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1위’ 프리드라이프 족벌 경영 대해부

고객 돈으로 키워 아들 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프리드라이프 경영 일선에 중대한 변화가 감지됐다. 오너의 외아들이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승계 작업이 본격화된 분위기다. 다만 황태자의 대관식에 앞서 프리드라이프가 계열사 지분을 사들였던 흔적이 예사롭지 않다. 승계를 염두하고 실탄 확보에 나섰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 프리드라이프 박헌준 회장

프리드라이프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박용덕 대표는 지난 1월1일부로 7년간 지켜온 대표이사직서 사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덕 대표의 빈자리는 박헌준 회장의 외아들이 맡게 됐다.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박현배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2세 경영
신호탄

박 대표 선임에 따라 프리드라이프는 기존 ‘박용덕·고석봉·문호상’ 각자 대표 체제서 ‘박현배·고석봉·문호상’ 각자 대표 체제로 변신을 꾀하게 됐다. 프리드라이프는 2017년 7월 기존 박용덕 대표 이외에 문호상 대표와 고석봉 대표를 추가로 선임하며 3년 가까이 각자대표 3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영업부문 문호상 대표, 사업부문 고석봉 대표, 관리부문 박현배 대표가 맡는 구조다.

프리드라이프 측은 경영승계 차원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박현배 대표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회사 내 입지 강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박 대표는 앞서 2017년 12월26일자로 프리드라이프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부터 사실상 기업 후계자로 인식됐지만, 확실한 인상을 남길 정도는 아니었다.

실제로 박 대표 선임 소식이 전해지자 프리드라이프의 이번 결정이 성급했다는 얘기가 상조업계서 나오기도 했다. 박 대표가 35세에 불과한 데다 업계에 대한 이해도 역시 물음표가 붙기 때문이다.


1986년생인 박 대표는 미국 럿거스대학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2014년 프리드라이프에 입사한 이래 전문의전지도사, 미디어마케팅팀, 영업팀 등을 거치면서 현장 실무를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팜플러스 사내이사(2014년 10월∼현재)를 시작으로 엠투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2015년 6월), 일오공라이프코리아 대표이사(2016년 3월∼2020년 3월), 프리드캐피탈대부 사내이사(2019년 3월∼현재), 더코너스톤코퍼레이션 사내이사(2019년 11월∼현재)에 순차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박헌준 회장 35세 장남에 대표 맡겨
업계 최초 자산 1조 돌파…관리될까

박 대표 선임으로 프리드라이프 오너 일가는 10년 만에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2010년 3월 박헌준 회장이 대표이사서 물러난 뒤 박 대표와 박 회장의 첫째 딸 은혜씨가 각각 사내이사, 감사에 이름을 올렸을 뿐, 오너 일가는 공식적으로는 경영 일선서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박 대표가 전면에 나선 만큼, 프리드라이프 지분 구조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향후 박 회장이 보유한 프리드라이프 지분을 박 대표가 물려받는 움직임이 뒤따를 수 있다.

2011년까지만 해도 프리드라이프 지분 구조는 박 회장과 고석봉 대표가 각각 71%, 29%씩 나눠 갖는 형태였다. 이듬해 이 같은 지분 구조에 변동이 가해진다. 박 회장과 고 대표의 지분율이 각각 16%, 15%로 급감한 것이다.

다만 지배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고 대표의 줄어든 지분 14%는 고스란히 장녀인 민정씨에게 돌아갔고, 박 회장에게서 떨어져 나간 55%의 지분은 기타 특수관계인이 온전히 흡수했다.
 


기타 특수관계인으로 묶인 주주들의 이름은 명확히 드러난 게 없다. 오너 일가 3남매(은혜, 은정, 현배)를 비롯한 박 회장의 친인척이 등재돼있다는 사실만 파악될 뿐이다.

