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그룹 진도 괴상한 배당 왜?

‘한물간 모피’ 적자 봤는데 수십억 ‘팍팍’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진도는 국내 1위 모피 전문 기업으로 줄곧 흑자를 내다가 지난해 적자를 봤다. 눈길이 가는 건 배당이었는데 순손실을 보고도 배당을 실시했다. 왜일까.
 

▲ 임오식 진도그룹 회장

진도는 브랜드 ‘진도 모피’로 유명하다. 이 외에도 엘파, 우바, 끌레베 등이 있다. 회사는 매년 1000억원대 매출을 내는 중견 상장사다. 실적은 꾸준했다. 최근 10년만 보더라도 모두 흑자였다. 브랜드 이미지도 한층 좋아졌다. 진도는 지난해 말 ‘2019년 대한민국패션대상’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북미 최대 모피 경매사 NAFA(North American Fur Auction)에도 이름을 올렸다. 진도는 ‘2019 나파 톱 로트 클럽(NAFA Top Lot Club)’ 주인공이 됐다. 톱 로트(Top Lot)는 최고 품질이라 평가받는다.

1000억원
중견기업

당시 임영준 진도 대표는 “현대적 감각과 고유 아이덴티티를 장점으로 내세워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을 지속할 방침”이라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침체된 모피산업을 선도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진도는 적자 회사가 됐고 성적표 또한 초라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778억원. 직전년도 1200억원서 35.2%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마이너스’가 됐다. 각각 100억원, 80억원 이상 깎였다. 진도는 29억원 영업손실과 89억원 순손실을 봤다.

사측은 “매출액 하락에 따른 감소”라고 설명했다. 진도 제품은 겨울철 계절 상품으로 매출은 4분기서만 40% 이상 발생한다. 이번 겨울은 평년보다 따뜻했는데 겨울 특수가 사라진 셈이다.


일례로 롯데백화점 모피 판매는 지난해 겨울 대비 20% 하락했으며 상품 주문도 줄었다. 올해 1월 롯데홈쇼핑 코트·패딩·모피 상품 주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하락했다.

진도는 적자를 봤지만 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회사는 배당금을 12억4600여만원으로 잡았다. 안건 가결 여부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주총은 오는 30일 열린다.

배당은 회사 실적에 좌우되며 통상 손실이 발생한 회사는 배당 폭을 줄인다. 반대로 주주 가치 제고를 명목으로 배당을 실시하기도 한다.

진도는 최근 3년간(2016∼2018년) 24억원, 33억원, 18억원씩 배당했다. 연결 기준 순이익은 같은 기간 83억원, 95억원, 55억원이었다.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비율)은 비교적 일정했다. 차례로 30%, 35.42%, 33.4%였다. 순이익이 늘어난 만큼 배당을 늘렸고, 순이익이 줄어든 만큼 배당을 줄였다.

진도 이익잉여금은 충분한 편이다. 이익잉여금은 쌓아둔 돈이다. 영업활동 결과로 벌어들인 순이익 중 상여금, 배당 등에 사용되지 않은 돈이다. 진도는 매년 194억원, 264억원, 287억원씩 이익잉여금이 발생했다.

흑자서 적자로…그래도 배당
절반 이상 오너 일가 회사로 

적자를 봤지만 무리한 배당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진도를 지배하는 임오그룹 쪽으로 배당금 절반 정도가 들어간다.


진도는 한때 ‘진도그룹’으로 불렸다. 창업주는 고 김성식 회장이다. 그는 1973년 본격적으로 모피 사업에 뛰어들어 회사를 키웠다. 섬유 외에도 철강, 무역 등으로 뻗어갔다. 진도그룹은 1995년 ‘5억불 수출탑’을 받기도 했지만 외환위기 불똥을 피하지 못했고 워크아웃에 들어서면서 와해됐다.

진도는 C&그룹을 거쳐 ‘임오그룹’ 품에 안겼다.

진도 최대주주는 ‘임오파트너스’로 40.73% 지분이 있다. 임오식 임오그룹 회장은 7.70%로 2대주주다. 임영준 대표와 임병남 전무는 각각 0.24%, 2.18%를 쥐고 있다. 진도는 차등배당을 하지 않는다. 보통주 보유 순대로 배당금이 책정된다. 배당 계획대로라면 임오파트너스가 약 5억원으로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는다.

