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1위’ 프리드라이프 족벌 경영 대해부

고객 돈으로 키워 아들 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프리드라이프 경영 일선에 중대한 변화가 감지됐다. 오너의 외아들이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승계 작업이 본격화된 분위기다. 다만 황태자의 대관식에 앞서 프리드라이프가 계열사 지분을 사들였던 흔적이 예사롭지 않다. 승계를 염두하고 실탄 확보에 나섰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 프리드라이프 박헌준 회장

프리드라이프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박용덕 대표는 지난 1월1일부로 7년간 지켜온 대표이사직서 사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덕 대표의 빈자리는 박헌준 회장의 외아들이 맡게 됐다.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박현배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2세 경영
신호탄

박 대표 선임에 따라 프리드라이프는 기존 ‘박용덕·고석봉·문호상’ 각자 대표 체제서 ‘박현배·고석봉·문호상’ 각자 대표 체제로 변신을 꾀하게 됐다. 프리드라이프는 2017년 7월 기존 박용덕 대표 이외에 문호상 대표와 고석봉 대표를 추가로 선임하며 3년 가까이 각자대표 3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영업부문 문호상 대표, 사업부문 고석봉 대표, 관리부문 박현배 대표가 맡는 구조다.

프리드라이프 측은 경영승계 차원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박현배 대표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회사 내 입지 강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박 대표는 앞서 2017년 12월26일자로 프리드라이프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부터 사실상 기업 후계자로 인식됐지만, 확실한 인상을 남길 정도는 아니었다.

실제로 박 대표 선임 소식이 전해지자 프리드라이프의 이번 결정이 성급했다는 얘기가 상조업계서 나오기도 했다. 박 대표가 35세에 불과한 데다 업계에 대한 이해도 역시 물음표가 붙기 때문이다.


1986년생인 박 대표는 미국 럿거스대학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2014년 프리드라이프에 입사한 이래 전문의전지도사, 미디어마케팅팀, 영업팀 등을 거치면서 현장 실무를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팜플러스 사내이사(2014년 10월∼현재)를 시작으로 엠투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2015년 6월), 일오공라이프코리아 대표이사(2016년 3월∼2020년 3월), 프리드캐피탈대부 사내이사(2019년 3월∼현재), 더코너스톤코퍼레이션 사내이사(2019년 11월∼현재)에 순차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박헌준 회장 35세 장남에 대표 맡겨
업계 최초 자산 1조 돌파…관리될까

박 대표 선임으로 프리드라이프 오너 일가는 10년 만에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2010년 3월 박헌준 회장이 대표이사서 물러난 뒤 박 대표와 박 회장의 첫째 딸 은혜씨가 각각 사내이사, 감사에 이름을 올렸을 뿐, 오너 일가는 공식적으로는 경영 일선서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박 대표가 전면에 나선 만큼, 프리드라이프 지분 구조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향후 박 회장이 보유한 프리드라이프 지분을 박 대표가 물려받는 움직임이 뒤따를 수 있다.

2011년까지만 해도 프리드라이프 지분 구조는 박 회장과 고석봉 대표가 각각 71%, 29%씩 나눠 갖는 형태였다. 이듬해 이 같은 지분 구조에 변동이 가해진다. 박 회장과 고 대표의 지분율이 각각 16%, 15%로 급감한 것이다.

다만 지배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고 대표의 줄어든 지분 14%는 고스란히 장녀인 민정씨에게 돌아갔고, 박 회장에게서 떨어져 나간 55%의 지분은 기타 특수관계인이 온전히 흡수했다.
 


기타 특수관계인으로 묶인 주주들의 이름은 명확히 드러난 게 없다. 오너 일가 3남매(은혜, 은정, 현배)를 비롯한 박 회장의 친인척이 등재돼있다는 사실만 파악될 뿐이다.