현재 박 대표의 프리드라이프 지분율은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박 회장이 승계를 염두한다면 본인 지분을 박 대표에게 증여 혹은 매매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실탄 확보는 필수다. 최근 프리드라이프 계열사인 일오공라이프코리아(이하 일오공라이프)와 엠투커뮤니케이션(이하 엠투)에서 발생한 지분 변동 내역을 유심히 봐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회장님 지분
누가 가져가나

2018년 말 기준 프리드라이프가 보유한 일오공라이프와 엠투 지분율은 각각 90%, 51%로 파악된다. 2018년까지 프리드라이프가 매입한 일오공라이프 지분은 총 발행주식 9만9000주 가운데 8만9100주에 해당한다. 총 매입금액은 1주당 1만원씩 총 8억9100만원이다. 엠투 주식은 총 발행주식 3만주 가운데 1만5300주를 액면가(1주당 1만원)와 동일한 금액에 2014년 사들였다. 취득원가는 1억5300만원이다.

두 회사에 대한 프리드라이프의 지분율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한 건 지난해부터였다.

지난해 프리드라이프는 일오공라이프 지분 10%(9900주)와 엠투 지분 49%(1만4700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일오공라이프와 엠투의 모든 주식을 프리드라이프가 보유하게 된 것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프리드라이프가 지난해 두 회사 주식을 추가로 얻는 데 투입한 ‘취득원가’다.

2019회계연도 제무재표에는 프리드라이프가 일오공라이프 발행주식 전량을 얻는 데 투입한 취득원가를 10억980만원으로 기재하고 있다. 지분 90%를 확보하는데 사용한 비용이 8억9100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지난해 나머지 지분 10%에 해당하는 주식 9900주를 사들이는 데 1억1880만원을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1주당 매입 가격은 1만2000원으로, 이전과 대비해 소폭 높게 책정됐다.

엠투 지분 추가 취득 과정에선 자금 소모량이 한층 커졌다. 엠투 발행주식 전량을 사들이는 데 프리드라이프는 총 17억5530만원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16억230만원은 지난해 지분 49%(1만4700주)를 획득하는 데 사용됐고, 1주당 매입가격은 10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5년 전 엠투 지분의 절반가량을 얻고자 투입한 자금의 10배 이상을 나머지 절반 획득에 쏟아 부은 양상이다.

프리드라이프 측은 이들 회사 지분 매각을 100% 자회사로 구성하려는 회사 정책 차원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또 주당 가격은 외부평가기관의 평가에 따라 산정했다는 입장이다.

아들 회사 주식 프리드 고가 매입
액면가 10배나 넘게…승계 자금?

하지만 프리드라이프의 이 같은 지분 매입은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일단 두 회사 모두 외부 감사를 필요로 할 만큼 외형이 큰 것도 아닌데다, 일감 몰아주기가 없었다면 회사 존속을 낙관하기도 힘든 까닭이다.


광고대행업을 영위하는 엠투는 2017년 15억원, 2018년 3억9476만원, 지난해 6억2177만원 등 최근 3년간 매출액 총합이 약 26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프리드라이프와 내부거래로 올린 12억7400만원을 포함시킨 숫자다.

안마의자 판매업체인 일오공라이프는 내부거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일오공라이프는 출범 첫해인 2016년에 매출액 32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표면상 내부거래는 73만원에 그쳤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 무렵 프리드라이프는 영업점에 300만∼400만원대 일반상품의 판매 제한을 걸고, 두 배 이상 가격이 높은 결합상품을 팔게 했다. 해당 결합상품은 일반상품에 일오공라이프의 안마의자를 추가로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안마의자를 동원한 결합상품 판매는 오래가지 못했다. ‘끼워팔기식’ 마케팅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피해 주의보를 발령하고, 프리드라이프에 시정 명령을 내린 탓이다.

우회 밀어주기가 막히자 프리드라이프는 본격적인 일감 몰아주기에 나섰다. 일오공라이프가 2017년 32억1180만원, 2018년 28억7654만원, 지난해 27억409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과정서 프리드라이프와의 내부거래 규모는 매년 상승곡선을 그렸다. 2017년 11억8700만원, 2018년 23억6300만원, 지난해 26억4484만원이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이었다.

