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부광약품 이상한 지배구조

그래서 주인이 누구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과거 부광약품은 두 창업주가 공동으로 운영했지만, 현재 경영권은 한쪽으로 치우친 모양새다. 창업주 2세들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그렇다. 이들은 한 차례 충돌한 사례도 있다. 왜일까.
 

▲ 김동연 부광약품 회장 ⓒ한국기원

부광약품은 지난해 별도 기준 1659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제약업계 가운데 60위권이다. 실적은 적자로 전환됐다. 직전년도 순이익 1510억원은 지난해 -34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창업주는 2명이다. 고 김성률 회장과 김동연 회장은 지난 1973년 부광약품공업을 인수, 사명을 현재의 부광약품으로 변경해 공동 경영했다.

2인 창업주
공동 경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최초 부광약품 사업보고서는 1998년부터다. 당시 임원을 살펴보면 두 공동 창업주는 상근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고 김성률 회장은 회장직을, 김동연 회장은 부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대표이사는 전문경영인이었다.

지분율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고 김성률 회장 일가는 26.94%를, 김동연 회장 일가는 27.51%를 보유하고 있었다.

고 김성률 회장은 지난 2001년 임원 명단에서 제외됐다. 대신 김동연 회장이 회장직에 올랐다. 고 김성률 회장의 동서인 정창수 상근이사가 부회장직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6년 고 김성률 회장이 타계하면서 회사 전체에 변화가 있었다. 우선 김동연 회장의 장남 김상훈씨는 기획조정실장으로 신규 선임됐다. 직급은 상무였다.

고 김성률 회장은 슬하에 3남3녀를 두고 있었다. 모든 자녀들이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차남 기환씨와 삼남 재환씨가 5%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별다른 직책을 맡고 있지 않았다. 사실상 김동연 회장 일가 쪽으로 경영 승계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이듬해인 2007년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 우선 지분구조에 변동이 있었다. 최대주주가 ‘김기환 외 11인’서 ‘김동연 외 8인’으로 변경된 것. 김동연 회장 일가는 부광약품 지분 27.92%를 보유하면서 확고한 위치에 올라섰다.

두 손 잡고 설립한 전통 제약사
창업주 타계 이후 뒤바뀐 판도

또 김동현 회장의 장남 김상훈 상무는 전무이사로 승진했다. 그는 그해부터 지분도 늘리기 시작했다. 방법은 주식배당이었다. 2007년에만 5만3811주가 늘었다. 이듬해인 2008년에도 2만3502주를 확보했다.

한동안 김상훈 전무는 지분이 그대로였다. 그러다 2012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면서 지분도 함께 늘어나기 시작했다. 김상훈 사장은 대표이사에 오른 그해 2만4677주를 늘렸다.

김상훈 사장은 이후 ▲2013년 2만5911주 ▲2014년 42만4606주 ▲2015년 43만1263주 ▲2016년 14만주 ▲2017년 30만8000주 ▲2018년 218만4800주 ▲2019년 70만9840주 등 매년 주식배당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올해에도 23만7132주를 확보했다.


현재 김상훈 사장은 고 김성률 회장의 동서 정창수 부회장과 김동연 회장에 이어 부광약품 3대주주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41만6230주는 497만9772주로 크게 늘었다. 주식이 대량으로 늘어난 2014년, 2015년, 2018년은 김동연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았다.
 

▲ 부광약품 아락실 TV 광고

부광약품은 지난 2014년부터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김상훈 사장은 유희원 부사장과 함께 공동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김상훈·유희원 공동대표이사 체제는 2017년 깨졌다. 김상훈 사장이 대표이사직서 물러나고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직책이 변동됐기 때문이다. 김상훈 사장의 담당 업무 역시 기존 경영총괄서 전략기획으로 변경됐다.

부광약품은 다시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섰다. 현재 유희원 단독대표이사가 부광약품 경영총괄을 맡고 있다.