현재 박 대표의 프리드라이프 지분율은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박 회장이 승계를 염두한다면 본인 지분을 박 대표에게 증여 혹은 매매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실탄 확보는 필수다. 최근 프리드라이프 계열사인 일오공라이프코리아(이하 일오공라이프)와 엠투커뮤니케이션(이하 엠투)에서 발생한 지분 변동 내역을 유심히 봐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회장님 지분
누가 가져가나

2018년 말 기준 프리드라이프가 보유한 일오공라이프와 엠투 지분율은 각각 90%, 51%로 파악된다. 2018년까지 프리드라이프가 매입한 일오공라이프 지분은 총 발행주식 9만9000주 가운데 8만9100주에 해당한다. 총 매입금액은 1주당 1만원씩 총 8억9100만원이다. 엠투 주식은 총 발행주식 3만주 가운데 1만5300주를 액면가(1주당 1만원)와 동일한 금액에 2014년 사들였다. 취득원가는 1억5300만원이다.

두 회사에 대한 프리드라이프의 지분율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한 건 지난해부터였다.

지난해 프리드라이프는 일오공라이프 지분 10%(9900주)와 엠투 지분 49%(1만4700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일오공라이프와 엠투의 모든 주식을 프리드라이프가 보유하게 된 것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프리드라이프가 지난해 두 회사 주식을 추가로 얻는 데 투입한 ‘취득원가’다.

2019회계연도 제무재표에는 프리드라이프가 일오공라이프 발행주식 전량을 얻는 데 투입한 취득원가를 10억980만원으로 기재하고 있다. 지분 90%를 확보하는데 사용한 비용이 8억9100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지난해 나머지 지분 10%에 해당하는 주식 9900주를 사들이는 데 1억1880만원을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1주당 매입 가격은 1만2000원으로, 이전과 대비해 소폭 높게 책정됐다.

엠투 지분 추가 취득 과정에선 자금 소모량이 한층 커졌다. 엠투 발행주식 전량을 사들이는 데 프리드라이프는 총 17억5530만원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16억230만원은 지난해 지분 49%(1만4700주)를 획득하는 데 사용됐고, 1주당 매입가격은 10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5년 전 엠투 지분의 절반가량을 얻고자 투입한 자금의 10배 이상을 나머지 절반 획득에 쏟아 부은 양상이다.

프리드라이프 측은 이들 회사 지분 매각을 100% 자회사로 구성하려는 회사 정책 차원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또 주당 가격은 외부평가기관의 평가에 따라 산정했다는 입장이다.

아들 회사 주식 프리드 고가 매입
액면가 10배나 넘게…승계 자금?

하지만 프리드라이프의 이 같은 지분 매입은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일단 두 회사 모두 외부 감사를 필요로 할 만큼 외형이 큰 것도 아닌데다, 일감 몰아주기가 없었다면 회사 존속을 낙관하기도 힘든 까닭이다.


광고대행업을 영위하는 엠투는 2017년 15억원, 2018년 3억9476만원, 지난해 6억2177만원 등 최근 3년간 매출액 총합이 약 26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프리드라이프와 내부거래로 올린 12억7400만원을 포함시킨 숫자다.

안마의자 판매업체인 일오공라이프는 내부거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일오공라이프는 출범 첫해인 2016년에 매출액 32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표면상 내부거래는 73만원에 그쳤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 무렵 프리드라이프는 영업점에 300만∼400만원대 일반상품의 판매 제한을 걸고, 두 배 이상 가격이 높은 결합상품을 팔게 했다. 해당 결합상품은 일반상품에 일오공라이프의 안마의자를 추가로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안마의자를 동원한 결합상품 판매는 오래가지 못했다. ‘끼워팔기식’ 마케팅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피해 주의보를 발령하고, 프리드라이프에 시정 명령을 내린 탓이다.

우회 밀어주기가 막히자 프리드라이프는 본격적인 일감 몰아주기에 나섰다. 일오공라이프가 2017년 32억1180만원, 2018년 28억7654만원, 지난해 27억409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과정서 프리드라이프와의 내부거래 규모는 매년 상승곡선을 그렸다. 2017년 11억8700만원, 2018년 23억6300만원, 지난해 26억4484만원이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이었다.

