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다가…’ 일동제약에 무슨 일이?

‘별안간’ 시험대 오른 오너 3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일동제약의 성적표가 심상치 않다. 흑자 행진을 달리던 실적은 적자로 반전됐다. 영업이익만 60% 넘게 추락했다. ‘비오비타’와 ‘아로나민 골드’로 친숙한 일동제약. 지난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

일동제약은 8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는 제약회사다. 창업주는 고 윤용구 회장. 지난 1941년 극동제약으로 첫발을 뗐다. 일동제약은 장 질환 치료제 개발에 전념했다. 창업주 의지가 강했는데 이는 모친이 장염으로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사연에 기인한다. 일동제약은 1959년 국내 최초 유산균제 ‘비오비타’를 출시했다.

80년 역사
중견기업

회사는 다양한 유산균 제품을 선보였다. 일동제약은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분야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2016∼2018년 호실적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 기준 매출액은 매년 증가했다. 2013억원, 4606억원, 5039억원이었다.

영업이익도 궤를 같이했다. 148억원, 254억원, 283억원 순으로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126억원, 198억원, 127억원 등이었다.

지난해 실적은 뒤집혔다. 매출액은 5174억원이었다. 직전년도에 비해 2.8% 소폭 상승했다. 문제는 영업이익인데 무려 68.1% 감소했다. 280억원대서 9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127억원 당기순이익은 ‘-10억원’이 됐다.


지난해 일동제약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측은 주요 원인으로 ‘큐란 판매 중단’과 ‘개발비 증가’를 꼽았다.

‘큐란’은 일동제약 주력제품이다. 위산과다 또는 속쓰림에 효과적인 위장약이다. 큐란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홀로 2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할 정도였다. 하지만 생산중단품목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시장서도 퇴출됐다.

발단은 ‘라니티딘 사태’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해 9월 라니티딘 제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라니티딘은 의약품 성분이다. 위산 과다 등에 쓰인다. 일동제약 큐란에도 해당 성분이 포함돼있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잔탁’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유산균 선두주자 실적 곤두박질
캐시카우 공백 ‘어떻게 메우나’

GSK는 다국적 제약사다. 잔탁은 GSK가 제조한 위장약이다. 잔탁은 라니티딘을 원료로 사용한다. 라니티딘을 원료로 하는 위장약에 NDMA가 발견된 것이다. NDMA는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NDMA를 불순물로 지정한 바 있다.

식약처는 국내서 유통되고 있는 라니티딘 사용 의약품에 빗장을 걸었다. 269개 품목은 제조·수입·판매가 중단됐다. 라니티딘 제제는 국내에서만 144만명이 복용하고 있었다. 국내 위장약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었다.


라니티딘 원료 제품을 판매한 제약사들은 후폭풍을 맞았다. 관련주들이 하락하는 등 타격을 받았다. 일동제약 큐란 역시 불똥을 피할 수 없었다.

큐란은 라니티딘 단일제다. 큐란은 단일제 위장약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을 자랑했다. 단일제 시장 점유율도 40%였다. 큐란은 잔탁 복제약이지만 매출은 6배 더 높았다.
 

▲ 일동제약 큐란

일동제약은 탈출구 찾기에 힘썼다. 일례로 동아에스티와 ‘가스터’를 공동 판매했다. 가스터는 소화성궤양 치료제다. 발암우려물질 성분이 없는 파모티딘 계열이다. 하지만 빈자리는 컸다. 대체재로 메꾸기에 한계가 있었다.

큐란 매출액은 2016∼2018년 99억원, 237억원, 222억원이었다. 식약처 처분이 내려지면서 큐란은 일동제약 매출항목에서 제외됐다. 큐란은 지난해 3분기(이하 3분기) 보고서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또 다른 이유는 개발비 증가다. 일동제약은 매출 10%가량을 연구비에 쏟는다. 비용 역시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2016∼2018년 연구 개발비는 212억원, 483억원, 547억원 등이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3분기에만 409억원을 썼다. 2017년 한 해 개발비와 맞먹는다. 업계 안팎에선 조만간 11%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일동제약 연구개발팀 규모는 상당하다. 인력만 300명이 넘는다. 모두 23개 팀이다. 세부적으로 중앙연구소 10개 팀, 개발부문 10개 팀, 생산부문 3개 팀이다. 신약·원료·신제품 등을 개발한다.

주력 제품
퇴출 왜?