김상훈 사장은 2012년부터 단독대표이사, 공동대표이사를 거치다가 2017년 최고전략책임자 자리로 내려왔다. 사실상 김동연 회장 일가의 2세 경영 체제가 미완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김상훈 사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시기 부광약품 실적은 이전과 많이 달랐다.

경영승계
한쪽으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부광약품 실적은 상승세였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1475억원, 1307억원, 1413억원으로 변동이 있었지만 영업이익은 214억원, 229억원, 27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순이익 역시 165억원, 183억원, 23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였다. 매출액은 1415억원, 1420억원, 1500억원으로 지속 증가했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영업이익은 241억원, 164억원, 151억원으로 매년 하락했다. 순이익 감소폭은 더 컸다. 341억원, 204억원, 147억원으로 매년 앞자리가 바뀌었다.

이후 김상훈 사장은 2018년 3월 공동대표이사 자리서 내려오게 된다. 공교롭게도 유희원 단독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 부광약품 실적은 1년 만에 회복됐다.

2018년 부광약품 매출액은 1925억원으로 직전년도에 비해 28.3%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한 345억원이 됐다. 순이익 역시 151억원으로 증가했다.

대표이사 자리서 물러난 김상훈 사장은 현재 사내이사로 활동 중이다. 직급은 최고전략책임자 사장이다.

김동연 회장 일가는 2세 경영을 완전히 안착시키지 못한 채 다시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왔다. 그렇다고 해서 승계 자체가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김상훈 사장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3세까지 부광약품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훈 사장은 슬하에 1남1녀를 뒀다. 이들은 올해로 만 20세인 동환씨와 만 19세인 민정씨다. 동환씨는 장손이기도 하다. 이들은 각각 30만9654주(0.48%), 6만4655주(0.1%)를 보유하고 있다.

주주명부에 동환씨 이름이 오른 때는 지난 2007년이다. 동환씨는 그해 9월 김동연 회장으로부터 3000주를 증여받았다. 이후 주식배당과 매수, 증여를 번갈아가면서 오늘날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민정씨 역시 동환씨와 같은 날 김동연 회장으로부터 3000주를 증여받은 뒤 꾸준히 지분을 확보했다. 동환씨와 민정씨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대략 따져보면 74억원, 1억5000만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김동연 회장의 동업자였던 고 김성률 회장의 자녀들은 어떻게 됐을까. 김성률 회장의 차남 기환씨와 삼남 재환씨는 부광약품 내에서 주주로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부광약품의 법인 등기부등본서도 기환씨와 재환씨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이들의 최초 지분은 70만9150주다. 각각 같은 수량을 가지고 있었고, 지분율은 3.64%였다.

우선 기환씨는 꾸준히 지분을 확보했다. 2000년에는 23만5918만주를, 2004년에는 9만4514주를 추가로 얻어냈다. 부친이 타계한 이듬해인 2007년에는 상속을 통해 31만8823주를 추가로 확보했고, 같은 해 6만7920주는 주식 배당을 통해 취득했다. 2008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7만1316주를 늘렸다.


한동안 별다른 지분 소식은 없었다. 기환씨는 2012년부터 매년 지분을 확보했다. 세부적으로 ▲2012년 7만4882주 ▲2013년 7만8625주 ▲2014년 8만2556주 ▲2015년 17만3371주 ▲2016년 19만707주 ▲2017년 41만9556주 ▲2018년 25만1733주 ▲2019년 83만721주 등이다.

기환씨는 올해도 지분 확보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올해 17만9989주를 취득했지만 89만4883주를 매도했다. 지난달 18일 기준 기환씨는 288만4898주를 보유하고 있다. 단일 지분으로만 봤을 때 고 김성률 회장의 동서 정창수 회장에 이어 김동연 회장과 김상훈 사장 다음으로 가장 많다.

