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의 무리수

언제까지 눈 가리고 아웅?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일진그룹이 안팎으로 어수선하다. 계열사 노조는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지속적으로 논란이 된 일감 몰아주기는 계속되고 있다.
 

▲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

2020년 일진그룹 경영방침은 ‘양적 확장’이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2일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국내 산업계는 격변의 한 해를 보냈다”며 “일본 무역보복, 미중 무역분쟁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련 속에서도 목표를 달성하고자 지난 2년간 ‘생각과 행동을 바꾸자’며 쉼 없이 달려왔다”고 회고했다.

경자년
양적 확장

허 회장은 “올해 국내외 경영환경과 경기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며 국내 경제연구소 기관장들이 사자성어 ‘오리무중’을 선택한 점을 언급했다. 허 회장은 ‘매출 증대’ ‘중장기 먹거리 창출’ ‘경쟁을 통한 개인과 회사 발전 도모’ ‘새로운 일진문화’ 등을 주문했다.

그룹은 새해부터 소란스러웠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충북 지역 3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서 “일진다이아몬드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철회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룹 계열사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 노동자들은 파업 200일을 넘겼다.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는 지난해 6월26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발단이었다.


노조측 주장에 따르면 사측은 2015년까지 기본급을 낮게 책정하는 대신 정기상여금 600%로 부족한 임금을 맞췄다. 문제는 2016년과 2018년이었다.

회사는 상여금 600% 중 400%를 기본급과 고정수당으로 변경했다. 최저임금 인상분은 상쇄됐다. 임금은 2014년부터 5년째 동결상태였다. 임금 수준은 크게 하락했다. 신입직원과 10년차 직원 임금 차이는 미미했다.

사측과 노조 측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금속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8억2300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민주노총 등 단체는 “청구 내용은 본사 경비인력 추가, 보안시설물 설치, 로비 임대료 및 관리비, 입주 업체 피해, 조형물 훼손 등”이라며 “손해를 본 데 대한 배상 요구가 아니라 조합원들을 겁박하기 위한 소송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은 열린 마음으로 성실한 교섭을 통해 조속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진다이아몬드, 올해도 파업 계속
장·차남 그룹 지배 승계 과정 ‘찝찝’

일진다이아몬드 영업이익률은 최근 5년간 한 해를 제외하고 모두 10% 이상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진다이아몬드 영업이익(2014∼2018년)은 ▲10.54% ▲16.12% ▲5.51% ▲15.08% ▲13.20% 등이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7.42%다.

그룹은 재계 50위권 중견기업으로 매출액만 조 단위다. 그룹 내에는 모두 40여개 계열사가 포진해있다. 일진은 2세 체제로 전환됐다. 창업주 허 회장 슬하에는 2남2녀가 있다. 이 중 장남과 차남이 큰 줄기를 쥐고 있다.


장남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은 ‘일진홀딩스’ 최대주주다. 29.1% 지분이 있다. 사실 허 부회장은 절반 넘는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일진홀딩스 2대주주는 ‘일진파트너스’다. 24.6% 지분이 있다. 허 부회장은 이곳 최대주주다. 보유 지분만 100%다. 결국 허 부회장이 일진홀딩스서 차지하는 지분은 53.7%로 분석할 수 있다.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일진파트너스는 ‘그룹 2세 승계 창구’로 알려졌다. 허 부회장이 절반 넘는 지분을 보유할 수 있었던 배경 때문이다.

일진파트너스는 그룹 내부거래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이후 일진홀딩스 주식을 매입했다. 허 부회장은 간접적으로 일진홀딩스 지분을 쥐게 됐다. 결국 지배구조는 ‘허 부회장→일진파트너스→일진홀딩스→이하 계열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일진파트너스는 지난 1996년 설립됐다. 첫 시작은 금융 회사였다. 당시 주요 주주는 허 회장과 그룹 계열사였다. 이후 사명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주요 사업도 금융업에서 운송업으로 변경됐다.