일동제약은 연구개발로 손실을 보기도 했다. 일동제약 3분기 보고서에서 손상차손이 언급됐다. 개발 프로젝트 중단으로 발생한 손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MR정 외 1건’에 대한 임상대상자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 실험 결과도 부진했다. 결국 사업성이 떨어졌다. 일동제약은 관련 금액 54억원을 모두 감액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동제약은 라니티딘 사태를 정면으로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도 “연구개발에 상당한 재원을 쏟는 데 기대를 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큐란을 대신할 새로운 매출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모든 연구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큐란 대체품을 찾는 일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일동제약은 올해에도 연구개발에 힘을 싣는다. 사측은 실적 하락 고시 당일에 주주총회 소집일을 알렸다. 여러 안건 중 ‘사업목적 추가’가 있었다. 일동제약은 ‘연구개발 및 연구개발 용역업’을 새롭게 추가할 예정이다. 주총은 내달 20일 열린다.

그룹 차원서도 연구개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일동제약그룹 지주사 일동홀딩스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신규 후보물질 발굴’을 언급했다. 신약개발 속도를 올리겠다는 의지다. 그룹은 지난해 신약개발 계열사를 설립했다.


주총에선 대표이사 재선임 여부도 결정된다. 당사자는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재선임이 유력하다. 일동제약 실적을 간과하기 어렵다. 다만 사령탑 교체는 큰 충격이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경영권 다툼 가능성도 적다.

지분 상황은 안정궤도에 있다. 윤 사장은 일동제약그룹 ‘꼭대기 회사’ 최대주주다. 일동홀딩스 특수관계자 지분은 절반이 넘는다. 이미 윤 사장은 4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평가도 나쁘지 않다. 결국 변화보단 안정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
 

윤 사장은 오너 3세다. 일동제약 일가 장남이다. 창업주 윤용구 회장 손자다. 아버지는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이다. 그는 2005년 일동제약 상무로 입사했다. 이전에는 글로벌 회계법인 KPMG 등에서 회계사로 근무했다.

윤 사장은 업무프로세스혁신 팀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쳤다. 그는 2013년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사장이 됐다. 이듬해에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일동제약은 각자 대표체제였다. 일동제약은 2016년 8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윤 사장은 비로소 단독대표에 오를 수 있었다.

연구개발
투자 지속

그룹 지배력은 확고하다. 윤 사장은 씨엠제이씨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배구조는 ‘윤 사장→씨엠제이씨→일동홀딩스→일동제약’으로 이어진다.


일동홀딩스는 일동제약을 비롯해 8개 계열사 최대주주다. ▲일동에스테틱스 ▲일동생활건강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일동히알테크 ▲루텍 ▲유니기획 ▲아이디언스 등이다. 일동제약은 일동이커머스를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윤 사장은 일동제약·씨엠제이씨 대표이사다. 일동홀딩스·일동바이오사이언스·루텍 등에선 이사로 재직 중이다. 눈길이 가는 계열사는 ‘일동생활건강’과 ‘일동히알테크’다.

일동생활건강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회사는 이온수기 도소매와 건강식품 판매업을 영위한다. 전자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일동생활건강 보고서는 2017년까지다.

일동생활건강은 그해 27억원 매출을 올렸다. 직전년도에 비해 14.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5.8% 줄였지만 14억원 적자를 봤다. 당기순손실만 17억원이다. 자본은 같은 기간에 비해 5배 이상 감소, 결국 ‘-21억원’으로 돌아섰다.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회계법인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많은 대목을 지적했다.

그룹은 일동생활건강 단기차입금에 연대보증을 제공했다. 일동제약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일동생활건강은 한국씨티은행서 30억원을 끌어 썼다. 일동제약과 일동홀딩스,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일동히알테크는 30억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구축했다.

일동히알테크도 완전자본잠식 기업이다. 회사는 히알루론산(피부에 존재하는 생체 합성 천연 물질)을 전문으로 생산·판매한다.

일동히알테크 매출은 오름세다. 2016∼2018년 5억원, 15억원, 25억원으로 성장했다. 다만 영업손실은 7억원, 19억원, 29억원을 나타냈다. 당기순손실 역시 7억원, 19억원, 45억원으로 부풀었다.

그룹 지배구조 공고히 구축
자본잠식 부실 계열사 눈길

일동히알테크는 2018년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직전년도 1억원 자본은 ‘-44억원’으로 추락했다. 부채가 증가하는 속도보다 자본이 빠르게 감소했다. 당시 부채는 5.92% 늘어난 반면 자본은 300배 이상 줄었다.

