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조연’ 이재명-박원순 대권 로드맵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2.17 10:18:09
  • 호수 12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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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계파를 키워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은 국회의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원외 잠룡들에게 총선은 자기 세력이 강해지느냐, 약해지느냐가 걸린 중요한 이벤트다. 특히 당내 세력이 약한 ‘지자체장 잠룡’에게 그 중요도가 높다. <일요시사>는 여권을 대표하는 지자체장 잠룡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들의 총선 도전을 취재했다.
 

▲ 이번 21대 총선서 조연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나경식 기자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군웅들이 각 지역서 할거했듯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 다수가 21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2위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종로서 맞붙는다. 지역주의 타파의 선봉장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대구·경북(TK)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잠룡 출마
승천 준비

지난 대선서 선전한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역구 출마가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지난 대선서 저력을 보여준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은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서울 및 수도권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들은 21대 총선의 ‘주연’격이다. 선거 결과가 이들의 대권 행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바로 지지율 상승이다. 또 다음 대선까지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기회를 엿볼 수도 있다. 미디어의 관심도 높아진다. 무엇보다 당내서 자기 세력을 다질 수 있다. 이는 대권행을 위한 필수요소다.

반면 지자체장 잠룡들은 21대 총선의 ‘조연’격이다. 현직을 포기하지 않는 한 선거판을 뛸 수가 없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60일 전인 15일부터 지자체장이 선거에 개입할 수 없다고 알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천타천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 지사는 문재인 당시 후보와 경선서 맞붙었다. 박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민선 이후 최초의 3선 시장에 올랐다. 두 지자체장 잠룡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은 이제 대권뿐이다.

이번 총선은 두 지자체장 잠룡에게도 중요하다. 바로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기 때문이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두 잠룡의 공통점이다. 서울과 경기도 인구가 국내 전체 유권자수 절반에 육박함에도, 정치권이 두 잠룡의 대권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이유다.

이·박 “기반 약하다” 극복할까
대선 전 ‘세 확장’ 마지막 기회

두 잠룡의 운명은 과연 이번 21대 총선서 얼마나 많은 수의 측근들이 여의도에 입성하느냐에 달여 있다. 소위 말하는 ‘이재명계’와 ‘박원순계’가 얼마나 세를 확장할까라는 질문과 맥을 같이 한다.

두 잠룡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이 다수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원내 인사는 정성호, 유승희, 제윤경, 김병욱, 김영진 의원 등이다. 

정 의원은 이 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18기)로 19대 대선 당시 이재명캠프 총괄본부장을 역임했다.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3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내가 이재명계가 아니고 이재명이 내 계보라고 해야 맞다. 내가 이 지사의 정치적 멘토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다.
 

▲ 더불어민주당 내 이재명계 인사들로 분류되는 유승희, 정성호 의원 ⓒ나경식 기자

유 의원 역시 19대 대선 당시 이재명캠프서 활동했다. 그는 이 지사가 당내 세력이 부족함에도 민주당 대권주자로 올라서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제 의원은 이재명캠프 대변인을 맡았었다.


김병욱 의원은 이 지사와 함께 시민활동을 하며 인연을 쌓았다. 그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자신의 정치 입문 과정에 이 지사가 많은 조언을 해줬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김영진 의원은 이 지사의 대학 후배다.

이들의 총선 생환이 이재명계의 유지를 의미한다면 이 지사 측근 원외 인사들의 당선은 이재명계의 확장을 의미한다. 현재 이 지사와 인연이 있는 다수 측근들이 출마 선언을 했거나 준비 중이다.

이재명계
생환하나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김용 경기 분당갑 예비후보로 경기도 대변인을 역임한 바 있다. 관가에선 ‘이재명의 복심’으로 불린다. 경기도청 재직 당시 ‘24시간 닥터헬기’ ‘계곡 하천 정비’ 등 경기도의 주요 정책에 참여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사표를 내고 경기 분당갑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는데 이 지역은 이 지사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린다. 이 지사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이 지역에 출마했으나 석패한 바 있다.  

