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1위’ 프리드라이프 족벌 경영 대해부

고객 돈으로 키워 아들 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프리드라이프 경영 일선에 중대한 변화가 감지됐다. 오너의 외아들이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승계 작업이 본격화된 분위기다. 다만 황태자의 대관식에 앞서 프리드라이프가 계열사 지분을 사들였던 흔적이 예사롭지 않다. 승계를 염두하고 실탄 확보에 나섰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 프리드라이프 박헌준 회장

프리드라이프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박용덕 대표는 지난 1월1일부로 7년간 지켜온 대표이사직서 사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덕 대표의 빈자리는 박헌준 회장의 외아들이 맡게 됐다.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박현배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2세 경영
신호탄

박 대표 선임에 따라 프리드라이프는 기존 ‘박용덕·고석봉·문호상’ 각자 대표 체제서 ‘박현배·고석봉·문호상’ 각자 대표 체제로 변신을 꾀하게 됐다. 프리드라이프는 2017년 7월 기존 박용덕 대표 이외에 문호상 대표와 고석봉 대표를 추가로 선임하며 3년 가까이 각자대표 3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영업부문 문호상 대표, 사업부문 고석봉 대표, 관리부문 박현배 대표가 맡는 구조다.

프리드라이프 측은 경영승계 차원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박현배 대표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회사 내 입지 강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박 대표는 앞서 2017년 12월26일자로 프리드라이프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부터 사실상 기업 후계자로 인식됐지만, 확실한 인상을 남길 정도는 아니었다.

실제로 박 대표 선임 소식이 전해지자 프리드라이프의 이번 결정이 성급했다는 얘기가 상조업계서 나오기도 했다. 박 대표가 35세에 불과한 데다 업계에 대한 이해도 역시 물음표가 붙기 때문이다.


1986년생인 박 대표는 미국 럿거스대학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2014년 프리드라이프에 입사한 이래 전문의전지도사, 미디어마케팅팀, 영업팀 등을 거치면서 현장 실무를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팜플러스 사내이사(2014년 10월∼현재)를 시작으로 엠투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2015년 6월), 일오공라이프코리아 대표이사(2016년 3월∼2020년 3월), 프리드캐피탈대부 사내이사(2019년 3월∼현재), 더코너스톤코퍼레이션 사내이사(2019년 11월∼현재)에 순차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박헌준 회장 35세 장남에 대표 맡겨
업계 최초 자산 1조 돌파…관리될까

박 대표 선임으로 프리드라이프 오너 일가는 10년 만에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2010년 3월 박헌준 회장이 대표이사서 물러난 뒤 박 대표와 박 회장의 첫째 딸 은혜씨가 각각 사내이사, 감사에 이름을 올렸을 뿐, 오너 일가는 공식적으로는 경영 일선서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박 대표가 전면에 나선 만큼, 프리드라이프 지분 구조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향후 박 회장이 보유한 프리드라이프 지분을 박 대표가 물려받는 움직임이 뒤따를 수 있다.

2011년까지만 해도 프리드라이프 지분 구조는 박 회장과 고석봉 대표가 각각 71%, 29%씩 나눠 갖는 형태였다. 이듬해 이 같은 지분 구조에 변동이 가해진다. 박 회장과 고 대표의 지분율이 각각 16%, 15%로 급감한 것이다.

다만 지배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고 대표의 줄어든 지분 14%는 고스란히 장녀인 민정씨에게 돌아갔고, 박 회장에게서 떨어져 나간 55%의 지분은 기타 특수관계인이 온전히 흡수했다.
 


기타 특수관계인으로 묶인 주주들의 이름은 명확히 드러난 게 없다. 오너 일가 3남매(은혜, 은정, 현배)를 비롯한 박 회장의 친인척이 등재돼있다는 사실만 파악될 뿐이다.

