체에 입사한 그는 33세에 대표이사가 됐다.

곽 부회장은 부친과 함께 3년 정도 회사를 이끌었다. 이후 전문 경영인과 함께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주총서 보장받은 임기까지 채운다면, 곽 부회장은 15년 동안 회사를 경영하게 된다.

한미반도체 실적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들쭉날쭉했다. 3년간(2017∼2019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1973억원서 2171억원으로 올랐다가 1203억원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2년 연속 500억원대를 기록했지만, 13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순이익은 95억원서 492억원으로 수직상승한 뒤 192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올해 성적은 기대할만하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396억원이었다. 직전년도에 비해 100% 이상 성장했다. 동기간 영업이익은 2억원서 74억원으로, 순이익은 5억원서 76억원으로 치솟았다.

잠정 발표된 2분기 성적표는 한 차례 더 개선됐다. 누적 매출액은 1015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무려 129.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4억원서 27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한미반도체서 곽 부회장 일가의 영향력은 공고하다.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는 단연 곽 부회장으로 30.2%의 지분을 갖고 있다. 부친인 곽 회장이 7.9%로 2대주주다.

곽 부회장 누나들은 1.85∼2.17% 사이서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은 한미반도체 내에서 특별한 직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과거엔 연결고리가 있었는데 ‘한미인터내셔널’이라는 화장품 도소매 업체를 통해서다.

빠르게 시작된 후계 경영…막내아들이 책임
딸들은 개인사업…한 때 한미반도체 계열사

한미반도체는 한미인터내셔널 설립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설립출자와 유상증자에 4억7400만원을 사용했다. 이어 한미인터내셔널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보유 지분은 40%였다.


한미반도체 수장이 외아들이라면, 한미인터내셔널은 딸들의 회사다. 대표이사는 셋째 곽영미씨다. 영미씨는 회사가 설립된 지난 2009년부터 대표였다. 넷째 곽영아씨는 사업 초기부터 감사와 사내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부대표다.

둘째 명신씨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등기임원이었지만, 현재는 근무하지 않는다.

한미인터내셔널은 사업 초기에 한미반도체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2010년 ‘기업운영자금’을 명목으로 한미인터내셔널에 채무보증을 서줬다. 또한 경영지원을 위해 한미반도체 상무를 한미인터내셔널 이사로 겸직시키기도 했다.

본사 지원을 받은 한미인터내셔널은 초반에 꽤 괜찮은 성적을 냈다. 설립 첫 해 순이익은 1억원이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5억원, 6억원, 10억원, 3억원으로 무난했다. 하지만 곧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 한미반도체 제품 EMI SHIELD

2014년 영업손실 7억원이 발생했다. 반등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악화일로였다. 2015년과 2016년 영업손실은 12억원, 17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2017년 한미인터내셔널 지분 전량을 돌연 소각했다. 값을 후하게 쳐주거나, 헐값에 팔지 않았다. 초기 사용된 비용 4억7400만원에 그대로 매각했다.

지분 매각 배경에 다양한 관측이 모인다. 우선 한미반도체는 한미인터내셔널을 채무보증과 인력 제공을 통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 그 결과 한미인터내서널은 나름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후 한미반도체는 지분을 매각해 한미인터내셔널을 독립시켜줬다. 남동생이 누나들의 사업에 도움을 주고, 독립성까지 부여해줬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지분 매각 시점이 공교롭다. 한미인터내셔널서 3년 연속 적자가 발생한 바로 이듬해다. 그런 까닭에 사실상 퇴출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도움을 주고자 했지만, 불어나는 적자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독립?
퇴출?

한미반도체 보유 지분은 영미씨, 영아씨에게 돌아갔다. 영미씨 등은 한미인터내셔널 지분을 각각 90.5%, 9.5%씩 갖고 있다. 한미반도체 계열사서 개인회사로 뒤바뀐 셈이다.

한미인터내서널은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 최근 성적표를 보면 그렇다. 2018년과 지난해 매출액은 9억원, 10억원 수준이었다. 영업손실은 5억원, 6억원으로 순손실은 5억원, 5억원으로 계속됐다.

한미반도체 계열사였던 2016년 매출은 100억원 단위였다. 이듬해 계열사서 제외되면서도 매출은 50억원을 상회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한껏 위축된 모양새다.


다만 사업은 중단되지 않았다. 영미씨 등은 한미인터내셔널을 계속 이끌고 있다. 현재 회사는 ‘오드리앤영’과 ‘쇼달’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오드리앤영은 미용품을 주로 다룬다. 다른 회사에 제조를 맡기고 이를 판매하거나, 타사 제품 자체를 판매하는 형식이다. 개설 시기는 오래되지 않은 듯하다. 판매 중인 상품은 6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자 후기는 긍정적이다. 제품 만족도가 높은 편으로 확인된다.

오드리앤영 주 사무소는 한미인터내셔널로 대표는 영미씨다. 계좌이체 결제를 위한 계좌번호도 적시돼있으며 예금주는 한미인터내셔널로 확인된다. 오드리앤영 홈페이지 하단에 적시돼있다.

쇼달도 오드리앤영과 유사하다. 다만 더 다양한 제품군을 판매한다. 쇼달은 온라인 편집숍에 가깝다. 의류와 생활용품, 화장품부터 유아제품, 반려동물제품, 그리고 책과 그림까지 판매한다. 쇼달도 한미인터내셔널을 주 사무소로 등록해뒀다.

계좌번호는 오드리앤영과 같고, 예금주도 한미인터내셔널로 대표 역시 영미씨다.

한미인터내셔널서 주력으로 삼는 곳은 오드리앤영으로 추정된다. 한미인터내셔널 홈페이지 는 쇼달이 아닌 오드리앤영으로 등록돼있다.


