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웅진그룹 형제 후계전

회사 안 물려준다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웅진그룹 오너의 차남이 장남을 제치고 지주사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두 사람 모두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은 덕분에 능력에 대한 물음표는 해소된 상황이지만 ‘제 식구 챙기기’를 끔찍이 싫어하던 아버지가 핏줄 앞에서 만큼은 관대했기에 가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윤새봄 놀이의발견 대표이사가 연이은 ㈜웅진 주식 매입을 통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윤형덕 웅진투투럽 대표이사와의 지분 격차는 유의미할 만큼 벌어졌다.

뒤집힌 위상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장남 윤형덕 대표와 차남 윤새봄 대표는 2000년대 후반 그룹에 입사해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두 사람에게 윤 회장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고, 지주사 지분 역시 거의 동등하게 배분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윤형덕 대표와 윤새봄 대표의 ㈜웅진 지분율은 각각 12.97%,  12.95%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윤새봄 대표가 연이은 지주사 지분 취득에 나서면서 균형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웅진은 지난 5월21일, 윤새봄 대표가 같은 달 18일부터 21일까지 자사 주식 169만7915주를 장내서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지분율을 기존 12.95%서 15.09%로 끌어 올린 윤새봄 대표는 형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주식 매입은 이후에도 계속됐고, 4월27일자 기준 윤새봄 대표의 지분율은 16.41%까지 올라갔다.

재계에선 최대주주 변경을 후계 구도와 연결 짓는 분위기다. 윤 회장의 두 아들이 지주사 지분을 비슷한 비율로 나눠 가지면서 힘의 균형이 맞춰졌지만, 지주사 지분율을 높인 차남이 향후 승계 과정서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웅진그룹의 사업 재편 작업에 따라 승계의 밑그림이 그려질 거란 관측도 나온다. 웅진그룹은 기존 22개였던 계열사를 올해 들어 12개사로 줄인 상황이다. 덩치를 줄인 대신 신사업에 대한 투자 의지는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지난 5월4일, 이사회를 열고 놀이의발견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분할로 놀이의발견은 웅진씽크빅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놀이의 발견은 놀이 체험학습, 창작활동 등의 프로그램을 고객과 연결해주는 플랫폼 기반 서비스다.

차남 지주사 최대주주 등극
무색해진 친인척 배제 원칙

놀이의발견은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회원 46만명을 확보했고, 누적 거래액은 80억원, 제휴사는 5000여곳에 달한다. 윤새봄 대표는 2018년 7월 웅진씽크빅 대표직서 물러난 이후 2년여 만에 놀이의발견 대표를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선 상황이다.

윤형덕 대표 역시 신사업서 힘을 내고 있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도소매를 영위하는 웅진투투럽을 2016년부터 이끌고 있는 윤형덕 대표는 웅진투투럽을 매출 84억원, 순이익 7억원대 알짜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윤형덕 대표는 신사업 적임자로서 충분히 능력을 입증해왔다. 웅진코웨이 신상품팀장, 웅진코웨이 경영전략실장, 웅진씽크빅신사업 추진실장 등을 역임하며 기획과 마케팅 역량을 키웠다. 웅진코웨이 재직 당시 매트리스, 안마의자 등 신규 렌털 상품을 기획해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공헌한 점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윤형덕 대표에 대한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덜한 상태다. 이는 윤새봄 대표가 맡고 있는 놀이의 발견이 핵심 계열사인 웅진씽크빅과 사업 연관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윤형덕 대표 역시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경우 후계 구도 양상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

다만 윤 회장의 두 아들이 승계와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는 현상을 부의 대물림 차원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시선은 윤 회장의 과거 언행서 비롯된 것이다.

윤 회장은 이유 없는 부의 대물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수차례 피력해왔다. 창업 초기부터 투명한 경영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고, 친인척을 배제시켰던 수많은 일화는 윤 회장의 평소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자식도 마찬가지였다. 경영 능력이 안 되면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뜻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원칙 어디로?

하지만 핏줄만큼은 윤 회장이 지금껏 지켜온 원칙서 예외였다. 비록 두 아들이 주요 계열사를 거치면서 착실히 경영 수업을 거쳤지만, 초고속 승진 자체가 오너일가 구성원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일각서 웅진그룹 후계 구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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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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