현재 박 대표의 프리드라이프 지분율은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박 회장이 승계를 염두한다면 본인 지분을 박 대표에게 증여 혹은 매매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실탄 확보는 필수다. 최근 프리드라이프 계열사인 일오공라이프코리아(이하 일오공라이프)와 엠투커뮤니케이션(이하 엠투)에서 발생한 지분 변동 내역을 유심히 봐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회장님 지분
누가 가져가나

2018년 말 기준 프리드라이프가 보유한 일오공라이프와 엠투 지분율은 각각 90%, 51%로 파악된다. 2018년까지 프리드라이프가 매입한 일오공라이프 지분은 총 발행주식 9만9000주 가운데 8만9100주에 해당한다. 총 매입금액은 1주당 1만원씩 총 8억9100만원이다. 엠투 주식은 총 발행주식 3만주 가운데 1만5300주를 액면가(1주당 1만원)와 동일한 금액에 2014년 사들였다. 취득원가는 1억5300만원이다.

두 회사에 대한 프리드라이프의 지분율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한 건 지난해부터였다.

지난해 프리드라이프는 일오공라이프 지분 10%(9900주)와 엠투 지분 49%(1만4700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일오공라이프와 엠투의 모든 주식을 프리드라이프가 보유하게 된 것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프리드라이프가 지난해 두 회사 주식을 추가로 얻는 데 투입한 ‘취득원가’다.

2019회계연도 제무재표에는 프리드라이프가 일오공라이프 발행주식 전량을 얻는 데 투입한 취득원가를 10억980만원으로 기재하고 있다. 지분 90%를 확보하는데 사용한 비용이 8억9100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지난해 나머지 지분 10%에 해당하는 주식 9900주를 사들이는 데 1억1880만원을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1주당 매입 가격은 1만2000원으로, 이전과 대비해 소폭 높게 책정됐다.

엠투 지분 추가 취득 과정에선 자금 소모량이 한층 커졌다. 엠투 발행주식 전량을 사들이는 데 프리드라이프는 총 17억5530만원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16억230만원은 지난해 지분 49%(1만4700주)를 획득하는 데 사용됐고, 1주당 매입가격은 10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5년 전 엠투 지분의 절반가량을 얻고자 투입한 자금의 10배 이상을 나머지 절반 획득에 쏟아 부은 양상이다.

프리드라이프 측은 이들 회사 지분 매각을 100% 자회사로 구성하려는 회사 정책 차원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또 주당 가격은 외부평가기관의 평가에 따라 산정했다는 입장이다.

아들 회사 주식 프리드 고가 매입
액면가 10배나 넘게…승계 자금?

하지만 프리드라이프의 이 같은 지분 매입은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일단 두 회사 모두 외부 감사를 필요로 할 만큼 외형이 큰 것도 아닌데다, 일감 몰아주기가 없었다면 회사 존속을 낙관하기도 힘든 까닭이다.


광고대행업을 영위하는 엠투는 2017년 15억원, 2018년 3억9476만원, 지난해 6억2177만원 등 최근 3년간 매출액 총합이 약 26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프리드라이프와 내부거래로 올린 12억7400만원을 포함시킨 숫자다.

안마의자 판매업체인 일오공라이프는 내부거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일오공라이프는 출범 첫해인 2016년에 매출액 32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표면상 내부거래는 73만원에 그쳤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 무렵 프리드라이프는 영업점에 300만∼400만원대 일반상품의 판매 제한을 걸고, 두 배 이상 가격이 높은 결합상품을 팔게 했다. 해당 결합상품은 일반상품에 일오공라이프의 안마의자를 추가로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안마의자를 동원한 결합상품 판매는 오래가지 못했다. ‘끼워팔기식’ 마케팅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피해 주의보를 발령하고, 프리드라이프에 시정 명령을 내린 탓이다.

우회 밀어주기가 막히자 프리드라이프는 본격적인 일감 몰아주기에 나섰다. 일오공라이프가 2017년 32억1180만원, 2018년 28억7654만원, 지난해 27억409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과정서 프리드라이프와의 내부거래 규모는 매년 상승곡선을 그렸다. 2017년 11억8700만원, 2018년 23억6300만원, 지난해 26억4484만원이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이었다.