또 프리드라이프는 엠투와 일오공라이프의 지분 절반 이상을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에 굳이 추가 지분 획득에 열을 올릴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두 회사는 비상장인 데다 주식 거래가 쉽게 이뤄질 성격이 아니었던 만큼, 정상적인 경우라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여지가 충분했다.


액면가를 기준으로 매매가 이뤄졌다면 추가 지분 매입에 필요했던 금액은 일오공라이프는 9900만원, 엠투는 1억4700만원이다. 이 기준에 대입하면 프리드라이프는 일오공라이프와 엠투의 나머지 주식을 인수하면서 각각 1980만원, 14억5530만원의 웃돈을 기존 주주에게 챙겨준 셈이다.

자녀 회사
고평가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해 기준 최대주주가 프리드라이프라는 걸 빼면 일오공라이프와 엠투의 나머지 지분 소유주 신상이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두 회사는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 데다 별도의 재무제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주주 파악에 한계가 있다.

물론 단서는 존재한다. 일오공라이프와 엠투는 박 대표가 출범 때부터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회사인 데다 이사회 구성원들 명단서도 오너 일가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오공라이프 사내이사는 박 회장의 둘째이자 박 대표의 누나인 은정씨가 맡았었고, 감사는 박 회장의 동생인 경희씨였다. 경희씨는 엠투 감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만약 나머지 지분의 주인이 오너 일가 구성원이라면, 프리드라이프가 내놓은 지분 매각 대금 17억2110만원(1억1880만원+16억230만원)은 온전히 오너 일가 수중으로 흘러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프리드라이프가 주식 전량을 사들인 일오공라이프는 지난달 1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공식 해산을 결정했다. 프리드라이프 측은 운영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당사 렌탈사업본부서 해당업무를 통합하는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폐업과 함께 박 대표는 일오공라이프 대표이사직서 내려왔고, 안마의자 판매는 프리드라이프가 넘겨받았다. 일오공라이프의 안마의자 브랜드였던 ‘쉴렉스’ 홈페이지에 기재된 회사명은 현재 프리드라이프로 바뀐 상태다.

딸도 사내이사·감사로 등재 
지분 이동 명확치 않아 의문

일오공라이프와 엠투를 통해 드러난 지분 변동 사례는 프리드라이프의 또 다른 계열사인 팜플러스서도 비슷하게 연출됐다. 이를 두고 박 대표가 프리드라이프를 물려받는 대신 또 한 명의 후계자에게 일종의 위로금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꽃 도매업체인 팜플러스는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로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 매출액 15억3814만원 가운데 14억7762만원이 프리드라이프서 파생됐고, 지난해에는 100% 내부거래로 매출액 16억1082만원을 기록했다.

프리드라이프는 2014년 말 기준 팜플러스 지분 주 51%(2만5500주)를 인수했다. 취득원가는 2억5500만원, 1주당 가격은 1만원이다. 해당 지분율과 취득원가는 2018년 말까지 변동 없이 이어졌다.

지난해 프리드라이프는 팜플러스 주식을 90%로 높였다. 여기에 투입된 총 비용은 10억8500만원이다. 51%에 대한 취득원가가 2억5500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나머지 39%에 해당하는 1만9500주를 얻는 데 8억3000만원의 비용을 투입했음을 알 수 있다. 추가 지분 확보 과정에선 1주당 약 4만2560원에 매입했다.

이는 액면가 대비 4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팜플러스 역시 주주명부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관계로 프리드라이프가 39%의 지분을 누구에게 사들였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다만 오너 일가로부터 지분 매입을 했을 것이란 추측은 가능하다. 현재 팜플러스 대표이사는 은정씨가 맡고 있다.

계열사 곳곳
오너 회사 지배

업계 관계자는 “팜플러스는 예전부터 은정씨 개인회사로 회사 관계자들도 인정하던 분위기였다”며 “세부 내역은 알 수 없지만 팜플러스에 은정씨 지분이 상당수 포함돼있을 거란 추측이 무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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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