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39)천명

누군가의 질투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허성이 잠시 사이를 두었다.

“아버지께서 생전에 내게 이르신 말씀이 있구나. 균인 반드시 훌륭한 사람, 이 조선에 요긴한 인물이 될 터이니 성심성의껏 돌보라고 말이다.”

“형님, 하늘 아래 저 같은 한심한 인간은 또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저를…….”

설득하는 형님

“모름지기 천명이라 했다. 나는 너와 같이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네 주변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이, 모든 고통들이 너를 더 커다란 인물로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나 생각되는 구나. 항상 위대한 인물 곁에는 희생이 뒤따랐고 말이다.”


자신을 끔찍이도 아껴주는 허성이 빈말로 하는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강직한 허성이 제 동생을 위해서 없는 말을 만들어 낼 그런 위인은 아니었다. 

“형님.”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만 일어나거라. 그리고 너의 의견 들어보자꾸나.”

허균이 천천히 자세를 바로잡았다. 눈가가 젖어있었다.

형을 바라보자 들판에서 허무하게 죽어간 부인과 아들에 대한 회한이 솟구치고 있었다.


“저 같은 죄인을 누가 받아주겠습니까!”

“운명이라고 생각해라. 네가 이곳에 있어서 잘 모르는 모양인데 임진란으로 인해서 이 나라는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하물며 백성들의 삶은 오죽 했겠느냐.”

허균이 말없이 형님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전하께서도 피난길에 오르지 않으셨더냐. 그나마 현 상태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일만으로도 신기할 정도다.”

형이 통신사를 수행하고 왜를 다녀와서 전쟁이 불가피함을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왜 조정에서는 그를 대비하지 못했을까.

또한 자신은 왜 속수무책으로 당했을까. 지난 시간에 대한 끝없는 회한들이 꼬리를 물고 밀려왔다.

“진즉에 형님 말씀을 새겨들었어야 했는데…….”

“어디 그 일이 비단 너만의 일이었더냐. 이 조정 전부가 미쳐 있었던 것을.”

미쳐있었다.

맞는 말이었다.

자신들의 알량한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국가의 운명도 또한 예외 될 수 없었다.


아니 국가의 운명도 자신들의 알량한 이익을 구가하기 위한 수단에 있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서로간의 이익 싸움으로 결국 죽어나는 사람들은 백성이었다.

아무런 힘도 없는 가엾은 백성. 그러나 이 나라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존재는 바로 그 백성들이었다.

허균이 어느 정도 마음을 진정시킨 기미를 보이자 허성이 품에서 서찰 한 장을 끄집어냈다.

“그것이 무엇인지요.”

“네가 직접 읽어보도록 해라. 이 때문에 네가 한양으로 돌아와 주었으면 한다.”


허성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서찰을 살펴보았다. 과거시험에 대한 공고문이었다.

“균아, 이제 그만 한양으로 올라가자꾸나!”

대답이 없다.

“반드시 너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네가 곁에 있어 주어야 내게도 힘이 될 듯해서 그런다.”

“제가 형님에게 힘이 될 수 있다고요!”

이번에는 허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딱히 아버지의 유언을 떠나서라도 네가 곁에 있어 준다면 그야말로 든든한 원군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다. 특히 요즈음과 같은 때는 말이다.”

조정에서 또 알량한 이익으로 인해 당쟁이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그냥 네가 곁에 존재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게는 커다란 도움이 될 듯해서 그런다.” 

허성 “위대한 인물 곁엔 희생 뒤따른다”
형을 붙잡고 흐르는 눈물…다시 한양으로

허균이 대답 대신 자신의 손으로 형님의 손을 굳게 잡았다.

눈에서는 알 수 없는 눈물이 다시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리, 제 생각에는 운명을 떠나서 누군가의 질투가 아닌가 싶어요.”

“질투!”

“네, 질투 말이에요. 나리의 주변 사람들과의 진한 정을 누군가가 질투해서 갈라놓는 일 말이어요.”

허균이 매창의 이야기를 곰곰이 되새기는 모양이었다.

“허 허, 그러이. 듣고 보니 그 이야기가 빈 이야기는 아닌 듯하오. 그래서 유독 내 주위에 소중한 사람들이 그렇게.”

말을 하던 허균이 급하게 멈추고는 물끄러미 매창을 바라보았다.

“왜요?”

“그러면 내가 그리 되어야지, 왜 주변 사람들이.”

“그거야 나리의 기가 강하고 또 언젠가는 이 나라를 위해 쓰일 바 되셔야 하기 때문이 아니겠는지요. 그 때를 위해 나리의 기운을 모으는 중인지도 모를 일이지요.”

“기라.”

허균이 심각하게 생각에 빠져들고 있었다. 

“소녀의 말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아니오, 그대의 말이 일리 있다 싶어서 이러니 심려치 마시오.”

매창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허균의 전신을 훑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이오!”

갑자기 허균이 매창의 손을 잡았다가 놓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지요, 나리.”

“그 이야기는 결국 우리 사이도…….”

“네!”

“그것이 제 운명이라면 소녀는 마다하지 않겠사옵니다.”

매창이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말을 이어받았다.

“진정이오, 매창!”

“지금까지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소녀 인간사 잠깐임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저는 이런 생각을 해본답니다. 태어날 때는 제 의지와는 상관없었지만 돌아가고자 할 때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스스로가 결정한다.”“아무런 의지 없이 태어났는데 마지막까지 그리 맞이한다면 소녀 너무 억울할 듯하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은 제 의도대로 맞이하고 싶다는 뜻이옵지요. 그러니 그 점에 있어서 조금도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그 이야기인즉슨!”

손을 내밀다

매창이 대답 대신 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당당한 모습에 허균이 잠시 망설였다.

저 손을 잡아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갈등하는 듯했다.

마음속에서는 그 손을 잡으라고 그것도 굳세게 잡으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러나 차마 그 손을 잡기 쉽지 않았다. 

“저에 대해서는 조금도 염려하지 마시고 다음 이야기를 마저 들려주시지요.”

매창이 허균의 마음을 읽었다는 듯 손을 거두어들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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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