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제약 오너 일가 ‘수상한 도매회사’ 정체

발만 담그려다 몸까지 담글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경동제약은 여러 의약품 도매업체와 거래를 하고 있다. 해당 회사들은 경동제약과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다. 눈길이 가는 건 업체의 구성원들. 도매회사 임원들은 오너 일가 친인척이면서 동시에 경동제약의 주주다.
 

경동제약은 지난 1976년 설립된 중견 코스닥 제약사다. 가수 아이유가 광고모델인 진통제 ‘그날엔’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회사는 매년 성장세를 기록, 1700억원대 매출에 등극했다.

1700억
중견제약

경동제약은 2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창업주 류덕희 회장 슬하에는 1남 3녀가 있다. 류 회장은 지난해 9월 회사 주식 190만주를 막내아들 류기성 부회장에게 물려줬다.

류 회장 지분은 기존 10.1%서 2.95%로 감소했으며 류 부회장은 6.78%서 13.94%로 증가했다. 최근 류 회장 지분은 3.04%로 소폭 상승했다. 이 외 특별한 변화는 없다(지난 3일 기준).

오너 일가 상당수는 경동제약 주주다. 이들과 회장 부자의 지분은 모두 44.06%다. 특수관계자로 분류되는 친인척들은 현재 ‘의약품 도매업체’를 운영 중이다.


이들은 경동제약과 거래 관계를 맺었다. 이 중 몇몇은 ‘도도매(도매업체 간 거래)’를 행하기도 한다. 세부적으로 ▲제이씨헬스케어 ▲대일양행 ▲케이에스팜 ▲알피에이치코리아 ▲케이디파마 등이다.

‘제이씨헬스케어’는 지난 2005년 설립됐다. 주요 사업은 의약품 도매업이다. 이 외에도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한다. 애초 회사명은 ‘제이씨팜’이었다. 사명은 지난 2016년 제이씨헬스케어로 교체됐다.

회사는 정상욱·정은균 공동대표 체제다. 정상욱 대표는 류 회장의 매제다. 정 대표는 경동제약 지분 1.35%를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경동제약 감사다.

회장 일가 의약품 도매업체 운영
모두 경동제약 주주 밀접한 관계

제이씨헬스케어 최대주주는 정원희씨(44.9%)다. 그는 류 회장의 조카다. 정씨의 경동제약 지분은 0.02%다. 류 회장의 동생 류영희씨는 이곳의 주주이면서 경동제약 지분 0.30%를 소유 중이다.

종합해보면 제이씨헬스케어 대표는 경동제약의 임원이고, 제이씨헬스케어 주주는 경동제약의 주주인 셈이다.

제이씨헬스케어는 경동제약의 ‘기타 특수관계자’로 분류된다. 계열사가 아니다. 두 회사는 거래를 지속했다. 경동제약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제이씨헬스케어로부터 24억원, 28억원, 22억원 등의 매출을 올렸다.
 


경동제약 전체 매출서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은 미약한데 지난 2018년 별도 기준 4.06%(71억원/1750억원)에 불과하다.

경동제약이 특수관계자로부터 벌어들인 전체 매출액서 제이씨헬스케어가 차지하는 영역은 2016년 58.28%(24억원/42억원), 2017년 44.52%(28억원/64억원), 2018년 30.93%(22억원/71억원) 등이다.

경동제약은 최근까지 제이씨헬스케어와 손을 잡았다. 경동제약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제이씨헬스케어서 1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회장 회사
인척 회사

‘대일양행’은 지난 1991년 설립된 의약품 도매업체다. 류기만·류찬희 대표이사가 회사를 경영한다. 류기만 대표는 류 회장의 조카다. 동시에 경동제약 지분 0.18%가 있다. 류찬희 대표는 류 회장의 동생이다. 그는 대일양행의 최대주주이면서 경동제약 지분 4.01%를 보유 중이다.

대일양행 등기이사인 류기정씨도 류 회장의 조카다. 류씨에게는 0.17%의 경동제약 지분이 있다.

경동제약과 대일양행의 거래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016∼2018년 경동제약은 대일양행에 5억원, 8억원, 9억원어치의 의약품을 팔았다. 앞서 언급된 제이씨헬스케어와 비슷한 맥락이다.

경동제약 전체 특수관계자 매출서 대일양행의 규모는 크지 않다. 같은 기간 12.74%(5억원/42억원), 13.13%(8억원/64억원), 13.15%(9억원/71억원) 등이다.

경동제약은 올해 3분기에도 대일양행과 거래를 놓지 않았다. 당시 대일양행서 비롯된 매출은 5억원이었다.