또 프리드라이프는 엠투와 일오공라이프의 지분 절반 이상을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에 굳이 추가 지분 획득에 열을 올릴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두 회사는 비상장인 데다 주식 거래가 쉽게 이뤄질 성격이 아니었던 만큼, 정상적인 경우라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여지가 충분했다.


액면가를 기준으로 매매가 이뤄졌다면 추가 지분 매입에 필요했던 금액은 일오공라이프는 9900만원, 엠투는 1억4700만원이다. 이 기준에 대입하면 프리드라이프는 일오공라이프와 엠투의 나머지 주식을 인수하면서 각각 1980만원, 14억5530만원의 웃돈을 기존 주주에게 챙겨준 셈이다.

자녀 회사
고평가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해 기준 최대주주가 프리드라이프라는 걸 빼면 일오공라이프와 엠투의 나머지 지분 소유주 신상이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두 회사는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 데다 별도의 재무제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주주 파악에 한계가 있다.

물론 단서는 존재한다. 일오공라이프와 엠투는 박 대표가 출범 때부터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회사인 데다 이사회 구성원들 명단서도 오너 일가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오공라이프 사내이사는 박 회장의 둘째이자 박 대표의 누나인 은정씨가 맡았었고, 감사는 박 회장의 동생인 경희씨였다. 경희씨는 엠투 감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만약 나머지 지분의 주인이 오너 일가 구성원이라면, 프리드라이프가 내놓은 지분 매각 대금 17억2110만원(1억1880만원+16억230만원)은 온전히 오너 일가 수중으로 흘러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프리드라이프가 주식 전량을 사들인 일오공라이프는 지난달 1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공식 해산을 결정했다. 프리드라이프 측은 운영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당사 렌탈사업본부서 해당업무를 통합하는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폐업과 함께 박 대표는 일오공라이프 대표이사직서 내려왔고, 안마의자 판매는 프리드라이프가 넘겨받았다. 일오공라이프의 안마의자 브랜드였던 ‘쉴렉스’ 홈페이지에 기재된 회사명은 현재 프리드라이프로 바뀐 상태다.

딸도 사내이사·감사로 등재 
지분 이동 명확치 않아 의문

일오공라이프와 엠투를 통해 드러난 지분 변동 사례는 프리드라이프의 또 다른 계열사인 팜플러스서도 비슷하게 연출됐다. 이를 두고 박 대표가 프리드라이프를 물려받는 대신 또 한 명의 후계자에게 일종의 위로금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꽃 도매업체인 팜플러스는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로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 매출액 15억3814만원 가운데 14억7762만원이 프리드라이프서 파생됐고, 지난해에는 100% 내부거래로 매출액 16억1082만원을 기록했다.

프리드라이프는 2014년 말 기준 팜플러스 지분 주 51%(2만5500주)를 인수했다. 취득원가는 2억5500만원, 1주당 가격은 1만원이다. 해당 지분율과 취득원가는 2018년 말까지 변동 없이 이어졌다.

지난해 프리드라이프는 팜플러스 주식을 90%로 높였다. 여기에 투입된 총 비용은 10억8500만원이다. 51%에 대한 취득원가가 2억5500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나머지 39%에 해당하는 1만9500주를 얻는 데 8억3000만원의 비용을 투입했음을 알 수 있다. 추가 지분 확보 과정에선 1주당 약 4만2560원에 매입했다.

이는 액면가 대비 4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팜플러스 역시 주주명부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관계로 프리드라이프가 39%의 지분을 누구에게 사들였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다만 오너 일가로부터 지분 매입을 했을 것이란 추측은 가능하다. 현재 팜플러스 대표이사는 은정씨가 맡고 있다.

계열사 곳곳
오너 회사 지배

업계 관계자는 “팜플러스는 예전부터 은정씨 개인회사로 회사 관계자들도 인정하던 분위기였다”며 “세부 내역은 알 수 없지만 팜플러스에 은정씨 지분이 상당수 포함돼있을 거란 추측이 무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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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