본격적인 지분 변동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허 부회장은 그 해 일진파트너스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허 부회장 지분은 69.1%였다. 나머지 30.9%는 일진다이아몬드에게 있었다. 다음해인 2007년 허 부회장은 일진파트너스 지분 100%를 모두 보유하게 됐다.

노조 갈등
내부거래

비슷한 시기 매출도 상승했다. 2006년 일진파트너스 매출은 1억8000만원이었다. 허 부회장이 모든 지분을 소유했던 2007년에는 6억8000만원으로 뛰었다. 2008년과 2009년에는 각각 8억원 정도로 비슷했다.

문제는 2010년부터였다. 일진파트너스 매출은 무려 33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2011년에는 90억원으로, 2012년에는 135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눈길이 가는 건 매출처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일진파트너스는 그룹서 매출을 보장 받았다. 3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100%였다.

일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정한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이 아니다. 결국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진파트너스가 일진홀딩스 주식을 매입한 때는 2013년이다. 일진파트너스는 허 회장 지분 전량(15.27%)을 매입했다. 일진파트너스는 일진홀딩스 지분 24.64%까지 소유하게 됐다.

이후 매출은 지난날과 비교했을 때 미미한 수준이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12억원, 18억원, 13억원, 15억원, 19억원 등이었다. 내부거래 비중 역시 78.73%, 74.27%, 65.80%, 78.48%, 43.61% 등으로 감소했다.

일진파트너스는 이후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유한회사는 외부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 일각에선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유한회사로 바뀌었다고 해석한다.
 


잠잠하던 일진파트너스는 일진홀딩스 계열사를 품에 안았다. 일진홀딩스 자회사 ‘아트테크’는 지난해 4월 일진파트너스에 편입됐다. 아트테크는 부동산개발 및 매매임대 분양컨설팅을 영위하고 있다.

허 부회장은 일진홀딩스를 정점으로 이하 계열사에 지배력을 갖게 됐다. 계열사는 ▲일진전기 ▲일진다이아 ▲알피니언 ▲일진디앤코 ▲전주방송 ▲마그마툴 ▲일진복합소재 ▲매직드림 등으로 압축된다.

장·차남
그룹 지배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는 ‘일진머티리얼즈’를 중심으로 계열사를 간접 지배한다. 허 대표는 일진머티리얼즈 최대주주(53.30%)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일진유니스코 ▲일진건설 ▲아이알엠 ▲삼영지주 ▲오라진앤코 등을 지배하고 있다. 결국 일진그룹은 일진홀딩스와 일진머티리얼즈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셈이다.

허 회장 장녀와 차녀도 계열사 지분이 있다. 장녀는 허세경 일진반도체 대표다. 허 대표는 조명장치 제조·판매 기업 ‘루미리치’ 최대주주(25.54%)이기도 하다. 차녀 허승은씨는 일진자동차 최대주주(55.56%)다. 나머지는 남편 지분이다. 사실상 일진자동차는 허씨 부부회사라고 볼 수 있다.

일진그룹은 최근까지 일감 몰아주기 논란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존 일진파트너스 뿐만 아니라 여러 계열사서 내부거래가 이어진다.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디앤코 ▲일진반도체 등이 대표적이다.


일진다이아몬드 최대주주는 일진홀딩스다. 50.07% 지분이 있다. 다시 말해 허 부회장 영향력 아래에 있는 계열사 중 하나다. 최근 5년간 일진다이아몬드 별도 기준 매출액은 2014년 802억원, 2015년 869억원, 2016년 856억원, 2017년 925억원, 2018년 985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세다.