또 프리드라이프는 엠투와 일오공라이프의 지분 절반 이상을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에 굳이 추가 지분 획득에 열을 올릴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두 회사는 비상장인 데다 주식 거래가 쉽게 이뤄질 성격이 아니었던 만큼, 정상적인 경우라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여지가 충분했다.


액면가를 기준으로 매매가 이뤄졌다면 추가 지분 매입에 필요했던 금액은 일오공라이프는 9900만원, 엠투는 1억4700만원이다. 이 기준에 대입하면 프리드라이프는 일오공라이프와 엠투의 나머지 주식을 인수하면서 각각 1980만원, 14억5530만원의 웃돈을 기존 주주에게 챙겨준 셈이다.

자녀 회사
고평가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해 기준 최대주주가 프리드라이프라는 걸 빼면 일오공라이프와 엠투의 나머지 지분 소유주 신상이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두 회사는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 데다 별도의 재무제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주주 파악에 한계가 있다.

물론 단서는 존재한다. 일오공라이프와 엠투는 박 대표가 출범 때부터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회사인 데다 이사회 구성원들 명단서도 오너 일가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오공라이프 사내이사는 박 회장의 둘째이자 박 대표의 누나인 은정씨가 맡았었고, 감사는 박 회장의 동생인 경희씨였다. 경희씨는 엠투 감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만약 나머지 지분의 주인이 오너 일가 구성원이라면, 프리드라이프가 내놓은 지분 매각 대금 17억2110만원(1억1880만원+16억230만원)은 온전히 오너 일가 수중으로 흘러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프리드라이프가 주식 전량을 사들인 일오공라이프는 지난달 1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공식 해산을 결정했다. 프리드라이프 측은 운영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당사 렌탈사업본부서 해당업무를 통합하는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폐업과 함께 박 대표는 일오공라이프 대표이사직서 내려왔고, 안마의자 판매는 프리드라이프가 넘겨받았다. 일오공라이프의 안마의자 브랜드였던 ‘쉴렉스’ 홈페이지에 기재된 회사명은 현재 프리드라이프로 바뀐 상태다.

딸도 사내이사·감사로 등재 
지분 이동 명확치 않아 의문

일오공라이프와 엠투를 통해 드러난 지분 변동 사례는 프리드라이프의 또 다른 계열사인 팜플러스서도 비슷하게 연출됐다. 이를 두고 박 대표가 프리드라이프를 물려받는 대신 또 한 명의 후계자에게 일종의 위로금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꽃 도매업체인 팜플러스는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로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 매출액 15억3814만원 가운데 14억7762만원이 프리드라이프서 파생됐고, 지난해에는 100% 내부거래로 매출액 16억1082만원을 기록했다.

프리드라이프는 2014년 말 기준 팜플러스 지분 주 51%(2만5500주)를 인수했다. 취득원가는 2억5500만원, 1주당 가격은 1만원이다. 해당 지분율과 취득원가는 2018년 말까지 변동 없이 이어졌다.

지난해 프리드라이프는 팜플러스 주식을 90%로 높였다. 여기에 투입된 총 비용은 10억8500만원이다. 51%에 대한 취득원가가 2억5500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나머지 39%에 해당하는 1만9500주를 얻는 데 8억3000만원의 비용을 투입했음을 알 수 있다. 추가 지분 확보 과정에선 1주당 약 4만2560원에 매입했다.

이는 액면가 대비 4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팜플러스 역시 주주명부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관계로 프리드라이프가 39%의 지분을 누구에게 사들였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다만 오너 일가로부터 지분 매입을 했을 것이란 추측은 가능하다. 현재 팜플러스 대표이사는 은정씨가 맡고 있다.

계열사 곳곳
오너 회사 지배

업계 관계자는 “팜플러스는 예전부터 은정씨 개인회사로 회사 관계자들도 인정하던 분위기였다”며 “세부 내역은 알 수 없지만 팜플러스에 은정씨 지분이 상당수 포함돼있을 거란 추측이 무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