이화영 경기 용인갑 예비후보는 이 지사의 ‘입과 발’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임명된 후 이 지사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해당 지역구는 한국당 이우현 의원이 지난해 5월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7년형을 확정 받으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조계원 전남 여수갑 예비후보는 이 지사의 ‘브레인’으로 통한다. 그는 경기도 정책수석으로 이 지사와 함께 일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여수시민회관서 출판기념회를 열었을 당시 조 예비후보는 자신을 이재명의 머리라고 소개한 뒤 “경기도 발전에 기여한 것처럼 여수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백종덕 경기 여주·양평 예비후보는 이 지사의 ‘변호인’이다. 지난해 12월 백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 지사는 ‘나의 수호천사’라고 그를 소개했다. 변호사인 백 예비후보는 앞서 이 지사의 항소심서 적용된 선거법 250조1항(허위사실공표죄)이 모호하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박원순계
측면 지원

이 외에도 광명갑에 출마한 김경표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 의정부을의 임근재 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상임이사, 안성의 이규민 전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 사무총장, 포천·가평의 이철휘 전 포천·가평 지역위원장 등이 이재명계로 분류된다. 

박원순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원내 박원순계가 생환하고, 원외 박원순계가 여의도에 입성해 세를 확장해야 한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자신들의 세 부족을 실감했던 박원순계 입장에서는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기동민, 남인순, 박홍근, 김영호 의원 등이 대표적인 박원순계 현역 의원들로 이들은 서울 지역 출마가 예상된다.
 

▲ ▲▲ 박원순계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인 남인순·기동민 의원

기 의원은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을 거쳐 정무부시장을 지냈으며 지역구는 서울 성북을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중랑구선거대책본부 공동본부장 출신인 박 의원은 중랑을, 비서실장이었던 김 의원은 서대문을, 상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남 의원은 송파병을 각각 지역구로 하고 있다. 

박원순계 원외 인사들은 총선 준비로 분주하다. 박양숙 충남 천안병 예비후보는 서울시 정무수석을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 경선 단계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최종윤 경기 하남 예비후보는 박 예비후보와 마찬가지로 서울시 정무수석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최 예비후보가 북콘서트를 열었을 당시 박 시장 부인인 강난희 여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원내 ‘생환’ 원외 ‘당선’
부시장·비서실장 다수 포진

강 여사는 최 예비후보에 대해 “박 시장 곁에서 늘 격무로 함께하던 사람으로 늘 긍정의 에너지로 주위를 밝게 해주시는 분”이라며 “과거와 미래 자신의 주변까지 성찰하시는 분인 그는 주변을 보살피고 우리사회를 따뜻하고 배려 깊은 사회로 만들어주실 분”이라고 소개했다. 

민병덕 경기 안양동안갑 예비후보는 박 시장의 변호인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15년에는 박 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 16명을 고발했으며, 2017년에는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고소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두 차례 이 지역에 출마했다가 당내 경선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서울시 부시장 출신들도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윤준병 전북 정읍·고창 예비후보는 서울시 전 행정부시장을 지냈다. 윤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박 시장은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고향인 정읍·고창이 이분을 통해 많은 발전을 거뒀으면 하는 의미서 정치인이 될 것을 적극 추천했다”고 밝혔다.

김원이 전남 목포 예비후보는 서울시 전 정무부시장 출신이다. 박 시장은 김 예비후보의 정무부시장 퇴임식서 “김 부시장이 그리워질 것 같다”며 “다음에 서울시로 올 때는 서울시가 국정감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고 축하했다.

행사 참석
선전 기원

비서실장들도 나섰다. 허영 강원 춘천 예비후보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박 시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박 시장은 허 예비후보의 북콘서트에 참석하는 애정을 보였다. 천준호 서울 강북갑 당협위원장은 서울 강북갑에 출마한다. 허 예비후보와 마찬가지로 비서실장 출신인 그는 박 시장의 ‘정치적 아들’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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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