눈길이 가는 건 대일양행의 매출처다. 대일양행의 일부 수익은 ‘케이에스팜’이라는 회사서 발생한다. 케이에스팜의 대표이사는 대일양행의 등기이사 류기정씨다. 또 류기만 대일양행 대표는 이곳의 등기이사로 재직 중이다. 동일한 임원진들이 두 회사에 포진해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류덕희 회장

케이에스팜은 의약품 도매업체다. 이들은 도도매 방식으로도 연결돼있다. 대일양행은 지난 2016∼2018년 케이에스팜으로부터 18억원, 14억원, 22억원의 의약품을 사들였다. 다시 대일양행은 동기간 케이에스팜에 78억원, 99억원, 104억원가량의 의약품을 판매했다.

꼬인 지분
얽힌 매출


대일양행은 케이에스팜으로부터 임대료 수익도 받았다. 같은 기간 4020만원이었다. 두 회사의 주소는 동일한데 결국 케이에스팜이 대일양행 사무실을 빌려 쓰는 셈이다.

실제로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케이에스팜 본사 건물 소유자는 대일양행(2분의1)과 류찬희 대일양행 대표 부부(각각 4분의1)다.

대일양행과 케이에스팜의 홈페이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두 회사의 홈페이지 메인화면은 로고와 주소, 전화번호 등을 제외하고 동일하다. 홈페이지만 놓고 봤을 때 같은 회사로 착각할 공산이 충분하다.

‘알피에이치코리아’는 지난 1996년 시작한 회사다. 의약품 등을 판매한다. 이전 사명은 ‘케이디코머스’로 지난해까지 사용했다.

알피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는 류 회장의 장녀 류기연씨다. 차녀 류연경씨는 등기이사다. 사실상 류 회장 자녀 회사로 볼 수 있다. 이들은 각각 경동제약 지분 2.38%, 2.07%를 나란히 갖고 있다.

알피에이치코리아는 제이씨헬스케어, 대일양행과 달리 경동제약서 매출을 냈다. 지난 2016∼2018년 알피에이치코리아는 경동제약으로부터 3년간 판관비(판매비 및 관리비) 명목으로 1억5400만원을 받았다.


올해 3분기에는 변화가 있었다. 경동제약이 알피에이치코리아서 25억원의 매출을 올린 점이다.

꾸준히 특수관계자 거래 관계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 나오기도

‘케이디파마’는 지난 2013년 설립된 경동제약 계열사다. 경동제약은 케이디파마 지분 53.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경동제약 2세 류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케이디파마는 의약품을 판매, 수출하거나 이를 대행하는 업을 수행한다. 회사 사무소는 경동제약 본사 주소와 같다.

회사는 매년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16년 매출액은 0원이었지만 지난 2017년과 2018년 21억, 38억원으로 급증했다. 당기순이익도 147만원, 455만원서 1억6000만원으로 수직상승했다.
 

▲ ▲

경동제약은 케이디파마 실적 규모에 비해 해당 법인으로부터 상당한 수입을 챙겼다. 동기간 경동제약이 케이디파마로부터 거둬들인 매출은 0원서 19억원, 35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올해 3분기에는 10억원이 발생했다.

기업지배구조 컨설팅업체 ‘네비스탁’은 지난 2014년 해당 업체들을 언급한 바 있다. 네비스탁은 ‘경동제약 정기주주총회 의안분석 보고서’에서 “경동제약은 지분관계가 없는 특수관계 법인들과 밀접한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며 제이씨헬스케어, 대일양행, 알피에이치코리아 등을 언급했다.

네비스탁은 “경동제약 최대주주(당시 류 회장)와 관계가 있는 법인”이라며 이곳 대표들과 류 회장과의 친인척 관계를 설명했다.

지난날 지적
현재진행형

이어 “경동제약의 자원과 이익이 올바르게 분배되기 위해서 이사회 의사결정의 중립성은 더욱 중요해진다”며 “사외이사와 감사 등 이사회를 견제하고,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일요시사>는 경동제약 측에 ‘경동제약과 해당 의약품 도매업체들의 거래 관계’에 대해 문의했지만 “내용을 확인한 뒤 연락주겠다”는 관계자의 답을 끝으로 아무런 회신도 받지 못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부왕’ 류덕희 회장

류 회장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그는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류 회장은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에 10년째 기부를 했다. 바보의 나눔은 고 김수환 추기경 선종 후 1년 뒤 설립된 곳이다.

류 회장은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과의 인터뷰서 “남을 위한 나눔이 나에게 활력을 주고,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하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라며 “하느님이 ‘오래 살아서 좋은 일을 하라고 나를 쓰시려고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갖는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이 같은 마음가짐을 할머니에게서 배웠다고 전했다. 그는 “할머니께서 ‘너는 절대로 그러지 말아라. 요새는 다 평등하다. 옛날처럼 양반, 상놈 그런 게 없다’고 하셨기 때문에 나누는 것을 알았다”며 “남한테 배려를 하니까 오히려 배려와 존경을 더 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류 회장은 기부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기부자가 잘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조언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가톨릭교회 기관과 사회복지시설, 대학교 등에 수백억 원을 기부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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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