임 회장과 임원들은 9500여만원, 3000만원, 2700여만원을 수령한다. 모두 6억3000여만원으로 전체 배당 금액서 50% 정도다. 임오그룹은 임 회장이 세운 ‘임오’서 시작됐다. 임 회장은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채 상경했다. 1970년대 남대문시장 지하 1평도 되지 않는 곳에 가게를 얻었다.
 

▲ 진도 모피

임오는 주방용품 유통업체로 주방용 식기류를 수입해 판매한다. 코렐과 테팔로 유명하며 이들을 수입해 국내에 공급했다. 임오산업은 임오와 함께 코렐 등을 공식 수입하는 업체다. 수저 업체 화인센스와 냉동업체 임오냉동를 차례로 손에 넣었다. 임오는 ’국내 주방 문화 리더‘라고 자평한다.

임오그룹 핵심사는 임오와 진도다. 임 회장은 두 회사를 주무른다. 임오의 경우 지분으로 지배한다. 임 회장은 임오 최대주주다. 임 회장은 임오 지분 40.17%를 갖고 있다. 다시 임오는 화인센스 지분을 절반 보유 중이다. ‘임 회장→임오→화인센스’로 이어진다.

임 회장은 임오파트너스로 진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임 회장은 임오파트너스서 97.2% 지분을 보유 중인데 사실상 개인회사와 다름없다.

진도에는 베이징 진도 패션과 진도유통의 2개 종속회사가 있다. 진산 최대주주기도 하다. ‘임 회장→임오파트너스→진도→베이징 진도패션·진도유통, 진산’ 순이다.

순이익 없어
잉여금 충당

최근 3년간(2016∼2018년) 임오 매출액은 209억원, 141억원, 175억원 순이다. 순이익은 15억원, 1억원, 7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임오는 코렐 측에서 직영 판매에 나서면서 코렐 사업권을 잃었다.

임오산업은 235억원, 187억원, 170억원 매출을 냈다. 순이익은 20억원에서 7000만원으로 줄었다가 18억원으로 증가했다.

화인센스는 정체기로 같은 기간 매출액은 38억원, 38억원, 3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순이익이 5000만원 5000만원, 3190만원에 그친다.


베이징 진도패션 매출액은 3년간 7400만원, 7400만원, 1억원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1억원, 1억원, 4000만원 등이었다.

진도유통은 아예 매출이 없다. 완전자본잠식회사다. 같은 기간 부채는 26억원으로 동일했다. 반면 자산은 1억원서 587만원, 500만원으로 줄었다.

진산(옛 석진상사)은 주얼리 업체다. 진도가 지난 2018년 인수했다. 이를 두고 진도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있었다. 진산은 그 해 1억7000여만원의 매출을 냈다. 다만 1억원 순손실을 봤다.

실적 면에서 살펴봤을 때 진도가 단연 앞선다. 임오그룹 전체 실적을 좌우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룹 뿌리회사인 임오와 매출에서만 10배 차이가 난다.

임 회장은 지난 2009년 진도를 인수했다. 진도 최대주주 임오파트너스가 설립된 때도 그 즈음이다. 임오파트너스가 진도 지분을 취득하면서 진도는 임오그룹에 편입됐다.

임오파트너스는 진도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회사는 2008년 9월 설립됐다. 임오파트너스가 진도 지분을 매입한 때는 2009년 1월이다. 설립 6개월도 되지 않은 회사가 35년이 넘은 기업을 인수한 격이다.


영업 대신
지분으로

임오파트너스 최근 3년간(2016∼2018년) 실적은 연결 기준과 별도 기준서 큰 차이를 보인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1234억원 1287억원, 1204억원 등이다. 순이익은 78억원, 89억원, 52억원 등이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15억원, 14억원, 13억원에 불과하다. 눈길이 가는 건 순이익이다. 매출액보다 순이익이 더 높다. 29억원, 32억원, 19억원 등이다. 영업 외 수익 중 ‘지분법 이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임오파트너스는 진도 최대주주로 그에 따른 지분법 이익을 매년 얻고 있다. 임오파트너스는 의류 도소매업, 의류 수선서비스업을 영위한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억원, 3억원, 1억원에 불과하다.

