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38)

‘멘토’ 가까이 두고 자문받아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라
문제의 본질 분석한 후 실마리 찾아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이 있다.
믿고 신뢰하여 거래하였으나 상대방으로부터 배신을 당하여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다.
피해를 당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전문성이 부족하여 해답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감정에 치우쳐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외관상으로 나타나는 부분만 보고 대처할 수 없다고 자진하여 포기하고 마는 경우도 많다.

쓸데없는 아집은 버려라

자신의 판단만 옳다는 아집을 버리고, 전문가 멘토를 가까이 두고 자문을 받다보면 피해 예방과 회복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모든 일에 가능성을 두고, 포기하지 않고 결코 실패함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신용정보회사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당시 지인의 소개를 받았다며 부인과 함께 찾아온 이는 남동공단에서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배 사장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종합기계기기를 다루는 회사의 대표이사였는데 자신이 오랫동안 거래해온 호산상사라는 개인 회사에서 수천만원의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호산상사의 실제 소유주는 천 사장이고, 사업자 등록상의 대표 명의는 유 사장이라고 했다. 서로 친구지간인 이들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실소유주인 천 사장은 유 사장에게 자신의 회사인 호산상사의 대표 자리를 맡긴 반면, 자신의 처를 경리로 앉혀놓고 돈 관리를 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리고 천 사장은 시간이 나는 대로 회사에 들러 실질적인 운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명의상 대표인 유 사장이 교통사고로 사망을 했다. 유 사장이 사망을 하자 천 사장은 유 사장 앞으로 되어 있는 호산상사 대표 등록을 말소시키고, 대신 자기 명의로 사업자를 변경 등록해서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배 사장은 호산상사 대표가 유 사장에서 천 사장으로 변경되었다고 해서 뭐 문제가 되겠냐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물품대금을 지급해 줄 것을 독촉하자 처음에는 지급할 것처럼 하더니 나중에는 오리발을 내밀고 있었다. 그는 죽은 유 사장과 거래한 것에 대해서는 자신과 전혀 무관한 일이라며 지급해줄 수가 없다고 한 것이다.
그 말을 듣고 화가 난 배 사장은 괘씸한 마음에 당장 법무사를 찾아가 호산상사 내에 있는 기계 등 유체동산에 대해 가압류를 진행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호산상사의 사업자등록상의 대표가 다르다는 이유로 기각되어 비용만 날리고 만 것이다.


배 사장은 미수금도 문제지만 천 사장의 행위에 대해 하도 괘씸하고 억울해서 잠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해결방안을 찾다가 나를 찾아온 것이다.
배 사장은 그간의 사정을 내게 설명하며 여전히 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내 도움을 요청했다. 신용이 중요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신용을 뭉개는 파렴치한 행태를 경험했으니 그 속이야 말로 얼마나 시커멓게 탔겠는가.
나는 배 사장으로부터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문제가 어디 있는지 알 것 같다는 투로 상황 설명을 시작했다.

“배 사장님! 난처한 입장에 대해 이해가 갑니다. 이 건은 병의 원인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분석하고 이해한 후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가압류신청을 하였으나 실패하였다고 하는 것은 사업자등록상 명의인이 다르기에 법집행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품을 공급할 당시 호산상사의 대표였던 망자 유 사장과 현재의 천 사장과의 인과관계와, 호산상사와의 상관관계를 정립하고 입증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망자인 유 사장은 현재 사장인 천 사장으로부터 명의신탁요청을 받고 단순 사장으로 명의만 빌려준 것이고, 실제로 원래의 주인도 현재의 주인도 천사장이라는 것만 입증하면 된다고 봅니다.”

“그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가 있겠습니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정작 입증해줄 사람은 이미 저세상으로 떠나가고 없는데….”
“안 되면 저승이라도 찾아가서 망자를 데리고 와 증인으로 삼아야지요.”
내가 농담처럼 말하자 배 사장이 힘없이 웃었다. 함께 온 그의 부인도 한편으로 어이없다는 듯 따라 웃었다.
배 사장이 다시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야 그렇지만 죽은 사람을 불러올 수도 없으니 도저히 해결책이 없다는 말과 같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내가 부부를 번갈아보며 다시 말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죽은 유 사장이 정말 현재의 천 사장에게서 명의신탁을 받고 단순명의만 빌려준 대리인이고, 실제의 소유주는 현재 대표인 천 사장 자신이라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죽은 유 사장은 미혼입니까? 아니면 기혼자였습니까?”
“예, 유 사장은 결혼하고 1년 남짓 되기도 전에 불행히 사고를 당했습니다.”
묵묵히 듣고만 있던 부인이 남편의 표정을 살피면서 대화에 끼어들 듯 자세를 바로잡았다. 내가 부인을 바라보며 반문했다.

망자는 말이 없다

“그럼 그 부인이 어디 살고 있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우리는 그 유 사장이 결혼할 때 결혼식장에서 부인을 본 후엔 한 번도 만나지 못했어요. 아마 지금 길에서 만난다고 해도 전혀 알아보지 못할 겁니다.”
“음, 그럼 당시 유 사장으로 등록된 사업자등록증이나 주민등록 초본 등 그 부인을 찾을만한 어떠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이 없습니까?”
나는 왠지 죽은 유 사장의 부인을 찾으면 뭔가 실마리가 잡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남편인 배 사장이 나서며 말했다.

“생각해보니 1차 기계를 납품하고 대금을 결제해 주지 않은 채, 2차 공급을 요청하기에 혹하는 마음에 유 사장한테 주민등록 등본과 사업자등록증을 받아 사무실에 보관해 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떠한 방안이 있는 거예요?”
이번에도 부인이 끼어들며 물었다.
“제대로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죽은 사람의 가족을 설득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아무튼 그 자료부터 보내주시면 제가 알아봐 드리도록 하지요.”
“임 이사님! 정말 부탁드립니다. 그 일만 생각하면 영 괘씸해서 잠이 오지 않아요.”
내 손을 잡고 배 사장이 몇 번이고 도와달라는 말을 하고서야 그들 부부는 돌아갔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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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