매년 적자 보다가 이탈, 회복은 글쎄
서로 접점 없어…아들 따로, 딸 따로

최근 영미씨와 영아씨는 한미반도체 주식을 대량 처분했다. 이전에도 주식을 판 전력은 있지만 올해는 그 규모가 상당하다. 처분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우선 영미씨는 올해 1월부터 주식을 매도했다. 3차례에 걸쳐 8만주를 팔았다.

한동안 뜸하던 매각 소식은 5월에 전해졌다. 같은 달 영미씨는 9만5000주를 5회에 나눠 매각했다. 이번 달에는 4차례에 걸쳐 7만5000주를 정리했다. 모두 25만주였다.

기존 영미씨 보유 지분은 140만8123주였다. 지분율은 2.46%였다. 처분에 따라 지분은 115만8123주로 감소했다. 지분율은 2.24%로 줄었다.

영아씨도 비슷한 시기 처분에 나섰다. 지난 1월 8차례에 걸쳐 9만5000주를 소각했다. 5월에는 2회에 나눠 3만주를 매각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달 6차례에 17만주를 정리했다. 모두 29만5000주였다.
 

▲ 오드리앤영 로고

영아씨는 이전까지 138만6897주, 2.42%를 갖고 있었다. 매각 결과, 주식 수는 109만1897주로 줄었다. 지분율도 1.85%로 감소했다.

영미씨와 영아씨가 지분 정리에 나선 이유는 뭘까. 가능성은 사업자금이다. 영미씨와 영아씨는 주식 처분으로 상당한 자금을 취득했다. 영미씨는 18억원, 영아씨는 26억원을 벌었다. 기존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사업에 나설 발판이 될 수 있다.

특히 신사업 쪽에 무게가 실린다. 한미인터내셔널 사업 목적은 무척 다양하다. 여건만 개선된다면 다양한 사업에 손을 뻗을 수 있다. 앞서 확인된 사업 외에 인테리어 공사, 사업지원 서비스, 물류 운영 대행, 부동산 매매·임대·전대업 등이 있다.

수익 다각화 전략의 필요성도 설득력을 더한다. 한미인터내셔널은 기존 사업서 특별한 성과를 찾지 못한 상태다. 한미반도체 계열사서 제외된 이듬해부터 매출은 10억원 안팎을 맴돈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정할 뿐이다. 오너 일가라 하더라도 주식 매매는 개인적인 일로 속사정을 알기는 어렵다.

주식 처분
갑자기 왜?

영미씨와 영아씨는 한미인터내셔널 외에 또 다른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사명은 ‘에이치엠트레이딩’이다. 사업 목적은 한미인터내셔널과 겹친다. 지난 2013년 4월 설립됐고, 자본금은 2억원이다.

에이치엠트레이딩은 철저한 영미·영아씨 개인회사다. 한미인터내셔널 역시 이들의 개인회사이지만 여러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하지만 에이치엠트레이딩 등기임원은 영미씨와 영아씨뿐이다. 나머지 자매들 역시 찾아볼 수 없다.

주주도 이들뿐이다. 영미씨와 영아씨에게 각각 60%, 40% 지분이 있다. 영미씨가 대표를, 영아씨가 부대표를 맡고 있다.

한미인터내셔널과 에이치엠트레이딩은 주소지가 동일한데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에이치엠트레이딩은 설립 이듬해부터 한미인터내셔널과 함께했다. 그 후로 한미인터내셔널이 사업장을 옮길 때마다 에이치엠트레이딩도 같은 날에 움직였다. 이들의 법인등기부등본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 사실상 한미인터내셔널 자회사와 다름없다는 해석이다.

에이치엠트레이딩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할까. <일요시사> 취재 결과 거래처서 제품을 받아 한미인터내셔널을 통해 판매하는 구조였다. 한미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쇼달서 확인할 수 있다.
 

에이치엠트레이딩은 미국 친환경 생필품 기업 ‘세븐스제너레이션’의 한국 공식 유통업체다. 쇼달에서는 세븐스제너레이션 제품을 판매한다. 제조업자는 세븐스제너레이션, 제조판매업자는 에이치엠트레이딩으로 분류된다.

최근 실적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대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성적표는 찾아볼 수 있었다. 3년간 매출액은 11억원, 10억원, 1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매년 적자가 발생했다. 영업손실은 8억원, 10억원, 3억원이었다. 순손실은 10억원, 12억원, 8억원으로 매해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에이치엠트레이딩과 한미인터내셔널이 사업적으로 동행하는 점을 미뤄봤을 때, 최근 실적은 예상해볼만하다. 2014∼2016년 에이치엠트레이딩 성적표는 한미인터내셔널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같은 기간 한미인터내셔널도 꾸준히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미인터내셔널 최근 실적은 아직 저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에이치엠트레이딩 역시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보면 남매끼리 제 갈 길을 걷는 모양새다. 곽 부회장은 일찌감치 한미반도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영미씨, 영아씨는 한미인터내셔널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각자도생은 짙어지는 분위기다. 한미인터내셔널은 한때 한미반도체 계열사였지만 곧 분리됐다. 영미씨 등은 최근 한미반도체 지분을 대거 매각하기도 했다.

아들, 딸…
따로 따로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영미씨나 영아씨가 급작스럽게 한미반도체에 입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영미씨는 한미반도체 계열사 ‘한미네트웍스’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감사를 맡은 바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경력은 없었다. 영아씨도 마찬가지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한미반도체 이사 재직이 마지막이었다. 곽동신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미반도체 승계는 이미 끝났다. 별다른 분쟁 없이 ‘잘 돌아가는 회사’에 변수를 얹을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