대부분 수익은 진도에 의한 지분법 이익에 의존한다. 지분법 이익은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손익을 지분율만큼 실적에 반영하는 것이다.

임오파트너스는 3년간 지분법 이익을 통해 33억원, 38억원, 22억원을 벌어들였다. 사실상 자체 수익보다 지분법이익을 통해 운영되는 회사라고 볼 수 있다.

10억원 단위의 임오파트너스 자체 매출액마저 내부거래로 채워지고 있다. 매출을 제공해주는 회사는 지분법 이익을 주고 있는 진도다. 지난 3년간 임오파트너스 매출액 가운데 내부거래 매출은 소폭 상승했다. 비중은 60.52%, 66.42%, 67.93% 등이다.
 

최근 들어 임오파트너스는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회사는 6억원, 5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을 위해 잡힌 순이익은 32억원과 19억원이었다. 배당성향은 18.4%, 25.78%다.

배당성향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임오파트너스 순이익은 자체 매출이 아닌 지분법 이익이 대부분이다. 지분법 이익으로 올린 순이익을 바탕으로 배당을 실시하게 되는 셈이다.

회장 개인회사로 핵심사 지배
‘앉아서?’ 대부분 지분법 수익

사실상 배당금을 받는 사람은 97.2% 지분을 보유한 임 회장 한 사람이다. 그는 2017년과 2018년 5억8000여만원과 4억80000여만원을 챙겼는데 이전엔 배당이 없었다.

임오그룹은 임오, 진도 외에도 기타 특수관계 기업과 거래를 맺고 있다. 확인할 수 있는 임오그룹 특수관계 기업은 ▲임오자산관리 ▲임오프라자 ▲코닝사 등이다. 이들은 모두 개인회사이자 임 회장 친족 회사다.

임오자산관리는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로 임오산업, 화인센스와 같은 건물을 쓰고 있다. 건물 이름은 임오빌딩이며 임 회장은 해당 건물과 토지 소유주다.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임오산업과 화인센스는 지난 2018년 지급수수료와 건물관리 명목으로 임오자산관리에 2000여만원씩 지급했다. 임오산업은 2015년부터, 화인센스는 2013년부터 임오빌딩에 둥지를 틀었다.

임오프라자는 임오, 화인센스와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 임오프라자는 주방용품 도소매 업체다. 회사는 지난 2018년 임오에 2억6000여만원가량의 제품을 팔았다. 화인센스에는 1900만원 어치 상품을 판매했다. 최근 3년간(2016년~2018년) 임오와 화인센스는 각각 7억8000여만원과 6600여만원 매출을 올려줬다. 모두 8억4000여만원이다.

코닝사는 주방용품 도소매 업체다. 이곳 역시 임오와 화인센스로부터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같은 기간 임오서 6억3000여만원 매출이 발생했다. 화인센스에서는 3600여만원이었다. 두 회사서 모두 6억7000여만원을 벌어들였다.

진도는 대부분 그룹 관계사들과 거래를 맺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0억7000여만원의 기타비용을 썼다. 세부적으로 임오파트너스(5억원), 베이징 진도 패션(6900만원), 진산(960만원), 임오(6600만원), 임오산업(1억5000만원), 임오냉동(9200만원), 임오자산관리(8500만원) 등이다.

임오파트너스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8년 기타비용으로 모두 7억6000만원이 쓰였다. 진산(2400만원), 임오(1억8000만원), 임오산업(2억원), 임오냉동(1억원), 임오자산관리(1억원) 등이다.

특수관계
유사 업종

임오그룹 주력사 진도는 올해 유통망을 확충할 전망이다. 진도 측은 “백화점에 편중돼있는 유통망 구조를 홈쇼핑부문, 온라인 쇼핑몰, 아울렛부문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신규시장 개척을 통한 매출증대, 수익 극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고객 연령층을 확대하고, 안정감 있는 매출과 함께 모피 트렌드를 이끌어갈 수 있는 화제성을 만들어내는 신선한 브랜딩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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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