이 중 상당한 매출이 그룹 내부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일진다이아몬드 내부거래액과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458억원(57.12%), 2015년 498억원(57.28%), 2016년 545억원(63.68%), 2017년 630억원(68.13%), 2018년 705억원(71.66%) 등이다.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지난 3분기 54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내부거래에서 비롯된 매출은 408억원이다. 비중은 75.46%에 달한다. 직전년도 3분기 일진다이아몬드 매출은 750억원이었다. 이 중 내부거래 매출은 539억원. 비중은 71.85%였다. 내부거래는 소폭 상승한 셈이다.

그룹 일감 몰아주기 여전
공정위 내부거래 제재 강화

일진디앤코도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는 부동산업과 건설업을 영위한다. 최대주주는 일진홀딩스(100%)다. 일진디앤코 역시 허 부회장 지배력을 받고 있다. 최근 5년간 일진디앤코 매출액은 2014년 67억원, 2015년 68억원, 2016년 70억원, 2017년 75억원, 2018년 73억원 등이다.

매년 매출이 상승할 때마다 내부거래도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진디앤코 내부거래 매출과 비중은 2014년 26억원(38.46%), 2015년 27억원(40.05%), 2016년 30억원(42.82%), 2017년 31억원(41.23%), 2018년 31억원(42.23%) 등이다.

일진반도체는 허 회장 장녀 회사다. 최근 5년간 일진반도체 매출액은 2014년 10억원, 2015년 11억원, 2016년 5억원, 2017년 7억원, 2018년 6억원 등이다. 2014년과 2015년 매출 100%는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이후 2016년 3억원(62.66%), 2017년 3억원(47.92%) 등으로 감소했다. 2018년에는 8500만원(12.75%)까지 줄었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범위를 중견기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자산 5조원 미만 중견기업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 미만 기업집단은 부당지원금지 규제를 적용받는다. 다만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제재는 받지 않는다.

조 위원장은 그달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서 열린 CEO 조찬 간담회서 ‘공정한 시장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정위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5조원 미만 기업집단서 사익편취 내지는 일감 몰아주기, 부당한 내부지원이 더 많이 일어난다”며 “5조원 미만 기업집단에 과거보다 많은 자료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부당한 내부지원이 있는 경우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 공정위원장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 해 3월 업무계획 발표서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거래에 엄정한 법 집행에 나설 것”이라며 “특히 5조원 미만 기업집단을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익편취와 부당 내부거래를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 기조
계속될 듯

실제로 공정위는 중견그룹을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제재에 나섰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아모레퍼시픽과 SPC에 검찰 기소장와 유사한 성격의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아모레퍼시픽과 SPC 등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정상 가격보다 비싼 비용을 치른 혐의다.

<일요시사>는 일진그룹 측 입장을 듣기 위해 홍보팀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진그룹 재계 50위권인데 기부엔 ‘짠돌이’

일진그룹은 지주사인 일진홀딩스와 전기차 2차전지 소재를 주력으로 하는 일진머티리얼즈를 비롯해 일진디스플레이, 일진전기, 일진다이아, 일진복합소재 등 국내외 4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재계순위 50위권의 중견그룹이다.

연매출은 3조원대인데 기부는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그룹 지주사인 일진홀딩스는 2018년 1억200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매출액(72억원) 대비 1.67%에 해당하는 금액인데 2017년엔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당시 일진홀딩스는 매출 48억원을 올렸다.

일진전기는 2018년 매출(7341억원)의 0.006%인 4040만원만 기부했다.

2017년에도 매출 대비 기부율은 0.006%(매출 7622억원-기부금 4480만원)에 그쳤다.

일진다이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매출 985억원을 낸 2018년 기부금은 고작 180만원(0.002%)뿐이다.

2017년에도 180만원(0.002%)을 기부했는데, 매출은 926억원이나 됐다.

나머지 3사의 경우 기부 내역이 없다. 일진머티리얼즈, 일진디스플레이, 일진복합소재 모두 2018년 기부금은 ‘0원’이었다.

이들 계열사는 같은 기간 각각 3189억원, 2064억원, 286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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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