양쪽 모두
지분 매입

재환씨 역시 기환씨와 비슷한 시기에 지분을 확보했다. 다소 다른 점은 기환씨보다 더 많은 주식을 처분했다는 사실이다.

재환씨는 2000년 23만3818주를 취득한 뒤 2004년 6만7830주를 매도했다. 같은 해 재환씨는 8만7520주를 추가 취득하기도 했다. 재환씨 역시 부친이 타계한 이듬해 상속을 통해 31만8823주를 확보하고, 주식배당을 통해 6만4074주를 추가로 늘렸다.

눈길이 가는 시점은 2007년이다. 재환씨는 해당 연도에만 37만4308주를 팔았다. 2008년에는 3600주를 추가 매도한 뒤 4만8382주를 확보했다. 이후 재환씨도 한동안 매입, 매도 소식이 들려오지 않다가 기환씨와 같은 시점부터 주식을 사고팔았다.
 

세부적으로 ▲2012년 9만8696주 매입, 10만8930주 매도 ▲2013년 5만289주 매입 ▲2015년 10만5608주 매입, 73만2103주 매도 ▲2016년 4만2958매입, 9만주 매도 ▲2017년 7만6509주 매입, 4만5905주 매도 ▲2018년 4만5905주 매입, 12만5905주 매도 ▲2019년 9만9945주 매입, 10만주 매도 등이다.

재환씨는 기환씨에 비해 매도량이 더 많았다. 재환씨는 올해에는 1만6654주를 추가 획득해 현재 34만9750주를 보유 중이다. 지분율은 미미하다. 김상훈 사장의 2000년생 아들과 비슷하다.

기환씨는 지난 2018년 3월 부광약품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5개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기환씨는 공시를 통해 ‘현재 경영진이 수익성이 불확실한 신약개발에만 과도한 비용을 사용하면서 균형 잡힌 경영을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당시 기환씨는 부광약품 3대주주로 김동연 회장 일가와 고 김성률 회장 일가가 크게 충돌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상수로 남은 ‘후계 변수’
두 후손 경영 두고 다툴까

이때 부광약품은 김상훈 사장 단독대표이사 체제로 운영 중이었다. 김상훈 사장은 당시 주총이후 대표이사직서 물러났지만, 기환씨가 언급한 경영진서 김상훈 사장은 빠질 수 없었다.

기환씨는 권유문을 통해 “회사는 현재 기존 사업 성장, 신사업 진출 등이 정체돼 브랜드, 역사 등에 비해 경쟁사나 유사업체에 비하면 매출이나 수익이 정체돼있고 주가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통 제약사의 장점인 병원과 약국에 대한 채널 영업을 등한시하면서 신약 개발에만 치중해 수년째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급감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관 일부 변경 ▲사외이사 후보자 2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 승인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에 대해 조목조목 입장을 밝히며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기환씨는 끝으로 ‘주주 여러분들께서도 동참하여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환씨는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기환씨가 반대 의사를 밝혔던 안건을 포함해 상정된 모든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후 부광약품 주총서 기환씨는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기환씨가 올해에도 지분을 매입했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주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언제든 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또 기환씨는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면서 경영 실적을 그 배경으로 꼽은 바 있다.

지난해 보광약품은 별도 기준 34억원 순손실을 봤다. 직전년도에 1510억원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수치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부친인 고 김성률 회장의 동서 정창수 부회장이 단일 최대주주인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같은 오너 일가인 정창수 부회장의 역할에 따라 지배구조에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점쳐진다. 기환씨는 올해 89만주를 모두 4차례에 걸쳐 매도했다. 지금까지 지분을 확보한 적은 있었어도 처분한 적은 없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다시
충돌?

또 김상훈 사장과 지분이 역전됐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기환씨는 지난 2018년 주총에 앞서 입장을 피력했을 당시, 3대주주였다. 김상훈 사장보다 더 많은 부광약품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김상훈 사장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면서 3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현재로서는 다소 힘이 빠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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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