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지존 '헤비 업로더'의 충격 실체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8.15 09: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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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전공은 '야동' 노인은 '로리타 마니아'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인터넷을 통해 16만 편의 음란물을 유통시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15년 동안 쉬지 않고 봐도 다 못 본다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일당 중엔 70대 노인과 대학교수도 끼어 있었다. 음란물에 중독돼 가고 있는 우리사회. ‘헤비 업로더’의 실체를 추적했다.

영화나 동영상 등을 내려 받을 수 있는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 사이트 내 음란물 전용클럽에 들어가자 옷을 거의 입지 않은 여성들의 낯 뜨거운 영상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국적과 주제별로 정리 돼 있는 목록에는 새로운 음란물이 쉴 새 없이 등록되고 누군가 이를 내려 받는다. 최근 3년 동안 음란물 16만 편이 여기서 퍼져 나갔다.

데이터 양으로 극장용 영화 7만편 용량인 97테라바이트.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15년을 봐도 다 볼 수 없는 엄청난 규모다. 문제는 사이트 업체가 이 클럽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는 데 있다.

‘야동본좌’ 잡고 보니…

이 사이트 대표와 클럽운영자들은 음란동영상을 꾸준히 올려 방문자들이 돈을 지불하고 내려 받게 했다. 경찰에 검거된 사이트 대표 이모(44)씨는 최근 1년 동안에만 무려 2억원 가까운 수익을 챙겼다.


이씨는 또 클럽 다운로드 활성화로 운영난 타개를 모색하면서 클럽에 음란물을 많이 올린 이른바 ‘헤비 업로더’를 조직적으로 관리하면서 수천만원의 활동비를 주기도 했다. 그 결과 클럽은 사이트 전체 매출의 30%에 이를 정도로 쏠쏠한 수입을 안겨줬다.

이씨는 ‘시샵’이라 불리는 클럽 운영자에게 매달 150만원을 주고 클럽운영에 관한 모든 권한을 줬다. 그러면서 감시도 잊지 않았다. 사이트 운영자들은 관리자 페이지를 통해 수시로 업로드 양을 확인해 독려했다.

클럽에 관한 모든 권한을 가진 시샵은 댓글과 음란동영상 업로드 개수 등 평소 회원들의 활동량을 지켜보다가 왕성한 활동을 하는 회원에게 ‘부시샵’(카페 부운영자) 자리를 맡겼다. 부시샵은 등급에 따라 게시판 접근 권한이 다른 이 카페 사이트에서 모든 영상을 볼 수 있는 특권을 가졌고 정액권을 지급 받았다.

음란물을 대량으로 올린 헤비 업로더 가운데는 대학교수와 무역업 임원을 하다 은퇴한 70대 노인, 대기업 직원도 포함돼 있었다. 대부분이 오프라인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가장이거나 직장도 번듯한 사회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온라인상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자신의 성적 욕구를 마음껏 표출하는 익명의 한 남성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올린 음란영상물과 게시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며 영웅심에 젖기도 했다.

대학교수, 직능단체 임원 출신, 대기업 직원 등 각양각색
“음란영상 올린 뒤 폭발적인 반응 보면서 희열 느꼈다”

낮에는 교수로, 밤에는 야동의 본좌로 활약한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수 A씨는 “내가 올린 음란물을 보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그가 올린 영상은 무려 2000개다. 


노익장인 70대 B씨도 경찰에서 “현실에서는 일도 하지 않고 힘도 없는 노인에 불과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기다려 주는 팬들도 있고 막걸리 값도 생겨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충격 12세 소녀’, ‘일본-11세’ 등 아동·청소년이 등장해 성관계하는 일명 ‘로리타 동영상’ 940여건을 비롯, 모두 4000여건을 게시했다.

또 뛰어난 일본어 실력을 바탕으로 일본 음란동영상에 자료 설명을 곁들여 수백명의 팬(?)을 보유하기도 했다. 4~5년 전부터 ‘취미’로 야동을 즐기다 ‘야동 마니아’가 된 것으로 알려진 B씨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외에도 3000여건의 음란물을 확보하고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취업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헤비 업로더가 된 30대도 있었다. 2년째 국가고시 시험을 준비하다가 수차례 낙방한 C씨는 경찰에서 “나이도 많고 집에 손 벌리기도 어려운 형편이라 고시원 총무 생활을 하던 중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로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음란동영상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파일공유 사이트 내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대량 게시한 헤비 업로더 검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들은 자기를 따르는 추종세력들에서 얻어지는 자기만족을 상당부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범죄를 부추기는 음란물이 사회 전반에 넘쳐나다 보니 이에 따른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언제 어디서나 음란물을 접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최근엔 손 안의 인터넷인 스마트폰을 이용해서도 손쉽게 음란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어플은 성인 인증이 필요 없는데다 무료로 배포되고 있어 청소년들에게도 어김없이 노출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음란물에 중독될 경우 포르노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실제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최근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청소년의 성인물 이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란물을 본 청소년 중 5%는 성추행·성폭행 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음란물 이용 후 음란채팅, 야한 문자나 사진 전송, 몰래카메라 촬영 등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음란물 천국으로 변질

황서종 정보화기획관은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와 스마트폰 이용 확대로 청소년들의 성인물 이용이 보편화되고 있고, 일부는 성적 일탈행동 경험도 나타나 청소년의 정신건강이 매우 우려된다”며 “성인물의 폐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성인물 차단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란물 유포죄로 적발돼도 처벌이 약하고, 처벌 뒤 다시 인터넷 카페를 운영할 수 있어 근절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음란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청소년이 멍드는 사태를 막고 최근 빈발하는 엽기적인 성범죄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어른들이 먼저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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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