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1의 ‘오너 챙기기’ 막후

실적 엉망인데 무슨 배당?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낙제에 가까운 성적표를 공개한 ‘E1’이 예년보다 더 큰 선물을 주주들에게 건네기로 결정했다.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통 큰 결정을 내린 것처럼 비춰지지만, 정작 실익의 가장 큰 부분은 오너 일가를 향한다.
 

▲ 구자용 E1 회장

LPG(액화석유가스) 수입 및 판매업체 ‘E1’이 대규모 순손실에도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불과 1년 사이에 순이익이 1000억원 넘게 감소했지만 배당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 배당금총액의 절반은 오너 일가 몫이다.

초라한 성적표

E1은 지난달 13일 시장의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2019 회계연도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해외 트레이딩 사업의 이익 개선에 힘입어, 연결 기준 영업이익(1063억원)은 전년 대비 658.7% 급등했지만 매출액과 순이익의 동반하락이 두드러졌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0.5% 역신장한 4조6083억원에 머물렀고, 2018년 792억원이었던 순이익은 -524억원으로 주저앉았다.

E1 연결 실적서 드러난 처참한 실적은 LS네트웍스, E1컨테이너터미널, E1물류 등 E1 종속회사들의 부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핵심 자회사로 분류되는 'LS네트웍스'(의류 유통 및 수입차 판매)의 저조한 성과가 눈에 띈다.

LS네트웍스가 공개한 잠정 실적을 보면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15억원에 달했다. 순이익 역시-69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LS네트웍스의 2018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8억원, 163억원이다.


LS네트웍스 측은 “내수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부진으로 인해 영업이익 악화가 초래됐다”며 “관계기업이 보유한 종속기업 투자주식에 대한 손상차손 발생분이 지분법손익에 반영되면서 순이익에 악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부진한 실적에도 E1은 평년 수준을 웃도는 현금배당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지난달 13일 E1은 2019 회계연도 현금·현물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배당금총액은 128억원, 보통주 1주당 2200원, 시가배당률은 4.5%다. E1은 최근 2년간 동일하게 배당금총액 116억원(보통주 1주당 20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적자 전환했지만 여전히 잇속부터
최대 수혜자는 지분 절반 오너 일가

전년 대비 증가한 배당금총액은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순이익 적자 전환으로 인해 배당성향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다 전년 대비 순이익 감소폭이 13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통상 기업은 당해 사업 성과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배당을 실시한다. E1이 최근 2년간 100억원 이상 현금배당을 실시하면서도 별다른 잡음이 없던 건 800억원대 안팎의 순이익을 연이어 달성한 덕분이다.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총액의 비율)만 놓고 보면 오히려 최근 2년간 배당규모는 작은 수준이다. E1의 배당성향은 2017년 13.7%, 2018년 14.8%에 불과했다. 지난해 7월 국회예산정책처 발표에 따르면 배당성향이 마이너스거나 100%를 초과하는 상장사를 제외한 국내 상장사의 2018년 평균 배당성향은 29.43%에 이른다.

덕분에 E1 주주들은 적지 않은 배당금을 얻게 됐다. 최대 수혜자는 오너 일가 구성원이다. 
 


2019년 3분기 기준 E1 주식 소유 현황을 보면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필두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총합이 44.53%에 이른다(송강재단 0.8% 제외). 구자열 회장이 지분율 15.7%로 최대주주, 구자용 E1 회장과 구자균 LS산전 회장은 각각 지분율 11.81%, 11.60%로 5% 이상 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또 구평회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구혜원 푸른그룹 회장(2.99%), 구자열 회장의 아들인 구동휘 LS 전무(2.08%), 구자균 회장의 자녀(구소연 구소희 각각 0.13%), 구자용 회장의 자녀(구희나, 구희연 각각 0.04%)까지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다.

챙길 건 챙긴다

오너 일가 지분율 총합은 절반을 살짝 밑돌지만 자기주식 보유분이 배당에 포함되지 않는 관계로, 배당금총액의 52.84%에 해당하는 약 67억원이 오너 일가에 귀속된다. 구자열 회장이 23억6900만원으로 배당금 수령액이 가장 많고 구자용 회장(17억8300만원), 구자균 회장(17억5100만원)이 10억원 이상 배당금을 얻게 됐다. 이 외에도 구혜원 회장(4억5122만원), 구동휘 상무(3억1460만원), 구소연·구소희(각각 1940만원), 구희나·구희연(각각 704만원)이 배당금을 받게 된다. 


<heat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복잡 미묘’ LS그룹 사촌승계 원칙

LS그룹은 구인회 LG 창업주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인 구태회·구평회·구두회 명예회장 3형제가 2003년 LG전선그룹을 계열 분리해 창립했다.

이들 3형제는 그룹 출범 직후 경영 일선서 물러나 아들들에게 경영을 맡겼고, 이후 LS그룹은 ‘사촌경영’을 이어왔다.

계열사 지분을 3명의 집안에서 일정 비율로 나눠 갖고, 사촌 간에 돌아가며 회장직을 승계하는 방식이다.

다만 구자열 현 회장 이후 후계자 선정 방식은 기존과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 계속된다.

일단 LS그룹의 차기 승계를 두고 재계는 구자은 LS엠트론 회장과 구자열 회장 장남인 구동휘 LS 전무로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구자은 회장은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현 LS그룹 총수인 구자열 회장과 사촌형제 지간이다. 사촌경영이 계속될 시 구자은 회장은 차기 그룹 회장직이 확실시 된다. 


반면 장자승계가 이뤄질 시 차기 회장직은 구자열 현 회장의 장남인 구동휘 전무가 수행할 수도 있다.

구동휘 전무는 LS그룹 오너3세 가운데 유일하게 그룹 지주회사 ㈜LS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게다가 구동휘 전무는 최근 ㈜LS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그룹 내 위상 강화에 힘을 쏟는 양상이다. <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