배경은 재고자산과 이연법인세자산이다. 일동히알테크는 재고자산을 폐기해 13억원가량 손실을 봤다. 이연법인세 자산도 인정받지 못했다. 이연법인세 자산 인정 여부는 ‘기업회계로 계산한 법인세’와 ‘세무회계로 계산한 법인세’에 달려 있다. 전자가 더 적을 경우, 그 차액을 납부할 세금서 공제 받을 수 있다. 결국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과세 소득 발생 가능성이 낮다면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적자로 세금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세금을 공제 받지 못한다. 일동히알테크 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은 ‘미래과세소득 불확실’로 이연법인세자산을 인식하지 않았다. 반면 직전년도에는 8억원가량을 인정받았다.

그룹 계열사는 일동히알테크에도 연대보증을 제공했다. 일동제약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일동히알테크는 하나은행서 126억원을 빌렸다. 일동제약과 일동홀딩스,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해당 금액에 대해 보증을 섰다.
 

▲ 일동제약 아로나민 골드

내부거래 계열사도 눈에 띈다. 씨엠제이씨는 그룹 핵심사로 실적보다 지배구조서 중요한 회사다. 윤 사장은 씨엠제이씨로 그룹 지배력을 쥐고 있다. 씨엠제이씨 주종목은 ‘도소매’다. 2016∼2018년 매출액은 56억원, 45억원, 45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25.1%, 33.45%, 39.76%에 달하는 ‘알짜회사’다.

씨엠제이씨는 매출 상당액을 그룹서 냈다. 계열사들로부터 상당한 일감을 받았다. 모두 6곳이 일감을 제공했다.

같은 기간 내부거래 비중은 88.42%, 83.09%, 92.68%다. 56억원 중 49억원, 45억원 중 37억원, 45억원 중 41억원 수준이다. 일동제약이 3년 동안 가장 많은 일감을 제공했다. 씨엠제이씨는 일동제약을 통해 83억원을 벌었다. 이 외에도 일동홀딩스와 루텍이 각각 25억원과 11억원 매출을 올려줬다.

부실기업
내부거래

씨엠제이씨는 이전까지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지만 2017년부터 배당이 시작됐다. 그해 배당금액은 5억4250만원이었고 배당성향은 6.23%였다. 이듬해인 2018년에도 배당이 이뤄졌다. 1억5500만원에 배당성향은 14.90%였다. 2년간 배당액은 모두 6억2775만원이다.

씨엠제이씨 최대주주는 윤 사장이다. 보유 지분만 90%다. 씨엠제이씨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배당이 실시된 기간 동안 윤 사장에게 돌아간 금액은 모두 6억2775만원이다.

<일요시사>는 일동제약에 관련 사안에 대해 문의했지만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는 관계자의 말을 끝으로 아무런 회신도 받지 못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열 정리’ 일동후디스는 지금…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은 일동제약 평사원으로 시작했다. 그는 1960년 일동제약 입사 1년 만에 생산부장을 맡아 ‘아로나민 골드’를 개발했다. 이 회장은 1984년부터 2010년까지 26년간 일동제약 대표를 맡았다. 이 회장은 제약업계서 ‘샐러리맨 신화’로 불린다.

일동제약은 1996년 남양산업을 인수했다. 이후 간판을 일동후디스로 바꿨다. 회사는 일동제약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 회장은 일동후디스를 직접 맡으며 그룹과 동반성장을 지속했다.

이 회장과 일동제약은 59년 만인 지난해 결별했다. 일동후디스는 일동홀딩스 계열서 분리돼 완전한 ‘독립경영 체제’를 갖췄다.

계열분리는 주식 교환으로 이뤄졌다. 일동홀딩스는 이 회장에게 일동후디스 주식 35만1000주를 126억원에 처분했다.

동시에 일동홀딩스는 이 회장 측 일동제약 주식 113만3522주를 227억원에 매수했다.

이 회장은 기존 일동후디스 지분 21.48%서 51.39%까지 끌어올리며 최대주주가 됐다. 일동제약 역시 지분을 높이며 그룹 지배력을 한 단계 높였다.

이 회장은 한 언론사와 인터뷰서 “분리과정서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며 “지금의 일동을 내가 일궜다는 애착이 있어 일동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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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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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